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64)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64화(64/210)
064화. 잠룡(潛龍) (3)
부산 사직 야구장에서 경기가 한창 펼쳐지는 중, 비가 쏟아지고 있는 창원 야구장.
예정되어 있던 경기는 우천으로 취소되었고, 원정팀으로 방문했던 광주 위너스의 선수들은 저마다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 속, 여전히 쉬지 않고 훈련에 임하는 이들도 있었다.
“야, 야, 명준아. 그쯤하고 쉬자. 경기 시작했다.”
이명준. 그 역시 그런 사람 중 한 사람.
비가 적잖이 내리는 터라 몸이 평소보다 무거웠을 텐데도 방망이를 돌리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네, 선배님.”
낮 즈음부터 시작했던 훈련은 오후 6시 30분이 되어서 중단됐다. 이후 수원 야구장 원정 웨이트 트레이닝 룸에 비치된 TV를 통해 경기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록스! 그리고 원더스 팬 여러분! 오늘 이곳 수원 야구장에서 록스와 원더스! 원더스와 록스의 주말 3연전 첫 경기가 치러집니다!」
그 경기는 수원 야구장에서 펼쳐지고 있던 수원 록스와 부산 원더스 간의 경기.
자신의 형, 이태준이 선발 투수로 나오는 경기였다.
그리고 그 경기를 몇몇 동료 선수들과 지켜봤다.
이윽고 이태준이 마운드 위로 올라서자 그 선수들은 등줄기가 서늘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흐으. 이태준···. 진짜 귀신같은 놈이었지.”
그중 한 선수가 꺼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상대했던 이태준의 형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내 말이. 뭐 하나 깔끔하게 들어오는 공이 없어. 모든 구질이 기분 나쁠 정도로 방망이를 빗겨 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다시 상대하기 싫은 투수야.”
“그뿐이냐? 뭔가 내 생각을 완전히 읽힌 채로 상대하는 느낌이었다고.”
자신들은 투수를 상대로 맹렬하게 돌진하는 수소였다면, 이태준은 그 돌진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뒤 작살을 자신들의 심장에 꽂는 투우사와도 같았다.
그 결과는 10개의 탈삼진, 무사사구 9이닝 무실점 완봉승. 완패였다.
그리고 그 투수가 지금 수원 록스를 잡기 위해 마운드 위로 올라 서 있었다.
사실 최근 록스의 타격감을 생각한다면, 아직 신인 투수인 이태준을 걱정하는 쪽이 더 타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록스의 타자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아이고, 요즘 타격감 좋은 것 같던데. 안타깝게 됐네.”
그리고 그 반응은 자신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솔한 반응이었다.
지금 마운드에 선 이태준이라는 투수는 타격감이 한껏 물이 올랐다고 해서, 강한 기세로 밀어붙이려 한다고 해서 꺾기 어려운 투수임을 여실히 체감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투수의 1회 말 투구. 1이닝 KKK. 그 결과를 두 눈으로 확인했을 때 선수들의 반응은 경탄이었다.
“캬, 진짜 잘 던진다. 이젠 구속까지 느리진 않으니. 이젠 약점이 없다고 보는 게 맞겠는데?”
빼어난 구위와 제구, 다채로우면서 하나하나 강력한 위력을 지닌 변화구. 거기에 고도의 심리전 능력까지.
그것들을 모두 갖춘 투수가 지금의 이태준이었다.
“야, 명준아. 진짜 너도 너지만, 네 형도 장난 없다. 어떻게 매 경기 나올 때마다 더 실력이 느는 것 같냐?”
“실제로 늘고 있습니다.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또한, 그의 실력, 빠른 성장 속도는 동생인 이명준의 눈에도 명확히 포착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다.
‘어쩌면···. 지난번 첫 대결이 그나마 기회였던 걸지도 모를 정도로···.’
형을 다음번에 만나게 된다면, 아마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려운 승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그러한 생각과 함께, 형의 투구를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명준의 손은 옅게 진동하고 있었다.
***
사람들이 이태준의 투구를 표현하기를 ‘곡예’라고 부른다.
그 표현은 그간 이태준이 보여온 투구를 생각해본다면 잘 어울리는 언사이기도 했다.
‘상대하는 선수에 대한 철저한 분석, 이를 바탕으로 완벽히 계산된 투구를 펼치는 두뇌파 투수. 구속이 느리다고 해서 절대로 만만히 여길 수 없는 선수.’
가히 완벽에 가까운 커맨드로 타자들을 제압해 나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 마치 하나의 곡예를 보는 것만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의 뛰어난 심리전 능력과 다채로운 변화구로 상대를 살살 꼬드겨서 맞춰 잡는 스타일에 가려져 있지만, 이태준의 투구를 낱낱이 톺아본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태준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투구하는 투수인지를 말이다.
그것은 그의 그간의 투구 데이터를 보면 유추할 수 있는 부분.
따악-!
「몸쪽 높은 코스의 포심패스트볼을 타격했지만, 타구는 뒷 그물을 강타합니다! 파울!」
상대 타자가 누구이건 간에 9번 타자건 3번 타자건 초구는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잡고 시작하기 위해 공을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집어넣는다.
타자들도 이를 알기에 나름의 대응을 펼치지만, 이태준이 던지는 괴이한 무브먼트를 지닌 온갖 구종은 그들의 방망이를 유유히 빗겨 가곤 했다.
「그거 아십니까? 이태준 선수의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은 80%를 넘어간다는 사실을요. 이는 2위인 드래곤스의 마리아노 산체스 선수와 15% 정도의 차이입니다. 엄청난 차이죠.」
투수가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은 ‘초구 스트라이크’라는 말. 그렉 매덕스가 말했고,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동조한 그 말은 수많은 투수에게 있어서 진리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말이었다.
그리고 태준은 그 진리를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질 줄 아는 선수였다.
「그런데 만약, 이태준 선수가 초구 스트라이크를 잘 잡는 데서 그쳤다면, 아마 이 정도까지 퍼포먼스가 나오진 않았을 겁니다. 이태준 선수의 또 하나의 강점은 유리한 볼 카운트를 잡고서도 타자를 유인하려 하기보다는 자신이 먼저 과감히 들어갈 수 있는 점이 있을 겁니다.」
이태준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어떤 타자를 상대하건 간에 초구를 파울이든 뭐든 일단 스트라이크를 잡아낸 뒤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퍼어엉-!
“스트라이크!”
그렇게 태준은 타자에게서 투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잡아낸다. 그리고 거기까지 도달하는 데 볼 카운트는 거의 쌓지 않는다.
「한 번 잡은 유리한 볼 카운트를 풀 카운트(3볼 2스트라이크)까지 질질 끌고 가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거의 모든 승부를 속전속결로 가져갑니다. 그 승부에 불필요한 공은 거의 섞이는 일이 없습니다.」
모든 승부에서 실투는 최소화한다.
판을 깔고,
자신이 만든 판 위에 타자를 올려놓은 뒤,
그대로 깨부순다.
부우웅-!
퍼어엉-!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지금의 이태준은 그러한 것들이 가능한 투수. 이태준이 선 보이는 투구 곡예 앞에서 따라 춤을 추듯 방망이를 돌리는 앙상블.
「이번에도 삼진! 이태준 선수가 1회에 이어서 2회에도 KKK! 자신이 잡을 수 있는 모든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그리고 경기는 이제 3회로 넘어가겠습니다!」
지금 그라운드 위에선 그것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
전문가들은 말한다. 투수가 가질 수 있는 진짜 능력은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삼진을 잡아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그리고 이는 세이버메트릭스의 시대가 도래한 이후 더욱이 힘을 받는 주장이기도 했다.
[인플레이 타구는 투수 본인이 100%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까. 수비수들의 능력과 컨디션에 따라, 또 타구의 질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절묘한 코스로 뚝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가 나올 수 있고, 발이 빠른 타자라면 3루 쪽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는 느린 타구를 내야 안타로 만들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는 실책까지.
하지만 탈삼진은 오롯이 투수가 100% 통제할 수 있는 영역. 그 안에 변수 따위는 섞이지 않는다. 즉, 투수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치라는 것.
그것이 최근 수많은 전문가와 팬들로부터 삼진을 잡는 투수가 더욱이 각광 받는 이유.
실제로 MLB에서는 이닝과 평균자책점이 비슷하다 할지라도 삼진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는 투수가 그렇지 못한 투수에 비해 더 많은 돈을 받고 있었다.
[결국,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해선 삼진을 잡을 수 있어야 해. 이를 위해선 확실한 결정구가 필요하고.]그런 삼진을 잡기 위해선 강력한 무브먼트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위닝샷, 결정구가 필요했을 터.
그리고 태준은 그것을 가진 투수였다.
스위퍼.
그것은 오늘 록스 타자들의 방망이가 공 대신 허공을 헤집도록 만들어냈다.
또한, 그것은 확실한 노림수였다.
‘네, 오늘 경기는 삼진을 잡기 위한 투구를 할 겁니다. 그리고 기록에 도전할 겁니다.’
태준은 오늘 KBO 최강 화력의 타선, 수원 록스를 상대로 탈삼진 기록을 세우고자 하는 투구를 감행하고 있던 것.
그리고 이것은 결단코 막연한 도박, 혹은 무모한 도전 따위가 아니었다.
‘1번부터 9번까지 타격감이 좋다는 건 결국, 1번부터 9번까지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두르는 타자라는 뜻. 그리고 강한 무브먼트의 스위퍼는 그런 타자에게 가장 잘 먹힐 수 있는 구질이다.’
지금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구종에 대한 강한 신뢰. 그것은 1번부터 6번까지 여섯 타자 연속 탈삼진 기록을 세울 수 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3회 말. 스코어는 어느덧 3 대 0으로 원더스가 앞서나가고 있던 상황. 록스의 타선은 7번 타선, 하위 타선부터 시작됐다.
사실 하위 타선은 팀에서 가장 타격 생산력이 떨어지는 선수 3명이 모인 타선이기에 큰 기대를 할 수 없을 타선이겠지만, 수원 록스의 하위 타선은 이야기가 달랐다.
‘7번 타자 이진한, 타율 0.284, 8번 타자 유태훈, 타율 0.286, 9번 타자 정준규, 타율 0.301. 세 타자 모두 하위 타선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인 타자들.’
보통의 하위 타선의 타자들은 2할대 초반 정도의 타율을 기록한다. 심한 경우엔 2할도 채 되지 않는 타자들이 ‘수비형 포수’와 ‘수비형 유격수’의 이름으로 타선을 차지해서 보는 팬들의 심장을 후벼 파기도 한다.
다행히도 록스는 그런 팀이 아니었다.
“이진한 날려버려 워어어어- 록스 승리 위하여! 안타 날려라! 홈런 날려라! 록스! 이진-한!”
그것이 하위 타선의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섰음에도 수원 록스 관중들의 응원 소리가 작아지지 않는 이유였다.
또한, 그들도 스스로 하위 타선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약자가 아닌 강자의 마음가짐으로서, 책임감을 품고서 타석에 들어선다.
‘내가 좌타자이기 때문에 아마 결정구로 슬라이더가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저 녀석의 슬라이더는 리그에서 무브먼트가 강한 슬라이더. 조심할 필요가 있어. 큰 타구보다는 최대한 단타로 끊어서 출루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진한은 이닝의 선두 타자로서의 가장 중요한 역할. 출루를 의식했다.
그것을 위해서 이태준이 오늘 좌타자를 상대로 위닝 샷으로 구사하고 있던 슬라이더. 그것을 승부수로 삼고서 몸을 평소보다 홈 플레이트로 바짝 붙였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맹수의 그것처럼 날카로운 광채를 띄고 있던 태준의 눈에도 포착되었다.
이윽고 주저하지 않고 단숨에 꿰뚫었다.
퍼어엉-!
‘으악! 씨발!’
스트라이크 존 몸쪽 가장 깊은 코스로 찌르는 포심패스트볼을.
[143.8Km/h]빠른 팔 스윙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높은 Rpm의 포심패스트볼. 그것은 이진한을 움찔하게 만드는 데 부족함이 없었으며.
“스트라이크!”
그것은 명백히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공이었다. 하지만 그런 공은 만약 휘둘러 타격해봐야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없을 공. 이진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타석에 몸을 올렸다.
‘그래. 생각해야 해. 이태준은 제구가 좋은 녀석이야. 언제든지 코너 워크를 할 수 있는 녀석이라고.’
또한, 그제야 이태준이 제구가 굉장히 뛰어난 투수임을 떠올릴 수 있었다.
다만 그 생각을 떠올리는 참에 자신이 방금과 달리 몸을 홈 플레이트에서 살짝 거리를 뒀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퍼엉-!
“스트라이크!”
그것이 바깥쪽 높은 코스 가장자리에 정확히 걸친 슬라이더를 그냥 두눈 뜨고 지켜 본 이유였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투 스트라이크.
‘하, 진짜 제구가 이 정도라고? 컴퓨터야 뭐야?’
이진한은 미칠 노릇. 순식간에 볼 카운트가 노 볼 투 스트라이크까지 몰리게 되었으니 이진한의 머릿속은 복잡해졌고,
슈우우우욱-!!!
그것으로 승부는 결착된 셈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방금과 같은 코스, 바깥쪽. 이진한은 방망이를 돌릴 수밖에 없었고,
부웅-!
방금의 슬라이더보다 더욱 크게 휘어지던 그 슬라이더는 유유히 스트라이크 존 바깥으로 빠져나갔고, 이진한에겐 그런 공을 컨택할 재간은 없었다.
‘······!’
이진한의 방망이는 그대로 허공을 가르고 지나갔고,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결과는 3구 삼진. 그 결과를 주심은 큰 제스처와 함께 온몸으로 알렸다.
7연속 타자 탈삼진.
이태준은 7번 타자 이진한을 3구 삼진으로 잡아내며 연속 타자 탈삼진을 일곱 번째까지 끌어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서는 조금의 여유도 안심도 느껴지지 않았다.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아직 거리가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단단히 벼려낸 사냥꾼으로서의 날 선 감각.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KBO의 대기록을 향한 이태준의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리고 마침내 설 수 있었다. 기록이 코앞으로 다가온 고지까지.
「이태준 선수가 이번 이닝에서도 KKK! 세 타자를 전부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아홉 타자 연속 탈삼진! KBO 연속 타자 탈삼진 타이기록까지 이제 단 하나의 탈삼진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9연속 타자 탈삼진.
KBO의 전설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이제 단 하나의 탈삼진만을 남겨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