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65)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65화(65/210)
065화. 잠룡(潛龍) (4)
사람들은 말한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고. 이는 단순히 선수의 역량을 수치로 나타내는 것이 더 직관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단순히 많은 안타, 많은 홈런, 많은 승리, 많은 탈삼진을 거두는 것을 넘어선 수많은 기록들.
한 투수가 9회까지 실점 없이 공을 던졌을 때 불리는 기록, 완봉승.
그 완봉승을 거둘 때까지 단 한 개의 안타조차 허용하지 않았을 때 불리는 기록, 노히트 노런.
그리고 그 기록에 도달하기까지 안타를 넘어서 볼넷까지, 단 한 번의 출루조차 허락하지 않았을 때 불리는 기록, 퍼펙트게임.
그 외에도 하나하나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기록들.
야구엔 그러한 기록들이 존재하며, 야구를 사랑하는 이들은 기록이 세워지는 순간을 찬양하고 신성하게 여긴다.
그것이 KBO의 팬들이 자신들의 경기를 제쳐두고 수원 야구장에서 펼쳐지는 학살극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이유였다.
[ 부산 원더스 VS 수원 록스]ㄴ와 세상에! 9연속 타자 탈삼진! 이거 진짜 기록 세워지나?
ㄴ기록까지 단 하나?
ㄴ이태준 진짜 폼 미쳤네 ㄷㄷ;;; 어떻게 다른 팀도 아니고 록스 상대로 저럼?
ㄴ지난 주에만 홈런 13개나 몰아서 때린 그 록스가 맞냐? 웬 선풍기들이···.
ㄴㄹㅇ; 지난 시리즈에서 우리 팀이 록스한테 두들겨 맞은 게 아직도 눈에 선한데;;
또한 사람들은 놀라는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먼저 지금 이태준이 감히 도전장을 내민 기록은 1998년, 약 40년 동안 한 번도 깨어진 적 없는 대기록이었기에,
그 기록을 도전하는 상대 팀이 다른 팀도 아니고 이번 시즌 가장 화력이 강한 팀, 수원 록스였기에.
ㄴ10연속 탈삼진 가즈아아아아ㅏㅏㅏ!
ㄴ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
ㄴ40년 동안 안 깨졌으면 이제는 깨질 때 됐다!
ㄴ이태준 파이팅! 10연속 탈삼진 가보자 가보자~!
그리고 기꺼이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새로운 전설이 탄생하려 하는 그 순간을.
그 순간을 함께하고 싶었기에.
하지만 늘 그렇듯이 ‘기록’이라는 것에는 명과 암이 공존한다.
누군가 위대한 기록이라는 눈부심의 주인공이 되는 그 순간에,
누군가는 그를 밝혀주는 조명이 되어야 했을 테니.
수원 록스. 그들이 지금 그러했다.
이태준을 찬연하게 밝혀주기 위한 조명이 되기까지 일보 직전의 상황.
4회 말 자신들의 공격이 시작되기 이전, 로베르토 가르시아 수원 록스 감독은 4회 말에 나서게 될 타자들 몇 명을 모아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야구라는 건 언제든 기록이 세워질 수도 있다. 누군가 기록을 세운다면, 누군가는 기록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 그건 너희들도 마찬가지야.”
“그, 야구라는 건 언제든지 기록이 세워질 수도 있고, 그건 선수 여러분들도 마찬가지라고 하십니다.”
그런 로베르토 가르시아 감독의 말은 통역사에 의해 바로바로 통역되어 선수들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세상 그 어떤 선수도 최고의 실력을 지닌 선수도 기록의 희생양이 될 수 있는 게 야구다. 신기록을 허용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우리는 계속하던 대로! 너희가 가장 잘하는 야구를 하는 거야! 알겠나?”
“넵! 알겠습니다!”
“좋아! 아주 활기 차군! 자 그러면 구호 한 번 외치고 들어가자!”
이윽고 로베르토 가르시아 감독의 지시에 따라 선수들은 주먹을 불끈 쥔 채 구호를 외쳤다.
“Passion! Passion! Passion!”
“열정! 열정! 열정!”
장정 여럿이 외치는 그 우렁찬 구호는 에너지가 확실하게 느껴졌고.
그 모습은 마운드 위에 올라서 있던 투수의 눈에도 비쳤다.
‘그래. 로베르토 가르시아 감독님 휘하의 록스는 저런 팀이지. 어떤 상황에서도 소신과 열정을 꺾지 않는 팀.’
로베르토 가르시아 감독이 내건 슬로건 ‘No fear(두려워 마라)’ 정신. 그 정신으로 뭉친 수원 록스는 본인들의 실력과 판단에 대한 강한 확신을 지닌 팀이었다.
‘즉, 계산이 서는 상대.’
늘 해왔던 대로.
그런 방식으로 이겨온 팀이었기에. 자신들의 플레이 스타일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
태준은 그들이 내뿜는 강렬한 에너지 앞에 절대로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속내에 섬뜩한 미소를 숨기고 있었다.
그렇게 4회 말이 시작됐다.
***
수원 록스의 1번 타자 신재섭.
시즌 타율 0.321, 출루율 0.405, 27개의 도루.
정교함, 선구안, 빠른 발. 이 세 가지를 고루 갖춘 전형적인 톱 타자 유형의 타자.
이태준이 98년에 세워진 10연속 타자 탈삼진이라는 아성에 나란히 서기 위해 반드시 삼진을 잡아내야만 하는 타자.
이제는 기록을 의식해야 하는 승부였던 만큼 태준 또한 승부를 신중하게 가져가고자 했다.
퍼엉-!
하지만 정도라는 것은 괜히 정도가 아닌 법. 태준은 이러한 상황일수록 정석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다.
초구로 던진 공은 바깥쪽 낮은 코스 보더 라인에 걸치는 컷패스트볼. 초구를 타격할 때 타격 존을 좁히는 신재섭에게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졌던 공.
“스뚜우우우- 라이크!”
지금 이 순간, 기록을 의식하고 있던 건 비단 태준만이 아니었다. 공이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온 것이 확인되자 심판도 평소보다 훨씬 우렁찬 스트라이크 콜을 외쳤다.
이어지는 두 번째 공.
따악-!
몸쪽 스트라이크 존 밑으로 떨구는 체인지업. 신재섭의 타격 타이밍이 한 박자 터라 타구는 1루측 파울 라인 바깥으로 떨어졌다. 파울.
따악-!
이어지는 세 번째 공은 몸쪽 높은 코스의 포심패스트볼. 이번에는 타격 타이밍이 반 박자 느렸고, 타구는 홈 플레이트 뒤쪽, 뒷그물망을 흔들었다.
이어지는 4구, 5구, 6구.
계속되는 파울. 그리고 볼.
볼 카운트는 2볼 2스트라이크.
대기록의 달성을 앞둔 그 승부는 예상했던 것보다 길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두 선수의 집중력만큼은 여전히 첨예했다.
마치 날카롭게 벼려낸 칼끼리 서로 합을 맞추는 듯한 그 승부.
그러한 승부는 어느 한쪽이 아주 작은 빈틈이라도 보이는 그 순간에 끝맺어지기 마련.
지금이 그러했다.
부우웅-!
퍼어엉-!
“스뚜우- 라이크! 배터 아우우웃!”
방망이가 돌아간 그 순간, 경쾌한 타격음이 아닌 둔탁한 포구 음이 울려 퍼졌을 때.
모두가 그 순간 어떠한 결과가 펼쳐졌는지를 알 수 있었다.
「삼진! 삼진입니다! 이태준의 스위퍼가 결국 타자 신재섭을 뚫어내면서! 이태준 선수가 10연속 타자 탈삼진! 약 40년 동안 깨어지지 않은 대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 부산 원더스 VS 수원 록스]ㄴ와 10연속 타자 탈삼진 달성!!! 이거 실화냐?
ㄴ역대급 임팩트 미쳤다;
ㄴ이태준 그는 신인가? 이태준 그는 신인가?
-실시간 동시접속 775312
또한, 그 열광은 경기장을 넘어서 온라인으로까지 넘어간 상황.
부산 원더스와 수원 록스의 팬들뿐만 아니라 다른 팀을 응원하는 팬들 대부분이 이태준이 기록을 세우는 순간을 함께 누리고자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10연속 타자 탈삼진을 기록합니다!】
【KBO의 타이기록을 달성합니다!】
【타이기록 경험치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추가 경험치 +15000】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의 LV이 상승합니다!】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 LV.27로 올랐습니다!】
그런 관중들의 열띤 환호에 이어서 폭발적으로 떠오르는 시스템의 메시지.
타이기록답게 많은 경험치를 단번에 손에 거머쥘 수 있었고,
곧바로 레벨이 한 단계 더 상승할 수 있었다.
‘자. 이제 출발선 위에 오른 거야.’
그런 상황 속, 당연하게도 이태준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아직 그것들을 만끽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기회는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난 오늘 이 기회를 최대한 끝까지 살려낸다.’
타이기록이 아닌,
자신의 이름이 아로새겨진 신기록.
그것이 목전에 놓여 있었으니까 말이다.
***
원더스 관중의 열띤 함성으로 가득 메워진 수원 야구장. 그 광경은 평소의 수원 야구장에서는 쉬이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그런 익숙지 않은 상황 속,
‘후, 내 차례까지 오지 않길 바랐는데···.’
수원 록스의 2번 타자 박일호.
그는 그 열기에 전혀 섞이지 못한 채 미묘한 표정으로 지으며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생각했다.
‘타이기록까진 그렇다 치더라도. 신기록···. 신기록만큼은 절대로 헌납해선 안 된다···!’
팀의 명예를 위해.
그리고 자신이 신기록이 세워지는 순간에 영원히 박제되지 않기 위해.
그는 더욱이 이를 강하게 물었다.
그립을 평소보다 짧게 쥐고, 무게 중심을 홈 플레이트에 가깝게 붙였다.
자신이 좌타자인 만큼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슬라이더에 대한 대처를 더욱 수월히 하면서,
동시에 몸에 맞는 한이 있더라도 출루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
그리고 태준은 대놓고 슬라이더를 노리는 스탠스를 취하는 타자를 상대로.
슈우우욱-!
과감하게 슬라이더를 꽂았다.
따악-!
테이크 백 동작을 거의 가져가지 않는, 간결하면서 빠른 스윙.
한껏 긴장감을 높이고 있던 박일호는 바깥쪽으로 아슬아슬하게 빠지는 슬라이더를 걷어내 파울 타구를 만들었다.
“와 씨! 저거 조금만 안쪽으로 떨어졌으면 좆될 뻔했네!”
만약 이태준의 슬라이더의 횡 무브먼트가 강하게 걸리지 않았더라면 인플레이 타구가 만들어졌을지도 모를 살벌한 파울 타구.
3루 측 관중석의 팬들은 심판의 파울 신호를 확인한 뒤에야 철렁한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 태준의 자세는 여전히 꼿꼿했다.
고개는 빳빳하게 세워져 있었고,
눈빛엔 그 어떤 동요도 서려 있지 않았다.
이윽고 이어지는 두 번째 투구.
아마 보통의 선수라면 던질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공.
슈우우우욱-!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공이 뻗어 나가는 코스는 바깥쪽으로 살짝 빠져나가는 코스.
구종은 슬라이더.
초구와 완전히 똑같은 공이었다.
따악-!
그리고 이번에도 박일호는 그 공을 타격할 수 있었지만, 이전과 마찬가지로 파울 타구.
다만 타이밍이 직전보다 조금 더 늦은 탓에 이번에는 굳이 심판의 제스처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파울임을 알 수 있을 타구가 만들어졌다.
그 순간, 박일호는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허, 방금 타구를 보고 똑같은 코스에 똑같은 구종을 던진다고···?’
사실 초구 슬라이더를 상대로 방망이를 강하게 돌렸던 것은 타자 자신이 노리는 공이 무엇인지를 드러냈다고 봐도 무방했다.
심리전 능력이 뛰어난 이태준과 같은 투수가 그걸 눈치채지 못했을 리는 만무했다.
그 말인즉슨, 이태준은 자신이 노리고 있는 구종이 무엇이고 코스가 어디인지까지 알고 있었음에도 마치 칠 테면 쳐 봐라는 느낌으로 공을 던졌다는 것.
그리고 그 공을 자신의 기록이 걸려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던졌다는 것.
“허, 이태준···. 정신 나간 놈···.”
그 대담함에 박일호는 혀를 내두르며 아무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 순간 마운드 위에 선 투수가 내뿜는 강렬한 아우라가 더욱이 짙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등허리가 서늘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상황 속, 이태준이 선택한 위닝샷.
촤악-!
그 공이 태준의 손끝을 떠나는 그 순간 그려지는 뚜렷한 포물선.
‘커브?’
눈썰미가 뛰어난 축에 속하는 박일호는 그 공이 커브라는 사실을 빠르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공이 커브인 걸 알면서도 방망이를 꺼내 들 수 없었다.
퍼어엉-!
오히려 몸을 뒤로 크게 틀며 공을 피하려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그 공은 지나간 코스는 너무나도 명백했다.
“스뚜우- 라이크!!! 배터 아웃!!!”
스트라이크 존. 그곳을 너무도 유유히 지나쳤다.
허를 완벽하게 꿰뚫린 박일호는 심판의 삼진 콜을 허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11연속 타자 탈삼진을 기록합니다!】
【KBO의 신기록을 달성합니다!】
【신기록 경험치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추가 경험치 +25000】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의 LV이 상승합니다!】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 LV.28로 올랐습니다!】
또한, 그 광경이 시사하는 바는 너무나도 명징했으니.
11연속 타자 탈삼진.
이태준이 전설 위에 자신의 이름을 새로이 새겨 넣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