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66)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66화(66/210)
066화. 잠룡(潛龍) (5)
선수는 마운드 위에 오르기 전, 혹은 타석에 오르기 전 상대에 대한 분석하고 그 분석에 따른 대비, 계획을 갖춘다.
방금 태준에게 11연속 타자 탈삼진, KBO 신기록을 헌납한 타자 박일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태준이 삼진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을 인지했고, 그것에 따른 전략으로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를 향한 경계를 한층 드높였다.
그리고 박일호가 세울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었으며, 제법 적절한 전략이기도 했다.
좌완 투수가 좌타자를 상대로 위닝샷으로써 가장 많이 구사하는 구종은 슬라이더. 이는 이태준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그 강력한 횡 무브먼트를 자랑하는 슬라이더에 대한 경계심을 높일 수 있다면 삼진은 무마시킬 수 있으리라는 생각과.
넘어서 삼진을 의식하는 상대 투수의 공을 공략해내리라는 각오가 담긴 전략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태준이 초구와 2구로 던진 슬라이더에 살벌한 대응을 보일 수 있었다.
만약 이태준의 슬라이더가 지닌 횡 무브먼트가 그토록 강력하지 않았더라면 분명 박일호는 그 타구를 인플레이 타구로 만들어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승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태준이 주도권을 잡고 있던 승부였다.
‘박일호의 시선은 처음부터 바깥쪽을 향해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이전 타석에 바깥쪽으로 휘어지는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었으니까. 게다가 기록의 허용 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을 테고.’
기록을 의식하고 있던 것은 투수뿐만이 아니었다. 이는 타자도 마찬가지.
자신의 차례에 투수에게 신기록을 헌납해주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드는 것은 타자로서 너무 마땅한 심리일 테니.
게다가 박일호는 평소보다 홈 플레이트에 몸을 더 붙이며 그러한 의지를 더욱이 강하게 표명했었다.
‘박일호의 선구안은 타격의 팀 수원 록스의 2번 타자답게 빠르고 꽤 정확하다.’
또한, 그의 선구안은 국내 리그에서 매우 뛰어난 축에 속했기에 박일호라면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파울을 유도하기 위해 슬라이더를 일부러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빠지도록 던졌고,
그 전략은 성공했다.
초구는 조금 위험하긴 했지만, 결국 두 번의 파울 타구를 끌어냈고, 덕분에 노 볼 투 스트라이크의 볼 카운트를 만들어낼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마지막 결정구.
위닝샷.
태준이 선택한 위닝샷은 스트라이크 존 몸쪽 코스에 딱 붙는 느린 커브였다.
‘박일호의 공을 보는 능력은 영민하다. 이는 데이터뿐만 아니라 그간 박일호의 타격 영상을 살펴봐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 그런 박일호라면 공이 릴리즈 되는 순간 살짝 떠오르는 궤적과 탑스핀의 움직임을 포착할 가능성이 컸다.’
커브라는 구질의 단점. 피치 터널을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한다 할지라도 워낙에 독보적인 낙폭을 지닌 구질이었기에 눈이 좋은 타자에게 간파되기 쉽다는 점.
태준은 그 점을 승부에 과감히 사용했다.
‘공의 처음 위치만 보면 타자의 시각에서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테니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의 궤도는 분명 스트라이크 존을 향했고, 결과는 스트라이크. 삼진.’
다소 지저분한 12-6 궤적의 커브. 그것은 외려 공의 움직임을 빠르게 읽어낼 수 있는 타자에게 착시를 일으켜 위치를 파악하기 버겁게 만들 수 있을 테니.
‘그리고. 오늘 경기의 주심은 투 스트라이크 이후 몸쪽 공에 판정을 후하게 주는 스타일이라고 했으니까. 선수를 넘어서 심판의 성향에 대한 분석까지 마쳐 놓은 정준 선배님의 자료 역시 도움이 됐고.’
그러한 상황 속, 오늘 경기의 임광일 주심 또한 몸쪽 공에 판정이 제법 후한 심판.
그 모든 것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 안에서 찾아낼 수 있던 단서를 빠르게 조립시켜 이뤄낸 볼 배합.
그것의 결과는 11연속 타자 탈삼진. KBO의 신기록이었다.
그런 태준의 11개의 삼진 전부 벤치에서 집중해서 보고 관찰하고 있던 정준은 열한 번째 삼진이 나왔을 때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이야, 이거 진짜 미친 삼진 아녔냐?”
이윽고 나지막이 읊조렸다.
“노골적으로 바깥쪽 빠지는 공을 노리는 타자에게 일부러 2개의 바깥쪽 슬라이더를 던져서 시선을 바깥쪽으로 끄집어낸 다음에 임광일 주심이 몸쪽 커브볼에 판정을 후하게 준다는 점을 이용해서 삼진···. 진짜 군더더기 하나 없는 완벽한 삼진이었어. 허, 참···. 기가 막혀서 말도 잘 안 나오겠네.”
정준은 태준이 승부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던 자료를 직접 제작한 인물이기도 했고, 원체 타자와의 수 싸움에 일가견이 확실한 인물이었기에 그가 왜 그런 볼 배합을 구상했는지, 그 의도를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었고,
그것을 파악했기에 감탄을 감출 수 없었던 것.
강한 스터프, 정교한 커맨드.
지고한 집중력과 정신력, 그것을 바탕으로 형성된 냉철한 강심장.
그 모든 것이 한 데서 이루어져야만 비로소 탄생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볼 배합.
그것이 지금 그라운드 위에서 펼쳐진 셈이었으니까.
지금 관중석으로부터 강렬하게 피어오르는 이 함성,
“이태준! 이태준! 이태준! 이태준!”
그 울음은 이태준이라는 투수가 보이는 위대함을 칭송하는 것만 같은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이닝의 마지막 타자, 요르단 아브레이유까지 6구, 풀 카운트까지 가는 팽팽한 승부 끝에 바깥쪽 낮은 쪽 보더 라인에 걸치는 포심패스트볼을 꽂아버리며 삼진을 잡아 올릴 수 있었으니.
12연속 타자 탈삼진.
“와, 쟤 진짜 미쳤나 봐. 어떻게 기록이 걸린 상황에서 저런 공을 던져?”
어느새 입이 쩍하고 벌어진 정준의 감탄과 함께.
태준의 기록은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고 있었다.
***
1998년, 광주 위너스의 전설적인 투수, 양일엽이 기록했던 10연속 타자 탈삼진.
그 기록이 무려 42년의 긴 세월이 흘러 유망한 신인 투수의 손에 의해 깨어졌다.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ㄴ이태준 슬라이더는 그냥 마구다 마구; 그 록스 빠따가 허우적거릴 정도네;
ㄴ와 커브 궤적 장난 아닌데? 천하의 박일호가 저걸 놓친다고?
ㄴ제 기록 걸린 상황에서 풀 카운트 바깥쪽 승부 ㄷㄷ 아니 무슨 이태준 심장은 강철로 만들어짐?
ㄴ강철은 무슨 ㅋㅋ 저건 비브라늄임;
ㄴ비브라늄 심장 미쳤다;
또한, 지금의 태준을 향한 모든 찬사는 너무도 당연한 반응들. 40년 동안 이어진 대기록이 깨어진 것은 너무나도 대단한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기록을 남긴 투수,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숨을 고르고 있던 태준은 기뻐하는 기색을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긴장의 끈을 강하게 붙들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기록이 아직 끊어지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저 시야에 조금 더 높은 곳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8년 전, 2022년 4월 10일. KBO가 아닌 다른 리그, NPB에서 세워진 세계 신기록.
13연속 타자 탈삼진.
‘사사키 로키’가 세워낸 그 기록이.
기록이 갖는 위대함은 리그를 구별하지 않기 마련.
‘오늘 경기 특전 하나 더 얻어 가는 것이 목표.’
그리고 그 기록을 넘어서 또 하나의 특전을 거머쥐는 것.
그것으로 목표하는 곳까지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
4이닝 투구를 마친 태준의 목표는 더욱이 뚜렷해질 수 있었다.
그러한 상황 속, 원더스의 동료들은 자신들의 에이스 투수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더욱이 높은 집중력을 보였다.
TEAM 1 2 3 4 5 6 7 8 9 R
원더스 0 1 1 0 – – – – – 2
록 스 0 0 0 0 – – – – – 0
「주심의 손 올라가지 않으면서 볼! 볼넷! 이번에도 볼넷 출루! 루상의 주자가 1루, 2루, 3루까지 전부 들어찹니다!」
「방금 같은 공도 몸쪽에서 잘 떨어진 포크볼이었는데요 이걸 끝까지 보고 참아냈어요. 허허, 오늘 원더스 타자들. 집중력 상당히 좋은데요?」
「아, 결국 여기서 투수 코치 마운드 위로 올라오면서 투수 교체될 것 같습니다.」
록스의 타자들이 4회까지 단 한 명도 출루하지 못한 채 삼진만 12개를 내어주는 동안,
원더스의 타자들은 4회를 넘어 5회 초, 단 2개의 삼진만을 허락하며 총 8명의 주자가 루상으로 출루했다.
그리고 큰 점수로 달아날 수 있을 절호의 만루 찬스.
수원 록스의 벤치는 이 이상 점수를 내어주면 역전이 어렵다는 것을 인지했기에 과감히 선발 투수를 내리고 불펜 투수를 마운드 위로 올려보냈다.
록스의 두 번째 투수는 사이드암 투수, 이창우.
3.90의 평균자책점, 11개의 홀드를 기록 중인 수원 록스의 필승조 카드 중 한 명.
이는 타석에 선 타자가 사이드암 투수에게 약하다는 데이터가 있었기에 꺼내든 승부수였다.
「오, 그리고 여기서 원더스 벤치는 송정근으로 계속 밀고 나가는 선택. 대타는 없습니다.」
이에 원더스의 벤치에서는 좌타자 대타 카드가 있었음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타자를 타석 위로 올렸다.
「또, 이런 점이 류남선 감독님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죠. 사실 이따금 튀는 운영을 할 때가 있어서 류남선 감독님이 작전형 감독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사실 류남선 감독님은 뭔가 작전을 걸고 승부수를 띄우는 유형보다는 정도를 지키고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유형에 더 가까운 감독입니다.」
감독이 내거는 수의 대부분은 결과론을 통해 평가된다.
작전을 자주 내는 감독이 더 뛰어난 감독인가. 아니면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감독이 더 뛰어난 감독인가.
그렇기에 감독의 스타일에는 정답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거의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최근 몇몇 감독님들이 자신의 뛰어난 지략을 드러내고자 작전과 승부수를 남발하는 케이스도 있는데요. 사실 작전을 많이 낸다고 해서 지장이라 볼 수는 없는 거거든요. 물론 작전이 통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작전에 성공한 것에 감독이 심취하게 되면 좋은 결과로 직결되는 경우 많지 않아요. 그런 건 144경기에서 일부일 뿐이지 감독은 전체적인 흐름을 읽어낼 줄 알아야 하거든요.」
다만 야구인 사이에서 호불호는 존재하기 마련,
꽤 많은 수의 야구인 사이에서 ‘작전이 많은 감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야구라는 스포츠는 감독의 역할이 그리 크지 않은 스포츠.
결국, 모든 감독의 전술에 대한 주도권은 선수가 들고 있다.
비록 사이드암 투수 상대로 상대 타율이 2할도 채 되지 않는 타자라 할지라도 마찬가지.
즉, 지금의 이 기적은 감독의 전술 때문이 아닌 선수가 이뤄낸 기적.
따아악-!!!
「때렸습니다! 높이 날아가는 타구! 이 타구는 어디까지! 이 타구가 담장 밖에 꽂힙니다! 송정근의 그랜드 슬램! 송정근 선수의 시즌 첫 홈런은 그랜드 슬램으로 기록됩니다!」
주자 만루의 상황에서 사이드암 투수를 상대로 2할도 되지 않는 어린 타자가 일으킨 기적.
그것은 선수가 일으킨 기적이라고.
“거봐. 정근이도 잘할 수 있는 녀석이라니까.”
그 어린 타자의 홈런을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던 류남선 감독은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이 4점의 대량 득점은 선수들이 만들어낸 득점이라고.
스코어 6 대 0.
그 덕택에 에이스 투수의 어깨는 조금 더 가벼워질 수 있었다.
그리고 5회 말.
마운드 위로 올라선 투수 이태준.
성적, 4이닝 무실점 무피안타 무사사구 12K
투구 수 61구.
그 투수의 기록에 변화가 생겼을 때.
퍼어엉-!!!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K 13
전광판에 쓰인 K 옆에 숫자 하나가 더 늘어난 그 순간에.
사사키 로키의 기록과 나란히 선 그 순간에.
이태준-! 이태준-! 이태준-! 이태준-!
더욱이 거대한 함성이 수원 야구장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13연속 타자 탈삼진을 기록합니다!】
【세계 기록 타이기록을 달성합니다!】
【타이기록 경험치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추가 경험치 +40000】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의 LV이 상승합니다!】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 LV.29로 올랐습니다!】
레벨도 어느새 29.
하지만 이태준은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만족하지 않았다.
그리고 온 집중력을 자신의 손끝과 타자에게 전이시켰다.
[흐흐, 기뻐해도 될 상황에서도 이런 집중력이라니. 역시 이 녀석이 뭘 해도 될 녀석이라니까.]그 모습을 지켜보는 로건 라이트는 흡족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선수 교체!”
그리고 또 하나의 대기록을 앞둔 가운데, 록스는 또 한 번의 선수 교체를 이뤘다.
이윽고 그 이름이 전광판에 새겨졌을 때, 모든 이들이 탄식을 금할 수 없었다.
“아, 뭐야? 서민욱 부상이라며? 오늘 쉰다며?”
“와 진짜···. 여기서 서민욱을 낸다고? 가르시아 진짜 독하다! 독해!”
서민욱.
헛스윙 비율이 리그에서 가장 낮은 타자 중 한 사람이자.
우타자.
반드시 삼진을 잡아내야만 했던 그 순간, 가장 꺼려지는 타자가 타석에 올라섰기에.
하지만 그런 타자가 타석에 올라섰음에도 태준의 표정에는 조금의 변화도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올라왔네. 서민욱.’
그 타자의 등장을 어느 정도 예상했었기에.
‘록스가 꺼내들 수 있는 최선의 교체 카드. 하지만 이번 교체는···.’
오히려 그 타자를 기다리고 있었기에.
‘아쉽게도 악수(惡手)가 될 거야.’
이태준은 그 타자와의 승부에서 강한 자신감이 있었고.
그 자신감은 근거가 확실한 자신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