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7)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7화(7/210)
007화. 새출발 (4)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것을 말해주진 않는다.
데이터는 결국 기록을 통해 확인될 수 있는 것. 즉, 아직 기록되지 않은 영역까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빠르게, 그리고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포지션이 바로 포수.
이태준은 아직 데이터가 부족한 투수였다.
그래서 확인해보고 싶었다.
아직 데이터가 부족한 이태준이 던지는 공이 과연 어떠한 위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그것이 강태산이 포수를 자처한 이유였다.
‘투수가 던지는 공의 위력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람은 포수. 그리고 투수의 능력을 가장 빠르게 느낄 수 있는 사람 역시 포수니까.’
그리고 그것은 단 1구 만에 제대로 느껴볼 수 있었다.
‘워낙에 타점도 높고 디셉션도 좋아서 그런가? 수직 무브먼트가 데이터로 확인했던 것보다 확연히 더 강하게 느껴진다. 이거··· 만약 구속만 조금 더 붙을 수 있으면 제대로 건드릴 수 있는 놈 몇 없겠는데?’
이태준의 포심패스트볼이 갖는 위력적인 구위와 높은 완성도를.
하지만, 오늘 자신이 태준의 공을 직접 받아보는 것은 그가 구사하는 포심패스트볼이 지니는 구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기 위함만 있는 게 아니었다.
‘자, 이제 두 번째 공. 내 예상이 맞다면··· 이번에는 다른 포심을 던질 거야? 그렇지?’
태준이 던지는 또 다른 포심패스트볼의 존재 여부. 그것을 제대로 확인해보기 위함.
“테일링 좋다! 자! 이번에도 포심 한 번 더!”
그 의문을 더욱 명확히 느껴보고자 방금 요구했던 코스와 같은 방향으로 미트를 가져다 댔다. 이태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곧바로 자세를 다잡았다.
이윽고 방금과 완전히 똑같은 템포, 똑같은 자세로 공을 던졌다.
파아아앙-!!!
또 한 번 들려오는 묵직한 굉음. 강태산은 그것으로 의문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었다.
‘빙고! 이 녀석 진짜 미친놈이었어!’
그리고 속으로 만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자신의 팀에게 홀연히 굴러와 준 이태준이라는 황금.
그 황금의 가치가 더욱이 치솟았기 때문에.
‘이태준, 이 녀석 포심패스트볼의 테일링을 조절할 수 있는 녀석이다!’
이태준이 두 번째로 던진 포심패스트볼. 분명 직전의 그것과 달랐으니까.
이후 이어지는 포구에서 확신은 더욱이 뚜렷해질 수 있었다.
이태준은 포심패스트볼의 테일링을 조절할 수 있는 투수.
오늘의 입단 테스트에서의 수확은 확실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이상 더 끌고 갈 이유는 없었다.
테스트가 끝나자마자 강태산은 들뜬 마음에 곧바로 마운드로 발걸음을 옮겼다.
“직접 받아보니까 더 좋네! 이건 더 볼 것도 없어. 합격! 바로 계약 들어가도 되겠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웨이버 기간이 내일까지였지? 가서 바로 도장 찍자. 계약서 준비할 테니까.”
“아, 그거 때문에 한 가지 말씀드릴 부분이 있습니다.”
“으음?”
순간 살짝 당황한 듯한 강태산의 눈매가 살짝 좁혀졌다.
워낙에 풍채가 사나운 사내였기에 보통의 사람이었더라면 자칫 움츠러들었을 수도 있을 터였다.
그러나 태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원하는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 조건도 계약서에 추가시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계약이 코앞까지 다가온 지금. 뿌려 놓은 미끼를 거둘 시간이었다.
***
큰 창문을 통해 사직 야구장의 전경이 멋들어지게 비치는 부산 원더스의 단장실.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단장실로 강태산이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몇 장의 종이가 겹쳐진 클립 보드가 들려있었다. 이태준의 부산 원더스 입단 계약서였다. 하지만 그 계약서에는 아직 이태준의 사인이 담기지 않았다. 모든 것이 일사천리일 줄만 알았던 이태준과의 계약. 태준이 내건 조건 하나로 인하여 보류에 놓이고 말았다.
“단장님. 괜찮을까요?”
그리고 강태산을 따라 단장실에 발을 들인 전력 분석팀장 우현수는 염려의 목소리를 냈다.
“올해를 끝으로 임의 탈퇴로 풀어달라는 건··· 전혀 예상도 못 한 조건이었어요.”
태준이 원더스와의 계약에 내건 조건. 이번 시즌이 종료될 때 이태준 본인이 원한다면 임의 탈퇴로 풀어달라는 조건이었다.
자신이 아직 야구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을 그 이유로 댔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장민영 코치. 걔 원래 객기가 좀 센 편이었나?”
태준의 계약에 미온적인 태도가 영 걸렸던 스카우트 팀장 성재윤은 볼멘소리를 뱉었다.
“네? 아뇨. 그럴리가요. 선수 중 걔처럼 겸손하고 제대로 된 놈 몇 없었어요.”
“그런데 저런 거야?”
“그래서 저도 좀 의아했는데··· 태준이도 제 생각이 있잖겠습니까?”
“아, 뭐. 그래. 제 생각 있었겠지. 그랬겠다만··· 솔직히 나는 모르겠다. 얼마 전까지 방출됐던 놈이 뭔 자신감이 솟아나서 미국을 보고 있는 건지는.”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죠.”
“그래. 그래. 가능성 있지. 그런데 미국보다 한국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는 거 먼저 아니겠냐? 거기가 어떤 곳인데··· 그냥 아쉬워서 그런 거지 아쉬워서.”
성재윤은 스카우트 팀장이기 이전에 투수 선배였던 지라 아쉬운 티를 팍팍 냈다. 이태준이 바라보고 있는 곳이 얼마나 높은 곳인지를 알고 있었으니까.
“단장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웨이버 기간이 내일까지라.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은데.”
“하하하하하!”
그 질문에 강태산은 호탕하게 웃었다. 풍채도 사나웠고 워낙에 목소리가 컸던 터라 그의 웃음소리는 단장실 바깥까지 들렸을 정도로 우렁찼다.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살짝 움찔했다.
“하하하, 이태준. 이거 보통 녀석은 아니다. 그쵸?”
그러고는 계약서를 곁눈질로 스윽 훑어본 뒤 아쉬움이 묻어 나오는 어조로 토로했다.
“이렇게 되니. 제 카드를 굳이 숨기려던 이유도 확실해지네요. 우리 다 같이 처음부터 걔 손바닥 안에 있었다는 거니까.”
자신들은 지금 이태준이 놓은 미끼에 묶여 말려들었다는 사실을.
즉, 외통수에 걸렸던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팀은 선수 본인이 모르는 선수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렇게 해야만 가치를 깎아서 계약할 수 있을 테니까. 이는 너무도 당연한, 마치 만고의 진리와도 같은 것. 원더스라고 해서 다를 건 없었다.
이태준은 그 점을 십분 활용하고자 본인이 지닌 카드를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숨기지 않고 어슴푸레 드러냈다.
자신은 언제든지 다른 팀과 계약할 수 있다는 여지를 드러낸 것이라 봐도 무방했다.
거기서부터 원더스는 말려들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이태준과의 계약을 고사한다면 그는 언제든지 미국으로 떠날 수 있는 선수.
만에 하나 미국 도전에서 실패하고 돌아와 다른 팀과 계약이라도 맺게 된다면, 그것도 경쟁팀과 계약이라도 맺게 된다면, 언제든지 원더스에게 비수가 되어 돌아올 공산이 있는 셈이니까.
‘이미 우리가 진 거야. 지고 들어갈 수밖에 없어.’
즉, 강태산은 이태준이 놓은 외통수 앞에 원더스가 말렸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했다.
‘신나서 미끼를 문 쪽은··· 우리니까.’
이태준을 품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가 내건 조건을 수용해야만 한다.
‘참··· 인간이라는 게 간사하지. 태준이는 사실 우리한텐 전혀 예상치도 못한 횡재라고 볼 수 있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먼저 들고 있었으니.’
아쉽지만, 어찌할 도리는 없다. 만약 이태준이 원더스를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고민조차 사치. 원더스에게 그 이상의 사치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렇게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태준의 웨이버 공시의 종료 기간은 내일까지. 하지만 결론을 내린 이상 내일까지 기다릴 이유는 없었다. 태준을 곧 단장실로 불러들여야만 했다. 그의 요구 사항이 추가된 계약서와 함께.
‘역시 피는 못 속인다는 건가···’
강태산은 이태준에게서 자신의 오랜 기억 속에 거대한 산처럼 여기는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었다.
***
원더스는 계약서상에 태준이 내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임의 탈퇴로 풀어줄 것’이라는 조건을 덧붙였다. 그 후의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계약은 성사. 계약서의 도장이 찍힌 그 순간부터 이태준은 부산 원더스 소속의 선수. 물론 기한은 그리 길지 않았다. 정확히 이번 시즌까지. 그리고 이번 시즌은 어느덧 절반 즈음 진행되는 중이었다.
‘즉, 한국에서 뭔가 얻어낼 수 있는 시간 자체가 그리 길지 않다는 것.’
태준이 한국에 남은 이유는 단 하나. 마이너리그에서는 할 수 없지만, 이곳 KBO에서는 가능한 계획.
한국에서 끌어모을 수 있는 최대한의 인지도를 끌어모은 후 MLB에 올라서는 것.
이를 위해서는 계약한 오늘부터 곧바로 선수단에 합류할 필요가 있었다. 다만 바로 1군으로 합류할 수는 없었다.
응당한 처사였다. 잠재력과 실력은 분명히 구분 지어야 할 문제. 다른 이의 눈에 이태준은 내재 된 잠재 가치가 상당한 투수였을지는 몰라도 아직 실전 경험 한번 없는 유망주 투수였을 테니까.
한 번에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다. 지금은 차근차근 계단을 밟고서 올라가야 할 시기였다. 물론 속도는 자신이 낼 수 있을 만큼의 최대 속력으로. 여유롭게 밟을 생각은 없었다.
지금의 단기적인 목표는 전반기가 끝나기 전에 1군 로스터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것. 약 1달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 과정의 첫 계단을 밟기 위한 과정.
2군 투수 코디네이터로 임명된 장민영의 차를 타고 함께 상동으로 향했다.
“이야··· 태준이 너한테 그런 강단이 있을 줄은 예상도 못 했다 야. 다들 놀랬어.”
그렇게 상동으로 가는 향하는 중 장민영이 말을 걸어왔다.
“하하, 죄송합니다···”
이에 태준은 멋쩍은 듯 답했다.
“에이, 죄송할 게 뭐 있어. 선수가 자기 권리 찾는 건 당연한 거야. 이번 건 네가 머리를 잘 쓴 거지.”
사람 좋은 선배. 태준에게 장민영은 늘 그런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러했다.
“네 투구 폼이 지금 되게 역동적이잖아? 아마 다른 코치님들이 네 투구 폼 보면 수정하자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거야.”
열심히 하려는 후배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선배. 그런 사람이 이제 같은 팀의 코치가 되었다. 마치 든든한 아군을 곁에 두게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근데 난 네가 그 폼을 계속 가져갈 수 있으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야. 네가 몸 단련을 잘 해온 것도 있고 또 타고난 부분도 있어서 몸이 되게 유연하고 힘도 좋단 말이야? 지금 네 투구 폼은 몸만 견뎌줄 수 있으면 정말 좋은 폼이거든. 그래서 난 교정하려는 것보다 지금 네 폼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디테일적인 부분만 계속 갈고 닦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떻든?”
“제 생각도 같습니다. 지금 폼으로 던지는 게 불편한 느낌도 전혀 없고 저한테 딱 적합한 폼을 찾은 느낌이거든요. 지금 이대로 가면 좋은 결과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그 말에 그 자리에서 장민영만 모르는 동승자 한 명··· 한 유령이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그럼, 누가 만든 투구 폼인데. 무조건 좋은 결과 나오지. 그리고 태준이 네 몸은 그 역동적인 폼에 최적화된 몸이고.]물론 그의 음성은 태준에게만 들리는 목소리. 그 투구 폼이 누구의 투구 폼인이 알 길이 없는 장민영은 그저 자신이 본 것만으로 평가를 내릴 뿐이었다.
“투수를 시작하자마자 자기한테 적합한 투구 폼을 찾는다는 거. 그게 진짜 재능인 거야. 까놓고 말해서 선수 생활 전반에 걸쳐도 못 찾는 놈들도 허다하거든. 그러니, 자부심 갖고 자신감 있게 던지면 무조건 결과 있을 거야.”
“네, 감사합니다! 민영 선··· 장민영 코치님!”
“둘이 있을 때는 그냥 네 맘대로 불러. 형이라 불러도 되고.”
“이제 같은 팀 코치님인데 어떻게 그럽니까. 적어도 원더스 유니폼 입고 있는 동안만큼은 어디서든 코치님이라 부를 겁니다.”
“짜식, 맘대로 해라.”
그 말에 장민영은 피식 웃어넘겼다. 그렇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중 시야에 거대한 부채꼴 모양의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태준의 제2의 야구 생활이 시작하게 될 첫 장소.
‘저기구나. 내 두 번째 삶이 시작될 곳.’
상동 야구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