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71)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71화(71/210)
071화. 태양을 향해 (4)
사직 야구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두 명의 투수가 보이는 학살극.
수준 높은 투구 곡예.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타격음보다 더 많이 들려오는 심판의 우렁찬 삼진 콜.
그런 투수전은 홈런이 펑펑 터져 나오는 화끈한 타격전 이상의 쾌감이 따라온다.
그렇기에 야구 팬들은 환호할 수밖에 없다.
에이스 투수와 에이스 투수의 맞대결을.
그리고 그런 경기는 기자들도 더욱이 강한 조명을 비추곤 했다.
[이태준 vs 산체스 에이스 격돌의 결과는?] [0점대 투수 vs 1점대 투수 최상위 투수 맞대결] [기록 향한 도전 중 만난 ‘1선발’ 이태준 이번에도 넘을까?]오늘 펼쳐지고 있는 경기를 앞두고서 포털 사이트는 이태준과 마리아노 산체스의 대결에 관한 기사로 도배됐고,
애써 외면하려 해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원더스의 타자들은 경기 전부터 기 기사를 접한 상태였다.
또한, 그 순간에 원더스의 타자들은 비슷한 생각을 마음 속으로 품었으니.
‘에이스 자존심은 우리가 지켜줘야지!’
최근 원더스가 일으키고 있는 파란. 그 중심에 선 자신들의 에이스, 이태준이 짊어진 책임감을 덜어주고자 하는 마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원더스의 타자들은 꺾이지 않을 단단한 마음가짐과 함께 경기에 임했었다.
다만, 마리아노 산체스가 던지는 공은 그들의 의지보다 더 강력했다.
퍼어엉-!!!
“스트라이크!”
공이 포수의 미트에 꽂힐 때마다 들려오는 파괴적인 굉음.
[156.0Km/h]‘아니, 무슨 선발 투수가 이런 강속구를 계속 박아대?’
전광판에 기록되는 구속은 강속구의 기준인 150Km/h를 훌쩍 넘어서 있었다.
게다가 분당 회전수도 2700~2800 부근에서 형성되는 터라 구위도 제법 묵직한 편.
그것만으로도 마리아노 산체스라는 투수가 얼마나 뛰어난 투수인지를 알 수 있었을 정도.
하나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헛스윙 삼진! 마리아노 산체스의 폭포수 같은 너클 커브에 원더스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집니다! 이것으로 5개째 삼진!」
최고 130Km/h까지 나오는 큰 낙폭의 너클 커브.
이는 마리아노 산체스라는 투수가 KBO 내 폭군으로 군림할 수 있게 만들어준 주력 구종으로 이 또한 타자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구종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부웅-!
퍼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이번에는 스위퍼로 삼진! 마리아노 산체스 선수의 스위퍼가 타자의 방망이를 완벽하게 빗겨 갑니다! 이것으로 삼진 6개째!」
스위퍼.
횡 무브먼트가 확연히 도드라지는 슬라이더.
속구와 너클 커브만으로 정점에 섰던 마리아노 산체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스위퍼까지 장착하며 그야말로 생태계 교란종이 되어 있었다.
「3이닝까지 퍼펙트! 잡아낸 삼진은 6개! 마리아노 산체스가 왜 자신이 KBO 최강의 투수인지를 제대로 입증해내고 있습니다!」
강속구,
너클 커브,
스위퍼,
그 세 가지의 위력적인 구종은 원더스 타자들의 강력한 의지를 단번에 꺾어냈다.
“Yell at me now! Huh!”
그러고는 3루측의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며 소리쳤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반대 쪽 더그아웃에서 지켜봐야 했던 원더스의 타자들은 한탄을 내뱉었다.
“옐로··· 뭐? 쟤 지금 인종 차별하는 건가?”
“옐로우가 아니라 옐 앳 미. 소리 질러 달라고. 이 무식아.”
“아이 참, 그 못 알아들을 수도 있지···. 후, 그나저나 산체스 저 녀석은 어찌 된 게 작년보다 더 무서워졌어.”
“그러게. 왜 저런 녀석이 한국에 남은 거야? 그냥 곱게 미국으로 가줄 것이지···.”
이미 지난 시즌 2.29의 평균 자책점, 210개의 탈삼진, 18승 4패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거두며 골든 글러브까지 수상한 적 있는 투수, 마리아노 산체스.
모두가 다시 미국으로 복귀하리라 예상했던 그 투수는 무려 230만 달러라는 초대형 계약 규모로 잔류를 택했고,
이번 시즌 스위퍼와 함께 더욱 강해져서 돌아오더니 급기야 후반기가 시작된 지 1달이 넘어가는 지금까지 1점대 평균 자책점을 유지하는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그런 마리아노 산체스의 퍼포먼스는 팬들에게도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으며,
[ 서울 드래곤스 VS 부산 원더스]ㄴ하, 진짜 뭔 구속이 155 밑으로 내려갈 생각을 안하냐?
ㄴㄹㅇ; 저런 실력이면 미국 가서 야구할 생각 해야지 왜 여기 남아서 이러는 건지 ㅡㅡ
ㄴ아~ 꼬우면 너네도 산체스같은 투수 데려오던가~~~ ㅋㅋㅋ!
드래곤스 팬들에게는 자긍심과 같은 선수였다.
그리고 그런 선수는 대개 모든 KBO 팬들에게 공공의 적.
ㄴ이제 곧 9월인데 아직도 1점대 평자는 너무하잖아;
ㄴ태준아 제발 이겨다오! 산체스 꺾이는 모습 좀 보고싶다!
ㄴ널 버린 팀의 에이스 잡는 모습 한 번 보여주자!
그러다 보니 태준은 드래곤스 팬들을 제외한 9개 팀 팬들의 응원아닌 응원을 받고 있었던 상황,
물론 이태준 본인은 그러한 사실을 알 수 없었지만.
그리고 마리아노 산체스가 어떤 공을 던지고 어떤 성적을 거두고 있어도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투구에 집중하고 있을 뿐.
4회 초, 1번 타자부터 시작되는 드래곤스의 공격.
슈우우웅-!
퍼어엉-!
[136.7Km/h]이태준이 던지는 포심패스트볼의 구속은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당장 방금 마리아노 산체스가 던진 포심패스트볼보다 거의 20Km/h가량 느린 구속.
「아, 이태준 선수. 앞서 3이닝을 퍼펙트로 막긴 했는데 오늘 경기 구속이 올라오지 않는 느낌이에요. 오늘 포심을 한 열 개 정도 던졌는데 구속이 140을 넘는 공이 없었어요. 지난 두 경기에서 투구 수가 적잖이 쌓였던 것에 대한 여파일까요?」
「그렇습니다. 워낙에 이태준 선수의 제구력이 뛰어나고 구위가 좋기에 정타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지금의 구속은 이상 증세가 아닌가. 이런 걱정이 들기는 합니다.」
당장 지난 경기에서 포심패스트볼의 구속이 140대 중반 즈음으로 형성됐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는 나름 합리적인 추론.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아직 이태준은 단 한 번도 주자를 출루시킨 적이 없다는 것.
따악-!
「2번 타자 이경우의 2루수 키를 넘는 깔끔한 안타! 오늘 경기 첫 안타가 이경우의 손에서 터져 나옵니다!」
그런 상황 속, 처음으로 터져 나온 안타.
오로지 0으로 꽉꽉 채워져 있던 전광판에 H 옆에 1 하나가 새겨지는 순간.
「이어지는 타선은 중심 타선! 3번 타자 유승표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유승표 선수, 전 타석에서는 맥없이 3구 삼진으로 물러났었는데요. 과연 이번 타석, 주자가 채워진 타석에서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 이 승부에서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
이어지는 중심 타선.
그 순간 오늘 경기 평소보다 느린 공을 던지고 있던 태준을 향한 걱정 담긴 시선이 모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태준의 표정은 여전히 덤덤했다. 가히 완벽한 포커페이스.
그리고 그 승부에서 이어지는 초구.
슈우우우욱-!!!
바람을 맹렬히 가르는 소리와 함께 스트라이크 존 안팎으로 찔러 들어가는 포심패스트볼.
코스는 인 하이 코스.
부우웅-!!!
당장 첫 타석에서의 초구와 같은 코스. 유승표는 이번에야말로 그 공을 놓치지 않고자 방망이를 힘차게 휘둘렀다.
‘어?’
하지만 그뿐이었다.
퍼어엉-!!!
완전히 늦어버린 타이밍. 공은 그대로 방망이를 지나친 뒤 포수의 미트에 박혀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전광판에 기록되는 구속.
[146.8Km/h]146.8Km/h.
이태준이 그간 던진 포심패스트볼 중 가장 빠른 구속이 기록될 수 있었다.
「말씀드리는 그 순간! 이태준 선수가 던진 포심의 구속이 146Km! 다시 우리가 알던 이태준 선수의 모습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너무도 명확했다.
「아, 이태준 선수. 주자가 한 번도 나간 적이 없다 보니 계속 완급 조절을 하고 있었던 거네요. 허허, 이거 깜빡 속았습니다.」
완급 조절.
지난 14연속 타자 탈삼진을 거둔 그 경기로부터 여실히 느꼈던 완급 조절의 중요성.
태준은 오늘 경기에서 그 배움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었던 것.
퍼어엉-!
“스트라이크!”
그리고 대뜸 전력투구를 시작하기 시작한 태준의 투구는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지금 타석에 선 타자 유승표는 비록 지난 타석에서 3구 삼진을 당하긴 했지만, 엄연히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인 수준급의 타자.
지금 태준이 펼치는 승부는 그런 타자마저 자신의 손아귀에 올려 두고서 싸우는 듯한 양상이 그려지고 있었다.
‘아니 무슨 저 녀석은 전력으로 투구를 해도 제구가 흐트러지질 않냐···?’
투수가 전력을 다한 투구에 들어가면 힘을 빼고 공을 던질 때보다 정교한 제구가 어려운 것이 보통일 텐데 이태준은 그런 모습이 전혀 없었다.
힘을 빼고 던질 때나 전력을 다해서 던질 때나 정교한 제구력은 변함이 없었다.
「허허, 시속 141Km의 커터가 저렇게 보더 라인에 걸치듯 들어가면. 이건 칠 수가 없는 걸 넘어서 치면 안 되는 공이에요. 저런 공은 괜히 쳐 봐야 좋은 타구 안 나오거든요. 유승표 선수도 그걸 알기 때문에 방망이를 함부로 꺼낼 수 없던 거고요.」
안 그래도 까다로운 무브먼트가 실린 공이 코너워크까지 이뤄지니 상대하는 타자로서는 그저 미치고 환장할 노릇.
유승표는 두 번째 승부에서마저 순식간에 노 볼 투 스트라이크의 볼 카운트를 내주고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 진짜 미치겠네. 이런 걸 어떻게 치라고.”
그러고는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리고 그런 유승표의 한탄을 원해솔은 놓치지 않았다.
“그러면 한 가운데 던져주면 칠 수는 있고?”
“···. 안 던져주실 거 다 압니다.”
유승표는 원해솔이 타자를 살살 약 올리는 트래시 토크에 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를 원천에 차단하려 했다.
“이번에 들어오는 거 못 치면. 마 쪽팔린 줄 알아라. 알긋나?”
“아, 네. 네. 알겠습니다. 그냥 적당히 던져주십쇼.”
다만 그렇다고 해서 약 올리는 것을 멈출 원해솔이 아니었다. 그는 사인을 맞추는 과정 사이사이 툭툭 시비를 던졌고. 슬슬 유승표의 신경이 긁힐 때쯤.
슈우우우욱-!
이태준은 재빠른 셋 포지션을 끝낸 뒤 곧바로 투구에 들어갔다.
따악-!
그 찰나의 순간, 유승표도 반응을 보였으나.
‘에이 씨발!’
타격 지점 바로 앞에서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 방망이는 공의 윗부분을 살짝 건드렸고,
그게 제대로 된 타구가 만들어질 리는 만무했다.
타구는 그대로 투수 앞으로 신속 정확하게 배송됐고, 태준은 그 공을 집어 잽싸게 2루로 송구했다.
“아웃!”
투 아웃.
그리고 공은 곧바로 1루로 전달됐다.
“아웃!”
그렇게 전달된 공은 전력 질주로 내달린 유승표보다 확연하게 빨랐다.
그렇게 쓰리 아웃.
간신히 안타를 뽑아낸 뒤 중심타선으로 이어지는 기회는 그 타구 한 번으로 사라져버렸다.
“하아, 씨발. 또 스플리터야···?”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 타석에서 당한 구종에 또 당해버렸다는 생각에.
그렇게 4회 공격은 종료.
그때까지 태준이 던진 투구 수는 고작 34구에 불과했다.
[ 부산 원더스 VS 서울 드래곤스]ㄴㅋㅋㅋㅋ 또플리터 ㅋㅋㅋ 승표야 또 속냐?
ㄴ드래곤스 공격 왜 이렇게 빨리 끝나냐고요~ ㅋㅋㅋ
ㄴ이야, 근데 진짜 주자 나가자마자 공에 힘 딱 붙는 거 미쳤고;
ㄴㄹㅇ; 계속 130km 중반대 나오길래 어디 탈이라도 난 건가 싶었는데 완급 조절이었네;
ㄴ자~ 그러면 이제 45이닝 연속 무실점인가? 오늘 진짜 깨지나?
***
이태준과 마리아노 산체스.
그 두 명의 투수 모두 메이저리그의 스카우트들이 주시하는 선수였다.
“산체스도 투 피치였을 땐 그렇게 매력적인 투수는 아니었는데. 확실히 스위퍼를 장착하고 나서 스텝 업이 제대로 이뤄진 듯합니다. 아마 지금 실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면, 5선발에서 잘하면 4선발 자리까지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요?”
먼저 드래곤스의 에이스 투수인 마리아노 산체스.
그는 KBO에 오기 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몇 번 경기에 나선 전례가 있던 투수.
하지만 그 시절엔 5점대에서 6점대 사이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며 기껏해야 탱킹 팀의 5선발이나 롱 릴리프 역할을 맡아줄 투수 정도로 평가됐었다.
하지만 지금의 실력이라면 웬만한 팀의 레귤러 4~5선발 투수 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것이 현재 스카우트들의 평가였다.
“그리고, 이태준···.”
이어서 이제는 그들의 시야에 완전하게 들어와 있는 또 한 명의 투수, 이태준.
최근 광폭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방금까지 무려 45이닝을 단 한 점의 실점조차 허락하고 있지 않은 투수.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저렇게까지 구속을 낮추고 높이는데도 커맨드가 흔들리는 기색이 전혀 없어요. 경험이 부족한 선수가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 투수가 보이는 완급 조절 능력. 그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또 한 번의 충격이었다.
“뭐, 사실 저런 기술이 메이저리그에서 얼마나 먹힐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허, 이젠 이 투수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겠어···.”
사실 지금의 완급 조절은 1번부터 9번까지, 모든 타선의 타자가 KBO의 4번 타자와 맞먹거나 그 이상인 메이저리그에서는 적극적으로 가져가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일단 완급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 그것도 꽤 출중한 수준으로 가능하다는 점은 분명한 메리트였다.
“게다가···. 그 사이에 또 구종이 하나 더 늘었고.”
거기에 새로운 구종의 추가까지.
이태준은 말 그대로 매 경기 다른 투수가 되어 나타나는 중이었으니.
도저히 그 수준을 가늠할 수 없었다.
오늘 사직 야구장을 찾아와 이태준의 투구를 지켜보며 오늘 수차례 헛웃음을 짓던 푸른 눈의 스카우트.
그는 끝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난 이제 모르겠어. 도대체 저 투수가 과연 시즌 막바지 즈음에 어디까지 도달해 있을지가.”
이태준이라는 투수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를.
그리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 어느 정도까지 폭발력 있는 퍼포먼스를 펼쳐낼 수 있을지를.
이태준은 어느새 그런 투수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