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72)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72화(72/210)
072화. 태양을 향해 (5)
서울 드래곤스의 외국인 선발 투수, 마리아노 산체스는 지난 시즌이 종료된 직후 복수의 메이저리그 팀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은 적 있었다.
또한, 일본 NPB의 몇몇 팀에게서 들어온 제안도 있었으며, 그 계약 규모 또한 나쁘지 않았다.
당장 KBO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 계약 규모인 230만 달러를 상회 하는 제안만 하더라도 그 수가 제법 됐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무수한 악수의 요청 속에 마리아노 산체스의 선택은 KBO였다.
[드래곤스, 마리아노 산체스 230만 달러 재계약··· 외국인 역대 최고액]ㄴ아니 왜 미국 안 가고 또 남음? 미쳤어?
ㄴ리얼;; 최소 일본은 갈 줄 알았는데;
ㄴ와; 이 정도면 다년 계약 의심해 봐야 하는 거 아님?
ㄴ230만 달러···. 비싸긴 해도 몸값 다 하는 놈이니 ㅋㅋ;
워낙에 독보적인 실력을 지닌 외국인 선수였기에 해외 진출은 거의 기정사실로써 받아들여지고 있었기에.
그 계약 소식은 꽤 많은 KBO 팬들에게 탄식을 자아냈었을 정도.
그런 투수인 마리아노 산체스가 한국 무대, KBO에 남았던 이유, 아직 한 번도 공식적으로 밝힌 적 없었던 진짜 이유.
‘Oh my goodness! 누가 뭐라 해도 여기선 내가 왕이고 내가 주인공이야···!’
그것은 KBO라는 무대가 그에게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당장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그는 기껏해야 고의로 최하위 순위를 기록하려는 소위 ‘탱킹’ 팀의 5선발, 혹은 큰 점수 차에 등판하는 롱 릴리프 역할이 고작.
단 한 번도 그라운드 위의 주인공이 된 적이 없었다.
그러던 중, KBO에서 뛰었던 동료 선수로부터 이야기를 몇 번 전해 듣게 되면서 관심이 생기게 됐고,
그렇게 KBO 무대에 뛰게 되면서 그는 처음으로 자신을 연호하는 관중들을 보게 됐고,
처음으로 자신이 정점에 선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지독히도 매력적이었고 상상 이상으로 중독성이 강했다.
그리하여 그는 한 번 더 KBO에 남는 선택을 내렸고.
[2년 연속 GG 수상 정조준? 산체스, 1점대 평균자책점 유지하며 전반기 종료]KBO 2년 차 시즌, 그는 지난 시즌보다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KBO를 평정했고,
[산체스 오늘도 무실점! 왕을 꺾을 자는 누구?]리그의 왕으로서 추앙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자신을 향해 있던 스포트라이트가 옮겨가기 시작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대상은 오늘 경기 그의 상대였던 이태준.
[완벽했던 선발 데뷔전! 이태준 5이닝 무실점, 첫승 거둬!] [위너스 상대로 ‘완봉승’ 이태준, 다시 한번 한계 뚫다!] [14연속 탈삼진! 이태준, ‘세계 신기록’ 달성!] [41이닝 연속 무실점! 이태준, ‘SUN’ 기록에 도전장 내밀다!]오늘 경기에서 더욱이 큰 주목을 받는 쪽 역시 이태준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 마리아노 산체스가 더욱이 파이팅 넘치게 공을 던지고 있던 이유였다.
퍼어엉-!!!
“스트라이크!”
[157.5Km/h]「이번에도 157km가 기록됐습니다. 산체스의 강속구는 5회에도 여전한 힘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페이스가 장난이 아닌데요? 원더스 타자들의 타이밍을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고 있어요. 스윙이 계속 늦습니다.」
강속구.
투수들에겐 낭만과도 같은 이상.
마리아노 산체스는 그것을 주무기로 다루는 투수였고,
그의 강속구는 힘이 떨어질 듯한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부우웅-!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야말로 추풍에 낙엽이 쓸려 가는 듯한 광경.
「삼진! 이번에도 삼진입니다! 10개째 탈삼진! 마리아노 산체스가 단 5이닝만에 10개의 탈삼진을 기록합니다!」
그런 마리아노 산체스가 5이닝 동안 잡아낸 삼진의 개수만 하더라도 무려 10개.
이닝 무려 2개의 삼진을 잡아 올리고 있었다.
“훠우-!”
그렇게 삼진을 잡아낼 때마다 마운드 위에서 포효하며 자신의 승리를 만끽했다.
“하, 산체스. 쟤 오늘 유독 오버가 심한 것 같다? 원래 저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런 산체스의 모습을 원더스의 더그아웃은 탐탁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뭐, 상대가 태준이잖아. 원래 에이스 투수끼리 대결이 그렇거든. 의식이 되는 게 당연한 거지.”
그리고 정준은 산체스가 오늘 경기에서 평소보다 더욱이 큰 셀러브레이션을 보이는 이유를 정확하게 통찰했다.
1선발과 1선발끼리의 대결.
에이스 투수와 에이스 투수의 대결.
사람이라면 그런 대결에서 형성되는 라이벌리를 의식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근데, 선배님은 딱히 그런 것 같진 않던데요?”
“나? 야, 씨. 내가 지금 몇 살이냐? 뛴 경기는 몇 경기고. 이 나이 돼서까지 그러는 건 그냥 노욕이지.”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먼저 정준과 같은 백전노장의 케이스.
그런 선수들은 신경전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기엔 감정선이 닳고 닳아 있었을 테니까.
“어···. 그러면 태준이는 어떻게 저렇게 태연한 거죠? 쟨 엄연히 신인에 가까울 텐데.”
“흐흐, 간혹 있어. 태준이 같은 이레귤러인 녀석들이.”
그리고 또 다른 케이스.
이태준과 같은 천부적인 강심장을 가진 케이스.
이런 케이스는 가타부타 이유를 붙일 필요도 없다.
“너도 딱 그런 생각 들었을 거 아냐. 태준이는 누굴 만나던 똑같은 공을 던질 놈이라는 거.”
“그렇죠? 태준이가 긴장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으니.”
“태준이는 다른 설명 필요 없어. 그냥 그런 기질을 타고난 거야.”
그냥 타고난 것뿐이니까.
그의 사고에는 긴장 따위가 스며들 틈은 애초부터 없었으니까.
“그래서. 태준이가 에이스가 될 수 있는 거야. 뭐, 지금은 산체스가 더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끝까지 가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지금 이 게임, 태준이가 우위에 있었다는 걸.”
5이닝 무실점 1피안타 10K vs 5이닝 무실점 1피안타 3K
5회까지 이어진 성적만 놓고 보면, 10개의 삼진을 올린 마리아노 산체스 쪽이 더 화려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정준은 이태준이 앞서 나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또한, 그 확신에는 그 무엇보다 확실한 근거가 있었다.
이태준이라는 이름의 근거가.
***
지금 이태준이 선보이는 노련한 투구.
정준은 그러한 것이 가능한 이유로 이태준의 강인한 멘탈을 꼽았지만,
이태준이 공을 던지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던 로건 라이트의 생각은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 있었다.
[이 녀석이 이런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건. 결국, 기술이 완성되어 있는 게 크다.]먼저 기술의 영역.
부우웅-!
퍼어엉-!
“스트라이크!”
[137.8Km/h]지금 이태준이 던지는 포심패스트볼의 구속은 분명 빠르지 않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평가하자면 느리다.
140도 나오지 않는 구속.
하지만 그런 느린 구속에 드래곤스 타자들의 반응은 분명 맞지 않고 있었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평가하자면, 타이밍이 늦었다.
140도 나오지 않는 그 느린 공에.
물론 지금 펼쳐지고 있는 것은 무슨 마법 같은 것이 아니었다.
스피드 건에 의해 측정되는 구속보다 타자가 체감하는 구속이 더 빠른 현상은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을 테니.
가령, 타고난 유연성을 통해 긴 투구 딜리버리를 형성해 릴리스 포인트를 최대한 앞쪽까지 끌어내는 방식도 있을 테고, 강한 손가락 악력을 통해 공에 강한 회전력을 담아내어 구위를 향상시키는 방식도 있을 테고, 정교한 디셉션을 통해 까다로운 피치 터널을 설계하는 방식도 있을 테니.
그것이 투수들이 투구 폼을 빚어내는 데 최선을 다하는 이유.
선수 생활 전반에 걸쳐 자신에게 가장 최적화된 투구 폼을 찾기 위해 교정을 멈추지 않는 이유였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 속, 이태준은 자신의 공이 빠르게 보이도록 만드는 모든 것을 가진 투수였다.
[워낙에 다리도 길고 유연하기에 스트라이드도 보통의 투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길지. 그리고 왼팔의 스윙 속도도 빠르게 혹은 느리게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고. 디셉션, 피치 터널이야 더 말 해봐야 입 아플 테고.]140도 나오지 않는 느린 공. 보통의 투수가 던지는 그런 구속의 속구는 KBO의 타자라면 분명 배팅볼처럼 칠 수 있어야 했을 터.
하지만 태준은 보통의 투수가 아니었다.
느린 공도 빠른 공처럼 보이도록 하는 기술이 가히 리그 최상위권, 아니 세계 최상위권일 테니.
지금 그가 지닌 투구 메커니즘은 로건 라이트의 메커니즘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이유에 그쳤다면, 이렇게까지 무지막지한 성적은 낼 수 없었겠지. 세상에 투구 폼이 부드럽고 공이 빠르고 구위가 뛰어난 녀석은 그 수가 적진 않을 테니까. 하지만, 이 녀석만큼 던질 수 있는 투수는···. 단언컨대 한 손으로도 세야 할 정도일 테니까.]하지만 이태준이 선보이는 퍼포먼스는 거기서 멈춰있었더라면 낼 수 없을 수준의 퍼포먼스.
[태준, 이 녀석의 심리전 능력은···. 차원이 다른 수준이니까. 그리고 그 정도의 디테일은 절대로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고, 또 배운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야. 애초에 타고난 녀석의 끝없이 반복되는 단순 노동. 그것으로 빚어내는 것. 이태준은 그걸 만들어낸 녀석이다.]부단한 노력으로 빚어낸 통찰력, 그 남다른 통찰력으로 일궈낸 심리전 능력.
이태준은 그 능력이 남들과 비견될 수 없을 경지에 올라 서 있는 선수였다.
어쩌면 로건 라이트 자신보다 더.
그리고 그 투수는 지금 온전히 자신의 투구에 집중하고 있었다.
따악-!
“아웃!”
「드래곤스의 이번 공격도 3자 범퇴! 단 5개의 투구 수로 이닝의 세 타자를 전부 범타로 잡아냅니다!」
「아! 왜 이렇게 빨리 끝나나요! 드래곤스!」
마리아노 산체스처럼 시속 155Km를 넘는 위압적인 강속구를 던지는 것도 아니었다.
또한, 많은 삼진을 잡아내는 것도 아니었다. 잡아내는 삼진 개수만 보면 산체스 쪽이 3배는 더 많았다.
TEAM 1 2 3 4 5 6 7 8 9 R
드래곤스 0 0 0 0 0 0 0 – – 0
원 더 스 0 0 0 0 0 0 – – – 0
다만 결과는 똑같은 무실점.
아직 스코어는 여전히 0 대 0이었다.
하지만 그 승부를 지켜보는 모두가 이제는 명확히 알 수 있었다.
흐름을 잡아낸 쪽이 어느 쪽인지를.
따악-!
「원해솔의 큼지막한 타구! 좌중간을 완전히 갈라버립니다! 그리고 1루에 있던 신성혁 2루 돌아! 3루! 아! 말씀드리기 무섭게 3루를 지나 홈으로 내달립니다!」
이태준이 7회까지 투구 수 64구, 6개의 삼진으로 실점 없이 이닝을 막는 동안, 6회까지 무려 11개의 삼진을 올렸던 마리아노 산체스.
그 투수는 결국, 7회 말, 앞서 두 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낼 수 있었지만, 처음으로 볼넷 출루를 허용한 뒤, 5번 타자 원해솔에게 장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좌익수 유승표 공 빠르게 잡아 홈으로 다이렉트 송구! 그리고 결과는···!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주자 홈인! 길고 길었던 0의 균형이 해결사 원해솔의 손에 의해 깨집니다! 스코어 1 대 0 먼저 앞서가는 쪽은 원더스!」
아주 살짝 느려진 구속.
아주 살짝 몰린 실투.
그 조금의 차이가 무너뜨린 균형.
“FUCK! FUCK!”
그 결과에 마리아노 산체스는 마운드 위에서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글러브를 내동댕이쳤고.
“캬! 나이스! 드디어 점수 뽑았다!”
“와, 역시 원해솔 선배님! 무대를 완전히 뒤집어 놓으셨다!”
원더스 더그아웃의 타자들은 홈 플레이트를 밟은 뒤 돌아온 주자를 격렬히 반기며 그 순간을 만끽했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리고 다시 그라운드.
이어지는 6번 타자와의 승부. 마리아노 산체스는 12개째의 삼진을 잡아내고서 더그아웃으로 돌아왔지만, 그의 낯빛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
그 또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대 투수가 마운드 위에서 보이는 살벌하기 그지없는 아우라.
그것이 너무도 선명하게 느껴졌기에.
그리고 그 불길한 예감은 곧 현실이 되었으니.
「이태준 선수가 8회 초 드래곤스의 공격까지 실점 없이 막아내면서! 위너스의 영원한 전설! 지지 않는 태양! 선영광 선수의 대기록! 49이닝 무실점! 드디어 그곳에 도달하고야 말았습니다!」
8이닝 무실점.
이태준은 자신과 다르게 여전히 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켜냈으니.
【49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합니다!】
【KBO의 타이기록을 달성합니다!】
【타이기록 경험치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추가 경험치 +50000】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의 LV이 상승합니다!】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 LV.32로 올랐습니다!】
이태준.
그가 KBO의 영원한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순간이.
하지만 그 기록이 달성되는 순간까지도. 이태준의 표정은 덤덤하기 그지없었다.
[슬슬 준비하자고. 9회 등판.]‘네, 그 이닝도 확실하게 틀어막고 내려오겠습니다.’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