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74)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74화(74/210)
074화. 태양을 향해 (7)
그렇게 선수들이 시리즈를 준비하는 한편, 야구단 그림자와 같은 이들. 프런트.
그중 마케팅팀은 경기를 앞두고 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14연속 타자 탈삼진 기념 굿즈. 디자인 어디까지 진행됐어요?”
“거의 완료 단계랍니다. 아마 곧 수주도 가능할 듯싶습니다.”
그중 첫 단계는 연속 탈삼진과 관련된 기념 굿즈들의 제작.
며칠 전 이태준은 총 2개의 마일스톤을 세웠다.
KBO의 신기록, 11연속 타자 탈삼진.
그리고 세계 신기록, 14연속 타자 탈삼진.
그 기록이 세워질 때 강하게 피어오른 열기가 아직 식지 않았을 때,
그 불씨를 이어갈 수 있도록 부채질을 해줘야 하는 것이 마케팅팀이 맡은 역할.
그것이 그들이 요 며칠간 바삐 움직이기 시작한 이유였다.
“선영광 선수 인터뷰 허락받았습니다. 너무 기꺼이 응해주시던데요?”
그리고 그들이 바빠진 또 하나의 이유. 33년간 깨어지지 않은 49.1이닝 무실점이라는 대기록이 목전까지 다가왔다는 것.
물론 그 기록까지 9이닝가량의 적지 않은 이닝이 남아있었지만, 기록이 가시권 안팎으로 들어온 이상, 가만히 앉아서 관망하는 것은 직무유기.
그들은 이태준의 50이닝 무실점 경기를 앞두고 이벤트를 하나 준비하고 있었다.
바로 기록의 원 주인공인 선영광이 직접 축하해주는 영상을 전광판 위로 띄우는 것.
KBO의 한 시절을 풍미했던 전설적인 투수이자,
지금은 한 명의 원로로서 그 대우를 받고 있던 선영광은 그런 원더스 마케팅팀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허허, 물론이죠. 기록이 깨어지는 건 언제나 축하해줘야 할 일이고 기뻐해야 하는 일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하면서···.
그렇게 준비되었던, 이제는 전(前) 기록의 보유자가 된 선영광의 축하 메시지가 담긴 영상.
50이닝 무실점이라는 대기록이 수립되는 그 순간.
그 영상이 사직 야구장의 나름 최신식 전광판을 통해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 순간 환호로 가득했던 사직 야구장에 일순 고요가 감돌기 시작했고,
태준도 홈 플레이트를 등진 채 모자를 벗고서 그 영상을 말없이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태준 선수가 제 49이닝 무실점 기록을 넘어선 것에 축하를 보냅니다. 투수가 한 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낸다는 것은 결단코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무려 50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낸 기록은 뛰어난 기술, 강인한 끈기, 그리고 과감한 결단력이 필요한 위대한 업적입니다. 전 그 위대한 기록을 약 30년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제 전 그 자리를 양보합니다. 그리고 이태준 선수가 선보인 기적은, 마치 늦여름 어느 날의 저녁과 같이. 야구라는 경계를 넘어서 꿈을 좇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스포츠 세계에서 기록은 깨어지기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기록이 깨어지고 새로이 수립되는 순간은 모든 이에게 영원한 순간으로서 기억되며,
그것은 단순한 숫자 놀음을 넘어선 무언가, 거대한 울림이 뒤따른다.
지금도 그러했다.
“다시 한번 기록의 수립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아니, 축하한다. 이태준!”
영상 속 선영광의 마지막 축사와 함께 ‘50’이라는 글자가 선명해졌고.
이태준-! 이태준-! 이태준-! 이태준-!
황금빛의 저녁 노을이 서서히 지평선 뒤로 가라앉기 시작했고, 그 빛으로 뒤덮인 사직 야구장.
관중들은 또 한 번 기록을 수립한 이의 이름을 거대한 함성으로 연호하기 시작했고.
기록의 수립자는 관중석을 향해 모자를 쥔 손을 높이 들었다.
찰칵-!
그리고 그 순간의 그 장면은 오늘 경기장을 찾아온 수많은 기자의 카메라에 담겼으니.
[원더스 이태준, 50이닝 연속 무실점 ‘새역사’] [위대한 도전자 이태준, ‘태양’마저 넘었다!] [완봉승, 그리고 ‘신기록’ 이태준의 시대는 이제 시작일 뿐]ㄴ솔직히 선영광 기록은 어려울 줄 알았는데; 그것마저 넘어버림 ㅋㅋㅋ
ㄴ신기록 브레이커 갓! 태! 준! 미! 쳤! 다!
ㄴ요즘 바빠서 다른 경기는 못 챙겨봐도 이태준 경기는 무조건 챙겨보는 중! ㅋㅋ
ㄴ야 너두? 야! 나두!
그리고 오늘 경기의 승리를 통해 부산 원더스는 서울 드래곤스와 리그 공동 5위.
가을 야구 진출의 문턱 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ㄴ여- 드래곤스! 반갑고? 우리 먼저 올라갈게?
ㄴ그 순위가 네 순위 같냐? 꼴더스는 곧 내려갈 거야~
ㄴ응~ 이태준 고맙고
ㄴ너넨 이태준 이야기밖에 할 줄 모름?
ㄴ허허 힘내라
ㄴ그래서 이태준 빼면 뭐 되냐고 너네 ㅋㅋㅋ
ㄴ허허 힘내라
ㄴ너네가 그런다고 진짜 가을야구 갈 수 있을 것 같아?
ㄴㅎㅎ ㅎㄴㄹ
ㄴ이 개새끼들아!
그야말로 원더스 팬들에게 오늘은 축제와도 같은 날이었다.
***
50이닝 무실점.
무려 30년 넘도록 깨어지지 않았던 대기록, 선영광의 49이닝 무실점보다 1이닝을 더 나아간 기록.
무려 150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는 동안 홈 플레이트에 단 한 명의 주자조차 출입시키지 않은 기록.
선발 투수라면 5번의 완봉승을 기록하고서 5이닝을 더 나와 실점 없이 막아내야만 하는 기록이자,
구원 투수라면 약 50경기를 실점 없이 막아내야만 달성할 수 있는 위대한 기록.
이태준은 이제 그 위대한 기록의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위대한 투쟁에 대한 전리품을 확인하고자 했다.
“이게 대체 뭘까요?”
아직 물음표로 그 진위가 감춰져 있던 미지의 보상.
과연 그 정체가 무엇일지. 태준은 기대감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음, 하나 예상되는 게 있긴 하다만.]“네? 예상되는 게 있어요?”
그런 상황 속, 로건 라이트는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다.
[이 시스템 말이야. 존재의 목적이 뭔지 알고 있지?]“네, 그야. 제 신체 능력을 살려주기 위함이라고 ···”
시스템의 존재 의의는 로건 라이트가 지녔던 기술적인 재능을 이태준에게 전수하여 완성형의 야구 선수를 탄생시키는 것.
이를 위해 시스템은 이태준이 무언가를 이룩해낼 때마다 걸맞은 보상을 선사해왔다.
[확인해 봐. 꽤 유용할 테니까.]이번 역시 마찬가지였을 터. 시스템이 내리는 선물은 한 번도 실망스러웠던 적이 없었으니까.
[스킬 슬롯이 확장됩니다!“스킬 슬롯···? 이건 뭐죠?”
[말 그대로야. 네 야구가 지금보다 더욱 수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능력들이지. 쇼 유어 MLB에서도 나오는 것처럼.]“아···!”
그것의 정체는 ‘스킬’. 게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그런 능력이었다.
【축하합니다! 스킬 슬롯이 확장되었습니다!】
【※스킬은 Player 이태준이 경기 중에 활용이 가능한 능력들입니다.】
【※스킬 슬롯이 확장됨에 따라 특전에서 획득할 수 있는 보상이 개편됩니다.】
【※추후 특전 획득시 <랜덤 스킬 습득>과 <스킬 강화>를 추가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오, 선택지가 하나 더 늘었네요.”
이윽고 스킬 슬롯이 확장됨에 따라 특전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지 또한 늘어났다. 이 역시 게임과 느낌이 비슷했다.
【스킬 슬롯 확장 초회 특전이 개방됩니다!】
【<랜덤 스킬 습득>을 획득하였습니다!】
“자, 그러면, 과연 뭐가 있을지. 확인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스킬이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확인해볼 시간.
태준은 다소 떨리는 손으로 스킬을 개방했다.
***
스포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그것이었다.
승리.
그 어떤 것도 ‘승리’ 이상으로 중요할 수 없다.
제아무리 4번 타자가 끝내주는 홈런을 날려줘도,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투수가 호투를 펼쳐줘도 ‘승리’를 거머쥐지 못한다면 그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을 테니.
그리고 그것을 간과해선 절대로 ‘프로’가 될 수 없었을 터.
하물며 프로 1군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은 그 중요성을 아주 명확히 인지할 줄 아는 이들이었다.
그걸 모른다는 건 자신들이 받는 높은 연봉과 팬들의 열화(熱火)와 같은 응원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뜻할 테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이태준이 가져와 준 ‘승리’.
KBO의 왕으로서 군림하던 드래곤스의 에이스 투수, 마리아노 산체스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두며 가져와 준 승리는 원더스에게 확연한 기세를 불어 넣어주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이길 수 있다! 단독 5위 가보자!”
“지금 우리 흐름 탔다! 이겨 보자!”
가을 야구를 향한 희망의 불씨. 그것이 아주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기에.
비록 지난 경기에서 마리아노 산체스를 상대로 고작 1점밖에 뽑아주지 못한 원더스의 타자들이었지만,
따아악-!!!
그다음 경기에서는 차갑게 식었던 방망이는 다시금 뜨거워질 수 있었으니. 또 한 명의 토종 에이스 투수, 정준의 등판 경기.
「이번에도 장타가 터집니다! 3루 주자 홈으로! 그리고 2루 주자도 홈으로! 그리고 1루 주자까지! 1루 주자까지! 홈으로 들어오면서! 세 명의 주자가 모두 홈으로 들어옵니다! 채건우의 싹쓸이 3타점 적시 2루타! 스코어 8 대 1! 원더스가 점수 차를 7점 차까지 벌립니다!」
타자들은 가공할만한 폭발력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허허, 이것들아. 점수 좀 나눠서 내지 그러냐. 꼭 이럴 때만 몰아서 내요.”
“아잇, 좋은 게 좋은 거잖습니까. 이럴 때 편히 던지라는 거죠.”
“흐흐, 그래. 고맙다.”
그리고 타자들이 보여주는 집중력은 투수에게도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법.
「타구 좌익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아웃입니다! 이번에도 삼자 범퇴! 7회에도 등판한 원조 에이스! 정준이 오늘 경기 7이닝 1실점! 타자들이 뽑아준 점수를 확실하게 지켜냅니다!」
투수 또한, 평소보다 적은 부담 덕에 더 좋은 투구를 펼치며, 신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신바람의 끝.
「유하진 선수의 1군 등록 이후 첫 등판. 8점 차로 앞서는 상황 속에 마운드 위로 올랐습니다.」
「유하진 선수. 오랜만의 1군 경기 등판인데요. 과거 1라운드에 높은 계약금을 받고 입단하면서 팬들의 많은 기대를 받았었지만, 그간 좋은 모습을 한 번도 보여주지 못하며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있던 선수였는데요. 최근에 커터를 장착한 뒤 2군에서 7경기 연속 무실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습니다. 과연 그 좋은 페이스가 1군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 그 부분을 중점으로 경기를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원더스의 슈퍼 루키 투수, 유하진이 마운드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그 투수가 올라왔을 때 1루 측 관중들은 다소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야, 쟤 제구 꽝 새가슴 아니냐?”
“하,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까지 볼질 하겠어?”
“쟤라면 할 수도 있을걸···?”
그리고 그 시선엔 믿음이 배제되어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유하진이 1군에서 보여준 모습이라곤 그 빠른 공을 스트라이크 존이 아닌 온갖 곳에, 마치 육망성이라도 그리는 것처럼 희한한 제구를 보여준 모습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때의 유하진은 이제 없었다.
퍼어엉-!
“스트라이크!”
[157.0Km/h]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그 깨달음을 얻은 강속구 투수의 위용. 유하진은 그것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퍼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153.2Km/h]그것으로 잃었던 팬들의 믿음을 다시금 되찾는다.
“캬! 그렇지! 강속구는 스트라이크 존 안에 꽂아야지!”
“와! 뭐야! 커터가 153km 나온 거야?”
“크, 씨바! 하진아! 그거다! 바로 그거야! 형들이 너한테 바란 건 그거라고!”
말이 아닌 경기력으로 증명하는 것이 프로니까.
그렇게 유하진의 2040시즌 1군 데뷔 경기 성적, 1이닝 무실점 1피안타 2K.
[오, 저 어린 투수. 처음 봤을 때와는 완전히 딴판 다 됐는데? 이제 좀 투수처럼 던지네.]“커터가 힘이 받쳐주니까. 포심도 덩달아 좋아지는 느낌이네요. 아니지, 하진이 포심은 원래 좋았었죠. 자신감만 없었을 뿐이지.”
유하진은 오늘 마운드 위에서 희망을 던졌다.
그렇게 원더스 드래곤스의 시리즈 두 번째 경기.
[정준, 7이닝 1실점 역투! 원더스 2연승!] [원더스, 10득점 타선 대폭발! 드래곤스에 대승] [상승세의 원더스, 드디어 단독 5위! 가을 야구 청신호]ㄴ여- 드래곤스 반가웠고~ 우린 지나갈게~ ㅋㅋㅋㅋ
ㄴ이태준도 주고 승리도 주고… 아낌없이 주는 드래곤스 ㅠㅠ
ㄴ난 오늘도 서울 방향으로 절하러 간다~ ㅋㅋㅋ!
ㄴ드래곤스야… 우린 무서운 진실을 깨닫고 말았다… 아 글쎄… 내려갈 팀은 내려가더라니까?
ㄴ꽉잡아! 내려간다~!!!
***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박주형 선수가 9회 초 드래곤스의 마지막 공격을 2개의 탈삼진과 함께 틀어막으며 경기 종료! 원더스가 드래곤스와의 시리즈 세 게임을 전부 잡아내며! 가을 야구를 향한 불씨를 한 번 크게 키워냅니다!」
이어지는 세 번째 승부에서까지 승리.
원더스는 드래곤스와의 시리즈에서 이태준의 50이닝 연속 무실점 대기록 달성,
팀 레전드 정준과 오래도록 아팠던 손가락 유하진의 호투,
스윕 시리즈와 단독 5위를 굳히면서, 그야말로 최상의 시나리오를 그려낼 수 있었다.
그런 상황 속, 일요일 경기가 끝난 사직 야구장의 라커룸은 축제 분위기.
“야! 미쳤다! 우리 이번에 진짜 가을 야구 가는 거야?”
“이 흐름 그대로 유지하면 무조건 갈 수 있지!”
모든 선수가 너 나 할 것 없이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었다.
그때 그 분위기에 함께 섞여 있던 이태준에게 연락이 왔다.
“네, 단장님. 전화 받았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단장 강태산으로부터의 연락이었다.
그리고 수화기 너머로 전해 들은 하나의 소식.
-태준! 구단주 대행님이 너랑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해서 오고 계신다는데. 혹시 방해 안 된다면 잠깐, 단장실 들렀다 갈 수 있을까?
“네···? 구단주님이요?”
그것은 원더스 구단주 대행의 사직 야구장 방문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