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75)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75화(75/210)
075화. 구단주와의 조우
거대한 창문을 통해 사직 야구장의 전경이 훤히 내다보이는 부산 원더스의 단장실.
그곳은 선수 출신답게 우람한 풍채를 지닌 강태산이 다소 꽉 끼는 정장을 입고서 온갖 통계가 적힌 서류 가득한 책상에서 업무를 보는 곳이었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흐흐, 그보다 갑자기 오신다고 하셔서 애들 많이 긴장한 것 같은데요?”
그리고 그 장소에 중요한 손님이 찾아와 있었다.
“그런가요? 너무 오랜만에 와서 그런 건가? 그리 어렵게 생각 안 해도 될 텐데.”
“그야 평소엔 보기 힘든 높으신 분이니까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 이거, 너무 자주 찾아와도 안 되겠네.”
그 손님이 야구장에 방문한 것은 어떻게 보면, 군대로 치면 이마에 기품이 가득한 별이 새겨진 누군가가 찾아온 것과 비슷한 이치.
“흐흐. 그래도 다른 분도 아니고 구단주님이 눈치 보실 일은 아니죠. 이렇게 구단주님이 야구단에 관심도 주고 하시는 게 저희한테 얼마나 큰 힘이 되는데요.”
그 손님은 바로 부산 원더스의 모기업이자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 LT 그룹의 부회장이자 부산 원더스의 구단주 대행, 신진섭이었다.
그것도 말이 구단주 대행일 뿐이지 야구단에 대한 권한을 오랜 기간 이어받았던, 사실상의 구단주라고 봐도 무방했다.
“태산 형님이 그렇게 말해주니 또 고맙네.”
“흐흐, 구단주님이 관심 많이 주시고 지원도 부족하지 않게 해주신 건 원더스 식구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인 걸요.”
“저도 뭐, 구단주이기 이전에 원더스를 좋아했고, 좋아하는 팬이니까. 나도 내가 좋으니까 하는 일이죠. 그러니, 필요한 거 생기면 언제든 부담 말고 연락 줘요. 내 힘써줄 수 있는 데까진 도와줄 테니까.”
“흐흐, 말만 들어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런 신진섭 구단주는 원더스의 오랜 팬 중 한 사람으로 팀에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었으며, 단장인 강태산과는 상호 존칭 중이긴 하지만 서로 형 동생하고 있었을 정도로 제법 막역한 사이였다.
“요즘 흐름이 또 괜찮은 것 같더라고요. 몇 년 새 순위도 꽤 높였고, 또 그러면서 리빌딩도 나름 나쁘지 않게 진행되고 있고.”
“다 그만한 지원이 왔으니 됐던 거죠. 정준 KBO 복귀도 구단주님 지원 없었으면 힘들었을 테니까요.”
그렇게 서로 팀의 분위기와 운영에 대한 담화를 나누고 있던 도중.
똑-! 똑-!
단장실의 문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단장님. 이태준 선수 도착했습니다.”
“어우, 바쁠 텐데 바로 들어와 달라고 해요.”
그리고 지금, 단장실의 두 중년의 사내 앞으로 이태준이 도착했다.
***
단장실로 들어온 태준의 시야에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는 40대 후반 즈음 되어보이는, 다소 고풍스러운 외모와 인상착의를 갖춘 사내.
“허허, 반갑습니다. 구단주 신진섭입니다.”
그리고 그 사내는 태준 앞에 먼저 허리를 숙이며 악수를 청했다.
“아, 넵. 처음 뵙겠습니다. 이태준입니다.”
이에 맞춰 태준도 허리를 숙여 악수를 받았다. 그 순간 신진섭은 태준의 손의 형태를 조금 살폈다.
“어우, 손 관리 제대로 하셨네. 손에 굳은살이 딱 알맞게 배겼어요.”
투수에게 손가락은 어깨와 팔꿈치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생명이나 다름없다. 저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관리를 하곤 한다.
손가락의 피부가 약한 선수들은 심지어 손가락에 잡히는 물집을 치료하고자 소변을 묻혀 보는 경우가 있을 정도.
그만큼 선수들은 자신의 몸 관리를 철저히 하고자 한다. 이는 태준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선수로서 스스로 신체를 관리하는 것에 철저했던 인물. 금욕적인 식단의 관리와 강도 높은 훈련 또한 이를 위한 일환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평소에도 열심히 하는 선수들은 겉으로 테가 확 나게 되어 있어요. 태준이 보면 딱 느껴지죠?”
그리고 그 말을 강태산 단장도 이어받았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소에 부단히 노력하는 선수. 단장과 구단주가 사내 정치에 빠져있지 않는 한 그런 선수를 싫어할 리는 만무할 테니까 말이다.
최소 지금의 원더스는 그런 팀은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의 대화의 처음은 일상에 관한 이야기.
요즘 야구 정말 잘하더라. 원더스에서의 생활은 어떠한가. 혹시 필요한 것이라도 있는가···. 등등.
“그러고 보니. 태준 선수. 계약 조건에 태준 선수가 원하면 이번 시즌 끝으로 팀으로부터 임의 탈퇴로 나갈 수 있게 되어 있던데.”
이윽고 그런 대화의 흐름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갈 무렵. 구단주 신진섭은 슬슬 본론을 꺼내 들기 시작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지금 생각은 어떤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바로 이태준의 계약 이야기.
이태준은 이번 시즌 원더스에 입단하면서 하나의 특징적인 계약 조건을 걸었었다.
그것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이태준이 원한다면 원더스는 그를 임의 탈퇴로 계약을 풀어주는 규정.
즉,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조건이었다.
당연히 이는 임금을 지급해주는 당사자인 구단주, 신진섭의 귀에도 들어가지 않았을 리는 없었을 터.
그 순간 태준은 슬슬 자신이 정한 노선을 확실히 할 필요성을 느꼈다.
굳이 재지 않고 입에 발린 말은 일언반구도 섞지 않는다.
“그 부분은 변함없습니다.”
그럴 이유 따위는 없었으니까.
“이번 시즌을 끝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메이저리그.
세상에서 가장 빼어난 선수들이 모여 경쟁을 치르는, 아주 고고한 무대.
지금 이 대화를 뒤에서 전부 지켜보고 있는 로건 라이트가 한때 전설로 남았던 무대.
그리고 평생의 꿈이었을 무대.
로건 라이트와 만나게 된 이후로 태준의 메이저리그를 향한 마음은 한 번도 꺾인 적이 없었다.
그런 태준의 결연한 대답에 로건 라이트는 나지막이 흡족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슬며시 주억거렸다.
그때였다.
“FA 계약 규모로 300억. 어때요?”
신진섭이 예기치 못한 제안을 던진 순간이.
“네? 3, 300억이요?”
그 순간 강태산도 그 제안은 전혀 예상을 못 했다는 듯 동공의 면적을 크게 넓혔다.
300억.
KBO 기준으로 60년 가까운 역사 속에 비슷한 전례조차 없었을 수준의 규모이자.
5년 동안 KBO 최저 연봉인 3600만 원을 받으며 뛰던 태준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금액.
강태산 단장이 그 제안을 듣고서 놀라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태준의 눈빛엔 조금의 흔들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또한 당연한 반응이었다.
“과분한 제안에 너무 감사드리지만. 생각이 바뀌진 않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태준의 생각은 300억이라는 거대한 돈에도 휘둘리지 않을 정도로 너무도 확고하게 뿌리를 내린 상태였기에.
신진섭은 태준의 그 대답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역시, 이태준 선수다운 대답이네요. 네, 잘 알겠습니다.”
계약에 관한 이야기는 그 이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신진섭 역시 태준의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와의 여정은 아무래도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 같지만, 그래도 이 팀에서 뛰던 시간만큼은 꽤 좋게 추억해줬으면 좋겠어요. 원더스. 제 입으로 직접 말하긴 좀 그렇지만, 괜찮은 팀이거든요.”
그리고 그의 발목은 붙들고자 하지도 않았다.
물론, 계약에 명시되어 있던 것도 있었겠지만, 애초에 그럴 생각이 없었으니까.
“네, 아마 평생 간직할 것 같습니다.”
“네, 그거면 충분합니다.”
신진섭은 태준의 대답에 크게 만족한다는 듯 싱긋 미소를 지었다.
“사실, 제가 오늘 여길 찾아온 이유는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오늘 사직 야구장에 찾아온 진짜 본론을 언급했다.
“최근에 14연속 탈삼진에 오늘 50이닝 연속 무실점까지. 덕분에 원더스 관중 동원도 눈에 띄게 늘었고 유니폼 비롯한 상품 판매도 엄청 잘 되고 있거든요.”
위대한 기록의 연속된 달성.
그것이 이룩해낸 상당한 상업적인 성과. 원더스에 관심과 지원을 제법 쏟고 있던 구단주로서 이를 묵과할 수는 없었으니.
“혹시 구단주에게 원하는 게 있다면, 뭐라도 말씀 주시면, 제힘이 닿는 데까지 어떻게든 지원해드릴게요.”
신진섭은 구단주의 태준에게 그만한 보상을 지원하고자 했다.
태준은 그 제안에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네, 그러면 결례 무릅쓰고 부탁 하나만 드리겠습니다.”
곧바로 그 대답을 내놨다.
***
사직 야구장에 주차되어 있던 벤츠 스프린터 리무진. 그곳에 두 정장 차림의 사내가 막 탑승했다.
“그러면,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그래요. 고생해요.”
부산 원더스의 구단주 대행이자 LT 그룹의 부회장, 신진섭과 그의 기사였다.
오늘 그곳에서의 볼 일을 마친 신진섭은 이제 다음 일정을 위해 바삐 움직였다.
“부회장님. 기분이 꽤 좋아 보이십니다.”
“아, 티 났어요? 흐흐. 이게 잘 숨겨지질 않았나 보네.”
그리고 차에 탑승한 신진섭의 입은 제법 두드러지게 호를 그리고 있었다.
“그, 박 기사. 내가 예전에 말했던 적 있었나? 내가 아직 좀 어렸을 적에 저어-기 광주에 위너스를 보면서 꽤 부러워했었다고.”
“네, 예전에 말씀 주셨습니다.”
신진섭은 부산 원더스의 구단주이기 이전에 꽤 오랜 기간 응원해왔던 한 사람의 팬이었다.
그런 그가 어렸을 적 야구를 한창 즐기던 시절에 광주 위너스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KBO 내에서 독자적인 위치에 올라 서 있던 강팀이었다.
“위너스가 지금도 그렇지만 그 시절에도 참 잘했단 말이야? 그래서 난 우리 원더스가 위너스랑 경기하는 날은 막 일부러 안 보고 그랬어. 결과가 눈에 선했거든. 흐흐.”
그리고 야구 팬 대부분이 느끼듯 자신의 응원 팀과 강팀 간의 맞대결을 보는 것은 피하길 원한다. 그건 신진섭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찬열 선수 있었잖아요? 하, 너무 부러웠어요. 그리고 늘 생각했죠. 저 선수가 우리 팀에서 뛰어줬으면 좋겠다···. 라고.”
그리고 그런 위너스의 중심에는 ‘이찬열’이 버티고 있었다. 정말 어떤 투수를 만나도 이겨낼 것만 같았던 그 시절의 이찬열이.
“그래서 이찬열 선수 KBO 복귀했을 때 150억이 됐든 200억이 됐든 얼마가 됐든, 원더스가 잡아야 했다고 생각했었어요. 그 시절의 이찬열 선수는 그럴 가치가 있는 선수였으니까.”
그렇기에 아쉬웠었다. 아직 신진섭이 구단주 대행 역할을 맡기 이전, 이찬열이 KBO로 복귀했을 때 원더스가 이찬열을 영입하기 위한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
“근데. 그때 이찬열 선수. 위너스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걸었어도 원더스 안 왔을 거예요. 이찬열은 그런 선수니까. 흐흐, 지금 생각해도 참 멋진 선수예요. 진짜 처음부터 우리 팀이었으면 얼마 좋았을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이찬열이라는 인물이 지닌 기개에 대해 점점 더 깊게 알게 되면서.
이찬열은 돈보다 더 나아간 가치를 추구할 줄 아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 부러움의 크기는 걷잡을 수 없이 부풀었다.
하지만 이제는 부럽지 않았다.
“그래서. 이태준 선수가 나타나 준 게 너무 고맙더라고. 내가 그토록 부러워했을 선수가. 우리 팀 선수가 된 거니까.”
이태준.
그의 등장은 신진섭에게 이찬열의 등장과도 같은 무게를 지니고 있었으니까.
“그 선수가 맘에 드시나 보네요.”
“아휴, 당연하죠. 박 기사님은 못 보셨나? 그 14연속 탈삼진에 50이닝 무실점에. 크···. 지금 떠올려도 막 전율이 돋는다니까요? 내 야구 꽤 오래 봐왔는데 그런 선수는 그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인생역전의 드라마. 이어지는 화려한 퍼포먼스. 이태준이 그 짧은 시간 내에 야구 선수로서 보여준 모습은 신진섭의 심장을 제대로 두들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오늘 이태준과의 대화에서 더욱이 선명해질 수 있었다.
방금 단장실에서 나눴던 대화. 분명 자신은 태준에게 뭐든 원하는 걸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비싼 차량을 매입해달라고 했다면 해줬을 것이다.
많은 지원금이라도 달라고 했다면 줬을 것이다.
하지만 고작 3600만 원의 최저 연봉을 받는 그 모든 것들을 마다했다.
그리고 이렇게 답했다.
‘원더스 계속 응원해주세요. 선수들도 자주 격려해주시고. 저는 그거면 충분합니다.’라고.
그리고 그 순간에 그 대답을 들었을 때 신진섭은 자신이 그토록 부러워했고, 또 동경해 마지않았던 한 선수가 그 어린 선수와 겹쳐서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윽고 확신했다.
이태준은 한국 야구사에 영웅이 될 수 있을 인물이라고.
“그, 박 기사, 그림 괜찮을 것 같지 않아요?”
“네? 어떤 그림이요?”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
“이태준 선수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하나 찍어보는 거 괜찮을 것 같지 않아요? 메이저리그 진출을 주제로 딱 잡고서.”
신진섭의 뇌리에 지금, 번뜩이는 영감 하나가 착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