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78)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78화(78/210)
078화. 더 높은 곳으로 (3)
경기의 등판을 앞두고서.
태준은 약 4일간의 휴식 루틴 속에 새로운 훈련 하나를 추가했었다.
부웅-!
부웅-!
바로 타격 훈련.
에이스 투수이기에 팀으로부터 받을 수 있던 특혜, 단체 행동에서 제외되며 훈련도 따로 진행할 수 있다는 특혜를 십분 활용하여 태준은 등판 경기 전날까지 배팅 케이지에서 방망이를 열심히 돌리고 있었다.
[좋아, 그렇게 계속 임팩트 순간에 오른쪽 손목에 힘이 실리는 걸 의식하면서. 팔로 스루가 완전히 닫힐 때까지 끝까지 집중 놓지 마!]그리고 그 훈련의 개인 과외로 붙어준 유령은 무려 테드 윌리엄스.
태준이 지금껏 만나본 그 어떤 타자와도 감히 비견조차 되지 않을 수준의 업적을 남긴, 메이저리그 불세출의 타자였다.
[쉬는 시간은 없어. 끊임없이 스윙하면서. 그 감각을 계속 유지해!]그런 그의 훈련은 혹독했다. 쉴 새 없이 방망이를 강하게 회전시키는 태준의 육신은 어느새 줄줄 흐르는 땀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호흡도 턱 끝까지 차 오르기 시작했다.
부웅-!
따악-!
부웅-!
따악-!
하지만 그럼에도 스윙을 멈출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비록 육신은 고통스러울지언정 정신만큼은 한없이 낙락(樂樂)했기에.
지금의 고통 끝에 ‘성장’이라는, 그 무엇보다 달콤한 과실(果實)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시즌 중에 선발 투수로서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타격 훈련까지 겸행하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테지만, 그간 부단히 진행해온 체력 단련은 그것을 충분히 버텨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런 태준의 인내는 테드 윌리엄스마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동료 선수에게도 꽤 인상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야, 태준. 뭐해? 너 이제 타격도 하려고?”
타격 훈련장에 다소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 비지땀을 쏟아내는 모습이 동료 선수인 채건우에게는 다소 생소하고 의아한 모습.
그는 태준이 무려 2시간가량의 긴 스윙 훈련을 끝낸 뒤 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적실 무렵에야 말을 걸어왔다.
“아, 네! 선배님. 오셨습니까?”
“으이. 야, 그나저나 누가 이렇게 이른 시각부터 방망이를 붕붕 대나 싶었는데. 이야, 상상도 못 했던 놈이 와 있었네? 그러고 보니 너 원래 타자였었지?”
“네. 원래 타자로 시작했었습니다. 드래곤스 뛰던 시절까지 계속 타자로 뛰고 있었고.”
“근데 너 투수로 자리 제대로 잡았잖아? 굳이 타격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야 이상하게 비칠 수밖에 없을 노릇.
이태준은 타자 출신이긴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드래곤스에서 타자로 계속해서 실패를 거듭했던 선수였으며 지금은 에이스 선발 투수로서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 중에 있었으니까.
동료이자 선배로서 걱정의 시선을 보내는 건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을지도 모른다.
“뭔가 이대로 포기하기엔. 너무 아쉬웠거든요. 타자의 꿈도.”
하지만 태준의 의지는 강고했고, 그런 태준의 다짐이 결단코 가볍지 않으리라는 사실은 평소 그의 행실만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투타 겸업?”
“네, 투타 겸업 생각하고 있습니다.”
투타 겸업. 한 선수가 같은 시즌에 투수와 타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을 뜻하는 말.
당연한 말이겠지만, 정말 어렵다.
기본적으로 투타 겸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투수와 타자 훈련을 전부 소화해야 할 텐데, 이는 두 가지 영역 모두 출중한 재능이 있어야 하고, 그 훈련량을 소화할만한 체력 역시 받쳐줘야만 가능한 일일뿐더러
아무리 체력이 좋고 빼어난 재능을 지닌 선수라 할지라도 투수의 인대가 마치 소모품처럼 인식되듯 다른 신체 가동 부위도 마찬가지.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훈련량을 소화해야 하기에 육체에 더해지는 피로도는 훨씬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프로 무대에서 투타 겸업을 시도하는 선수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이유.
2021년 LA 에인절스 출신의 전설적인 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투타 겸업을 성공한 이후 잠시 유소년 야구계에 투타 겸업의 바람이 불어왔었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투타 겸업이 지니는 괴랄한 난도를 견뎌내지 못했고,
투타 겸업을 천명했던 선수 중 대부분이 결국, 프로에 입단 후 그것을 포기하고 말았었다.
기껏해야 로스터를 아끼기 위한 목적으로 후보 유틸리티 야수와 가비지 이닝을 처리해줄 몹업맨 역할을 겸업하는, 일본에서 유래된 표현인 이도류(二刀流)를 비꼰 표현인 이도 저도 아닌 선수, ‘이도저도류’ 선수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것이 채건우가 태준에게 걱정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였다.
“태준아. 혹시 지금 스윙 몇 번 해볼 수 있니? 힘들면 안 해도 되고.”
그래서 동료이자 선배로서 제대로 봐주고 싶었다.
지금 이 이태준이라는 선수의 타격 가능성이 어느 정도일지를. 그것은 스윙 폼만 보더라도 대략적인 유추가 가능했을 테니까 말이다.
“어려울 건 없습니다.”
그리고 태준도 막 스윙 훈련을 끝나고 휴식을 취하던 참이었지만, 아직 체력이 남아있었다. 몇 번의 풀 스윙 정도는 여유롭게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부우웅-!!!
약 900g가량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가며 내지르는 소리.
그 소리만 듣더라도 이태준의 스윙이 빠르고 강력하다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터.
다만 채건우가 다소 놀란 듯한 반응을 보인 것은 그러한 부분 때문이 아니었다.
‘허, 스윙은 진짜 군더더기 하나 없는데?’
바로 태준의 스윙. 테이크 백부터 팔로 스루까지 도저히 흠을 잡을 만한 곳이 없었다. 오히려 베테랑 타자인 채건우, 본인마저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깔끔하고 강력한 스윙이었다.
‘해솔이 형한테 들은 게 있긴 했다만···. 이거 공만 잘 맞힐 수만 있다면 명준이랑 다를 게 없겠는데?’
그런 태준의 스윙에서는 현재 KBO에서 독보적인 경지에 올라 서 있던 타자, ‘이명준’마저 떠올릴 수 있을 정도였다.
“어우, 잘 봤다 야. 이야···. 스윙 진짜 좋은데? 포기 못 할만하네. 이거 공만 맞힐 수 있으면 타구 뻥 뻥 날려댈 수 있겠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채건우는 그런 태준의 스윙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내놨다.
그리고는 메고 온 망치 가방 속 본인의 방망이를 꺼내 들었다.
“그나저나 너 훈련 빡세게 하는 것 보니까. 뭔가 가만히 있으면 죄짓는 기분 드는 것 같네. 흐흐.”
“아, 넵. 혹시 저도 선배님 타격하는 모습 조금 살펴봐도 괜찮겠습니까? 보고 배우고 싶어서요.”
“어유, 당연히 되지. 뭘 그런 걸 묻냐? 형이 그렇게 야박한 사람 아니다.”
“하하, 네. 감사합니다.”
이윽고 채건우도 배팅 케이지에 들어간 뒤 배팅 볼 머신을 가동 시켰다.
그리고 자신의 타격 존을 향해 날아드는 공을
따아악-!
채건우 특유의 레벨 스윙으로 타격하기 시작했다.
채건우의 스윙은 방망이를 수평으로 눕혀 치는 방식의 전형적인 레벨 스윙. 하지만 스윙이 출발하는 시점에서 어깨의 각도를 기울이며 공과 방망이가 맞닿는 임팩트 순간엔 어퍼 스윙과 비슷한 발사 각도가 형성된다.
이는 채건우 본인이 편하게 느껴지며 몸에 맞는 스윙 궤적을 챙겨가는 동시에 어느 정도의 발사 각도를 만들기 위해 고안한 기술적인 타격 방식이었다.
[흠, 기본적인 스윙은 레벨 스윙이다만, 왼쪽 어깨가 올라가고 오른쪽 어깨가 내려가면서 임팩트 순간엔 어퍼 스윙의 각도를 만들어내는 걸 보아하니. 꽤 기술적으로 타격할 줄 아는 녀석이네.]그런 채건우의 꽤 능숙한 타격은 테드 윌리엄스의 눈에도 띄었다.
다만 좋은 평가는 거기까지.
[그런데. 기본적으로 체중 이동이 원활한 느낌은 또 아닌지라 배트 스피드가 그렇게 빠른 느낌도 없고 임팩트 순간에 실리는 힘이 그리 강하지 않아. 저러면 기껏해야 삼류에 그칠 수밖에 없지.]로건 라이트는 그런 테드 윌리엄스의 독설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여튼. 이 늙은이는 눈이 쓸데없이 높다는 게 흠이라니까. 저 정도면 나쁘지 않은 수준 아닌가? 그래도 메이저리그 가도 선수 풀이 약한 팀이면 주전 자리 꿰찰 수 있을 정도로 보이는데.] [약한 팀의 주전? 야구 선수가 되기로 했으면 고작 그런 수준에서 만족하면 안 되는 거지. 뭘 하든 목표가 높아야 할 것 아냐. 난 말이야. 사람들이 내가 지나갈 때 ‘저기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타자, 테드 윌리엄스가 지나간다.’라는 말을 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였고. 결국, 이뤄냈다고.] [아아, 그래. 알겠어. 이 악독한 늙은이.] [선수에게 악독하다는 말은 칭찬이나 다름없는 말이지.]그런 테드 윌리엄스의 기준은 한없이 높았으니. KBO에서 통산 타율이 0.320 이상인 나름의 실력 있는 타자 채건우도 테드 윌리엄스에겐 한낱 미숙한 애송이. ‘고작 그런 수준’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워낙에 고고하면서 엄격했던 그의 기준.
그런 기준을 지닌, 아주 악독하고 괴팍한 사내의 시선은 어느새 채건우가 아닌 다른 선수를 향해 있었으니.
[그러니 기대해보라고. 이 악독한 늙은이가 저 녀석의 잠재력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를 말이야.]이태준.
테드 윌리엄스는 채건우의 타격을 유의 깊게 지켜보고 있던 이태준을 어딘가 괴벽스러움이 느껴지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잠실 바이킹스.
현재 원더스와 함께 리그 공동 3위를 달리는 강팀.
특징으로는 리그에서 가장 두터우면서 강력한 불펜진, ‘KKKK’ 라인을 소유한 팀.
그들은 오는 9월, 원더스와 사실상의 3위 순위 결정전 시리즈를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다지고자 했다.
원더스라는 이름의 신바람. 그 위에 올라탄 선봉장, 이태준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를 품고서.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지는 부산 원더스와 잠실 바이킹스의 시리즈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안녕하십니까! 잠실 바이킹스! 그리고 부산 원더스를 사랑해주시는 팬 여러분! 이곳 잠실 야구장에서 바이킹스와 원더스! 원더스와 바이킹스의 경기가 치러집니다! 저는 중계를 맡은 캐스터 성승현! 그리고 오늘의 해설은 이성철 해설 위원님과 오늘 특별 게스트 해설로 찾아와주신 선영광! 위원님이 함께하시겠습니다.」
「허허, 반갑습니다. 선영광입니다.」
그리고 그 경기의 해설을 맡게 된 이는 태준에 의해 깨지게 된 49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무려 33년 동안이나 간직해온, 광주 위너스의 전설적인 투수, 선영광이었다.
[ 부산 원더스 VS 잠실 바이킹스]ㄴ이태준 경기를 선영광이 해설 ㄷㄷ 낭만 무엇?
ㄴKBC 방송국 일 잘하네~
ㄴ들어 보니까 썬(선영광 별명)이랑 이태준이랑 알던 사이 같던데
ㄴ리얼? 둘이 뭔 관계가 있지?
ㄴ이태준 이찬열 아들이잖어 ㅋㅋ 이찬열 선수 뛸 때 선영광이 감독이었고
ㄴ아~
또한, 선영광이 특별 게스트 해설을 맡게 된 소식을 전해 듣게 된 수많은 야구 팬이 지금 바이킹스와 원더스의 시리즈 경기를 보기 위해 중계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다.
「오늘 경기 앞두고 선영광 특별 해설 위원님께서 하실 말씀이 좀 있으셨다고.」
「네, 이태준 선수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오, 49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한 대투수가 50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한 투수에게. 정말 흥미로운 내용이겠는데요?」
그렇게 경기를 앞두고서 선영광 감독의 이태준을 향한 언사가 있었다.
「전 이제 태준이가 어렸을 적부터 알고 지냈었는데. 사실 태준이가 제대로 도약을 시작한 게 얼마 안 됐잖습니까? 기껏해야 한 몇 달밖에 되지 않았죠. 그러면 이제 그런 오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전까지는 제대로 야구를 안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오해가.」
선영광은 과거 이찬열이 선수로 뛰던 시절, 위너스의 감독으로 역임하기도 했었던 인물. 그런 인연 덕에 이태준과는 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이였다.
그렇기에 알고 있었다. 이태준이 어렸을 적부터 이어온 부단한 노력들을.
「정말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선수입니다. 또 자기 관리도 착실하고요. 그런 선수가 이젠 야구까지 잘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니 이제 기대가 확실하게 되는 거죠. 태준이가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가요. 저는 과감히 말하건대 아마 한국 야구의 역사가 바뀔 수도 있겠다. 이렇게까지 보고 있습니다.」
한국 야구사의 빼놓을 수 없을 전설 중 한 사람, 선영광은 태준이 그간 보여온 모든 것을 예찬했다.
물론, 지금 태준은 그런 선영광의 예찬에 가까운 언사를 들을 수 없는 상황.
그는 경기의 시작을 앞두고 불펜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으며.
1회 초, 원더스의 공격이 종료됨과 동시에.
「그리고 이제 선영광 위원님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그 투수! 무려 50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진행 중인 투수가 마운드 위로 올라섭니다!」
1회 말.
바이킹스의 공격.
그리고 자신의 수비 이닝.
「이제부터 이 선수가 마운드 위에서 써 내려 가는 그 모든 순간이 KBO의 신기록! 그리고 우리는 그 기록이 수립되는, 그 영광스러운 현장 속에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태준은 잠실 야구장을 방문한 팬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을 받으며 마운드 위로 걸어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