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79)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79화(79/210)
079화. 최종 보스 레이드 (1)
‘상대가 이태준’.
이제 그 한마디 말은 KBO 선수들에겐 그 무엇보다 부담이 느껴지는 묵직한 한마디였다.
매 경기 끝 날 때마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가히 광폭적인 성장을 이루며 14연속 타자 탈삼진과 50이닝 연속 무실점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연달아 수립해낸 완성형의 투수.
그런 선수를 향한 짙은 경계심을 내비치는 것은 잠실 바이킹스의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상대 선발 투수는 이태준이다. 처음 맞상대했을 때보다 구속도 빨라졌고, 변화구도 더 많아졌다. 지금의 이태준은 마리아노 산체스보다 강하고, 어쩌면 과거의 정준 선배보다도 강한 투수다.”
한국 야구사에 전무후무한 전설을 써 내려 가는 투수.
그야말로 특급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은 투수.
그들이 상대해야 하는 이태준이라는 투수는 그런 투수.
그리고 자신들은 그런 투수를 이겨내야만 했다.
그런 바이킹스에게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먼저 자신들의 선발 투수로 나서는 투수, 유정우.
2040시즌 2.33의 평균자책점, 13승 2패를 기록 중인 바이킹스의 에이스 투수.
그리고 바이킹스의 홈그라운드, 잠실 야구장에서 1.39의 극강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투수.
그 투수가 약 5일간의 꿀맛 같은 휴식을 마치고 선발 투수로서 나서주고 있었다는 점.
거기에 바이킹스가 자랑하는 ‘KKKK’ 극강의 불펜 라인. 김인욱, 김지환, 김형섭, 김찬호가 연투가 아닌 하루 이상의 휴식을 취한 뒤에 경기에 임한다는 점.
그것들은 바이킹스 선수단에 자신감과 단단한 각오를 불어 넣어줄 수 있었다.
“한 점만 내자. 그리고 집요하게 물어뜯고 늘어지자고. 알겠지?”
“넵! 알겠습니다!”
“이기자! 바이킹스!”
“오늘 그냥 사생결단을 내는 거다!”
그런 그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그들의 더그아웃을 가득 채우는 것을 넘어 흘러나와, 그라운드를 넘어 마운드까지 흥건히 적실 수 있었으니,
바이킹스는 선두 타자로 나선 타자부터 아주 독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마운드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눈빛을 보이는 바이킹스의 1번 타자, 염수민.
데뷔 때부터 줄곧 바이킹스에서만 뛰어온 프랜차이즈 타자. 3할 이상의 타율과 4할 이상의 출루율, 그리고 30개 이상의 도루를 몇 년째 이어오는 KBO 기준 최상위 레벨의 테이블 세터.
그 선수의 별명은 ‘미친 개’.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개새끼’.
그런 별명이 붙게 된 이유는 지독한 승부욕과 집요할 정도로 투수를 물고 늘어지는 그의 타격 스타일이었다.
[어허, 저 녀석은 눈빛이 적절히 살벌하네. 무슨 전쟁터라도 나간 건 줄 알겠는데?]그런 타자가 내뿜는 맹렬한 독기는 태준의 뒤편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두 명의 귀신에게도 포착될 수 있었다.
[거, 전쟁도 참전해본 적 없는 녀석들이 눈깔을 저렇게 떠서 뭐 달라지는 게 있겠어?] [테드. 21세기는 상식의 시대야. 지금 같은 시대에 전쟁을 일으키는 건 비상식 중의 비상식이야.] [왜? 20년 전에 잘만 하던데?] [그러니까 그게 병신이라는 소리지.]그런 두 전설적인 유령이 야구와 하등 관련도 없는(?) 만담을 치는 동안, 마운드 위에선 투수는 자세를 다잡기 시작했다.
[오우, 그러고 보니. 내 이 녀석이 공 던지는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네.]그 모습을 지켜보던 테드 윌리엄스가 또 한 번 입을 열었다.
[아, 그거야. 충분히 기대해봐도 좋을 거야. 내가 그간 이 녀석이 공 던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 번도 납득이 가지 않은 적도 없었고, 실망스러웠던 적도 없었으니까.]그리고 그 말을 로건 라이트 역시 한 번 더 받아줬다.
[흐흐, 로건.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대체 어느 정도일지. 좀 궁금하긴 해. 그나저나, 이거 우리끼리 너무 떠들어대서 괜히 산만하게 만든 거 아냐?] [아, 그 부분은 너무 걱정할 필요 없을 거야. 이 녀석, 집중력이 엄청나거든. 공 던지기 시작하면, 내가 하는 이야기는 잘 듣지도 않더라고.] [오호, 그렇단 말이지.]만원 관중의 시선,
수많은 시청자의 시선,
그리고 두 명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 유령의 시선까지.
그 모든 것들을 뒤로한 채, 태준은 마치 고유의 영역이라도 전개한 것처럼 고도의 집중을 보이며 와인드 업 자세에 들어갔고,
슈우우욱-!
이윽고 투구를 펼치기 시작했다.
***
바이킹스의 타자들은 알고 있었다. 이태준과 순수 실력을 두고서 평소 때처럼 정면 승부를 펼치는 건 머저리 같은 행동이라고.
그렇기에 그들은 생각했다. 초반부부터 어떻게든 이태준의 투구 수를 늘릴 수 있어야 한다고.
‘이태준은 완급 조절에 능한 투수. 주자가 없을 땐, 힘을 뺀 채로 오프스피드 위주의 볼 배합으로 코너 워크 제구에 집중한다.’
그것이 바이킹스의 선두 타자, 염수민의 눈빛이 살벌한 독기로 점철되어 있되 광기는 서려 있지 않은 이유.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 속, 태준이 마운드 위에서 흩뿌리는 투구는 그의 예상과 크게 벗어나 있지 않았다.
퍼어엉-!
“스트라이크!”
[140.1Km/h]초구로 들어온 바깥쪽 높은 코스, 보더 라인에 걸치며 들어오는 포심패스트볼. 그 구속은 ‘140Km/h’
이태준이 기록한 최고 구속보다 확연히 느린 구속이었다.
애초에 초구는 그냥 지켜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던 염수민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뒤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타임을 요청한 뒤 장갑을 고쳐 썼다.
‘실투를 거의 던지지 않는 투수. 동시에 어느 상황이든, 누구를 상대하던 공격적인 투구를 펼칠 수 있는 투수.’
그렇게 타석에 붙은 뒤, 방망이의 그립을 조금 더 짧게 쥐었다. 목적은 최대한 많은 공을 지켜 보면서 커트해내기 위함.
그런 상황 속, 들어오는 태준의 두 번째 공.
이번에는 몸쪽으로 붙는 하이 패스트볼.
따악-!
방망이를 짧게 쥐고, 타이밍도 제대로 맞힐 수 있었다. 다만 생각했던 것보다 강력한 구위는 염수민의 방망이의 스윗 스팟을 살짝 빗겨 갈 수 있었다.
[139.4Km/h]구종은 직전과 똑같은 포심패스트볼.
전광판에 기록된 구속은 그것보다 약 0.7Km/h 정도 느린 것으로 측정되었다.
결과는 파울.
그렇게 볼 카운트는 노 볼 투 스트라이크.
‘이태준의 직구는 구속이 느려도 맞히기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야. 수직 무브먼트가 강한 걸 알고서 일부러 보이는 것보다 높이 타격하면 또 어느 순간엔 생각했던 것보다 떠오르지 않는 직구가 들어오니까. 거기에 날카로운 커터도 섞이고. 게다가 그런 공들이 아주 정교하게 제구된다.’
타자의 생각은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길어지는 사고(思考)의 범람 속에서도 타자의 계획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투 스트라이크의 볼 카운트.
‘하지만, 어떻게든 커트해낸다. 그것으로 이태준의 투구 수를 늘린다!’
그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명확하게 구분 지었다.
그 순간, 염수민의 눈빛에 서린 독기가 더욱이 번뜩였다.
부웅-!
다만 그뿐이었다.
‘어?’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 정도는 세울 수 있다.
자신보다 한참 우위에 선 상대를 상대하기 전까지는.
지금 염수민이 타석 위에서 보이는 심리는 마운드 위에 선 투수에게 9할 이상 간파되고 있었다.
[148.4Km/h]그리고 전광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던 그 숫자는 세 번째 공의 구속은 태준이 타자의 심리를 완벽히 꿰뚫어낸, 그 무엇보다 명확한 증거이기도 했다.
같은 구종이 갑자기 거의 10Km/h 가까이 빠른 구속으로 들어와 버리니.그 이전의 구속에 익숙해져 버린 염수민은 그 결정구에 대응할 수 없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렇게 3구 삼진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낸 뒤, 타석에서 물러나야 했다.
“허, 수민이가 저렇게 무기력하게···?”
“아니, 그것보다 148? 구속이 더 빨라졌다고?”
그런 염수민의 모습을 지켜보며 바이킹스의 더그아웃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마운드에 있는 태준이 바라봤다.
‘공을 최대한 많이 보고 싶었겠지. 존 안에 들어오는 공을 커트하면서. 투구 수를 늘리려 했을 거고.’
입가에 아주 섬뜩한 미소를 지은 채로.
‘딱 예상대로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주 투명하게 들여다보인다고.’
***
이어지는 2번 타자와의 승부.
그 승부는 직전의 염수민과의 승부와 다를 것이 없었다.
퍼엉-!
“스트라이크!”
초구는 존 안에 들어오는 커브를 타자는 가만히 관망하며 스트라이크.
원 스트라이크.
딱-!
두 번째 공은 존 밖으로 살짝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방망이가 돌아가며 파울.
투 스트라이크.
부웅-!
퍼엉-!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마지막 세 번째 공. 몸쪽으로 깊숙이 제구되는 포심패스트볼에 타자도 대응하고자 방망이를 돌려봤지만, 타이밍은 완벽하게 늦어버렸고,
그대로 공은 유유히 포수의 미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148.2Km/h]그 순간에 기록되는 구속은 ‘148.2Km/h’
직전에 보여준 두 가지의 오프스피드 계열 구종보다 약 30Km/h 이상 빠른 구속이었다.
태준은 1회부터 완급 조절을 적절히 풀면서 바이킹스의 타자들을 압박해 나가고 있었다.
「두 타자 연속 3구 삼진! 이태준 선수가 두 타자 연달아 빠른 공으로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아 내는 데 성공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정말 완성도가 높은 볼 배합이다. 그런 생각이 절로 드는 승부였습니다.」
「선영광 위원님은 방금 승부, 어떻게 보셨나요?」
「허허. 저라고 뭐 다르게 보이는 게 있을까요? 똑같죠. 워낙에 지닌 재능이 다채롭고 특출한 투수이기에, 어떤 볼 배합이던, 심리전이던 타자의 머리 위에 설 수 있다. 이태준 선수는 정말 좋은 선수다. 이렇게 결론지을 수 있겠네요.」
그런 태준의 투구는 경기를 지켜보던 해설 위원들에게도 꽤 높게 평가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어지는 3번 타자와의 승부.
태준은 그 승부까지 속전속결로 끝내버렸으니.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직전의 두 명의 타자와 같은 결과. 3구 삼진.
그리고 그 3구 삼진은 또 하나의 기록이 수립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무결점 이닝을 기록하셨습니다!】
【무결점 이닝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추가 경험치 + 4000】
1이닝 9구 3삼진. 또 다른 이름으로는 무결점 이닝(Immaculate inning).
이태준은 1회 말, 바이킹스의 단단한 의지를 그것보다 훨씬 더 강한 투구로서 꺾어버릴 수 있었다.
「허허, 저거 보세요. 1이닝 9구 3삼진. 전 한 번도 달성해본 적 없는 기록이거든요? 태준이는 이제 저랑 비교될 수 없는 선수예요. 저보다 확실히 잘하는 선수입니다.」
[ 잠실 바이킹스 VS 부산 원더스]ㄴ1이닝 9구 3삼진 기록하는 이태준 폼 미쳤다!
ㄴ선영광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태준 폼 미쳤다!
ㄴ1회부터 바이킹스의 마음 꺾어버리는 이태준 폼 미쳤다!
ㄴ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중요한 건 마음마저 꺾어버리는 압도적인 무력!
***
이태준이 무결점 이닝을 기록한 이후. 바이킹스의 투수였던 유정우도 자신의 투구를 이어갔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유정우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풀 타임 다섯 시즌을 채우게 되며 사실상 포스팅 제도를 통해 해외 진출이 예정되어 있던 투수.
그만큼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투수였다.
그리고 그 투수는 지금 조금의 완급 조절도 하고 있지 않았다.
“오늘 유정우 선수 구속이 장난 아닌데요? 평소보다 훨씬 빨라요.”
“그렇지. 지금 유정우. 평소 때랑 달리 완급 조절을 전혀 하고 있지 않으니까.”
그런 유정우의 투구는 오늘 잠실 야구장을 찾아온 민찬수 기자의 눈에도 포착될 수 있었다.
“예컨대 지금, 유정우는 그렇게까지 많은 이닝을 던져야겠다는 생각이 없을 거야. 그거보다 최대한 실점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겠지.”
“그, 그런가요? 그러면 왜 그런 거죠?”
그런 민찬수의 말에 민찬수와 함께 잠실 야구장을 찾아온 초임 기자는 의아함을 느끼며 되물었다.
그리고 그 초임 기자의 질문에 민찬수는 명료한 답을 내놓았다.
“뭐 때문이겠어. 상대가 지금 51이닝째 실점 없이 공을 던지고 있는 이태준이니까 그런 거지.”
상대 투수가 이태준이기에.
“그런 이태준 상대로 1점이라도 내준다? 그러면 이기기 힘들어. 게다가 자기가 나온 날 원더스에게 지게 되면, 그 즉시 3위 자리는 내주게 되는 거고.”
“아···.”
유정우는 그런 이태준의 빼어난 실력을 인정했고,
자신의 뒤를 지키는 불펜을 믿으며 5~6이닝 정도 되는 이닝을 최대한 실점 없이 막아내고자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서 공을 던지고 있던 것.
“결국, 오늘은 이태준과 유정우의 대결이 아니라. 이태준과 바이킹스의 대결이 될 거야.”
처음부터 유정우는 자신 혼자서 이태준을 넘어서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동료들과 함께 그 괴물 같은 투수를 넘어서고자 했다.
그리고 그런 유정우의 모습은 건너편 더그아웃에서 다음 이닝을 기다리고 있던 태준에게도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유정우 선배의 공. 분명 평소보다 강하게 실리고 있다. 이건, 처음부터 체력 안배는 생각 않고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는 의미.’
또한, 그것은 지금 바이킹스가 자신을 크게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던 바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런 상황에서는 이태준, 자신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해선 아주 명확한 기준이 존재했으니.
‘물론, 내가 신경 쓸 건 아니다.’
지난 경기에서도 그러했듯. 오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
자신의 상대는 투수가 아닌 타자.
‘나는 내 공을 던지면 된다. 그뿐이다.’
자신은 타자를 이겨내는 데에만 집중한다.
그것이 몇 이닝이 되었든.
몇 개의 아웃 카운트가 되었든.
오로지 그것뿐이었다.
[크, 표정 봐라. 쟤도 그렇고 얘도 그렇고 다들 눈빛에 독기가 잔뜩 서렸어.] [우리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그랬을걸?] [하하, 그것도 그렇겠네!]그 생각을 다시금 떠올리며 태준은 모자를 눌러쓴 채 마운드 위로 걸어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