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8)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8화(8/210)
008화. 경력직 신인 투수 (1)
상동 야구장에 도착한 후 몇 가지 절차를 끝내고서 공식적으로 부산 원더스 2군에 합류했다. 이천에 있던 짐도 택배로 부쳐놨기에 아마 곧 도착할 예정이었다.
이곳에서는 꽤 낯익은 얼굴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야, 네가 여기로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첫 훈련 날부터 다가와서 아는 체를 해주던 이 선수의 이름은 송정근. 포지션은 고교 때와 마찬가지로 포수. 아마추어 시절부터 실력이 나쁘지 않아 당시 2차 드래프트 4라운드, 8000만 원을 받고 입단한 바 있는 선수였다. 그리고 태준과는 같은 고교 출신의 동기였다.
“그러게. 나도 상상도 못 했다.”
“흐흐, 잘 왔어. 여기 분위기 괜찮으니까. 아 근데 듣기로 너 투수로 포변(포지션 변경) 한다더만. 너 고딩 때도 공 한 번 안 던져 봤잖아. 뭔 일 있었어?”
본격적으로 훈련에 합류하기 전부터 송정근을 비롯한 몇몇 선수들은 포지션 변경 소식을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입단이 발표된 당일 날. 개인적으로 팀에게 요구했던 사안.
[[공식발표] 원더스, 드래곤스서 방출된 이태준 영입] [이태준, 입단 동시에 투수 전향. 성공 가능성은?]바로 자신의 영입 기사가 포털 사이트 스포츠면 메인에 게시된 덕이었을 터.
목적은 미약하게나마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다.
ㄴ이태준···? 이름 어디서 들어 봤던 거 같은데?
ㄴ아! 걔다 걔 이명준 형! 아직 선수로 뛰고 있었나 보네 ㅋㅋㅋ
ㄴ이명준 형도 야구 선수였음?
ㄴㅇㅇ 데뷔한 지는 좀 됐음. 근데 2군에서도 후보였던 걸로 알고 있음.
ㄴ아··· 그냥 타자 안 되니까 투수로 전향했나 보네 ㅋㅋㅋ···
ㄴ그런 선수들 간혹 나오잖아. 근데 뭐··· 결과는 늘 그닥이었고.
물론 메인에 걸린다고 한들 아직 증명한 것이 없는지라 대중의 반응 자체는 미적지근했다.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지금의 태준은 미량이더라도 긁어모을 수 있는 인지도는 갈퀴로 긁어모아야 했을 테니까.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 LV.2】
그래도 영향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던 건지 어제 자로 레벨이 한 단계 올라갔다. 큰 수치로 오른 건 아닌지라 아직 변화가 체감되지 않았지만, 일단 레벨이 올랐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다.
【Overall(현 실력) : 58】
【Peak(성장 기대치) : 100】
또한 Overall(현 실력)에서도 미세한 성장이 있었다. 그리고 이는 뉴스가 뜨기 전에 이뤄진 성장. 즉, 지속적인 훈련을 통한 성장이었다. 지금 자신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방증. 이 역시 비록 한 걸음 정도에 그칠 뿐이지만, 나아가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투수로서, 그리고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로서의 첫걸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니까.
“타자로 죽어라 해봤는데 잘 안 됐잖아.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는 거지.”
이태준이 아닌, 투수 이태준. 위대한 투수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 이태준으로서 해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할 때. 타자 이태준은 지금으로선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고 외면해야 할 때였다.
“허, 뭔 놈의 지푸라기 타령이여 우리 나이에. 지금 우리는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볼 수 있는 나이 아니겠냐? 아무튼, 이왕 투수해보기로 한 거 자리 잘 잡아봤으면 좋겠다.”
“그래, 말이라도 고맙네.”
송정근은 고교 때도 그렇고 꽤 파이팅 넘치는 성격이었다. 지금도 그건 크게 달라지진 않은 듯했다. 새로운 팀에 그런 동료가 있다는 건 꽤 의지가 되는 편이다. 선수단 분위기도 나름 괜찮다. 비록 지금은 모두 2군 소속의 선수들이지만, 다들 으쌰으쌰해서 1군에 보탬이 되어보자는 분위기. 나쁘지 않았다. 드래곤스에 있었을 때는 좀처럼 겪지 못했던 분위기.
새삼 5년간 몸담았던 드래곤스를 떠났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와 같은 감정은 불펜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장민영 코치한테 들었다. 투구 폼 엄청 좋다드만? 건들면 안 된다고 아주 신신당부를 하더라.”
본격적으로 불펜 투구에 들어가기 전 2군 투수 코치, 진민우가 말을 걸어왔다.
“그렇게 말씀 주셨습니까?”
“그래. 니한테 거는 기대가 좀 있어 보이던데. 나도 기대해도 되나?”
타자로 뛰던 시절에는 거의 받아 보지 못했던 누군가의 기대감. 아직 익숙지 않은 느낌. 하지만 앞으로 익숙하게 될 느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기분이 썩 괜찮았다. 로건 라이트도 뒤에서 말없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윽고 공을 던지기 위해 불펜의 마운드 위에 섰고, 던지기 전 포수에게 검지를 살짝 위로 올리며 신호를 보냈다.
“살짝 솟구칩니다!”
“오케이!”
신호를 확인한 불펜 포수가 자리를 잡았고 미트를 세운다. 태준 역시 와인드업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포수가 미트를 가져다 댄 곳으로 공을 힘껏 던진다.
타앗-!
다리를 강하게 박차고서 스트라이드. 몸을 강하게 회전시켜 만들어낸 힘을 전부 왼손으로 전달한다. 그렇게 전달된 힘이 왼손에 집중되는 순간.
파앗-!
손으로 공을 강하게 챈다. 일련의 투구 동작으로 생성된 힘은 그 순간 공에 전부 실리게 된다.
슈우우우욱-!!!
0.4초가량의 짧은 비행. 공은 포착된 목적지를 향해 맹렬히 뻗어 나간다. 그리고 도달하는 순간까지도 공의 회전하는 힘은 거의 줄어들지 않는다.
탓-!
“······!”
포수 방향으로 오른쪽 높은 코스로 공이 솟구치는 듯한 착시가 일고. 포수는 그대로 공을 뒤로 빠뜨렸다.
“죄, 죄송합니다!”
포수는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빠뜨린 공과 투수의 얼굴을 번갈아 봤다.
“아, 괜찮습니다. 그러면 같은 공으로 한 번 더 던져보겠습니다.”
태준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불펜 포수도 사람인데 실수할 수도 있지 싶은 그런 생각.
다만 진민우 코치와 로건 라이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의 불펜 포수를 향한 눈빛은 영 못마땅해 보였다.
[공 잡는 게 제 일인 녀석이 공도 제대로 못 잡아주면 안 되지. 쟤 영 별론데?]뒤에서 지켜보던 로건 라이트는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그래도, 2~3번 던지니까 바로 적응하고 잘 잡고 있지 않아요?’
[그것도 못 할 거면 이 자리에 있으면 안 되지. 배터리는 말야. 일방적인 배려가 나오는 순간 그걸로 끝이야. 그건 제대로 된 배터리가 아니거든. 지금도 그렇잖아. 괜히 포수 배려하겠다고 일부러 공을 비슷한 코스로 던져주고. 이러면 훈련이 제대로 안 돼. 내가 어떤 공을 던져도 포수가 제대로 공을 잡아줄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야 제대로 된 투구가 될 수 있지. 쟤는 그게 안 된다는 거잖아. 왜 불펜 포수로 남아 있는 건지 그냥 공 잡는 것만 봐도 보이네.]좋은 포구가 좋은 투수를 키우고. 좋은 투수가 좋은 포수를 키운다.
같은 공을 잡더라도 포수의 능력치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온다. 물론 미세한 차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미세한 차이가 천차만별로 갈리는 결과를 끌어낸다. 그것이 로건 라이트가 오늘 태준의 공을 받던 불펜 포수를 탐탁지 않게 보는 이유였다.
[그리고 너도 내심 느끼고 있었잖아. 안 그래?]그리고 지금 공을 던지고 있는 장본인인 태준도 이를 모르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로건 라이트의 말에 대답 대신 씁쓸한 시선으로 불펜 포수 쪽을 바라봤다.
불과 일주일 전의 자신. 선수로서 아무짝에 쓸 곳 없던 자신이 그와 겹쳐 보였다.
[마음 약하게 가질 이유 없어. 여긴 프로 리그. 애들 장난하는 곳이 아니야. 네가 최선을 보일 수 있도록 네게 필요한 걸 요구할 수 있어야 해.]‘··· 네. 알겠습니다.’
‘프로’라는 이름이 갖는 무게감. 그 무게감에 짓눌렸던 5년이라는 시간. 드래곤스의 유니폼을 벗고서 새롭게 출발한 이상. 다시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 그때와 똑같이 살아선 아니 된다.
냉정해져야 한다. 불펜 포수에게는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 어쩔 수 없다. 프로란 그런 곳이니까. 모든 훈련이 끝나는 대로 코치와의 상담을 통해 불펜 포수의 변경을 요구하기로 했다.
그때였다.
“어이, 태준! 영태! 스돕! 스돕! 투구 잠깐 멈춰봐.”
아직 예정된 불펜 투구가 절반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 투수 코치 진민우는 곧 투구를 중단시켰다.
“얌마! 박영태!”
“네, 넵!”
“일어나. 자리 옮겨. 태준이 너는 잠깐 기다리고 있고.”
그 말과 함께 진민우는 그렇게 박영태를 데리고서 잠시 자리를 비웠다.
불펜 투구가 중단된 이유는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래도 여기 코치는 눈치가 제법 빠른 편이네. 말 꺼내기도 전에 먼저 움직여주고.]그렇게 자리를 비웠던 진민우는 곧 다른 포수와 함께 돌아왔다.
“태준, 너도 송정근이 알지? 예전에 동기였다면서.”
“네, 알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네 공 얘가 받아 줄 거야.”
송정근이었다. 진민우는 지금 태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꿰뚫었던 것. 현 부산 원더스 2군 주전 포수인 송정근은 포구와 블로킹 등 수비력만큼은 1군의 웬만한 포수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정근이 너도 포심 받을 때 의식하고. 태준이 포심 수직 무브먼트 최소 30cm 이상이더라.”
“오, 그 정도예요? 그 정도면 정준 선배보다 더 좋은 거 같은데요?”
“에이, 그 정도 못 됩니다.”
“그거야 받아 보면 알겠지. 그러면, 바로 준비하겠슴다!”
공을 받아주는 포수가 송정근으로 바뀌었다. 체구만 놓고 본다면 방금 전 포수와 큰 차이는 없었지만, 왠지 모를 듬직함이 느껴졌다. 덕분에 투구에도 안정감이 붙는다.
퍼어억-!
“그렇지! 공 좋고!”
수직 무브먼트가 강한 포심패스트볼도 안정감 있게 잡아주고 다른 구종들도 마찬가지였다. 덜 뜨는 포심패스트볼, 체인지업. 그것들도 더욱 수월하게 던질 수 있었다. 그제야 옆에서 지켜보던 진민우 투수 코치도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렇지, 이제야 좀 보이네. 포심 묵직하고. 체인지업 좋고. 제구도 생각보다 좋고. 이건 아무리 봐도 공을 거의 처음 던져보는 투수라 할 수 없는데? 장민영 코치가 제대로 봤네.”
태준에게서 범람하는 가능성이 엿보였다.
“이 정도면 경기에 바로 투입해도 문제없겠어.”
첫 불펜 투구에서 진민우의 계산은 그렇게 끝이 날 수 있었다.
***
모든 단체 훈련이 끝난 뒤 2군 투수 코치 진민우가 향한 곳은 감독실.
목적은 오늘 투수들의 불펜 투구에 대해 보고하기 위함이었다. 그 자리에는 2군 감독 윤원호, 그리고 새롭게 부임한 2군 투수 코디네이터 장민영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들도 함께하고 있었다.
“채혁이, 진섭이 다 컨디션 괜찮아요. 그리고 하진이. 하진이 지금 구위 절정이에요. 오늘도 최고 구속 155까지 찍히더라고요.”
부산 원더스 2군은 그날의 불펜 투구를 행한 투수의 컨디션과 기량을 매일매일 점검한 후 코칭 스태프들과 상의하곤 했다. 그렇게 여러 투수의 이야기가 지나가고 태준의 차례가 찾아왔다. 이윽고 진민우의 솔직한 평가가 시작됐다.
“장민영 코치님이 입이 닳도록 칭찬할 만하더라고요. 바로 경기 투입 시켜도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장민영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고, 다른 코치들도 저마다 한마디 말을 얹기 시작했다.
“장민영 코치님. 이태준. 드래곤스 있을 때부터 저렇게 성실했었어요?”
“그럼요, 드래곤스에서도 그렇고 전 쟤처럼 열심히 하는 녀석을 본 적이 없습니다.”
“오, 장민영 코치님이 그렇게 말씀하실 정도면. 믿어도 되겠는데요?”
“그렇다니까요. 그땐 저렇게까지 해도 뭔가 결과가 안 나오는 거 같아서 안타까웠는데 이제라도 보답 받는 느낌이라 지켜보는 저도 같이 기분이 좋습니다.”
“하하하, 그렇단 말이죠. 저도 기대해봐야겠는데요?”
드래곤스에 있을 때부터 줄곧 이어져 오던 태준의 노력은 장민영을 비롯한 여러 코칭 스태프에게도 긍정적인 느낌으로 호소 되고 있었다. 이는 감독 윤원호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말씀 좋게 하시는 걸 보니. 실력도 좋고 훈련 태도도 엄청 성실한가 보네요.”
윤원호는 선수의 워크 에씩을 상당히 중요시하는 감독. 여러 코치가 구태여 없는 말까지 지어서 할 이유는 없을 테니. 그의 태준에 대한 평가가 더욱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아, 그래서 요청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진민우가 태준의 투구를 보며 떠올린 생각.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태준. 당장 다음 시리즈부터 등판시켜도 될 겁니다.”
첫 번째. 태준의 등판 일자. 진민우는 다음 시리즈에 곧바로 투입을 언급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태준이 지금 바로 실전 투입 시켜도 충분히 먹혀요.
맞은 편에 앉아있던 장민영도 이를 거들었다. 투수를 담당하는 코치 2명이 그런 결론을 내렸을 때 윤원호는 굳이 고집을 부리려는 감독이 아니었다.
“허허, 두 분 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바로 준비시켜도 된다는 뜻이겠죠. 그러면, 내일 모래 있을 대구 썬더스 경기. 불펜으로 1이닝 괜찮을까요?”
“무리시킬 이유 없죠. 그쯤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회의 끝나는 대로 태준이한테 바로 말하겠습니다.”
이틀 뒤, 대구 썬더스 2군과의 경기.
태준의 공식적인 데뷔 경기 일정이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