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86)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86화(86/210)
086화. 또 한 계절이 지나며 (1)
여태 태준이 시스템을 통해 계승 받아 온 ‘로건 라이트’의 재능.
그것은 투수로서의 이태준을 다방면으로 광폭적인 성장을 일으킬 수 있었다.
당장 이태준이라는 선수는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KBO 2군에서 무려 4시즌 반가량을 전전하다 끝내 방출된 별 볼 일 없는 타자였을 뿐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 가파른 성장 끝에 리그 최강의 선발 투수로서 우뚝 군림할 수 있었고, 이에 그 누구도 반박의 말을 남길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랜덤 특전>을 통해 얻은 보상은 <스킬 습득>.
이어서 그 <스킬 습득>을 통해 얻어낸 스킬.
그것은 태준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수 있을 스킬.
[오, 드디어 이게 나와버렸네.]그 스킬의 등장에 로건 라이트도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허, 그러게요. 이거 진짜 끝내주는 스킬인데요?”
태준 또한 연신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컨트롤 아티스트> : 제구력이 향상됩니다.】
한때, 로건 라이트를 칭송하기 위한 별명 중 하나였던 ‘컨트롤 아티스트’.
로건 라이트류 투구 스타일의 정수이자.
그의 직속 후계자인 이태준에게도 가장 강력한 무기.
‘제구력’.
그리고 그 스킬의 성능은 바로 제구력의 향상이었다.
[허허, 이 시스템 너무 날로 먹는 능력인데? 투수한텐 평생 던져도 제대로 잡아내기 어려운 게 제구인데 말이지.]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투수에게 구속은 재능의 영역이고 제구는 노력의 영역이라고.
하지만 공을 한 번이라도 던져본 투수라면, 프로 무대에서 공을 제대로 던져본 투수라면 이렇게 말한다.
제구야말로 진짜 재능의 영역이라고.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제구도 구속 못지않게 선천적인 재능이 필요하다고.
‘이 투수는 제구만 잡으면 될 텐데···.’싶은 투수들은 상당히 많다. 하지만 그들 중 제대로 제구를 잡아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심지어 150Km/h가 넘는 강속구를 던질 줄 알면서도 은퇴할 때까지 영점을 잡지 못해 이도 저도 아닌 투수로 은퇴하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을 정도.
그리고 그런 투수들 모두 프로 선수일 텐데 훈련을 게을리했을 리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게다가 시스템상 스킬은 <스킬 강화>를 통해 계속해서 발전될 여지가 있었으니.
[<스킬 강화>를 <컨트롤 아티스트>에 적용하겠습니까?]선택의 여지 따윈 없었다.
제구력은 정교하면 정교해질수록 그 진가가 아주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을 능력치.
[<컨트롤 아티스트>의 레벨이 향상됩니다!] [<컨트롤 아티스트 Lv.2>]그리고 피네스 피처인 지금의 태준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 능력치였으니까.
“그러고 보니. 만약 이 <컨트롤 아티스트>에 <스킬 강화>를 계속해서 투자하면 어떻게 될 수 있을까요?”
[음, 그건 다른 능력치를 올릴 때와 별반 다를 게 없어. 이건 네 한계점을 빠르게 뚫어주는 장치일뿐이지. 불가능마저 가능케 해주는 건 아니거든. 아마 어느 정도 레벨을 올리면 레벨 업이 막히는 구간이 찾아올 거야.]물론 그것은 성장의 한계치가 존재하긴 했다. 다만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의 영역.
[모르는 일이지. 가령 스트라이크 존을 아홉 분할 해서 제구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를 수 있게 될지.]“오, 그거 진짜 심장 뛰는 말이네요.”
태준은 그것으로 더욱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제구력을 갖췄던 투수.
로건 라이트와의 거리가.
아니, 어쩌면 그가 서 있던 곳 그 너머 어딘가.
***
사직 야구장 클럽 하우스 이곳저곳에 비치되기 시작하는 촬영 카메라.
그 사이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마케팅팀과 마이크 달린 헤드폰을 쓴 사람들.
덕분에 슬슬 선수단 사이에서도 소식이 일기 시작했다.
“야, 우리 다큐멘터리 촬영.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것 같던데?”
바로 팀 다큐멘터리 촬영과 관련된 소식. 시즌 전부터 프런트 내부에서 어느 정도 이야기가 돌았었지만 거듭된 성적 부진 탓에 결국 좌초됐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전반기가 끝나갈 무렵부터 무섭게 치고 나가기 시작한 원더스는 어느덧 리그 단독 3위. 남은 페넌트 레이스의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실상 가을 야구 진출을 확정 지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기정사실화로 받아들여져 있던 그 소문은 구단주 신진섭의 사직 야구장 방문으로서 공식적으로 확인될 수 있었으니.
구단주 신진섭은 원더스 선수들 전원에게 금일봉을 하사한 뒤 했던 말.
“우리 원더스 선수단 여러분. 너무 자랑스럽고 구단주로서 고마울 뿐입니다. 지금처럼 넘치는 믿음과 자신감으로 후회 없이 던지고, 치고 또 달려주신다면, 제 끝까지 응원하고 지원하겠습니다. 그리고 익히 아시는 듯한 선수분들도 몇 분 계신 것 같은데. 저희 팀 차원에서 다큐멘터리 촬영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미 몇몇 팀이 OTT 제작사와 협약한 뒤 진행한 바 있었던 팀 차원의 다큐멘터리 촬영.
그것을 구단주가 직접 전언한 셈이니. 이는 확정이라고 봐도 무방했을 터.
“이야, 이제 우리도 다큐 나오는 거야?”
“들었지? 너 인마 안으로 들어와서 몰래 방망이 부수고 그러면 안 된다?”
“아, 저 안 그런지 몇 년 됐습니다···.”
이에 선수들은 저마다의 설레는 듯한 반응을 보이곤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과연 이번 다큐멘터리는 어느 선수를 중심으로 제작될지에 대해서.
사실 이는 생각해볼 것도 없었겠지만.
“태준이가 주인공이겠네.”
“이야. 태준이 진짜 멋있게 뽑히겠네.”
사실상 쓰러져가던 위기의 원더스에게 유일한 구원과도 같았던 존재. 이태준이 아니라면 그 누가 중심에 설 자격이 있겠는가?
이는 원해솔도 채건우도, 그리고 정준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너무도 자명한 사실.
그런 태준은 지금 사직 야구장 프런트 사장실에 있었고.
같은 자리엔 구단주 신진섭이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이번 다큐멘터리 촬영 들어가는 거 있잖아요? 아마 이태준 선수가 메인으로 나갈 거 같아요.”
촬영이 확정된 부산 원더스 팀 다큐멘터리의 메인 모델이 자신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저, 저를요? 채건우 선배님도 계시고 원해솔 선배님도 계시고 하물며 정준 선배님도 계시는데···. 저를?”
그런 신진섭의 말에 태준은 약간 당황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아무리 자신이 최근 좋은 퍼포먼스를 이어가고 있었다 할지라도 이는 고작 몇 달.
최소 몇 년 길게는 15년 이상 팀에 헌신해온 베테랑 선배 선수들도 버티고 있는데 자신이 메인에 서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
다만 신진섭을 비롯한 원더스 내부 인물들은 이미 마음을 굳힌 단계.
“이태준 선수도 아시다시피 사실 프로 스포츠 시장도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이잖아요? 사람들은 이 프로 야구를 테두리 안에서도 스토리를 원하고 드라마를 원하고 또 히어로를 원해요. 이유인즉슨. 재밌으니까.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있으니까.”
한국 최고의 야구 명가에 둔재 장남으로 지내왔다는 스토리.
그 역경을 포기하지 않고, 끝내 입신(立身)하여 양명(揚名)해냈다는 드라마.
그리하여 위기에 빠진 원더스를 구원해낸 히어로.
그가 바로 이태준이었으니.
“이태준 선수는 그게 되는 선수예요. 당장 이태준 선수 유니폼 판매량이 독보적으로 높기도 하고, 이태준 선수 경기 나오는 날이면 눈에 띄게 관중 동원 수도 늘고 시청률도 높은 게 그 증거겠고요.”
이태준은 팀 다큐멘터리에 메인 모델로 발탁되어도 아주 조금의 손색조차 없는 인물이었다.
“이태준 선수, 주인공 될 자격 충분한 선수입니다.”
신진섭이 그렇게까지 말해준 이상. 더 이상 마다할 수 있을 분위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내심 기쁜 마음을 애써 감추려는 데 급급했을 뿐.
‘주인공’.
평생을 그림자 속에 갇혀 지내던 태준에게 그 단어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수 있었기에.
“네, 너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태준은 그의 전언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아, 그나저나 오늘 이태준 선수한테 개인적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실례가 안 된다면 괜찮을까요?”
그렇게 약간의 대화를 조금 더 이어가고서 자리를 파할 때쯤. 신진섭이 한 가지 부탁을 건넸다.
“네. 말씀하세요.”
“흠흠, 다름이 아니고. 진 비서.”
“넵!”
그 순간, 신진섭의 근방을 지키고 있던 비서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이태준 선수. 사인 좀 부탁해도 괜찮을까요?”
야구공과 세련된 디자인의 유성펜이었다.
“아, 물론이죠. 주세요.”
태준은 그로부터 공과 펜을 건네받고 공에 자신의 사인을 새겼다.
“그, 이태준 선수···!”
그러던 중 진 비서가 불린 사내가 공을 하나 더 꺼내 들었다.
“하나만 더 부탁해도 괜찮을까요? 집에서 이태준 선수 좋아하는 사람이 한 사람 더 있어서.”
“물론이죠. 어려운 일도 아닌걸요.”
“흐흐, 고마워요. 아, 기왕이면 좀만 더 신경 써서 더 고맙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태준의 사인볼을 전해 받은 그 순간, 신진섭은 꽤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
길고 길었던 2040시즌의 페넌트 레이스도 슬슬 그 끝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끝이 다가올수록 상위권 팀들은 잔여 경기에서 모두 총력전을 천명하며, 순위 쟁탈전은 점점 더 심화 되어 간다.
지금이 그러했다.
2위와 점수 차를 제법 벌린 1위인 광주 위너스를 제외한 2위, 3위, 4위 팀. 그 세 팀의 경쟁은 리그의 막바지에 달하는 순간까지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얼마 전 이태준 앞에 벽을 느낀 채 무너졌던 바이킹스는 여전히 순위 싸움을 포기하지 않고 뒤를 바짝 따라붙고 있었으며.
[인천 세인츠 막판 굳히기 들어가나? 연속 위닝 시리즈 거둬!]5월 중순부터 시즌 내내 굳건히 2위 자리를 지켜온 인천 세인츠도 이에 질세라 끈덕지게 게임을 잡아내며 그 순위를 아득바득 지켜내고 있었다.
사실 웬만한 경우였다면 인천 세인츠의 리그 2위도 낙관해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을 절대로 그럴 수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부산 원더스, 후반 막판 스퍼트! 리그 6연승 달려!]부산 바이킹스마저 제치고 리그 3위로 올라선 팀 부산 원더스가 예상치 못한 속도로 쫓아오고 있었기에.
[이태준, 또 한 번 완봉승! 3연속 완봉승 쾌거!] [김경홍마저 넘었다! 이태준 71이닝 연속 무실점!]이태준의 맹활약.
그것은 앞서 있던 인천 세인츠에겐 공포와도 같았으니.
어느새 원더스와의 게임 차는 3점 차에서 2.5점, 그리고 1.5점.
「삼진! 삼진입니다! 박주형 선수가 위기를 벗어나면서! 경기 종료! 이것으로 인천 세인츠와 부산 원더스가 어느덧 반게임 차까지 좁혀집니다!」
「와, 하하···. 어떻게 상황이 이렇게 돌아갈 수 있을까요? 시즌 마지막 시리즈가 2위와 3위 간의 대결인 것도 모자라 이제는 게임 차도 0.5점 차. 이제 내일 경기 만약 원더스가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면 시즌 144번째 경기에서! 무려 4달간 굳건히 지켜왔던 순위가 뒤바뀌게 됩니다!」
단 한 경기만을 남겨둔 시점에서 단 반게임 차.
그 마지막 경기에서의 결과에 따라 순위는 역전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경기의 선발 투수로 예정된 투수.
[이태준, 시즌 마지막 경기 출격한다!] [팀 7위에서 3위까지 올린 최고 공신, 과연 2위까지?]마무리 투수와 선발 투수를 오가며 무려 71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 중인 ‘미스터 제로’.
ㄴ캬! 소리 질러! 우리 2위 간다!
ㄴ이태준 선발? 안 봐도 결과 알 수 있는 경기지 ㅋㅋㅋㅋ
ㄴ태준아 믿는다! 2위 드가자ㅏㅏㅏㅏㅏㅏㅏㅏ!!!
이태준. 그 투수가 선발 투수 출전을 예고했을 때 승리를 직감하지 않을 원더스 팬은 없었다.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
부산 사직 야구장의 가을은 한여름의 무더위보다 훨씬 더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화염을 일으킨 불씨는 지금 경기 시작을 앞두고 인터뷰 하나를 진행하고 있었다.
사직 야구장의 라커룸. 지금 그곳에선 유니폼을 입은 사람은 이태준 한 명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라커룸엔 인터뷰용 테이블 주변으로 세워진 조명,
대포와도 같은 카메라 렌즈, 오디오 장비들 등등. 이미 촬영 세팅은 끝나 있었다.
본격적인 다큐멘터리 촬영이었다.
의자에 앉아 있는 태준의 반대편 테이블의 여자 작가 한 명이 질문지를 보고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첫 질문은.
“이태준 선수. 최근에 들었는데. 타자 연습··· 시작하셨다면서요?”
이태준이 테드 윌리엄스를 만난 후 시작한 부단한 타격 훈련. 그것에 관한 이야기였다.
“네,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료 선수분들 이야기 들어보면 타격 훈련도 정말 열심히 한다고 하던데요. 혹시 투타 겸업을 상정하고 계신 건가요?”
그리고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아주 명확했으니.
“네, 투타 겸업 생각하고 있습니다.”
투타 겸업. 태준은 그 어려운 고지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걸었음을. 그 인터뷰를 통해 공시했다.
“오, 정말요? 정말 기대되는 말인데요. 혹시 이태준 선수의 투타 겸업은 언제 쯤 볼 수 있게 될까요?”
이태준은 투수로 전환한 뒤 아직 타석에 선 적은 없었다.
즉, 본격적인 투타 겸업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는 뜻. 그렇다면 이태준의 투타 겸업은 언제쯤 시작할 것인가.
“그 시기는···.”
이태준이 그 질문에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