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90)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90화(90/210)
090화. 또 한 계절이 지나며 (5)
9회 초.
사실상 부산 원더스 정규 시즌의 마지막이 될 공산이 농후했던 그 이닝.
그리고 그 태준은 그 이닝마저 자신의 손으로 매조지기 위해 마운드 위로 올랐다.
그러자 방금까지 환호성과 가을 기온이 무색할 정도로 타오르던 열기는 잠연히 수그러들었다.
그렇게 모두가 숨을 죽인 채로 그 경기에 온전히 몰입하기 시작했다.
[스포츠엔 국경이 없고. 시대마저 초월한다더니 그 말이 들어맞는 것 같아.]그런 상황 속, 로건 라이트는 과거 자신이 마운드를 섰을 적을 회상했다.
[8회를 딱 마쳤을 때. 18개의 삼진을 올렸고. 다시 마운드 위로 올라섰을 때.]아직 로건 라이트가 이승에 육체를 지녔던 시절. 무대도 다르고 상대도 다르며, 처한 상황도 조금씩은 다르기야 했겠지만,
‘8이닝 18K’. 지금 태준이 거둔 기록과 같은 기록으로 마운드 위에 올라섰던 적이 있었다.
[그때도 지금과 분위기가 별반 다르지 않았지. 적당히 숙연한 분위기에 모두가 나에게만 집중하는 듯한 그런 분위기.]무려 140년이라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의 역사 속 한 경기 9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은 KBO의 기록보다 한 개 더 많은 20K.
그 기록은 고작 4명의 투수가 다섯 차례 기록하는 것이 전부였을 정도로 그 위상이 남달랐다.
로건 라이트는 그 기록 앞에 선 적 있었고.
“어, 그 경기 저도 기억나는 것 같아요.”
그 경기는 어렸을 적 프로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워나가던 태준의 기억에도 남아 있는 경기였다.
“그런데···. 그 경기 결국 기록 달성은 실패하지 않았어요?”
다만 로건 라이트의 위대한 도전은 실패로 끝났었다.
8회 투구가 딱 종료됐을 시점에 이미 투구 수가 97구였던 그는 9회에 올라오자마자 빗맞은 안타를 두 번을 연달아 내어주며 마운드를 내려갔었다.
[내 말이. 왜 기록 앞둔 애 앞에서 그런 불길한 이야기를 회상하는 거야? 재수 떨어지게.]옆에서 그 말을 같이 듣고 있던 테드 윌리엄스는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테드. 한국에서 이런 말 있는 거 알아?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고.]이에 로건 라이트는 옅은 한숨을 섞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 맞아. 너희가 말한 대로. 난 기록 앞에서 무너졌어. 그 방망이 끝에 살짝 걸린 타구들이 그런 애매한 코스로 연달아 떨어질 줄 누가 알았겠어? 그 순간엔 정말 신이 날 버린 건가 싶었지.]그렇게 기록이 눈앞에서 날아간 그 순간, 사람들은 말했다. 운이 지독히도 없었다고.
분명 타자의 타이밍을 적절히 빼앗았고, 방망이의 스윗 스팟으로부터도 꽤 멀찍이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기록을 눈앞에서 시원하게 날려버린 뒤로 그 기록을 넘어설 기회 비스무리한 것조차 오지도 않았지. 그렇게 로건 라이트라는 선수의 한 경기 9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은 은퇴할 때까지 18K로 멈춰버렸어.]그렇게 로건 라이트는 그날 자신이 기록했던 한 경기 18K를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는 그 날까지 넘어서지 못했다.
[이쯤 왔으면 슬슬 결론 좀 말해라.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대체 뭔데.]그것에 대한 후회는 없었는가? 미련은 없었는가? 마냥 없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분명 그날 좌절된 기록의 달성은 짙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내가 만약. 그때로 돌아갔으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볼 배합을 구상하고 마침내 어떤 공을 던졌을까.]그렇다면 로건 라이트에게 누군가 신적인 도움을 줘서 딱 그 순간, 8이닝 18K를 거두고 다시 9회로 올라서는 순간으로 회귀시켜준다고 한다면, 그 순간엔 로건 라이트는 어떤 공을 던졌을까.
[아마 기록이 깨졌을 때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볼 배합을 구상하고 같은 공을 던졌을 거야. 왜? 그날의 내 생각들은 여러 번 곱씹어 봐도 틀리지 않았으니까. 그냥 그 순간에 운이 더럽게 나빴던 것뿐이니까.]이에 로건 라이트는 답했다. 그 순간으로 돌아가도 자신은 그 어떤 것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로건 라이트’로서 완성된 신조는 흔들리지 않는 규격이었으니까.
[그러니. 만약 여기서 네가 기록 달성에 실패한다고 한다면, 아마도 그건 네가 잘못한 게 아닐 거야. 그냥 운이 지지리도 없는 거지.]그것은 ‘이태준’이라는 투수 역시 마찬가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였던 팔색조 투수, 로건 라이트의 눈에 비친 이태준은 이미 완성된 투수.
하물며 메이저리그에서도 S급 선수로서 발돋움할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춘 투수.
[여기선 뭘 하던 어떤 결과가 나오던 내가 옳다.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그런 생각으로 던지면 되는 거야. 네 생각은 틀릴 리가 없을 테니까.]이는 로건 라이트가 보증하는, 너무도 자명한 진실.
“네, 감사합니다. 덕분에 더 편한 마음으로 던질 수 있겠네요.”
뇌리에 떠돌던 상념들은 깨끗하게 흩어져 간다.
그 자리에 상대하게 될 타자들에 대한 정보가 빠르게 채워진다.
‘3번 타자 우성우. 0.320의 타율과 0.402의 출루율, 그리고 21개의 홈런을 때려낸 좌타자. 극단적인 풀 히팅에 어퍼 스윙을 가진 타자.’
다음 과정으로 타자의 수준과 성향을 파악한다.
‘지난 두 타석에서 전부 떨어지는 공에 삼진. 사람의 심리상 아직 그 잔상이 강렬히 남아 있을 수밖에 없지. 시선은 밑으로 향해 있을 거야.’
이윽고 타자의 심리 상태를 간파한다.
‘역시. 직전 타석보다 내 쪽으로 조금 더 가깝게 서 있다. 이는 변화구가 더 꺾이기 전에 타격하겠다는 의사.’
마지막으로 지금 타자가 취하고 있는 자세까지 분석한 뒤 비로소 볼 배합을 도출한다.
‘정도를 벗어날 이유는 없다. 스트라이크 존의 높낮이를 이용하여, 변화구 승부보단 빠른 공 승부로. 예전 같았으면 모르겠지만, 지금 내 속구의 힘은 우성우 선배에게 밀릴 이유는 없을 테니까.’
그리고 철저히 계산된 결과를 투구로써 발휘한다.
슈우우욱-!
공이 제 손끝을 떠나려는 그 순간까지 고도의 집중은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부우웅-!
퍼어엉-!
“스트라이크!”
[150.4Km/h]그렇게 자신이 내린 답이 틀리지 않았음을.
그 선택이 옳았음을 결과로서 증명해낸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열아홉 번째 삼진.
【9이닝 19타자 탈삼진을 기록합니다!】
【KBO 타이기록을 달성합니다!】
【타이기록 경험치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추가 경험치 +150000】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 LV.41로 올랐습니다!】
그것으로 태준은 원더스의 영원한 전설, 정준과 같은 선상에 올라선다.
8.1이닝 무실점 19K
9이닝이 종료되기까지 아직 두 개의 아웃 카운트가 남아 있었다.
“잡았다! 잡았다! 삼진 잡았다! 19K!”
“하, 진짜 살 떨리는 줄 알았네!”
그리고 그 순간 잠시 적막이 감돌았던 사직 야구장의 1루 측 관중석이 들썩이기 시작한다.
물론, 그런 상황 속에도 태준의 얼굴에는 여전히 비장함이 지워지지 않았다.
이닝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그런 태준을 뒤편에서 바라보고 있던 두 전설은 그 순간에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거 봐. 태준인 이런 상황에서도 결국 스스로 정답을 쟁취할 줄 아는 녀석이라니까.]그중 조금 더 젊은 사람, 금발의 긴 머리를 늘어뜨린 로건 라이트는 어느새 얼굴에 흐뭇한 미소를 그려 넣고 있었다.
[로건, 네가 예전에 이태준에 관해 처음 이야기를 꺼냈을 때가 떠오르네.]그런 로건 라이트와 이태준을 잠시 번갈아 보던 테드 윌리엄스도 이윽고 입을 열었다.
[네가 예전에 나한테 그랬었어. 이태준 저 녀석은 어쩌면 널 아득히 넘어설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그때 내가 뭐라고 답했었는지 기억나?] [물론이지. 아주 헛소리도 그런 헛소리가 없겠다며 온갖 핀잔은 다 줬었잖아?]불과 몇 달 전 잠시 저승으로 내려갔었던 로건 라이트는 테드 윌리엄스에게 이태준에 관한 이야기를 짤막하게 꺼낸 적이 있었다.
그 동양의 투수는 머지않아 로건 라이트, 자신마저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아주 좋은 평가와 함께.
이에 테드 윌리엄스는 콧방귀를 뀌며 그의 평가를 헛소리로 치부했었다.
그 당시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로건 라이트는 그 작은 신체에 느려터진 구속으로도 메이저리그를 평정했던 전설적인 투수.
그런 투수를 변방의 동양에서, 그것도 2군에서 오랜 기간 빌빌대던 선수가 넘어서리라는 이야기를 어떻게 믿어줄 수 있었겠는가?
[흐흐, 그랬었지. 그런데. 아무래도 그때 그 말 취소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하지만 이태준의 투구를 직접 보게 되고, 이태준이라는 선수가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야구에 임하는 선수인지, 또 어떠한 승부를 펼칠 수 있는 선수인지. 그것들을 가까운 곳에서 보게 된 이상.
[네가 옳았어. 로건. 이태준 저 녀석은 네 말마따나 너마저 넘어서는 최고의 투수가 될 거야.]천하의 테드 윌리엄스도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태준은 최고의 투수가 될 잠재력을 지닌 투수였으니까.
그리고 동시에.
[그리고. 내 기필코 만들어낼 거야. 저 녀석, 타자로도 최고의 타자가 될 수 있도록. 나, ‘위대한 타자’ 테드 윌리엄스마저 넘어서는 최고의 타자를 말이야.]최고의 타자가 될 잠재력까지.
테드 윌리엄스는 마운드 위에서 자신의 공을 자신 있게 흩뿌리는 투수로부터 아주 선명하게 비춰보고 있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리고 그 선수가 지금 대한민국의 전설을 마침내 뛰어넘었다.
【9이닝 20타자 탈삼진을 기록합니다!】
【KBO 신기록을 달성합니다!】
【신기록 경험치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추가 경험치 +250000】
【랜덤 특전을 획득합니다!】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 LV.42로 올랐습니다!】
그것으로 도달한 더욱이 드높은 경지.
이태준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이들의 기대와 바람을 결단코 배신하지 않았다.
「드디어! 드디어 이태준 선수가 20K! 20개째 탈삼진을 기록합니다! 그것으로 정준의 9이닝 19탈삼진 기록을 넘어섭니다!」
「와, 결국 해냈습니다! 이태준 선수! 이태준 선수가 12이닝 투구를 기록한 날, 그때도 20탈삼진을 기록하긴 했지만, 자신은 아직 정준 선수를 넘어선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 정준 선수를 넘어서겠다! 라고 말했었는데. 그 업적을. 그 어려운 업적을 단 두 경기 만에 이룩해냈습니다! 이제 이태준 선수의 이름 앞에 ‘위대한 선수’라는 칭호를 붙여도 전혀 어색할 것 같지 않습니다!」
위대한 투수!
태준의 거침없는 행보는 그 칭호를 자신의 이름 앞에 가져다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투수의 정규 시즌 마지막 아웃 카운트.
따악-!
높은 코스. 방망이 끝에 걸린 타구는 멀리 뻗지 못한 채 높이 솟아오른다.
그 순간, 태준은 자신이 직접 잡겠다는 신호와 함께 높이 솟구친 공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폭-!
뒤이어 안정감 있게 공을 포구한다.
“아웃!”
9이닝 무실점 20K
태준의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의 성적표였다.
【4연속 완봉승을 기록합니다!】
【KBO 신기록을 달성합니다!】
【신기록 경험치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추가 경험치 +150000】
【랜덤 특전을 획득합니다!】
【<로건 라이트의 후계자> LV.43으로 올랐습니다!】
이윽고 한 경기 9이닝 20K라는 위대한 업적 앞에 잠시 가려져 있던 또 하나의 기록 달성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태준은 마운드를 내려왔다.
“흐흐, 아쉽게도 21K는 실패했네요. 어떻게 저게 배트 끝에 딱 걸리는지.”
말은 아쉽다고는 했지만, 지금 태준이 짓고 있는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홀가분함이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계획하고 의도했던 대로 공을 던졌고, 그건 분명 제 최선이었어요. 다시 돌아간다 해도 똑같은 공을 던졌을 거고요.”
과정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 결과는 언제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9이닝 21K는 미국 가서 제대로 도전해보겠습니다.”
뛰어온 날보다 앞으로 뛸 날이 훨씬 더 많은 프로 선수였기에. 태준은 그런 아쉬움 정도는 너무도 가벼운 마음으로 털어낼 수 있었다.
[그래. 지금 놓친 이 기록. 훗날 메이저리그로 넘어가서 다시 한번 도전해보자고. 지금의 너에겐 기회는 반드시 다시 올 테니까.]그것으로 부산 원더스의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는 끝이 났다.
[<경기 종료> 인천 세인츠 VS 부산 원더스]ㄴ경☆ 부산 원더스 2위 달성! ★축
ㄴ이태준은 이태준이었다!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미쳤다!
ㄴ한다면 하는 남자! 이태준! 9이닝 20K 달성!
ㄴ그냥 비교 대상이 없다. 이태준은 KBO에서는 그냥 유일신이다!
ㄴ갓태준… 아니 갓갓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