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96)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96화(96/210)
096화. 한국시리즈 (4)
메이저리그는 KBO보다 18경기 더 많은 162경기를 진행한다.
하지만, 그들은 월요일에도 쉬지 않고 경기를 진행하기에 시즌은 KBO보다 먼저 종료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그러했다.
[LA 다저스, 메츠 꺾고 월드시리즈 진출!] [뉴욕 메츠,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서 석패.]아직 KBO에서 플레이 오프가 한창이었던 무렵.
그들은 와일드 카드, 디비전, 챔피언십까지 전부 끝마친 뒤 곧 월드 시리즈가 진행되고 있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찬열 코치님.”
“허허, 아닙니다. 저야말로 좋은 경험이 될 듯싶습니다.”
그것이 뉴욕 메츠의 타격 코치 이찬열이 일정을 마치고 한국에 잠시 귀국할 수 있었던 이유.
이찬열이 지금 도착한 곳은 부산의 사직 야구장.
지금 위너스 필드로 건너가 광주 위너스와 한국시리즈를 치르고 있는 부산 원더스의 홈구장이었다.
그곳에서 이찬열이 대화를 나누고 있던 인물은 단장 강태산, 그리고 마케팅팀 팀장 서은진이었다.
원더스 측에서 다큐멘터리에 필요한 촬영분을 위해 현 메이저리그의 코치이자 이태준의 아버지인 이찬열에게 연락을 취했고, 이에 기꺼이 응하면서 만들어진 자리.
“태준이는 어렸을 때부터 야구에 정말 진심인 아이였어요. 이제라도 잘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제 아들에게 야구를 다시 할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이태준 선수 덕을 얼마나 많이 보고 있는데요. 외려 저희가 감사드릴 일이죠. 이태준 선수가 자신이 여태 야구를 포기 안 하고 버틴 데엔 아버지 몫이 컸다고 하던걸요.”
“허허. 태준이가 그렇게 말하던가요? 명준이까지 프로 입단하고서 바로 미국 가서 코치한다고 아비로서 해준 게 별달리 없는 것 같았는데···.”
그러다 보니 대화의 화두는 원더스의 팀 다큐멘터리,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던 인물, 이태준. 지금의 원더스를 한국시리즈까지 이끈 그 선수였다.
그렇게 이태준을 주제로 한 대화가 이어지는 중, 마케팅팀 팀장 서은진은 이찬열에게 제안을 하나 꺼내 들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이찬열 코치님 이번에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조만간에 저희가 유튜브에 다큐 제작 홍보 영상을 촬영하거든요···?”
이번 한국시리즈의 더욱이 큰 흥행, 그리고 부산 원더스의 팀 다큐멘터리 제작을 홍보하기 위한 과정.
“거기 한 번 나와주셔도 괜찮을까요?”
그녀는 이태준이 메인으로 서게 될 다큐멘터리 홍보 영상에 이찬열도 출연해주기를 희망했다.
***
경기는 어느덧 중반을 넘어섰고, 팽팽한 0의 균형은 유지되고 있었지만, 그 속에 담겨진 내용은 조금씩 갈리기 시작했다.
“볼넷!”
이태준과 마찬가지로 좋은 투구를 이어나가던 에이스 투수, 마이클 베넷이 투구 수가 쌓이기 시작하고 원더스의 타자들도 조금씩 그의 공에 적응해 나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던 것.
선두 타자의 안타. 이어지는 볼넷 출루.
탁-!
“세이프!”
그리고 희생 번트의 성공까지. 1사 주자 2, 3루. 위너스가 6회까지 아직 단 한 명도 출루를 성공시키지 못한 반면에 원더스는 먼저 득점의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었고.
따악-!
이어지는 우익수 방향의 외야수 플라이 아웃.
“세이프!”
3루에 있던 주자는 넉넉한 타이밍에 홈 플레이트를 밟을 수 있었다.
「3루에 있던 주자 홈으로 들어옵니다! 세이프! 세이프! 원더스가 7회 초 길고 길었던 0의 균형을 깨뜨리면서 스코어 1 대 0! 원더스가 이 승부를 앞서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점수가 난 그 순간, 양측의 더그아웃의 희비는 극명히 엇갈렸다.
“이야! 드디어 뚫었다! 이걸 뚫네! 이걸 뚫어!”
야구에서 단 1점은 절대로 큰 점수라고 할 수 없다. 언제든지 역전을 허용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점수 차, 하물며 상대가 유진성과 이명준을 보유한 디펜딩 챔피언, 광주 위너스라면 더더욱 그러했을 터.
하지만 그런 상황이었음에도 그 1점은, 평소의 1점을 아득히 초월하는 의미를 지닐 수 있었으니.
“하, 끝났네. 상대가 이태준인데 1점을 내줬으니···.”
“절대로 주면 안 될 점수였는데. 그걸 줘버렸네···.”
그 순간, 터져 나오는 1루 측 관중석에서의 탄식. 그리고 그들의 시선은 일제히 원더스의 더그아웃을 향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간절히 바라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투수 교체···!”
“지난번 세인츠 때처럼 7회까지만 던지고 내려가라! 제발···!”
이태준이 지난번 인천 세인츠와 치렀던 플레이 오프 때처럼 적당한 투구 수만 채운 뒤 마운드를 내려가 주기를.
하지만 그들 모두 알고 있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 속에 원더스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수를 던질 가능성은 제로에 한없이 수렴하리라는 그 지독한 현실을.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2사 주자 3루의 상황에서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종료시킨 뒤 마운드를 내려가는 마이클 베넷.
그의 오늘 경기 성적은 7이닝 1실점 2피안타 1사사구 13K.
가히 한 팀의 에이스 투수다웠던 수려한 성적.
원래라면 쏟아지는 찬사와 함께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을 성적.
하지만 그 순간에 마이클 베넷에게 찬사를 보낼 수 있는 관중은 아무도 없었다.
“하아···.”
찬사와 격려 대신 짙은 한숨만이 자욱이 내려앉았을 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원더스의 더그아웃. 그곳에서 이태준이 글러브를 챙겨 드는 모습이 아주 선명하게 포착되었기에.
이윽고 그라운드 위로 발을 들이는 모습이 보였기에.
그 뒤로 텅텅 빈 원더스의 불펜이 보였기에.
이태준.
세인츠 때와 달리 1선발을 내건 광주 위너스와의 경기였기에.
조금의 방심도 할 수 없었기에.
그는 오늘 경기에서 마운드를 내려갈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라운드 위로 감돌기 시작한 짙은 전운.
7회가 시작됐다.
***
이태준이 7회에 모습을 비친 그 순간, 위너스의 선수들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7회 말. 유진성과 이명준이 버티고 선 그 공격에서 만약 점수를 내지 못한다면 이 게임. 이길 수 없다고.
그렇기에 위너스의 1, 2, 3번 타자. 니콜라스 윌슨, 유진성, 이명준은 긴장감을 더욱이 높인 채로 타석에 들어섰다.
‘저 끔찍한 공을 던지는 투수. 오늘 경기는 속구 위주의 볼 배합을 가져가고 있어. 그리고 초구로는 카운트를 잡기 위해 존 안에 쑤셔놓는 속구가 거의 90%.’
오늘 태준의 볼 배합은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변화구보다는 속구 위주의 볼 배합. 평소 이태준 하면 떠오르는 ‘피네스 피처’의 이미지는 오늘 경기에서는 흐릿할 뿐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큰 변주를 줬음에도 전혀 문제처럼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
퍼어엉-!!!
“스트라이크!”
속구가 들어온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1번 타자 니콜라스 윌슨은 그 공에 대응할 수 없었다.
‘젠장. 속구인 걸 알고 기다리고 있으면 뭐하냐고? 이렇게 바깥쪽 애매한 코스에 걸치듯 꽂아버리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데!’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 낮은 코스 보더 라인에 걸치며 들어오는 구속 150Km/h의 컷패스트볼. 그런 공은 쳐봐야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그간 수많은 투수의 공을 타격해온 타자가 모를 수는 없는 법.
그것이 타자가 알면서도 방망이를 꺼낼 수 없던 이유. 즉, 이는 본능의 영역이었다.
‘저런 괴물 같은 투수한테 해답 같은 건 없어. 일단 맞힌 다음 요행을 바라는 수밖에. 인 플레이 타구가 만들어진 다음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거니까.’
하지만 그 본능으로는 마운드 위에 선 투수.
온갖 구질을 보더 라인에 걸치듯 제구하며 실투 하나 던져주지 않는 그 괴물 같은 투수를 이길 수 없었기에.
타자는 어떻게든 갖다 맞히는 타격을 할 수밖에 없었고.
딱-!
그렇게 건드린 타구가 좋은 코스로 뻗어 갈 리 만무했다.
“아웃!”
바깥쪽으로 빠지는 스위퍼. 니콜라스 윌슨은 어떻게든 그 타구를 건드렸지만, 배트 끝에 맞은 그 타구는 3루수 방향으로 힘없이 굴러가 그대로 잡히고 말았다.
원 아웃. 이태준이 오늘 경기 열아홉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 올리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까지 여전히 무피안타 무사사구. 퍼펙트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평소처럼 접근하면 삼진. 평소와 달리 접근하면 범타. 쉽지 않네. 쉽지 않아.’
이어서 나오는 타자 유진성. 그는 마운드 위에 선 타자를 흘긋 바라본 뒤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인정할 수밖에 없겠어. 나는 지금 이 녀석을 이길 수 없어.’
그리고 인정했다. 자신의 실력으로는 이태준을 넘어설 수 없다고.
광주 위너스와 6년 190억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은 국가대표 2루수 유진성은 자신과 마운드 위의 투수 사이에 벌어져 있는 그 거리를 아주 냉철하게 통찰했다.
그리고 타격 자세를 다잡았다. 평소와 같은 스탠스. 같은 리듬. 무엇 하나 평소의 타격 때와 다른 지점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슈우우욱-!!!
이태준의 투구가 이뤄진 그 순간에 갑작스레 유진성이 자세를 낮추며.
딱-!
기습 번트를 시도하리라는 것을.
“아!”
3루수와 1루수는 놀란 듯 앞으로 뛰쳐나갔지만, 타이밍이 아주 살짝 늦었다.
유진성의 주력과 타구의 속도를 고려한다면, 그들이 공을 잡고 2루수가 커버를 들어온 온 1루에 공을 던지면 세이프가 될 수 있었던 절체절명의 순간.
촤아악-!
1루수와 3루수가 도달하기 한참 전, 투수 이태준은 번트 타구를 신속하게 집었고, 그대로 빠르고 정확하게 1루에 도달한 2루수에게 송구했다.
퍼엉-!
“아웃!”
그것으로 잡아낼 수 있었다. 이닝의 두 번째 아웃 카운트를.
「와, 이태준 선수의 순발력. 정말 굉장한데요? 방금의 기습 번트 타구는 잡아내기 까다로워 보였는데. 그걸 굉장히 빠르게 처리했습니다.」
「이건, 거의 읽어낸 수준이에요. 읽어내고 있던 것이 아니고서야 공을 릴리스하자마자 바로 앞으로 스텝을 밟을 수가 없거든요. 이건 이태준 선수가 유진성의 번트를 읽어낸 겁니다!」
그리고 그 아웃은 해설들의 말마따나 이태준의 빠른 대처가 아니었더라면 잡아낼 수 없었을 아웃.
이태준이 순간적으로 유진성의 기습 번트를 읽어낼 수 있었기에 잡아낸 아웃이었다.
[허, 태준. 너, 저 녀석이 번트를 댈 걸 어떻게 알아낸 거야?]그리고 그것은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로건 라이트마저 미처 읽어내지 못했던 번트. 이태준은 그것을 읽어냈던 것.
“아, 하하. 그냥 감이라고 할까요?”
유진성은 분명 그 번트를 완벽하게 감춰냈었다. 번트를 대기 직전까지 그가 취하고 있는 자세에는 그 어떤 차이도 없었다.
하지만 태준은 그 미묘한 차이마저 읽어냈던 것. 그것은 근거는 ‘감’. 그 추상적이기 이를 데 없는 근거로 태준은 좀 더 빠른 대처를 보였던 것.
[허, 그걸 감으로 읽어냈던 거야···?]그 사실에 로건 라이트는 혀를 내둘렀고.
[방금의 번트를 어떻게 읽어? 방금 같은 상황에서 번트? 저건 타자가 정신이 나간 거지.]테드 윌리엄스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타자의 뒤통수를 지그시 노려보면서 입을 열었다.
[뭐, 다른 경기도 우승이 달린 시리즈잖아? 이런 상황에서까지 불문율 챙길 수는 없을 노릇 아니겠어?]7회까지 퍼펙트를 이어가는 투수에게 기습 번트를 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불문율에 어긋나는 행동. 그것이 3루 측 원더스 더그 아웃에서 유진성을 향한 야유를 쏟아내는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 이 경기는 페넌트 레이스의 144경기 중 한 경기가 아닌, 챔피언을 놓고 겨루는 한국시리즈. 그런 불문율이 승리의 간절함 아래 지워질 수 있을 특수한 경기였다.
[뭐, 그것도 그렇겠네. 아무튼. 태준이 저 녀석은 볼 때마다 새롭고 신기하단 말이지. 저런 판단력과 강인한 멘탈은 단련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아닐 테거든.] [맞지. 저 경지는 단련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지. 타고난 녀석이 노력까지 해야 도달할 수 있는 경지일 테니까.]그런 경기에서도 태준의 판단력은 더욱이 첨예했고, 멘탈은 더욱이 강고했다. 그의 승부사로서의 기질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조금의 무뎌짐도 허락하지 않는 듯했다.
그런 기질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더욱이 빛을 발하는 능력이었으니.
따악-!
「이명준 선수의 타구! 높이 솟구쳤지만, 멀리 뻗지 못합니다! 중견수 기다리면서! 아웃! 이명준 선수마저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면서 7회 말 위너스의 공격도 삼자 범퇴! 이태준 선수가 한 점 차의 리드를 굳건하게 지켜냅니다!」
천하의 이명준마저 지금의 이태준은 넘어설 수 없었다.
첫 타석에서 삼진, 두 번째 타석에서는 3루수 파울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났던 이명준은 세 번째 승부에까지 중견수 플라이 아웃. 3타수 무안타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서 더그아웃으로 물러나야 했다.
그리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지막이 읊조렸다.
“태준이 형. 처음 만났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해졌어.”
이윽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7회 말 공격마저 삼자 범퇴로 끝나버린 그 순간. 오늘 경기의 미래가 어렴풋이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생각은 곧 현실이 되어 갔으니.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8회. 4, 5, 6번 타자의 결과는 KKK.
이태준은 8회까지 퍼펙트를 유지했고.
여전히 스코어는 1 대 0.
한 점 차의 리드가 유지되는 가운데.
따악-!
“아웃!”
9회 말의 선두 타자의 중견수 플라이 아웃.
부우웅-!!!
퍼어엉-!!!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이어지는 두 번째 타자의 삼진.
이태준의 퍼펙트게임이 어느덧 목전까지 다가왔다.
모두가 숨죽인 채로 마운드만을 바라보던 그 순간.
퍼어엉-!!!
그런 상황에서도 이태준은 진격을 멈추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 존 높은 코스를 찌르는 하이 패스트볼.
그렇게 퍼펙트게임을 향한 마지막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