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seball genius through talent absorption! RAW novel - Chapter (99)
재능 흡수로 야구 천재-99화(99/210)
099화. 원더스의 원더 원 (2)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한 사람, 테드 윌리엄스 줄곧 이렇게 말해왔다.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선 본인의 열망을 철저히 활용할 줄 알아야 해.]열망.
본인의 열망인지를 분명히 인지하고 그것을 자신의 야구에 쏟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다 알다시피 나는 성격이 좋진 못했어. 선수 생활 전반을 기자와 척을 지며 살았고, 솔직히 팬들과도 사이가 영 좋지 않았지. 그래서 기자들은 날 온갖 이유로 음해하는 기사를 퍼 날랐고, 정말 많은 안티 팬들이 내 실패를 갈망했지. 누군가가 보기엔 참 기구한 선수 생활처럼 보이겠지만. 그건 의도한 바였어. 나는 나를 비난하는 모든 이에게 실력으로, 그것도 압도적인 실력으로 실망을 안겨주는 건 그 시절의 내겐 가장 큰 즐거움이었거든.]그 일례로 테드 윌리엄스는 불혹으로 치달아가며 에이징 커브를 맞이하던 중, 1957년 일부러 언론과의 전쟁을 벌이며 다시금 자신의 열망을 일깨웠고, 그렇게 38살의 나이에 무려 38개의 홈런과 1.257의 OPS(출루율+장타율)를 기록하는 등 부활의 날갯짓을 세차게 펄럭였었다.
[너도 한 번 생각해봐. 네 진짜 열망이 뭔지. 과연 그 열망은 어떻게 해야 깨어날 수 있는지를.]그렇다면 이태준 본인의 열망은 무엇인가. 단순히 야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 그저 야구를 좋아하는 마음?
그것은 너무 원론적인 접근. 세상 모든 야구 선수는 자신이 야구를 잘하길 간절히 바라고, 또 야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선수가 된 것일 테니까.
그렇기에 그것보다 조금 더 본성에 가깝고 노골적인 자신만의 열망을 찾아내야만 했을 터.
태준은 그것을 어렵지 않게 통찰할 수 있었다.
그것은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본인의 것이었으니까.
“솔직히 이번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어떤 기자가 부정 투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제 투구를 의심했을 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강하게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한국시리즈 미디어 데이.
거기서 한 기자가 태준에게 부정 투구 의혹에 관한 떡밥을 처음으로 공식 선상에서 던졌고, 그것을 기점으로 그간 암암리에 묻혀 있었던 이태준의 부정 투구 의혹이 처음으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물론 야구 팬 대부분이 그 의혹을 근거가 너무도 빈약한 낭설 정도로 치부했겠지만, 분명 몇몇 소수의 사람은 태준에게 의심의 시선을 보냈었다.
그것은 제법 자극이 될 수 있었다.
“어쩌면 그런 마음이 퍼펙트게임을 수립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네요.”
본인을 향한 의심과 선입견.
야구를 시작한 이래로 감당해야 했던 수많은 이들의 비웃음. 포기를 종용하는 말. 그 모든 것을 실력으로 극복하고 불사르는 쾌감은 이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그것의 또 다른 이름은 열망.
그리고 지금 새로운 열망에 불씨가 화르륵 지펴지기 시작했다.
[자, 그러면 네가 투타 겸업을 천명한 그 날. 사람들은 네 형편없던 과거를 상기시키고 타자로서의 가능성을 전면에 부정했지. 물론 그건 지극히도 당연한 반응들이고.]투수 이태준은 이제 No doubt. 의심의 여지 따위 스며들 틈이 없었다.
하지만 타자 이태준은 여전히 물음표가 한가득 담긴 선수였다.
[그런 널 둘러싼 수많은 의심에 대한 네 소감은 어떻든?]그리고 이젠 그 물음표들을 전부 잡아당겨 느낌표로 만들어야 할 때였다.
“절 의심했던 사람들로부터 ‘아, 내 생각이 틀렸었구나’라는 말을 하게 하고 싶네요.”
[그래, 그 마음. 방망이를 더 이상 돌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넌 반드시 최고의 타자가 될 수 있을 거야.]2040시즌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
[방망이 들어라. 타자. 다시 시작할 준비 해야지.]어쩌면 시즌의 마지막이 될 수 있을 그 경기.
그것은 태준에겐 또 다른 시작과도 같은 경기였다.
***
“마틴. 다음 경기 출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제 몸에 맞은 부위가 영 좋지가 않습니다.”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를 앞두고서 치러진 부산 원더스 코칭 스태프들이 모인 회의 자리. 그 자리에서 양태평 트레이닝 코치가 건넨 첫마디였다.
순간 류남선 감독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해솔이도 힘들고요.”
“네, 아마 대타 카드 정도로 활용하는 게 최선일 겁니다.”
“하아, 그렇습니까.”
주전 포수였던 원해솔이 허리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외국인 타자 크리스토퍼 마틴까지 지난 경기 사구의 여파로 빠지게 된 상황.
야수 뎁스가 얕았던 원더스에겐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때였다.
“저, 감독님. 혹시 말입니다.”
잠시 분위기를 살피던 원더스의 타격 코치 이혜성이 입을 열었다.
“태준이. 타석에 세워보는 것 어떻습니까?”
“···? 누구? 이태준···?”
그의 입에서 나온 선수의 이름은 예상치도 못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혜성 코치가 이태준을 타석에 세우리라 생각했던 것은 꽤 오래전부터 이어온 생각.
“예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태준이 스윙만 보면 문제없습니다. 아니, 문제가 없는 걸 넘어서 태준이보다 스윙 폼이 좋은 선수. 흔치 않습니다.”
이태준의 최근 타격 훈련에 임하는 모습을 봐왔기에.
“그리고. 정말 열심히 합니다. 사실 선발 투수로 뛰고 있다 보니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텐데 매일 매일 특타를 자처하고. 정말 오래도록 방망이를 돌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인의 의지도 제법 강하고요.”
그가 얼마나 타격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었기에 이혜성 코치는 목소리에 힘을 높였다. 코치로서 더 열심히 하는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으니까.
“상대 선발 투수는 마이클 베넷이야. 그 녀석을 상대로 데뷔 경기는 너무 가혹하지 않나?”
“그것도 그렇죠. 하지만···. 다음 경기는 어쩌면 올해의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릅니다. 한 번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어쩌면 그 경기가 끝나면 2040시즌은 그대로 종료될 수도 있었기에. 이태준이 타석에 설 기회는 너무도 오랜 뒤로 밀릴 것만 같았기에. 이혜성 타격 코치는 의견을 꺾지 않았다.
“흠, 솔직히 말해서. 여기서 태준이를 타석에 세우는 건 너무 큰 도박이야.”
다만 그것은 미래를 전혀 그려볼 수 없을 도박과도 다름이 없었다.
“건데. 그 도박 수가 이태준이라면···.”
하지만 이태준은 분명 그 느낌이 다른 선수였다. 과거 이태준을 1군 무대에서 처음 기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류남선 감독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거. 던져 볼 만하지.”
도박 수. 류남선 감독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을 도박 수를 꺼내 들었다.
[이태준, 한국시리즈 6차전 타자로 나선다!]그날 국내 야구계엔 거센 폭풍이 불어 왔다.
***
광주 위너스의 코칭 스태프들도 어쩌면 2040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을 그 경기에 대한 회의를 시작했었다.
“이야기 좀 해 봅시다.”
위너스의 서승 감독은 선수단을 관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한 모든 코칭 스태프를 회의실로 불러 모았다.
그렇게 시작된 회의 중심에는 6차전의 선발 투수, 이태준이 있었다.
“내일 경기, 이태준이 선발일 텐데 다들 이태준 선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
“그으···.”
“하아···.”
서승 감독의 질문, 그 질문에 위너스의 코칭 스태프들은 낯빛을 구기며 저마다의 침음성을 내쉴 뿐. 그 질문에 즉각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흐, 다들 골치가 적잖이 아픈가 보네.”
그것은 서승 감독도 마찬가지. 이태준에 대한 생각. 상대하는 팀의 코칭 스태프로서 편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을 노릇이었으니까.
“두말할 것 없이 최곱니다. 제구, 변화구, 구위, 구속 모든 것이 완벽하고 배포도 좋고 수 싸움도 능해요. 이런 선수가 어떻게 존재하나 싶을 정도로요.”
“짧은 이닝이라면 그럴 수 있겠지만, 이닝이 쌓이면 투수라면 결국 실투를 던집니다. 아무리 초특급 에이스 투수라도 결국엔 실투를 던집니다.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이태준의 로케이션을 보면···. 몰리는 공이 나오질 않아요.”
모든 선수에겐 빈틈이 있고, 그 틈이 있다면 어떻게든 비집고 파고들 계획을 세워야 했지만, 지금 이태준의 빈틈은 비집고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았다.
“아예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거군요.”
“아쉽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희도 같은 의견입니다···.”
그 자리에 있던 그 누구도 이태준을 향해 폄하를 내뱉을 수 없었고,
그것은 서승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후, 그렇군요.”
또한, 그것은 의미하기도 했다. 이태준을 상대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건 무의미하고 비효율적이기 그지없다는 사실을.
“그러면 방법이 없겠네요. 타선은 유지하고. 지난 경기 때들과 똑같이 준비해야겠네요.”
이태준에 관한 이야기는 거기까지였다.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투수 이태준에 관한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
“그런데, 타자 이태준은 다들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그렇다면 타자 이태준은 어떠한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원더스의 다른 타자들에 대해선 크게 이야기할 건 없었다. 이미 파악이 끝난 상태였고, 이태준과 달리 이겨내지 못할 상대들도 아니었으며, 앞선 다섯 경기에서 내어준 실점이라 해봐야 10점 언저리. 충분히 이겨냈다고 볼 수 있었으니까.
다만 그 경기에 선발 타선에 이름을 올린다고 예고된 바 있던 타자이자 정보가 현저히 부족한 한 명의 타자. 이태준.
사실 2군에서 5시즌 간 단 한 번도 2할 타율을 기록하지 못한 타자. 보이는 기록만 놓고 본다면 경계할 이유가 하등 없는 타자였기에 그냥 간과할 수도 있었겠지만, 위너스의 코칭 스태프는 그러지 않았다.
그의 2군 시절의 타격 영상과 클래식 스탯, 세이버 스탯, 세부 지표까지 전부 샅샅이 분석했다.
“그게 참···. 이걸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하지만 이태준이라는 타자는 더 깊숙이 분석할수록 외려 가늠이 잡히질 않았다.
“그냥 운이 없다고 하기엔, 다섯 시즌 내내 그럴 수도 없을 노릇이고. 볼도 잘 골라내고, 타격 폼도 깔끔하고. 헛스윙 비율은 기괴할 정도로 낮고···.”
어떤 타격 폼으로 스윙을 하든 책정되는 괴상할 정도로 낮은 헛스윙 비율.
스트라이크 존 바깥 공에 방망이를 잘 내지 않고 코스의 높낮이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인 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내는 능력까지.
이렇게만 놓고 보면 분명 그는 뛰어난 타자, 이찬열의 아들이면서 이명준의 형다운 뛰어난 타자였을 터였다.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낮은 Babip.
그렇게 만들어낸 수많은 인 플레이 타구는 전부 수비수의 글러브에 막혀버리며 형편없는 성적을 이룩했다.
“이런 성적을 내는 타자는 처음 봐서···.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것이 적잖은 선수를 지도하고 가늠해왔던 위너스의 코칭 스태프조차 타자 이태준을 도저히 규격화하지 못한 이유. 그렇기에 낼 수 있는 결론 역시 섬세할 수는 없었다.
“자네조차 제대로 못 볼 정도라면, 그 녀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야. 적어도 국내에서는 말이지.”
하지만, 서승 감독은 결론을 내지 못한 그들을 탓하지 않았다. 실제로 타자 이태준은 규격화가 불가능한 타자였으니까.
따라서 선택은 단순해진다.
“그러면, 이태준과의 승부는 그냥 배터리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겠네. 그 녀석들이라면, 분명 불가해한 판단은 내진 않을 테니까.”
판단은 그라운드 위에서 그와 상대하게 될 선수들에게 믿고 맡긴다.
“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들의 회의는 그쯤에서 당락이 지어졌다.
***
11월 초. 이제는 가을이라기보다 겨울에 조금 더 가까워진 날씨.
사직 야구장을 찾아온 관중들은 유니폼 위에 두꺼운 외투를 걸친 채로 경기장을 방문했다.
그 시기의 마운드는 추운 날씨 때문에 굳어서 적당히 딱딱하다.
발밑으로 느껴지는 촉감은 7월 때와는 사뭇 다르다.
그것이 끝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소감이 어때? 어쩌면 네 고국에서 오르는 마지막 마운드가 될지도 모르는데.]“글쎄요. 뭔가 말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이네요.”
태준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본인이 원한다면 임의 탈퇴 규정으로 부산 원더스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마음을 굳힌 단계였다.
태준의 시선은 단 한 번도 머나먼 타향의 리그, 메이저리그로부터 멀어져 있던 적이 없었으니까.
즉, 지금 이 마운드는 태준에게 있어서 한국 무대에서 오르는 마지막 마운드가 될 공산이 아주 컸다.
“일단, 제 개인적인 감상보다는 해야 할 것들을 떠올려야겠죠. 늘 그랬던 것처럼.”
마운드 위에서는 실투도 던지지 않고, 또 긴장하는 내색을 전혀 보이지 않는, 마치 마치 정교하게 설계된 안드로이드처럼 공을 던지는 태준이었겠지만,
그는 기계가 아닌 사람. 당연히 감정이 있고, 지금의 마운드를 평소 때의 마운드와 다르게 느끼고 있었다.
다만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이 오늘 경기로부터 반드시 얻어내야 할 것들만큼은 간과하지 않는다.
공을 던지기 전 태준은 잠시 1루 측의 관중석을 바라보았다.
“이태준! 이태준! 이태준! 이태준!”
그의 시야엔 자신과 같은 부산 원더스의 유니폼을 입고서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
야구계에 이런 말이 있다. 내가 야구를 잘하길 응원하고 못 할 때 속상해하는 사람들은 가족과 팬밖에 없다고.
팬들은 선수에게 그런 존재.
야구 선수는 언제나 팬들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야구를 한다.
[그거 알아? 안티 팬도 모아보면 의외로 재밌는 거? 내가 고꾸라지기만을 바라는 사람들 앞에서 맹타를 휘두르는 것만큼 또 재밌는 일이 없었는데.] [거, 영감님. 오늘 같은 날은 좀 자중해주시면 안 될까?] [에잉, 젊은 놈이 농담도 못 받고.]물론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태준은 팬을 적으로 돌리는 야구 선수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팬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
승리.
그리고 우승.
그것을 위한 마지막 투구.
슈우우우욱-!!!
한국시리즈의 6차전 경기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