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01)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01화(101/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01화
나 역시 휴대폰 메모장을 켜 대답을 작성해 보여 주었다.
[몰라 진짜 로또 당첨된 거 아니야?] [이건 로또만으론 설명이 불가능해요. 방금 정상인의 영혼이 대표님에게 빙의한 게 분명해요. 회의 초반 때까지만 해도 정상 아니었잖아요]설마 대표님도 시스템의 조종을 받는다거나? 감 잃은 소속사 대표의 감 되찾기 프로젝트, 뭐 이런. 그런데 대표님은 감을 잃은 게 아니라 애초부터 없었던 것 같은데.
평소였으면 김도빈에게 물들어 나까지 씹덕 같은 상상을 해 버렸다고 자괴감에 난리를 쳤겠지만, 나도 초심도 프로젝트 어쩌고로 시스템에 조종당하고 있었기에 충분히 가능성 있는 추론이었다.
대체 무엇이 회귀 전 레브 데뷔 7년 차까지 감 제로에 노답이던 대표님을 6년이나 일찍 정신 차리게 만든 거지. 어디서 전기충격이라도 당하셨나. 아니면 정말로 시스템의 조종?
너무 예상외의 상황에 우리의 반응이 미적지근하자 대표님이 당황하며 물었다.
“왜? 레슨이나 디렉팅 필요 없니? 혹시 너희들끼리 하고 싶어?”
“아니요! 정말 마음에 듭니다!”
“그럴 리가요!”
혹여 또 자급자족하라고 할세라 모두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다급히 대답했다.
드디어 비자발적 안무 디렉팅에서 벗어나게 된 김도빈의 목소리가 제일 컸다.
보컬 레슨이라도 꾸준히 받으면 서예현의 그 답이 없는 보컬도 어느 정도 답이 보이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겠지.
비록 보컬은 최대 성장치가 C였지만 D+보다는 C가 나을 것 아닌가.
그렇게 타이틀곡 확정 회의는 각오했던 것보다는 순탄하게 끝났다.
본격적으로 녹음을 들어가기 전, 타이틀곡이 된 의 파트를 분배했다.
애초에 곡 작업 단계부터 대략 나누어 놓긴 했다만 편곡이 들어간 상태라 약간의 조정은 필요했다.
이번 활동 곡으로 서예현의 보컬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에 따라 다음 활동에서의 서예현의 파트 분량이 결정될 것이다.
서예현의 랩도 보컬도 성에 차지 않았지만, 굳이 따지자면 더 기준 미달인 것은 랩이었으니까. 물론 내 기준이었다, 내 기준.
솔직히 말하면 그걸 랩이라고 하는 건 힙합에 대한 모독이었다.
그게 중얼거리는 거지 랩이냐, 시발.
“녹음일 전까지 레슨 열심히 받고. 특히 예현이 형.”
저만 콕 집어서 말했음에도 서예현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 인간도 혹시……?
[초심 되찾기 프로젝트는 오직 ‘윤이든’ 님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프로젝트입니다.]어어, 그래. 확인시켜 줘서 고오맙다.
* * *
소속사 사옥을 더 큰 건물로 옮기면서 드디어 사옥에도 녹음실과 작업실과 멀쩡한 연습실이 생겼다.
연습실이야 몇 번 가 본 적이 있었지만, 작업실은 최신식 장비가 쫙 깔린 내 멀쩡한 작업실이 있었으므로 딱히 걸음 할 일이 없었다.
덕분에 녹음실도 방문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녹음이 사옥 녹음실 첫 방문이었다.
잠깐 들린 작업실과 녹음실의 장비는 쏘쏘했다. 구리다고 욕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 좋은 장비까지는 아닌? 굳이 내 작업실을 두고 여기에서 작업할 메리트는 없어 보였다.
“어때? 좋지? 괜찮지?”
녹음실을 자기가 만든 것처럼 굉장히 뿌듯해하는 매니저 형을 향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려 주었다. 사회생활 한번 힘들다, 하.
“비하인드 촬영을 위해서 녹음실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건 어떨까요.”
“도빈아, 카메라가 있든 말든 네가 녹음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형은 천사가 될 수도 있고 악마가 될 수도 있다.”
“아, 녹음은 수련회구나.”
또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김도빈을 녹음실 부스로 밀어 넣었다.
“제가 첫 타로 해여? 하준이 형 아니고요?”
“어어, 너 녹음 이후에 준이 레코딩하면 내 기분이 얼마나 풀리나 실험 좀 해 보게.”
“저도 보컬 레슨 빡세게 받았거든요? 예전의 김도빈이 아니거든요?”
한껏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은 김도빈이 마이크 앞에서 목을 풀었다.
MR이 재생되고, 한껏 소울을 실은 김도빈의 파트가 끝나기도 전에 음악을 멈추고 표정을 구겼다.
“다시. 예전의 김도빈이다, 인마.”
“엥? 그럴 리가 없는데?”
“야, 레슨 몇 번 받은 거로 실력이 드라마틱하게 성장하면 온 세상 사람들 보컬 레슨 좀 받고 다들 가수로 데뷔했게? 다시 간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그 후로도 몇 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김도빈의 녹음이 끝났다.
“아무래도 첫 번째 순서를 김도빈으로 하면 안 되겠다. 녹음 시작부터 열이 빡 받네……?”
깍지 낀 손으로 턱을 괴고 빈 녹음 부스를 노려보며 스산한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류재희가 다급히 견하준을 녹음 부스로 밀어 넣었다.
“이든이 형 최애, 하준이 형 들어가실게요!”
“이런다고 내 기분이…… 풀리네. 준아, 바로 다음 구절 가자.”
역시 내 취향의 음색을 들으니 심신이 조금이나마 안정되었다. 만족스럽게 고개를 까딱거리고 있다가 MR을 잠시 멈추고 입을 열었다.
“방금 괜찮았어. 괜찮았는데 ‘catch me if you can’ 여기에서 끝부분 한 키만 올려 볼래?”
내 요구를 견하준은 찰떡같이 수행해 냈다. 손끝으로 책상을 툭툭 두드리며 잠시 이전 버전과 지금 버전 중에서 고민하다가 짧게 고개를 저었다.
“으음, 그냥 원래대로 가는 편이 더 낫겠다. 준아, 다시 한번만 가자. 어어, 키 높이지 말고 원래 버전으로.”
뒤에서 보고 있던 김도빈이 소심하게 중얼거렸다.
“비견하준 차별을 멈춰 주세요…….”
“시꺼, 도비.”
아, 맞다. 관계 개선도. 설마 이 정도 말로도 관계 개선도 점수가 깎일까 싶겠지만, 친애하는 우리 멤버들은 언제나 내 예상을 뛰어넘었기에 방심할 수 없었다.
다행히 슬쩍 확인해 본 관계 개선도 점수는 마지막으로 본 그대로였다. 김도빈도 슬슬 철이 들어가는 모양이다.
무사히 녹음을 마치고 녹음 부스에서 나온 견하준에게 물병을 건네며 김도빈이 다 들리게 속닥거렸다.
“형, 대체 이든이 형의 최애 음색의 소유자인 건 무슨 기분이에요? 저는 녹음 진행하면서 말로 얻어맞지 않는 기분이 뭔지 너무 궁금해여.”
아닌가. 철들려면 아직 멀었나.
“다음, 예현이 형 들어가.”
“재희 아니고?”
“퐁당퐁당 순서를 한 번 시도해 보려고. 내 혈압과 정신 건강에 얼마나 순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해 보게.”
일단 지금까지는 효과가 있다는 게 확인됐다.
하지만 김도빈은 그나마 한없이 높은 내 기준에 성이 차지 않아서 그렇지. 실력으로 따지자면 평타는 치는 순한 맛이었고, 아직 매운맛 끝판왕이 남아 있었다.
“예현이 형, 할 수 있다! 형이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보여 줘요!”
“야, 야. 윤이든한테 괜한 기대감 심어 줄 말은 하지 말고.”
“부담 가지지 말고 편하게 해요, 형.”
“맞아, 형. 애당초 기대감 안 가졌으니까 편하게 해. 내가 아까도 말했잖아. 레슨 몇 번으로 사람 실력이 드라마틱하게 성장하면 온 세상 사람들 다 가수 데뷔했겠다고.”
멤버들의 따뜻한 격려를 받으며 서예현이 쭈뼛쭈뼛 녹음실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투명 부스 너머로 눈이 마주치자 서예현이 움찔했다.
“나 참, 나는 아직 한마디도 안 했는데 왜 쫄고 그래. 누가 보면 내가 차암 나쁜 놈인 줄 알겠다.”
“너 혹시 파블로프의 개 효과라고 아니?”
“왜? 녹음실 마이크만 보면 침이 나와?”
“겠냐?”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지만, 조금이나마 긴장이 풀렸는지 아까보단 나은 얼굴이었다.
나 역시 마음의 준비를 하고 MR을 재생시켰다. 멜로디와 박자에 맞추어 흘러나오는 서예현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깜빡였다.
오, 진짜 열심히는 했나 본데? 실력이 이전에는 에스프레소였으면 지금은 샷 10번 추가한 아메리카노 정도?
감격의 박수를 치면서 마이크에 대고 말을 내뱉었다.
“다시.”
실력이 아주 조금이나마 성장한 건 박수를 쳐 줄 일이지만, 아직 합격점을 받으려면 멀었다.
* * *
콘셉트 회의를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LnL은 답 없는 좆소다.
레브의 연이은 성공으로 몸집이 불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LnL이 굴러가는 꼴은 좆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
실무진들이 회의하여 픽스된 콘셉트를 기획안과 프레젠테이션 발표 형식으로 아티스트와 대표에게 알려 주고 조율해 나가는 게 보통이지만…….
‘여기는 아티스트도 실무진이지, 암 암.’
우리가 PPT를 준비해 왔다는 사실 자체부터 체계 없는 좆소다웠다.
직원 수라도 늘어서 다행이지, 예전에는 레브 멤버들과 소속사 직원 수가 비슷했다는 걸 떠올리자 한숨만 나왔다.
그래도 이제는 우리가 의견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가 있고, 이게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아졌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회귀 전에는 내 의견이 들어 먹히지를 않았으니까. 애초에 내가 만들어 간 멀쩡한 음원부터 까였는데, 뭐.
탈 LnL을 하지 못하고 회귀한 게 두 번째로 큰 미련이었다. 이번 회차에서는 반드시 이루리.
타이틀곡인 는 쫓고 쫓기는 괴도와 탐정 콘셉트를 염두에 두고 작사 작곡한 곡.
이 콘셉트의 의견을 냈던 류재희의 아이디어 출처는 바로 우리 김노담 대표님.
“이전에, 그 있잖냐, 컨셉 회의 당시에 내가 의견을 냈던 컨셉이 딱일 것 같단 말이지. 다중우주!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미해결 범죄의 범인을 찾는 거야! 그리고 이 시리즈로 정규를 쭉쭉 밀고 나가는 거지.”
밀려오는 안도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디 아픈 것도 아니고 빙의도 아니고 시스템의 조종을 받는 것도 아닌 평소의 대표님이시구나. 타이틀곡 회의는 세 보 전진을 위한 한 보 후퇴였구나.
‘분명히 대표님이 올라잇올나잇 때 불발된 그놈의 다중우주 도둑잡기 콘셉트를 밀 거다.’라는 의견과 ‘아니다, 대표님의 몸에 정상인의 영혼이 빙의된 이상 더는 그런 콘셉트를 밀지 않으실 거다.’라는 의견이 레브 내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게 무색할 수준이었다.
대표님은 항상 한결같으셨음에도…….
씹덕답게 정상인 영혼 빙의설을 밀었던 김도빈은 실망한 기색이었다.
아무리 봐도 로또 당첨된 거 맞는다니까.
“그런데 왜 대표님은 저렇게 우주에 집착하시는 걸까요?”
“몰라, 어릴 적 장래 희망이 우주비행사였기라도 했나 보지.”
“혹시 정체를 숨긴 외계인이라던가…….”
“말이 되냐.”
김도빈의 헛소리 섞인 속닥거림에 적당히 대꾸해 주면서 대표님의 의견에 손을 슬쩍 들고는 반박했다.
“탐정 컨셉은 일회성으로 충분할 것 같은데요. 셜록 홈즈 시즌제 드라마도 아니고, 이걸 정규 앨범 시리즈로 계속 밀고 나가기는 좀…… 컨셉도 변형해 가면서 신선함을 주기엔 영 텄잖아요.”
“그러면 다중우주는 괜찮고?”
“아니요.”
김도빈에게서 건네받은 USB를 류재희에게 넘기며 말했다.
“재희야, 가서 PPT 틀어라.”
“넵!”
여전히 다중우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대표님의 말에 설렁설렁 대꾸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프레젠테이션이 뜬 스크린 앞으로 다가갔다.
정규앨범이니까 내가 직접 나서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