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0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03화(103/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03화
“도빈이 우는 건 아니겠지?”
내 작업실에 앉아 있던 견하준이 걱정스럽게 중얼거렸다.
우리가 짰던 계획은 바로 이거였다. 서프라이즈 파티의 기대감을 최대한 줄이고 가장 기대하지 않은 순간에 짠, 서프라이즈를 선사해 주자.
숙소에 도착했다는 류재희의 문자를 보며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서프라이즈 파티 안 챙겨 줬다고 우는 놈이 어디 있어.”
“도빈이잖아.”
거참 깔끔하고도 부정할 수 없는 한 마디였다.
김도빈은 기대를 안고 바람처럼 달려왔는지 꽤 빨리 도착했다. 작업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김도빈은 내게 USB를 내밀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왜, 뭐 찾는 거라도 있어?”
다 알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정말로 모른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희망을 아직 놓지 못한 얼굴로 김도빈이 말했다.
“형, 재희랑 예현이 형은요?”
“그 둘은 여기서 왜 찾아? 레슨 끝났으면 숙소에 있겠지.”
한참을 샅샅이 내 작업실을 훑은 후에야 김도빈은 류재희와 서예현이 어디에서 케이크 들고 제 눈앞에 나타날 거라는 희망을 버렸다.
상황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견하준과 김도빈을 뒤에 앉혀 둔 채 조금 더 곡 다듬는 작업을 하다가 가자고 몸을 일으키며 손짓했다.
“형, 뭐 잊은 거 없어요?”
“케이크? 케이크는 숙소 냉장고에 있을 테니까 그거 먹어라. 어제저녁에 사 놨는데 못 봤어? 하긴, 밥상을 차려야 알지, 밥상을 차려 봐야.”
터덜터덜 숙소로 향하면서도 김도빈의 눈은 마지막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고 반짝이고 있었다.
역시 루트 하나를 더 끼워 넣은 게 신의 한 수였다.
숙소에 도착하자 서예현과 류재희가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역시나 풍선은커녕 케이크도 없는 꼴을 본 김도빈이 완전히 기대감을 버리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다들 이러기야?”
“이러기야는 반말이고.”
“다들 이러기예요? 너무해! 준비 안 한 게 서프라이즈였냐고!”
슬쩍 본 김도빈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야야, 도빈이 울겠다. 빨리 냉장고에서 케이크 가져와라.”
고구마케이크가 식탁 위에 놓였다. 힘없는 걸음걸이로 식탁으로 걸어온 김도빈이 케이크를 보자마자 밥투정하는 일곱 살처럼 빽 소리 질렀다.
“왜 하필 또 고구마케이크인데요!”
“빵집 너무 늦게 가서 이거밖에 없었어. 나를 탓하지 마. 다른 케이크를 먼저 사 간 사람들을 탓해.”
식탁 의자를 끌고 앉으며 대꾸했다. 그래도 모카 케이크보다는 낫잖아, 인마.
“빨리 먹어. 매니저 형 언제 올지 모르니까.”
“매니저 형은 왜?”
“아, 내가 말 안 했나? 코디 관련 회의 일정 당겨졌다고 회사 들려야 한단다.”
케이크를 반쯤이나 먹었을까, 매니저 형이 우리를 데리러 왔다.
소속사 사옥 엘리베이터에 타 회의실로 가는 층을 누르자 김도빈은 모든 기대를 버린 표정이었다.
슬쩍 류재희와 시선을 교환하며 김도빈에게 보이지 않게 씩 웃었다.
김도빈이 회의실 문을 벌컥, 연 순간.
펑! 주머니에 미리 넣어 놓았던 폭죽을 꺼내 류재희와 동시에 김도빈의 양옆에서 터트렸다.
갑작스럽게 터진 폭죽에 김도빈이 깜짝 놀라 털 세운 고양이처럼 펄쩍 뛰었다.
풍선으로 꾸며진 회의실과 책상에 놓인 레터링케이크를 본 김도빈은 감격의 눈물을 글썽거렸다.
“나, 나는 형들이랑 재희가 진짜 잊은 줄 알고……!”
“네가 대놓고 서프라이즈를 말했는데 어떻게 잊냐? 일부러 안 챙겨 주는 거면 몰라도.”
“아니, 진짜 몇 번을 꼬아 놓은 건데요, 크흥. 내 예상을 다 빗나갔어!”
“네가 서프라이즈 파티의 기대감을 모두 죽일 때까지.”
연습실, 숙소, 내 작업실, 밴에 설치되어 있던 카메라들과 회의실 가는 모습을 몰래 찍던 류재희의 폰카메라를 떠올리며 픽 웃었다.
이거는 이제 적당히 편집되어서 내일쯤에 ‘도빈 생일 기념 깜짝카메라’ 따위의 이름을 달고 올라갈 것이다.
케이크 촛불에 불이 붙고, 다 같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숙소에서 고구마케이크를 퍼먹고 있었을 때는 생략했던 그 노래였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김도빈,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 노래가 끝나자 어느새 고깔모자를 쓴 김도빈이 힘차게 촛불을 불었다.
케이크를 먹기 전에 미리 회의실에 가져다 놓았던 선물 증정식도 마쳤다.
내가 준비한 선물은 녀석의 취향을 100% 반영한 돈 봉투였다. 그리고 그건 다른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네 개의 돈 봉투를 받게 된 김도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어째서 돈으로 말고 선물을 주는 건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네 취향 맞춰서 준비해 주니까 이제 와서?”
차라리 고구마케이크가 더 낫다 싶을 정도로 딱히 맛있게 느껴지진 않는 케이크를 먹던 도중 견하준이 슬쩍 물었다.
“도빈아, 계속 카메라 설치되어 있었는데 혹시 혼자 있을 때 심한 욕은 안 했지?”
“엄…… ‘에이씨, 나쁜 인간들’ 정도는 괜찮죠?”
쟤가 그럼 그렇지, 뭐.
그렇게 김도빈에게 성공적인 서프라이즈 생일파티를 선사해 주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11시 59분에 공계에 글을 올렸다.
REVE_official @LnL_reve
[이든 Dream]도빈아 10대에 맞이하는 마지막 생일 축하한다
벌써 네가 내년에 성인이라니 시간 참 빠르네
#happybirthday
#Shining_Dobin_Day
#언제나_빛날_도빈이의_열아홉
(서프라이즈_파티_단체사진.jpg) (이든_도빈_투샷.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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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휙휙 올라가는 공유 수를 보고 있으니 확실히 팬이 많아진 게 실감이 났다.
멈무도빈 @puppybin
드디어 윤리다가 생일 해시태그의 존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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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말은 없는데 뭔가 글이 길어 보이게 만들기엔 해시태그를 다는 게 적격이더라고.
* * *
타이틀곡이 나오고, 안무도 어느 정도 익혔지만, 아직도 남은 일은 산더미였다.
일단 정규앨범이라 10곡 이상을 앨범에 수록해야 했고, 뮤직비디오 촬영과 컨셉 포토 촬영, 팬클럽 키트 사진 촬영 등도 남아 있었다.
어느덧 달력은 6월로 넘어갔고, 9월 초에 컴백 날짜가 잡힌 만큼 부지런히 준비해야 했다. 아직도 녹음을 끝내지 못한 곡이 다섯 개나 남았다.
그래도 레슨 덕분인지 노답 보컬라인 둘의 실력이 조금이나마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예전보다는 작업 시간이 단축되었다.
아이템 선택권을 까서 나온 차트 선택권으로 9월 차트를 열어 보았다. 정면으로 맞붙게 될 경쟁자가 누군지 궁금했던 터였다.
나를 열받게 하는 원탑인 KICKS는 9월 차트에 아예 없는 걸 보니 활동 날짜가 아예 겹치지 않는 모양이고, 투탑인 알테어는 9월 차트 중상위권에 올라 있는 걸 보니 8월 중~하순쯤에나 컴백한 모양이었다.
음악으로 따지자면 알테어가 KICKS보다 더 강력한 라이벌이었지만, 열받게 하는 건 KICKS 놈들이 한 수 위였다.
알테어에 이런 곡도 있었나? 싶은 걸 보아서는 딱히 히트 친 곡은 아닌 것 같았다. 노래는 365일 쏟아지고, 그중 오랜 세월 동안 사랑받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살아남는 곡은 소수다.
‘와, 이게 이때 나온 거였구먼?’
차트 1위를 차지한 곡을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 듀엣곡은 노래방 인기차트 TOP100에 7년 후에까지 자리 잡고 있는 곡이었다. 이 노래 덕분에 한때 듀엣곡 열풍이 불기도 했다.
이 곡을 넘어서야지 레브가 이번 곡으로 차트 1위를 차지할 수 있다.
‘우리 노래는 잘 뽑혔지만, 이것만큼 롱런할 수 있느냐가 문제군.’
이번 노래는 컨셉이 컨셉인 만큼 대중성을 노린 이지리스닝보다는 컨셉츄얼한 면이 좀 더 강한 노래였다. 물론 컨셉츄얼 곡이 항상 이지리스닝에 지는 건 아니다.
노래만 잘 뽑히면, 대중들의 감성을 잡아끌면 컨셉츄얼 곡도 충분히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필 가 대중성이 먹히는지 검증되지 않은 노래라 문제지.
어차피 고민해 봤자 지금 와서 곡을 다시 뽑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활동 날짜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냥 대중들의 평가에 맡기기로 했다.
일단 나는 내 노래에 자신이 있었다. 무려 이 윤이든 님이 슬럼프를 극복하고 만든 역작이 아니던가. 거기에 G1의 편곡까지 더해졌으니 는 최강이었다.
그럼 이제 김도빈 생일 서프라이즈의 핑계가 아닌 진짜 코디 회의를 하러 갈 시간이었다.
“제 머리 다 상하겠는데 이번에는 제에에에발 흑발로 가면 안 돼요?”
또 염색을 시키려는 코디에게서 내 머릿결을 필사적으로 사수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머리 빠지는 게 심상치가 않은데 또 탈색하면 탈모 오는 거 아니냐고!
“흑발이면 예현이랑 겹치니까. 그렇지 않아도 둘이 키도 비슷한데 머리 색까지 비슷하면 갑갑해 보여.”
“키만 비슷하지, 체격은 다르잖아요. 인상도 정반대고.”
“이든이 너는 다른 머리 색들도 잘 어울리는데 예현이는 흑발이 제일 착붙이라니까. 밝은색 계열 싫으면 네이비 계열은 어때?”
“그거도 탈색해야 하잖아요. 아이고, 내 머리! 이러다가 탈모 오겠네.”
아니, 나도 흑발 잘 어울린다는 소리 정도는 듣고 사는데 대체 어째서 서예현만 흑발 유지고 나는 맨날 대가리 색이 바뀌는 거지?
이게 바로 비주얼로 사람 차별하는 건가. 외모 등급 S+ 아닌 사람 서러워서 살겠나.
하지만 결국 의견을 굽혀 블루 계열 염색으로 확정되었다. 흑발보다는 염색하는 편이 비주얼상으로 더 낫다는데 어쩔 수 있나.
“헐, 저 탈색해요? 플래티넘골드? 백금발? 와, 나 진짜 금발 한번 해 보고 싶었는데.”
항상 브라운 계열로 염색해 왔던 류재희는 금발로 탈색하는 게 기대되는 모양이었다. 숙소에 또 머리카락 장난 아니겠군.
견하준은 항상 그랬듯 무난하게 브라운 계열이었다. 이제는 흑발 견하준의 모습이 나조차도 가물가물했다. 그리고 센터를 맡은 대망의 김도빈은…….
“괴도 하면 은발이죠, 은발!”
강력하게 은발을 주장하고 있었다.
대체 왜? 도둑놈 대가리가 은발이면 눈에 존나 띄어서 바로 잡히지. 손목에 대가리 색이랑 똑같은 수갑 에디션 추가라니까?
그리고 분명 김도빈이 PPT에 넣어 놨던 괴도 키드 그림은 흑발인가 갈발인가, 아무튼 평범한 동양인의 머리 색이었는데 왜 갑자기 뜬금없이 은발이야?
“도빈이는 은발이 잘 안 받을 것 같은데…… 톤다운해서 애쉬그레이 어때?”
“전에 이든이 형 했던 것처럼 은발 할래요.”
“그렇게 나 따라 하고 싶으면 전에 나 한 것처럼 핑크색이나 해라.”
“핑크 괴도는 이상하잖아요.”
“머리 색 튀어서 잡히는 건 핑크나 실버나 똑같지.”
결국 머리카락만 둥둥 뜨게 될 수도 있다는 코디의 충고에 김도빈은 고집을 접고 애쉬그레이 컬러를 받아들였다.
“코디는, 탐정들은 코트 쪽으로 갈 거야. 괴도는 정장에 망토고.”
괴도를 안 맡아서 다행이었다. 오직 외모 때문에 센터인 괴도를 맡을 뻔하다가 고난이도의 안무 때문에 괴도 자리를 김도빈에게 넘겨주어야 했던 서예현 역시 안도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물론 김도빈은 직업 만족도 100%의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