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04)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04화(104/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04화
뮤비 촬영이 이루어지는 뮤직비디오 세트장.
“우와! 형들. 이거 봐봐요.”
의상을 갈아입고 나온 김도빈이 호들갑을 떨며 우리의 이목을 끌어 댔다.
망토에 정장 차림은 언뜻 들었을 때, 투머치처럼 느껴졌지만 그걸 걸친 김도빈은 의외로 잘 소화해 내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서예현이 맡았으면 더 어울렸을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었다.
박쥐 날개처럼 망토를 셀프로 펄럭거리고 있던 김도빈은 제가 훔쳐야 하는 보석을 던졌다가 받기를 반복하더니 위로 들어 올려 조명 빛에 비추어 보았다.
“저 완전 짭티 팍팍 나는 유리 거대 다이아몬드일 줄 알았는데, 이 정도면 좀 훔치고 싶을 만한 보석 아니에요?”
뮤직비디오 소품인 보석은 가운데에 큰 사파이어가 박혀 있고 작은 다이아몬드가 알알이 그 주변을 둘러싼 모양새의 화려한 보석이었다.
물론 진짜 다이아몬드와 진짜 사파이어는 아니고 가품이었다.
“야, 이런 건 실제로 장물이라 어디 바로 팔지도 못해. 브로커 구할 때까지 그냥 애물단지 되는 거야.”
“도빈이 형의 멘트까지는 순수하게 보석만을 노리는 괴도였는데, 이든이 형이 장물이랑 브로커 이야기 꺼내니까 갑자기 도둑들 돼 버림요.”
내 말에 류재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척, 손가락으로 류재희를 가리킨 김도빈이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범인은 이 안에 있어!”
“아니지! 그건 탐정인 내가 해야지! 괴도인 형이 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괴도를 체포하겠다며 세트장을 뛰어다니는 김도빈과 류재희를 보며 세트장 의자에 앉은 채로 김샌 웃음을 흘렸다.
“하여간, 맨날 운동하는 우리보다 체력도 좋아.”
저 옷 입고 덥지도 않나. 아무리 세트장에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져 있다 한들 코트 복장은 여름이 가까워지는 날씨에 극한의 더위를 선사해 주었다.
“운동 하니까 생각났는데, 그러고 보니 우리도 이번에 아체대 나가려나?”
옆에서 견하준이 부채를 부치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체대. <아이돌 체육 대회>의 줄임말로 추석, 설날인 명절마다 공중파에서 주최하는 아이돌 대상 체육 대회 프로그램이었다.
7월 말에서 8월 초 정도에 녹화하는 걸 고려했을 때 곧이었다.
작년 추석과 올해 설에는 참가할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아마 무조건 참가하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 소속사가 대형도 아닌 중소인 만큼 방송사와 척을 지지 않으려면 거절은 불가능했다.
‘거기서 서예현이 한 번 부상당하지 않았었나?’
계주에서 넘어져서 발목이 살짝 삐끗했던 거로 기억한다.
다행히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고 금방 완치되었지만 팬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었다-고 류재희에게 전해 들었다.
나도 망돌 벗어났던 초기에는 빡세게 참가하며 활약했던 전적이 있었지만, 점점 연차가 차고 서예현처럼 다치는 케이스들을 보며 설렁설렁 임하긴 했다.
우리가 몸이 재산인데, 어? 다치면 어떡하냐고. 매번 부상 이슈가 일어나는 꼴을 보았기에 더 몸을 사린 것도 있었다.
물론 아체대에서 활약하면 이슈는 되긴 됐다. 하지만 내가 농구에서 열 골을 내리 넣는 것보다 서예현의 양궁 사진이 엘프 같다는 사족을 달고 떠돌아다니는 게 더 큰 이슈가 되었다.
잘생긴 놈이 활만 들면 다 엘프래. 일단 내가 활을 든다고 해서 엘프라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으리란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양궁은 생각도 안 했다.
‘아체대 공지 받으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고.’
휴식 시간이 끝나고 다시 뮤비 촬영이 재개되었다.
탐정과 괴도의 추격전이라는 콘셉트 상 이번 뮤직비디오는 액션 씬이 많았다. 몸을 던져서 괴도를 잡는 씬을 촬영할 때는 정말 부상을 입을 뻔했다.
망토만 남기고 벗어나야 하는데 김도빈이 덮쳐 온 내 몸에 그대로 깔려 움직이지 못할 때부터 예고된 비극이었다.
아니, 얘 달리기가 이렇게 느릴지는 몰랐지. 얘는 계주는 절대 안 되겠구나.
“형, 무거워요…….”
“얌마, 나는 지금 네 팔꿈치에 옆구리 찔려서, 숨이 안 쉬어진다…….”
내 밑에 깔린 김도빈이 다 죽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지만, 상태는 내가 더 심각했다.
거친 숨과 함께 치밀어 오르는 욕설을 겨우 삼키며 얼얼한 옆구리를 문질렀다.
“액션은 힘들구나…….”
깨달음을 얻은 듯한 목소리로 한탄하는 김도빈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꾹 감았다.
지금 그게 형 옆구리를 팔꿈치로 친 네가 할 소리냐?
* * *
예능을 나오고 너튜브 채널에 자컨이 올라오긴 했지만, 제법 긴 공백기에 팬들이 슬슬 지쳐 가고 있던 무렵.
REVE_official @LnL_reve
[NOTICE] REVE 공식 팬클럽 Daydream 1기 모집모집기간: 20xx.06.21(THU) AM 10:00 ~ 20xx.07.17(FRI) PM 11:59
bit.ly/5DAvMK4
#REVE #레브 #Day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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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계정에 유료 팬클럽 모집 공고가 떴다. 이제야 모집하냐며 성토글을 마구 올려 대긴 했지만, 가입할 것인지 고민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유료 팬클럽. 공식 팬이 된다는 기쁨과 자부심을 팬들에게 선사하지만 탈덕하는 순간 낸 돈이 아까워지는 양날의 검.
그런 그들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겠다는 듯 팬클럽 키트 미리보기가 공개되었다.
팬클럽 키트는 여름 청량을 공백기로 흘려보낸 걸 보상이라도 하듯 바다 배경의 청량 콘셉트였다.
꿈♥백일몽 @revedream
아 미친 이든이 민소매
이건 진짜 손에 넣어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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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니혀늬 @Yeah1217
예현아 누가 흰티 입고 그렇게 물에 젖으래
이러면 내가 지갑을 열 수밖에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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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현 @bambbii
와 예현이 청순 ㄹㅈㄷ 찍었다
ㅅㅂ 이든이 팔근육 어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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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드림1기모집) 꿀잠 @honeydaydream
와 견하준 ㄹㅇ 착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몸매
어깨 떡벌어진거 봐 얘 몸 이렇게 좋았나
(견하준_팬키트포토_미리보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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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그 @ADKL25FMLD
막내라인 완전 물 만난 강쥐같아ㅋㅋㅋ
형라인들이 핫+청량이면 막라들은 청춘+청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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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젖은 채로, 혹은 지금까지 긴소매 안에 꽁꽁 숨겨 두었던 팔근육을 고스란히 내보이며 바닷가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은 데이드림의 지갑을 열기에 충분했다.
<내 우주로 와>의 스펀지 실험맨, 반도체 직원, 가난한 우주인 복장을 떠올리며 경계하던 팬들도 한결 마음을 놓고 유료 팬클럽에 가입했다.
김 모 양 역시 1기 팬클럽이 열리자마자 당장 가입한 팬들 중 하나였다.
너튜브 채널에 올라온 <마이돌 관찰카메라> 미공개 에필로그인 제주도 여행 편과 도빈이 생일 깜짝카메라 대작전, <2만 원의 행복>, <연애 백서> 등을 아무리 복습해 봐도 공백기는 쉬이 채워질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내려진 팬키트는 메마른 땅에 단비나 마찬가지였다.
“마이돌 관찰카메라처럼 일상 자컨은 안 찍나……?”
하지만 겨우 이걸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김 모 양이 투덜거리기가 무섭게 공카에 최애의 From 글이 올라왔다는 알림이 떴다.
[From. 이든]데이드림, 기체후일향만강하셨어요? 공백기에 심심하실 우리 데이드림을 위해 레브가 자체 음방을 기획 중입니다. 아마 신청곡을 받아 부르는 식으로 갈 것 같은데요, 원하시는 곡과 원하시는 목소리로 듣고 싶은 멤버 이름을 댓글에 게시해 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ps. 만약 랩(국힙, 외힙곡)을 신청하신다면 욕설 없는 곡으로 부탁드립니다.(ex. fxxk)
신청곡 팬라이브라니!
댓글들은 이미 신청곡들을 열심히 올려 대고 있었다.
팝송도 있었고, 인디밴드의 곡도 있었고, 여자, 혹은 남자 가수의 솔로곡, 남자아이돌 가수의 곡, 외국 힙합도 있었으며, 아무튼 여러 장르의 곡들이 올라왔다.
거의 1천 개에 육박하는 댓글 중에서 제 신청곡이 채택될 확률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급의 확률임을 김 모 양도 알고 있었지만, 혹시 몰라 요즘 듣고 있는 랩스타일의 팝송과 조금 세월이 된 힙합곡을 적어 올렸다.
모두 이든의 목소리로 한 번쯤 듣고 싶었던 곡이었다.
그녀가 댓글을 업로드하자마자 그 밑에 이든의 댓글이 달렸다.
-신청곡은 여기까지. 다음 기회에 또 신청 부탁드립니다.
미친 타이밍에 김 모 양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제 그녀의 신청곡을 최애가 채택해 주기만 한다면 그녀는 더는 바랄 게 없었다.
아니다. LnL 정신 차리는 것까진 바라야지.
* * *
신청곡 팬라이브는 류재희의 아이디어였다.
공백기가 길어지면 팬들은 빠져나갈 거고, 자컨은 찍을 시간이 없기도 하고, 현재 한창 컴백 준비 중이라 Vlog 같은 건 자칫하면 스포가 되어 버릴 수 있으니 라디오처럼 신청곡을 받아 연습실에서 팬라이브를 하자.
노래에 자신 있는 메인보컬이기에 당당하게 낼 수 있는 의견이었다.
“야, 생각보다 예현이 형 신청곡이 많은데? 그런데 문제. 음이 좀 많이 높아. 많이.”
“적당히 걸러 줘. 나는 최대한 무난하고 고음 없는 노래로 부탁해.”
“어디 동요 신청한 사람 없나.”
“형, 동요를 무시하지 마세요. 동요가 음이 얼마나 높은데요.”
서예현의 수준에 맞을 만한 동요를 찾는 내게 류재희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다들 내가 올린 From 게시글에 달린 댓글의 제 이름과 신청곡을 찾아 노래를 골라내기에 바빴다.
류재희나 견하준은 실력에 자신이 있는 타입이라 어느 노래든 소화할 수 있지만, 김도빈은 너무 음정이 높거나 기교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 노래 정도여야 커버가 자연스럽게 가능했고.
서예현은 랩도 안 돼, 조금이라도 고음이 들어가는 노래도 안 돼, 아무튼 제일 선별 기준이 까다로웠다.
내 신청곡부터 먼저 고르고 서예현의 신청곡 선별을 돕기로 했다.
마감을 알리는 내 댓글 바로 위에 달린 두 개의 곡을 보고 고개를 까딱였다.
오, 이거 둘 다 괜찮은데? 팝송과 한국 노래라 겹친다는 생각도 딱히 안 들었고, 둘 다 내 귀에 익은 곡들이었다.
일단 두 곡을 킵해 놓고 내 이름을 찾아 쭉쭉 스크롤을 올렸다.
다들 국내힙합과 외국힙합 가리지 않고 신청곡을 넣어 주셨지만, 욕설이 들어간 곡들은 초심도 때문에 탈락이었기에 신청곡 중 내가 부를 수 있는 곡들은 정말 극소수였다.
야, 시스템. 노래에 있는 욕설은 어떻게 좀 봐줄 수 없냐. 이건 내가 욕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원작자를 존중할 뿐…….
[‘fuck’, ‘motherfucker’은 모두 금지어입니다.]그래, 나도 후자는 패드립 에바라는 거 알아. 그런데 fuck 정도면 힙합에서 추임새거든?
[금지어입니다.]real hip hop을 모르는 시스템은 더럽게 단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