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0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06화(106/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06화
윤이든이 선택한 첫 곡은 유려한 래핑이 인상적인 얼터너티브 팝송.
팬들의 걱정과 달리 비속어나 여자 타령 등등, 힙합의 고질적인 문제가 하나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클린한 곡이었다.
[와 찐 비속어 쩌는 랩 할까 봐 걱정했는데 선정 괜찮네] [이든아 제발 DTB 나가자 너 나가면 우승 쌉가능이다] [노래 제목 아시는 분?] [I’m not fine, Thanks]중저음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리드미컬한 멜로디와 튀는 듯한 비트가 완벽한 삼박자를 이뤘다.
게다가 후렴구는 또 랩이 아닌 멜로디 형식이라 윤이든의 보컬까지 감상할 수 있었다.
고음이 아닌 무난한 음역대의 곡이라 그의 음색과 더해져 보컬도 꽤 한다는 착각계를 선사해 주었다.
객관적으로 따지자면 그의 보컬 실력은 김도빈보다 아주 살짝 위였다. 대신 음색이 사기였다.
다음 곡은 감성 힙합으로 유명했던 한국 힙합곡. 발매된 지 벌써 10년을 향해 가고 있는 잔잔한 멜로디의 싱잉 랩이었다.
[와 ㅁㅊㅁㅊ 이거 완전 오랜만] [어 아빠 차에서 들은 곡이다] [벌써 이 곡이 아빠차 곡으로 불리는 날이 오다니]두 곡 다 신청곡으로 선정된 김 모 양이 시청하다가 기쁨의 함성을 힘차게 내질렀으나, 이건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그의 음역 대에서 약간 높은 편인 후렴구의 고음은 견하준이 슬쩍 끼어들어 자연스럽게 도와주었다. 윤이든은 고음을 내지르는 척하면서 화음이나 맞추어 주었다.
[ㅇㄴ 꼼수 봐 진짜ㅋㅋㅋ] [다음 라방은 듀엣이나 저렇게 서로 피처링 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그렇게 윤이든까지 무사히 신청곡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유제의 차례가 다가왔다.
첫 곡은 시원하게 내지르는 고음을 자랑하는 록(Rock).
의자에서 일어나 마이크를 쥐고 락페스티벌 공연장 무대에 선 양 작업실을 휘젓고 다니며 고음을 내지르는 유제를 형들은 의자에 앉아 흐뭇하게 구경하고 있었다.
[이게 바로 메보의 위엄] [이야 고음 쭉쭉 올라간다 시원하네] [다음 컨셉은 밴드도 괜찮은 것 같기도?]그리고 두 번째 곡은…….
MR을 가만히 듣고 있던 윤이든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다가 유제가 한 소절을 다 내뱉기도 전에 급하게 MR을 껐다.
“엥, 형? 뭐예요?”
갑자기 끊긴 노래에 유제가 당황하여 윤이든을 돌아보았지만, 그는 다른 MR을 찾느라 정신없어 보였다.
[뭐야, 윤이든 왜저래?] [와…… 리더 아니었음 큰일날 뻔…… ] [아니 아무리 팬라이브라지만 검수 안 한 거야?] [일단 묻자 유제도 한 소절도 안 불렀고] [그런데 이게 논란될 거린가?] [논란으로 만들려면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거리긴 하지] [뭔데? 뭔 일인데?]유제가 더 무어라 해 보려 했지만, 채팅창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읽어 낸 견하준이 급히 손을 내저었다.
그 신호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걸 빠르게 캐치해 낸 유제는 입을 다물었다.
곧, 유제가 좋아하는 외국 밴드의 곡 MR이 울렸다. 다행히 가사를 다 외우고 있는 곡이었다.
[아이고 울 막냉이 신났네] [저 정직한 발음들 어쩔건데ㅋㅋㅋㅋ] [윤리다 진짜 십 년 감수한 표정,,,] [괜히 언급하지 맙시다~]물 만난 물고기처럼 다시 락밴드 공연 시즌 2를 선보이는 유제의 모습과 윤이든의 빠른 대처 덕분에 다행히 논란 단계까지 가기 전에 소소한 헤프닝으로 그칠 수 있었다.
* * *
“안녕, 또 봐요, 데이드림!”
“Dream of me!”
팬라이브를 종료하자마자 험악하게 인상을 찡그리며 류재희를 휙 돌아보았다.
“너 인마, 라이브 방송에서 미성년자가 19금 노래를 부르면 어쩌자는 건데!”
내 호통에 류재희가 눈을 깜빡이다가 입을 떡 벌렸다. 드디어 내가 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깨달은 얼굴이었다.
“19금이었어요? 너튜브 플리에 올라와서 당연히 괜찮을 줄 알았는데. 헐, 어쩐지 성진이 형이 계속 너 이거 괜찮냐고 물어보더니만.”
성진인지 뭔지 그 인간은 미성년자 애가 19금 노래를 맡기면 이거 19금인 거 알고 있느냐고 물어보기라도 해야지.
물론 나도 19금 노래를 19살 전부터 잘 듣고 다니긴 했지만, 이걸 라방에서 미성년자 공인이 대놓고 부르는 건 무게가 달랐다.
그 너튜버는 노래가 19금이라고 표기해 놓기라도 하지, 아오.
“이걸 몰랐어? 19금인 걸 MR 찾으면서도 몰랐다고?”
“아는 형한테 MR 편집 외주 맡겼거든요. 그 형이 MR 찾는 것도 알아서 해 줘서…….”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김도빈보다는 나은 줄 알고 믿고 맡겨 놨더니 막내가 이렇게 내 뒤통수를 치는구나.
이제 류재희 너까지 특별 관리 대상이다.
“아니, 그걸 음원 사이트에, 하다못해 인터넷에 쳐 볼 생각도 안 했냐?”
“너튜브에 다 자막으로 가사 뜨는데요, 뭐.”
이게 세대 차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류재희의 머리를 손끝으로 두피 마사지를 해 주듯 꾹꾹 눌렀다.
“다음 라방 때는 무조건 미리 검수받아. 내가 진짜 너 때문에 수명이 한 10년은 줄어든 거 같다, 인마.”
류재희도 제가, 우리 팀이 좆될 뻔했던 건 알았는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전연령 라방에서 19금 노래 부르려고 한 것도 골 때리는데. 그걸 부른 게 심지어 미성년자였다? 와, 진짜 등골이 다 오싹하다.”
김도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이게 한국 곡이었으면 ‘가사가 좀 그런데……?’ 하고 걸렀을 건데 팝송이라 가사를 못 알아들으니까…….”
“팝송이면 더 가사 확인을 했어야지. 무슨 내용일지 어떻게 알고.”
더 타박하려다가 울상인 류재희의 표정에 한숨을 내쉬며 정수리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오늘의 헤프닝으로 제일 놀랐을 녀석이기도 하고, 이만하면 충분히 알아들었을 테니 같은 실수는 안 하겠지.
그래도 오늘 일 덕분에 교훈 하나는 확실히 얻었다.
역시 라이브 방송은 위험하다. 별별 돌발상황이 다 생기는구나. 위클리 퀘스트 OA앱 라방 말고 다른 퀘스트 항목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 봐야겠다.
주 2회면 뭐 해. 한 번 여기서 실수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 * *
“결국 저희도 아체대에 나가게 됐군여.”
매니저 형이 건넨 종이를 넘기며 김도빈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나마 활동 전인 7월 30일 촬영이라, 심각한 부상만 아니라면 활동에는 지장이 없을 거라는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언제쯤 이런 제안을 쿨하게 거절할 수 있을까.”
회귀 전에는 6년 차까지 나갔는데. 내 중얼거림에 매니저 형이 대꾸했다.
“너희들이 톱클래스가 되어서 여기 공중파 음방쯤은 나오지 않아도 타격이 없으면.”
“와, 그럼 진짜 안 나가도 돼?”
“그럼 이제 팀에서 두세 명 정도만 나가는 거지.”
안 내보낸다는 말은 안 하는군.
우리가 출전할 종목은 릴레이 계주, 농구, 양궁, 씨름.
전직 축구 동아리 및 점심 급식 먹고 친구들과의 축구가 기본 루틴이었던 인간으로서 축구가 종목에 없는 건 좀 아쉬웠다.
e스포츠는 조금 나중에 신설되었으므로 현재는 있을 리가 없었다. 게임이라 가만히 앉아 있어도 돼서 개꿀이었는데.
이제 우리는 종목 참가 인원을 정해야 했다.
“이든이 형은 농구죠?”
“어.”
종목이 딱히 농구 말고 끌리는 게 없었다. 그리고 양궁은 회귀 전에도 몇 번 해 봤는데 나는 영 재능이 없었다.
최고점이 분명 5점이었지? 그때 통편집당하고 그랬는데.
“씨름은 내가 할게.”
가장 키와 덩치가 큰 견하준이 자진해서 씨름을 맡았다.
같은 180라인의 서예현이 씨름을 맡는다면 넘어가는 수준이 아니라 들어 올려져 내팽개쳐질 것만 같았다.
서예현의 몸은 단단하기보단 잔근육이 박힌 스타일이었으니까.
“양궁은 한 팀당 세 명이래요. 양궁 체험장 가서 다들 한 번씩 쏴 보고 누가 나갈지 결정하죠.”
일단 거기에서 나는 제외일 터였다. 회귀 전에도 나 빼고 다들 양궁 평타는 쳤다.
나는 나갔다 하면 점수를 깎아 먹어 팀 내 트롤링에 일조하는 편이었다.
“릴레이 계주는 누가 뛸래?”
“이든이 형 뮤비 촬영할 때 보니까 달리기 빠르시던데.”
“나는 한 종목 이상은 안 나간다.”
“그런데 도빈이 형 내보내기도 좀…… 그래도 이번 활동 센터인데 발목이라도 심하게 삐끗하면…….”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며 뒷머리를 거칠게 헤집었다. 내 건강이 최우선이었지만 활동도 배제할 수 없었다.
건강 지키다가 회귀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럼 막내 네가 나가.”
릴레이 계주는 앞사람이 느려터지면 내 속도 터져서 사양이었다.
“그런데 우리 이거 연습해요? 다른 그룹들은 뭔 체대 입시학원까지 가서 연습하고 그런다던데.”
“아니, 뭔 올림픽이야? 왜 다들 아이돌 모아 놓고 하는 체육대회에 그렇게까지 진지해?”
물론 거기에서 활약하면 주목을 받는다. 그런데 웬만큼의 활약으로는 불가능.
농구는 뭐 덩크를 꽂을 수준은 된다던가, 양궁은 연속 세 발이 엑스텐이 나온다던가.
이 수준은 되어야지 야, 걔 대단하더라, 하고 대중들 입에 오를 수 있다.
“체대 입시학원까지 갈 필요는 없고. 양궁은 그냥 체험장에서 연습해야지. 기초 체력도 쌓아 놓고.”
그렇게 우리는 그룹 대표 선별전을 위해 양궁 체험장으로 향했다.
“리더가 제일 먼저 가시죠!”
보호 장비를 착용한 후, 활을 들어 올려 핸들을 쥐고 스트링을 가볍게 잡아당겼다.
화살을 끼우고 스트링을 힘껏 당겼다가 놓자 화살이 빠르게 과녁으로 날아갔다.
“와우, 자세는 국가대표였는데.”
“시꺼, 인마.”
2점과 3점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꽂힌 화살을 보다가 화살 하나를 더 집어 들었다.
“네, 이든이 형은 선별전 예선에서 탈락하셨습니다!”
1점에 꽂힌 화살을 보며 원수 같은 멤버들이 배를 잡고 웃어 댔다. 그래, 니들은 얼마나 잘하나 보자.
미련 없이 활을 두고 보호 장비를 벗고는 팔짱을 단단히 낀 채로 차례로 활을 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봤냐? 봤어요? 8점! 와, 나 아무래도 양궁에 재능 있는 듯!”
“오예, 6점! 한 번에 이든이 형 점수 뛰어넘었죠?”
“하준이 5점. 괜찮아. 윤이든보단 잘 나왔어.”
“아니, 왜 기준점이 난데.”
“와, 10점! 10점이 진짜 나올 수 있는 점수였어? 예현이 형 폼 미쳤다!”
인정하긴 싫지만 다들 나보다는 잘했다.
치열한 선별전 끝에 양궁 멤버는 서예현과 김도빈, 류재희로 정해졌다.
“그럼 이제 자동으로 재희 네가 릴레이 계주 뛰는 거지.”
“아, 이래서 양궁 하고 싶었는데.”
툴툴거리면서도 류재희는 결과를 얌전하게 받아들였다.
그렇게 출전 종목은 릴레이 계주-류재희, 농구-나, 씨름-견하준, 양궁-김도빈, 류재희, 서예현으로 정해졌다.
“아체대 나가서 엑스텐 한 번 보여 줘요, 예현이 형!”
“10점은 어쩌다 나온 거라니까. 너무 기대하지 마.”
그래, 나도 1점은 어쩌다 나온 거다. 그래도 평균 4~5점은 나왔는데 오늘은 컨디션이 영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