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0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08화(108/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08화
장장 10시간 동안 촬영하는 우리도 우리지만, 팬석에서 자리 지키고 있어야 하는 팬분들도 고생이다 싶었다.
팬 매니저가 역조공 도시락을 팬분들께 돌렸다.
소속사 측에서 점심까지 조식과 똑같은 샌드위치 도시락으로 통일하려는 걸 겨우 막고, 멤버들 사비까지 털어서 스테이크 덮밥으로 메뉴를 바꿨다.
“와, 진짜…… 형 아니었으면…….”
회귀 전 밥버거 사태에 제일 분노했던 류재희는 이번 역조공 도시락에도 제일 민감하게 반응했다.
밥버거 사태를 기억해 내고 소속사를 한 번 찔러 봐서 다행이었다. 하마터면 팬분들이 똑같은 샌드위치를 연속 두 끼로 먹는 끔찍한 사태가 일어날 뻔했다.
사람이 어떻게 두 끼를 빵으로 때우겠는가. 그것도 다른 종류 샌드위치도 아니고 똑같은 샌드위치로. 한국인이라면 그래도 한 끼는 든든하게 밥을 먹어야지.
하여간 누가 센스 없는 소속사 아니랄까 봐 사람 식사에도 이렇게 쪼잔하게 군다니까. 밥버거 달랑 하나 줬던 회귀 전보다 나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센스는 없었다.
그리고 만약 KICKS보다 역조공 도시락이 부실해 봐라. 우리 데이드림이 얼마나 격세지감을 느끼겠냐. KICKS보다 부실한 건 소속사 하나로도 충분했다.
“데이드림, 맛있게 드세요! 체하지 말고 천천히 드시고요!”
“우리 또 곧 만나요!”
팬분들이 편히 식사할 수 있도록 팬석에서 다시 멀어져 우리도 식사를 위해 대기실로 돌아갔다.
컴백 스리슬쩍 스포는 덤이었다.
* * *
꿈♥백일몽 @revedream
와, 조식 줬다
샌드위치 맛있네 ㅇ3이 웬일로 센스있는 짓과 메뉴선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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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백일몽 @revedream
레브 역조공 점심 도시락
아침으로 샌드위치 나와서 점심은 가성비 편의점 도시락부터 밥버거까지 각오했는데 퀄리티 짱좋음
(스테이크덮밥_과일_도시락.jpg) (간식_음료수.jpg) 공유 6125 인용 151 마음에 들어요 8104
U햄쥐J @krlllll
사실 이것도 응원봉처럼 2E이 개입한 거 아니냐고ㅋㅋㅋㅋ
ㅅㅂ사실안웃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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렙티비 @revetv
@krlllll 님에게 보내는 답글
소속사가 ㅇ3이라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는 게 찐공포
* * *
“뭐야, 우리 이러다가 지는 거 아니야?”
메달을 계산하다가 멈칫했다.
그래도 팀 대진운이 좋아서 양궁에서 말아먹었더라도 1위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KICKS 놈들이 속한 팀이 우리를 바짝 추격하고 있었다.
KICKS 놈들이 속한 팀에 우승을 뺏기는 건 절대로 아니 될 말이었다.
앞으로 남은 경기를 세어 보다가 농구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아이템 선택권을 깠다.
어차피 경기가 몇 개가 남았든 내가 나갈 수 있는 건 농구 하나였으니까.
제법 괜찮아 보이는 아이템 목록을 휙휙 내렸다. 다른 것들도 물론 다 쓸모 있긴 하지만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뭐다?
『 아이템 3. 스포츠의 신
설명: 체력과 운동신경, 모든 운동 종목 수행 능력을 극대화합니다.
제한: 1일/1회용 』
[아이템 ‘스포츠의 신’을 선택하셨습니다.]약물 도핑도 아니었으므로 찔릴 것도 없었다. 아, 꼬우면 니들도 초심도 시스템 하나 장만하시던가.
실력에 템빨이 더해진다면 어떻게 양민 학살을 이루어 낼 수 있는지 보여 주지.
농구복으로 갈아입고 가볍게 몸을 풀었다. 상대 팀에 186cm가 있었지만 나한테는 아이템 도핑이 있었기에 승리에는 자신 있었다.
시합 전, 코트에 서서 상대편과의 인사 시간을 가졌다.
하필 또 상대팀에는 알테어의 케이제이도 있었다.
내 앞에서 사람 좋은 얼굴로 웃고 있는 케이제이를 보니 예선전은 설렁설렁 임하겠다는 내 각오는 산산조각이 났다.
케이제이가 내민 손을 맞잡고 악수를 하며 손에 힘을 주지 않도록 노력했다.
농구공이 허공으로 높이 뜨며 경기가 시작되었다.
곧바로 뛰어올라 공중에서 공을 낚아챘다. 몸이 평소보다 더 가벼워 점프력도 한결 높아졌다.
그래도 농구를 좀 해 봤다는 우리 팀 타 아이돌에게 패스하자, 공을 받은 그가 골대를 향해 골을 던졌다. 깔끔한 2점 슛이 들어갔다.
득점 몇 번 하자 내가 골대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집중 마크가 붙었다.
계속 공을 잡고 있을 수는 없으므로 코트 중반에서 곧바로 공을 휙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던져진 공이 골대에 깔끔하게 들어갔다.
“나이스 샷!”
주먹을 불끈 쥐자 같은 팀 팀원들이 달려와 내 등을 두드렸다.
“이든아악!”
팬들의 응원 소리를 들으며 씩 웃었다. 내 골 덕분에 현재 스코어는 다시 6점 차이로 벌어졌다.
다시 공이 코트에서 돌고 돌다가 내 손으로 들어왔다.
집중 마크가 다시 따라붙었다. 기회다. 내 앞길을 막은 케이제이를 보며 눈을 빛냈다.
쿠웅! 묵직하게 어깨와 어깨가 부딪치며 케이제이가 쭉 밀려났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바로 슛을 쐈다.
또 코트 중반에서 3점 슛이 깔끔하게 들어갔다.
“미친, 저 거리에서!”
“와, 이든 씨 거리감 뭐예요?”
몇 번 공 패스를 주고받았다고 이제는 제법 친근해진 같은 팀 아이돌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감탄했다.
오늘이면 덩크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덩크를 시도했다가 형편없이 엎어지는 바람에 코트에 널브러져 멤버들의 웃음소리만 듣고 있었던 과거를 회상하며 드리블하던 공을 휙 패스했다.
같은 팀 아이돌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상대편 코트 밑을 향해 달렸다. 내게 공이 날아오는 걸 본 상대 팀이 나를 마크하기 위해 달려왔지만, ‘느려.’
공을 쥐고 힘껏 도약했다. 이 정도 높이까지 점프가 되다니, 역시 템빨이 좋긴 좋았다.
“우와악, 덩크!”
그렇게 한 번쯤은 성공해 보고 싶었던 덩크도 시원하게 성공시켜 주고.
매달리고 있던 농구 골대에서 손을 떼고 바닥으로 가볍게 착지했다.
옆에서 불쑥 내밀어지는 손들에 하이파이브를 가볍게 해 주다가, 시합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마자 반사적으로 스코어를 확인했다.
당연히 우리 팀의 승리였다.
그 이후에 진행된 농구 결승 역시 내 활약으로 인해 우리 팀의 우승으로 끝났다.
상대 팀으로 나온 KICKS 낙하산은 덤덤하게 제 패배를 받아들이고 악수를 나눴다.
이번 농구 경기의 MVP인 내게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한 팀으로 같이 경기했던 팀원들은 물론이고, 상대 팀과 구경하던 타 아이돌들도 한 마디씩 말을 붙였다.
서예현이 양궁 경기 끝냈을 때의 모습과 비슷했다. 다만 다른 점은 농구는 우승이고 양궁은 예선 탈락이었을 뿐.
적당히 웃으며 대꾸해 주면서 번호를 교환했다. 어차피 이 바닥 좁은 터라 미래에 큰 사고를 치는 놈만 아니라면 인맥을 다져 놓아서 나쁠 게 없었다.
금메달을 당당히 목에 걸고 멤버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자마자 김도빈이 건넨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생수병을 까 시원하게 들이켜고 있는 내 옆에서 김도빈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형, 완전 미도리마 신타로 같았어요.”
그게 뭔데, 씹덕아…… 목 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말을 초심도와 관계 개선도를 생각해서 겨우 삼켜 냈다.
“그건 또 어디 나오는 캐릭터야? 슬램덩크냐? 그런데 슬램덩크는 강백호? 걔 아니었냐?”
왼손은 거들 뿐. 나도 그 대사는 안다.
최대한 오타쿠의 시선에 맞추어 대화를 이어 나가 주고 싶었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김도빈 덕분에 내 눈높이 대화 시도는 그렇게 1분도 되지 않아 끝났다.
“슬램덩크는 너무 고전이라 저도 안 봤고요. 쿠농이요. 쿠로코의 농구라고, 거기에 코트 끝에서 3점 슛 날리는 선수 있거든요. 걔가 미도리마 신타론데 오늘 형 게임 스타일이랑 완전 비슷해서 그냥 딱 생각났어여.”
“어어, 그래.”
뭐라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이러는데 얘가 어떻게 패션 오타쿠냐. 그냥 오타쿠지.
설렁설렁 대꾸하며 김도빈의 머리나 헝클어뜨리고 있다가 차연호를 발견하고 성큼성큼 그쪽으로 걸어갔다.
축 처진 케이제이를 위로하고 있던 차연호가 나를 보자마자 케이제이를 다른 알테어 멤버에게로 떠밀었다.
이야, 누가 보면 내가 미쳐서 일방적으로 케이제이 물어뜯은 미친개인 줄 알겠어.
“용건이?”
“둘이 사이좋게 사진이나 한 장 찍을까요, 선배님?”
“우와, 우리가 사이좋게 셀카 찍을 정도로 친한 사이였던가?”
가시 돋친 빈정거림에 여상한 미소를 입가에 걸치고 대꾸했다.
“누구누구께서 해명문에 나랑 친한 사이라고 기재를 해 놓으신 덕분에 정말 친하냐는 문의를 지겹도록 꽤 많이 받아서 말임다.”
한순간 이를 악문 차연호는 곧 언제 그랬냐는 듯 가면 같은 미소를 다시 뒤집어썼다.
“유감이지만 제가 이제 릴레이 계주 준비를 해야 해서요.”
“아니, 뭐 사진 찍는 게 1시간 걸리는 것도 아니고. 1분도 안 걸릴 텐데요.”
“그럼 이만.”
내게서 휙 몸을 돌리는 차연호에게만 들리도록 나직하게 말했다.
“녹음본 전본 풀려도 괜찮으시다면야.”
고개를 다급히 돌린 차연호가 매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혹시 녹음본으로 차연호를 협박하고 있느냐는 김도빈의 말이 이루어질 줄이야. 그렇게 됐다.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차연호의 휴대폰으로 사이좋게 셀카를 찍었다. 역시 사진은 아이폰이지.
“아, 사진은 선배님이 SNS에 올리시면 제가 알아서 저장해서 올릴 테니까 굳이 보내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아직 개인 연락은 좀 쑥스러워서.”
돌아오는 대답은 헛웃음 말고는 없었다.
“그럼 릴레이 계주 파이팅하시고. 우리 막내가 나가서 제가 선배님 응원은 적극적으로 못 해 드리거든요.”
“애초에 윤이든 씨 응원은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거 사람이 배배 꼬였네.”
쯧쯧 혀를 차며 혼잣말처럼 하는 중얼거림에 차연호가 까득, 이를 갈며 자리를 떴다.
나도 계주 뛰는 곳으로 가서 멤버들과 함께 끼어 앉아 막내를 응원했다. 류재희는 계주 마지막 순서였다.
막내 바로 옆옆 트랙에서 뛰던 아이돌 한 명이 넘어져 그 옆에 있던 아이돌까지 얽혀 엎어졌다.
얽혀서 넘어져 버린 이가 발목을 붙드는 걸 보니 제대로 삔 모양이었다.
다행히 넘어지진 않고 계속 달려서 결승선까지 들어온 류재희는 부축을 받아 실려 나가는 그 아이돌을 보고 안도와 걱정이 섞인 미묘한 표정을 했다.
마찬가지로 마지막 순서였던 차연호 역시 안도의 표정이었다. 그런데 약간 류재희랑 결이 다른 듯한?
“와, 저야 원래부터 그 트랙이어서 상관없었는데 차연호 선배님은 부상자 있던 트랙에서 바꿨거든요. 완전 식겁하셨겠다.”
류재희가 떠들어 대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렸다.
아이돌 체육 대회 최종 우승은 레브가 속한 팀이었다. 레브는 금메달 두 개를 따 와 승리에 제법 기여했다.
우리보다 연차가 좀 더 있는 아이돌 그룹 리더가 대표로 나가 메달과 상을 받고 내려왔다.
“그래도 부상 이슈 없이 잘 끝냈네.”
겨우 한 경기 뛰었을 뿐인데 피곤으로 뻑뻑한 눈을 문지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