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0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09화(109/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09화
10시간이 넘는 아체대 촬영이란 강행군을 마치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그대로 침대에 뻗었다.
갑자기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미친 듯이 폰이 울려 댔지만 확인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설마 내 번호 인터넷에 털렸나? 아, 번호 바꾸기 귀찮은데.
베개에 얼굴을 묻고 숨만 쉬고 있자 씻고 방으로 들어온 서예현이 내게 툭 뱉듯이 말했다.
“야, 윤이든. 생일 축하해.”
무거운 몸뚱어리를 겨우 움직여 한 바퀴 굴렀다. 이불 대신 드디어 보이는 방 천장에 눈을 깜빡이다가 나를 내려다보는 서예현을 보며 물었다.
“오늘 내 생일이야?”
“그래, 자정 넘었으니까 8월 1일. 너는 하다 하다 네 생일도 까먹냐.”
그 타박에 피식 웃으며 느릿하게 말했다.
“준이한테 꼭 증언해 줘. 나는 네 생일만 아니라 내 생일도 까먹는 놈이라고…….”
“일관성 있다, 진짜.”
서예현이 약간 질린 목소리로 대꾸했다.
일단 피곤해 죽겠으니까 생일 축하는 자고 일어나서 받는 거로 할까.
다시 눈을 감으려는 내 귀에 띠링- 이제는 익숙한 시스템 알림음이 울렸다.
[깜짝 QUEST★] [▶지하철 전광판 생일 광고 인증샷을 찍어 보자!-내용: 팬분들이 걸어 주신 당신의 생일 기념 지하철 전광판 광고! 앞에서 인증샷을 찍어 팬분들에게 보내 주신 애정을 향한 고마움을 전달해 보세요.
-보상: 초심도 +5, 랜덤 티켓
-기한: 08.01 PM 23:59:59
※지하철 생일 광고 인증샷을 찍지 못할 시 페널티가 존재합니다!]
생일 광고 걸렸나 보네. 아무리 회귀 전 레브가 서예현 원톱이었다고 해도 썩어도 준치라고, 2군 아이돌이라 회귀 전에도 몇 번 지하철 광고는 걸렸다.
그래서 감사하긴 해도 딱히 새삼스럽다거나 감격스럽다거나 그러진 않았다. 이미 경험했던 일이긴 하니까.
지하철 전광판 생일 광고 인증샷은 사람 없는 새벽에 찍는 편이 제일 나았다.
‘누구 데려가지?’
내가 삼각대 설치해서 셀프로 찍고 있지 않는 이상 어쨌든 찍어 줄 사람 한 명은 있어야 하니 멤버 한 명은 데리고 가야 했다.
견하준은 씨름 결승까지 갔으니 피곤할 테고, 류재희도 계주 뛰고 와서 피곤할 테고, 아무것도 기여한 거 없는 김도빈은 사진을 더럽게 못 찍고.
그러면 남은 건…….
“형, 안 피곤하지?”
“아니, 피곤해.”
“아니야, 형은 안 피곤하잖아. 가만히 서서 활 당기는 거밖에 안 했잖아.”
“너 활시위를 당기는 데에 얼마나 근육 활동량이 드는지 알아? 집중력은 또 어떻고.”
“그러는 형은 덩크하는데 얼마나 많은 근육 활동량이 드는지 알아? 어?”
“그런데 지금 우리가 왜 근육 활동량으로 싸우고 있는 건데?”
아 참. 어느새 주객전도가. 볼을 긁적이며 요청했다.
“나랑 지하철 생일 광고 인증샷 좀 찍으러 가자.”
“지금?”
“아니, 지금은 말고. 좀 이따 새벽에.”
내 말에 제 침대 위로 쓰러지듯 누운 서예현이 베개에 얼굴을 박고 웅얼거렸다.
“몰라. 그때 일어날 수 있으면.”
“걱정하지 마. 형이 못 일어나면 내가 어떻게든 깨워서 데려갈게.”
“독한 놈…….”
혹시 몰라 알람을 다섯 개를 맞추고 나서야 잠이 들었다.
피곤하긴 피곤했는지 그냥 눈만 감았는데도 갑자기 알람이 울리더라.
체감 시간이 5분이라 내가 알람을 잘못 맞췄나 확인했는데 5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무거운 몸뚱어리를 겨우 일으켜 서예현의 침대로 가서 그를 마구 흔들었다.
“형, 일어나.”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깨우자 서예현이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아…… 5분만 더…….”
귀에 제일 시끄러운 헤비메탈 곡을 틀어 대주자 머리를 마구 흔들며 서예현이 비척비척 일어났다.
“갔다 와서 다시 잘 거야…….”
“그래, 다시 자. 나도 다시 잘 거니까.”
새벽이라 매니저 형을 부르기도 뭐했으므로 콜택시를 잡았다.
지하철역에 도착하자 대형 광고판이 보였다. 내 얼굴이 크게 박힌, 내 생일을 축하하는 문구가 쓰인 광고판.
회귀 전에도 걸렸다는 건 알았지만 직접 보러 갔던 적은 딱 한 번이었다. 그리고 그때는 소형 광고판이었고.
전광판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자 서예현이 내게 말을 걸었다.
“감동받은 건 알겠는데 일단 사진부터 찍자.”
그 말에 정신을 차리고 전광판이 잘 보이도록 옆에 서서 포즈를 취했다.
무사히 인증샷을 찍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침대에 엎어져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다시 기상한 시간은 오전 10시였다.
미역국의 고소한 냄새에 떠지지 않는 눈을 손등으로 거칠게 비비며 방을 나오자 부엌에서 열심히 요리하고 있는 견하준의 뒷모습이 보였다.
열심히 반찬과 수저를 놓으며 상을 차리고 있는 막내 라인을 보며, 내 자리에 털썩 앉아 물었다.
“왜 도빈이는 한 손으로 저러고 있냐.”
“어제 활 쏴서 근육통 왔대요.”
류재희가 김도빈 대신 대답했다. 오우, 엑스텐 연속 세 번 쏜 사람도 안 겪는 근육통을 0점 쏜 놈이 다 겪네.
“형들은 몸 안 무거워여? 저 지금 근육통에 피로에, 장난 아니에요.”
“네가 그러면 양궁에 계주까지 뛴 류재희는 뭐가 되냐?”
“재희는 젊잖아요.”
“너랑 류재희가 한 살 차이고 너랑 내가 두 살 차이다, 인마.”
그게 지금 나이 앞자리에 아직도 1 달고 있는 네 입에서 나올 말이냐?
“분명 제 생일에 먹은 미역국에는 닭가슴살이 들어 있었던 것 같은데…….”
식탁에 놓인 소고기미역국을 본 김도빈이 툴툴거렸다. 그 밥투정 비슷한 말에 수저를 들며 혀를 찼다.
“주는 대로 먹을 것이지 말이 많다.”
“저는 밥투정을 한 게 아니라 공정에 대해서 말을 한 것으로…….”
“국물 건더기 가지고 공정까지 나오는 이유가 뭐야, 대체.”
점점 말대꾸가 늘어간다는 건 우리 도비가 나를 점점 편하게 생각한다는 뜻이겠지.
관계 개선도도 말대꾸만큼 늘어 있었기에 그냥 넘어가 주기로 했다.
“어제 장 보러 갔는데 마침 국거리 양지가 할인을 하더라고. 도빈이 다음 생일에는 소고기 넣어서 해 줄게.”
견하준의 친절한 말에 김도빈이 괜찮다고, 그냥 해 본 소리라고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밥을 먹고 나서는 쏟아진 지인들의 생일 축하 메시지에 답장을 해 줬다. 물론 답장 길이는 친분도에 비례했다.
친하지도 않았는데 괜히 생일 축하 메시지 보내는 동창들도 한 바가지인 터였다.
내가 회귀 전에 망돌 길을 걸었을 당시에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던 놈들은 깔끔하게 아웃이었다.
그때도 메시지 보냈던 애들은 기억하고 있었기에 답장을 정성스럽게 보내 주었다.
언제 한번 얼굴이나 보자는, 별로 안 친했던 언더 형들에게 적당히 답장을 보내고, 선물 준비해 놨으니까 생일빵 맞으러 오라는 형들에게는 오늘은 라방 있어서 내일 밥 산다고 답장을 보냈다.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게 의외인 사람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KICKS 낙하산이나 G1 정도? 이지원은 택배 보냈는데 좀 지연되어서 네 생일 지나고 도착할 거라는 문자를 남겨 놨다.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추석에 한 번 본가 갈 수 있겠다고 전하고, 낳아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끝으로 통화를 마쳤다.
소속사에서 생일 기념 라방을 마치고 안내받은 곳으로 가자, 생일 서포트가 한가득 도착해 있었다.
회귀 전 마지막으로 봤던 팬의 글이 생일 서포트 먹튀하고 탈퇴한 놈이라는 내용임을 상기하자 기분이 묘해졌다.
“일단 명품이랑 전자기기, 시계, 액세서리 같은 것만 숙소로 먼저 가져가. 작곡 장비는 네 작업실에 가져다 놓고.”
매니저 형이 익숙하게 선물을 분류해서 내게 턱턱 안겨 주었다.
“이것도 챙겨 줘.”
내가 턱짓한 선물을 본 매니저 형이 짜식, 철들었다고 등을 두드려 댔다.
반지, 팔찌, 피어싱 등의 액세서리류와 옷들, 그리고 신발은 대부분 내 취향에 들어맞았다.
평소 즐겨 입던 패션이라 입어서 인증하는 건 어렵지 않을 듯했다.
선물을 내 방에 잘 정리해 놓고 매니저 형한테 챙겨 달라 한 것을 꺼냈다.
“와, 포토북.”
어느새 쪼르르 다가온 류재희가 포토북을 넘기는 내 옆에 앉아 같이 구경했다.
“신기하지 않냐. 나도 잊은 순간들이 이렇게 담겨 있다는 게.”
“이때가 WAMA 공항 출근길이었나? 맞죠, 형 무스탕!”
“그런 듯?”
아직 데뷔 1주년도 맞지 않은 신인이라 포토북은 얇았다. 내 모습을 담은 페이지가 끝나자 팬들의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한 줄도 있었고, 길게 쓴 편지 같은 글도 있었다. 한 자 한 자 천천히 읽는 내 입가에는 어느새 옅은 미소가 걸쳐져 있었다.
“생일 서포트 인증은 저것들 말고 이 포토북으로 해요, 형.”
포스트잇과 펜을 가져다주며 류재희가 권했다. 잠시 고민하다가 포스트잇에 문장 하나를 끄적였다.
“이런 문장을 쓰면 하트도 하나 그려야죠.”
“아, 뭔 놈의 하트야.”
“형이 못 그리겠으면 제가 대신 그려 드림요.”
내 손에서 펜을 휙 낚아챈 류재희가 문장 밑에 하트를 그렸다.
“그런데 형이 이런 문장도 다 쓰네요.”
키득거리는 류재희의 손에서 말없이 포스트잇을 가져가 사랑해!라는 문장 아래에 붙였다.
찰칵, 휴대폰 카메라 소리가 울렸다.
지하철 생일 광고 인증샷과 멤버들과 찍은 단체 사진, 서포트 인증샷을 SNS에 올리려던 나는 내 생일을 축하하는 글을 보고 멈칫했다.
오늘은 서치 퀘스트를 하는 날이 아니었지만, 글 작성은 잠깐 뒤로 미루고 내 이름을 서치해서 내 생일을 축하하는 글을 천천히 읽어 보았다.
#Happy이든day
#여름청춘_이든이의_스물하나
글마다 박힌 파란 해시태그가 유독 가슴에 박혔다. 그런데 정말로 정확히 따지자면 회귀 전까지 합쳐서 스물여덟이긴 한데.
* * *
꿈♥백일몽 @revedream
내새끼ㅠㅠㅠㅠ 서포트 인증샷ㅠㅠㅠ
I love you, too래ㅠㅠㅠㅠㅠ 그 밑에 하트 뭔데ㅠㅠ
(서포트_인증샷.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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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백일몽 @revedream
심지어 사랑해! 문장 아래에다가 붙여놨네
우리한테 답장해 준 거야? 너무 스윗해서 죽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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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래서, 오늘 G1 선물 도착하니까 언박싱 자랑질한다고 나 부른 거냐?”
“아, 내가 형을 몰라? 형도 궁금하잖아, 솔직히.”
“그렇긴 해.”
작업실 의자에 널브러져 있던 용철이 형이 순순히 긍정하며 킬킬거렸다.
“뭐일 거 같냐?”
“스피커였으면 좋겠다. 저거 85만 원짜리 너무 구려.”
“장인은 장비를 가리지 않는다, 모르냐?”
“몰라. 나는 가려.”
시답잖은 대화를 주고받던 도중, 택배가 도착했다.
포장을 뜯자 작업실에 떡하니 등장한 스피커에 용철이 형과 나란히 입을 떡 벌렸다. 이 모델은 모를 수가 없었다.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예산을 훌쩍 넘기는 바람에 사지 못했던 바로 그 스피커니까.
“미친, 이 형님은 왜 이렇게 통이 커?”
아는 동생 생일 선물에 200을 넘게 태운다고? G1 생일이 언제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