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10)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10화(110/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10화
소속사 측에서 대여한 스튜디오 안에 들어가자 검은 배경에 두꺼운 폰트로 글자가 써진 현수막이 보였다.
[REVE’s FIRST B-DAY]그렇다. 오늘은 8월 8일. 레브의 데뷔 1주년이었다.
“형 생일이랑 데뷔 기념일이랑 너무 가까이 있는 거 같아요.”
“그걸 왜 나한테 말해. 내가 생일을 바꾸기라도 하리?”
“그러니까 형 생일은 이제부터 음력으로 세는 건…….”
“도빈아, 형은 너한테 굉장히 잘 대해 주고 싶어. 그런데 네가 이렇게 헛소리를 하면 잘 대해 주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니까? 그 맨날 바뀌는 음력 생일 네가 매번 계산해서 알려 줄래? 어?”
눈을 부라려도 김도빈은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태연하게 말했다.
“와, 이든이 형이 윽박지른다.”
이제 이 망할 똥개 새끼는 아예 발을 뻗다시피 했다. 높아져 가는 관계 개선도와 골 때림은 비례했다.
“하아.”
지끈거리는 미간을 문지르며 깊은 한숨을 내쉬자 눈을 부라려도 아무렇지 않아 하던 놈이 움찔했다.
대체 저 똥개 새끼가 쫄아 붙는 기준을 모르겠네.
스튜디오에 놓인 커다란 테이블에는 케이크 시트와 생크림, 청포도, 거품기, 초콜릿이 든 짤주머니 등이 놓여 있었다.
“케이크를 대체 며칠 간격으로 먹는 것이며.”
“먹지 마, 그럼.”
“안 먹어도 되죠? 진짜죠?”
그 말만을 기다렸다는 듯 김도빈이 곧바로 달려들어 확답을 얻어 냈다.
저 반응이 이해는 되는 게 내 생일에 소속사 측에서 제작해 온 레터링 케이크는 더럽게 맛이 없었다.
아무리 봐도 김도빈 생일에 가져왔던 그 맛대가리 없는 레터링 케이크와 동일 업체인 듯했다.
분명히 우리가 그 케이크 맛없다고, 다른 데에서 사자고 김도빈 생일 라이브 방송 끝나고 말했는데, 귓등으로도 들어먹지 않은 모양이다.
‘한 번 뒤집어엎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견하준이 나를 툭 쳤다.
“무슨 생각해?”
“내 생일 때랑 김도빈 생일 때 가져왔던 레터링 케이크 업체 어떻게 알아낼까 고민 중.”
아무래도 털어 보면 뭐가 나올 것 같단 말이지. 예를 들면 직원이랑 연줄 있는 케이크 가게라던가.
“그걸 그렇게 심각한 얼굴로 고민하고 있어? 나는 또 1주년이라 감회가 새로워서 그런다고.”
견하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7주년도 찍고 왔는데 1주년 감회가 새롭겠냐.
그래도 좀 새롭긴 했다. 회귀 전의 1주년은 반지하 숙소에 틀어박혀 보냈던 거로 기억하는데.
그나마 있던 아주 극소수의 팬들만 팬카페에서 우리와 1주년 기념 게시글 하나에 모여 데뷔 1주년을 축하해 줬다.
‘그때는 댓글에 답글 하나 달면 10줄 정도로도 달고 그랬었지.’
열정이 타 버리기 전, 그랬던 때도 있었다. 팬카페 댓글 하나만으로 신기하고 반가웠던 시절이.
메이크업과 헤어 세팅을 간단히 마치고는, 라이브 방송 1분 전이라는 전달을 듣고 테이블 앞에 섰다.
“둘, 셋! Dream of me! 안녕하세요, 레브입니다!”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자 일제히 내 신호에 맞추어 오프닝 인사를 했다.
“네, 레브가 벌써 데뷔 1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네요.”
“벌써 1년이라니. 시간 진짜 빠르긴 빠르다.”
“<내 우주로 와>로 데뷔한 게 벌써 1년 전이라니. 진짜 안 믿겨요.”
“그러게. 한 10년 전 같은데.”
“일단 스타일링은 10년 전이었…….”
“10년 전? 그건 20년 전이야. 나 초딩 때도 그런 스타일은 없었어.”
데뷔 1주년 소감을 한마디씩 발표하다가 어느새 또 만담으로 흘러갔다.
“오늘 저희는 데뷔 1주년을 기념하여 1주년 기념 케이크 만들기에 도전해 보겠습니다.”
“사실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망친 것 때문에 마이돌 관찰카메라에서 떡볶이를 망친 것도 다 저랑 이든이 형 탓이 되어 가고 있어서…….”
“맞아요. 사실 떡볶이가 그렇게 된 것에 저희 둘의 책임은 없거든요. 이건 다 재료를 잘못 사 온 도빈이 탓이지, 재료만 제대로 있었으면 충분히 성공시킬 수 있었어요.”
당당하게 테이블 위의 케이크 재료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 단계는 사실 베이킹이 아니고 조립에 더 가깝긴 했다.
“그래서 직접 1주년 기념 케이크를 팬분들 앞에서 만들어 봄으로써 저랑 재희의 요리 실력을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한번 해 보았던 경험이 있었기에 케이크를 만드는 과정은 한결 수월했다. 딸기는 냉동 딸기나 비싼 딸기밖에 없었기에 청포도로 대체했다.
“형, 이번에는 생크림 뿔 올라올 때까지만 저으세요.”
“그래, 재희야. 너도 이번에는 포도 으깨지 마라.”
사이좋게 말을 주고받으며 케이크를 완성해 갔다. 나머지 멤버들은 옆에서 구경하면서 훈수 한두 마디씩 두는 역할을 맡았다.
크리스마스의 흉측한 딸기 케이크와 달리 이번 청포도 케이크는 제법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케이크 위에 올라갈 레터링 문구는 제가 작성하겠다며 초코가 든 짤주머니를 가져간 류재희가 심혈을 기울여 케이크 위에 글자를 썼다.
축
레브 1주년
“야, 이게 뭐야! 완전 올드하잖아!”
“왜요? 이게 왜 올드해요?”
“차라리 Reve’s B-Day라 쓰던가!”
“그건 사대주의예요, 형! 우리말이 있는데 왜 영어를 써요!”
무슨 칠순 잔치 문구 같은 문장 조합에 한숨을 내쉬며 남은 청포도로 케이크 위를 장식했다.
그래도 작년 크리스마스 때보다는 훨씬 괜찮은 비주얼의 케이크가 완성되었다.
촛불을 꽂고 자축의 의미로 생일 축하 노래를 데뷔 축하 노래로 개사해서 불렀다. 리더인 내가 대표로 촛불을 불어 껐다.
케이크를 한 입씩 맛본 견하준과 서예현이 인간 승리라며 박수를 짝짝 쳤다.
반응이 그래서 맛이 궁금했는지 슬쩍 한 조각을 포크로 떠먹어 본 김도빈은 입맛에 맞았는지 안 먹어도 된다고 확답을 받아낸 게 무색하게 케이크 한 조각을 싹 먹어 치웠다.
류재희가 빙글빙글 웃으며 말했다.
“원래 1주년이면 데뷔곡을 부르는 게 정석이죠.”
진심이냐, 재희야……? 그걸 부르겠다고?
그냥 머릿속에서 <내 우주로 와> 자체를 지워 버린 탓일까. <내 우주로 와> 안무도 이제 가물가물했다.
할 수만 있다면 포트폴리오 자체에서 그놈의 내우주를 지워 버리고 싶었다.
내가 저를 떨떠름하게 쳐다보자 류재희가 눈을 찡긋했다. 그 윙크의 의미를 곧바로 읽어 내고 피식 웃었다. 그 곡이 아니라 이 곡이었구먼.
나보다도 모니터링을 더 많이 하는 류재희가 <내 우주로 와>가 팬들 사이에서도 언금곡임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 오랜만에 한 번 가 봐?”
작년 8월 8일에 불렀던 찐 데뷔곡인 <내 우주로 와> 무대를 보고 싶어 할 사람들은 글쎄, 팔린 걸 보면 소수 취향도 있긴 있겠지만 이 곡으로 무대를 하지 않는다고 아쉬워할 사람은 정말 극소수일 것이다.
스튜디오 공간이 넓어서 무대를 하기에는 충분했다.
익숙하게 대형을 맞추고 섰다. 오랜만의 원찬스라 감회가 새로웠다.
AR로 하는 무대라 사실상 댄스 무대이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 그룹을 기사회생시켜 준 곡이라 그런지 안무만 해도 꽤 즐거웠다.
스튜디오에서 무대를 한바탕 마치고, 어느새 테이블 앞에 놓인 의자에 나란히 앉아 다시 토크를 진행했다.
“와, 예현이 형 안무 하나도 안 틀렸어. 여러분, 이제 예현이 형에게 뉴 안무의 창시자라고 못해요.”
“이든이가 하도 강조를 해서 절로 기억이 되살아나더라고.”
“오, 나 덕분이네.”
휴대폰을 받아 휙휙 올라가는 채팅을 쭉 훑었다.
[사라진 3주ㅋㅋㅋㅋ] [무물 이런 거 안하남?]시간 채우기에 딱인 채팅을 발견했다. 그리고 곧바로 시행했다.
“그럼 저희도 한번 해 볼까요? 레브!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 일단 먼저 멤버들끼리 한번 해 보죠. 평소 서로한테 궁금했던 거, 그런데 물어볼 기회가 없어 못 물어봤던 거. 오늘 싹 궁금증 풀고 갑시다.”
제일 먼저 서예현에게 질문했다.
“난 예현이 형한테 궁금했던 게, 형은 자기 얼굴이 잘생긴 편인지 몇 살 때 알았어?”
“음…… 초등학교 고학년?”
“진짜? 유치원 때가 아니라?”
“아니, 나는 잘생겼다는 말이 그냥 어른들이 으레 하는 소리인 줄 알았어. 할 말 없을 때의 칭찬으로.”
“할 말 없을 때 칭찬은 애가 참 착하다, 이거지. 애가 잘생겼다, 이건 안 잘생겼으면 안 해.”
겸손으로 콘셉트를 잡은 건지, 진짜 몰랐던 건지. 그런데 저 얼굴을 가지고선 후자면 진짜 말이 안 되는데.
“이든이 형, 힙합 한다고 자퇴한다 했던 적 있다, 없다!”
“……있다.”
“아, 그때 부모님 반응 어떠셨죠?”
“정신 나갔다고,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맞았습니다.”
류재희의 질문에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내 흑역사를 이렇게 들추다니.
맞고도 정신 못 차리고 시위한답시고 집 나갔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가출 3시간 만에 귀가한 쓰디쓴 기억도 있었다.
참고로 부모님은 내가 가출한 줄도 몰랐다.
서예현은 견하준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준이 너는 요리 따로 배운 거야?”
“네, 누나랑 형한테 배웠습니다. 제가 늦둥이다 보니까 좀 오냐오냐 큰 면이 있어서, 요리랑 청소 정도는 혼자 힘으로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누나의 철학 아래 열심히 배웠죠.”
“누나? 너 첫째 아니었어?”
“위로 7살 연상 형이랑 6살 연상 누나 하나씩 있어요.”
“완전 의외다. 전혀 늦둥이처럼 안 느껴지는데. 오히려 이든이가…….”
“난 외동이거든?”
내 대꾸에 류재희가 매우 공감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하나뿐인 아들내미가 힙합한다고 자퇴한다 하면 저 같아도 두드려 팰 듯요.”
뭔데 우리 부모님 마음에 공감하고 있어.
“도빈아, 너는 그…… 피규어? 같은 건 안 모으냐?”
“이거는 정말로 일반화. 모든 덕후들이 피규어 수집의 취미를 갖지는 않는다.”
진지한 얼굴로 손을 까딱거리는 김도빈을 향해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친구가 정리한다고 원피스 피규어 좀 가져가라고 해서. 너 모은다면 주려고 했지.”
“헐, 가질래요! 흰수염이랑 에이스 있으면 그걸로 부탁여!”
“일반화가 아닌 것 같은데…….”
김도빈은 팀 내 최단신이 될 제 미래를 모르고 류재희의 키를 놀리며 예상 최종 키를 질문하고 있었다.
“막냉이 최종 키 몇으로 예상?”
“176cm? 저는 언제나 귀여운 햄찌여야 하기 때문에.”
“와, 나 자기 입으로 저런 말 하는 사람 처음 봤어.”
176cm는 무슨. 녀석은 2년 후에 185cm를 찍음으로써 단번에 레브의 최장신으로 등극한다.
“데이드림도 궁금한 점 있으시면 앞에 Q 달고 질문 보내 주세요.”
뉴본 데뷔조였던 거 진짜냐, 진짜 맞으면 왜 나온 거냐 등등의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들도 섞여 있었다.
그런 건 쓱 패스했다. 굳이 언급해서 분탕 만들 이유가?
적당한 질문들을 골라내서 멤버들에게 묻고 있는데, 갑자기 연속적으로 똑같은 내용의 채팅이 올라왔다.
[Q. TK 전 연습생이었던 류재희 TK에서 폭행으로 퇴출당한 거 사실인가요] [Q. TK 전 연습생이었던 류재희 TK에서 폭행으로 퇴출당한 거 사실인가요] [Q. TK 전 연습생이었던 류재희 TK에서 폭행으로 퇴출당한 거 사실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