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14)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14화(114/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14화
뮤비가 공개되자 반응은 저번 의 하이틴 뮤비보다 더 폭발적이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뮤비 ㄷㄷ] [괴도랑 탐정 구도는 많이 봤어도 이 결말은 처음 보는 듯] [레브 이번 괴도vs탐정 컨셉 미쳤다] [칼 갈고 칼군무 들고온 레브]이른바 통수에 통수를 치는 반전 뮤비로 입소문을 탄 덕분이었다.
-와 영상미 미쳤다 ㅇ3 무슨 일?
-예현이 코트 박제하자 미쳤다 진짜
-다들 비율 좋아서 코트 착장 완전 착붙임
-그러니까 이든이랑 도빈이가 한 편이 아니라 예현이랑 도빈이가 한 편이었다는 거지?
└와 같은 탐정인데도 예현이가 계속 이든이 경계했던 이유가……
└나는 이든-도빈이 한 편이었던 거 예현이가 알고 있어서 그러는줄
-그럼 이든이는 진짜 탐정이야 아니면 보석 손에 넣으려는 제3의 세력이야?
└일단 하준이랑 유제는 확실히 탐정인데 이든이는 좀 긴가민가함
-이든이 탐정 맞음 https://blog.naxxr.com/alslk25/565264615 여기 보면 계속 나오는 오브제랑 이든이가 들고 있던 성경책 페이지 성경 구절이랑 엮어서 뮤비 해석 자세히 해 줌
영상미는 물론이요, 뮤직비디오 곳곳에 뿌려진 떡밥 덕분에 조회수는 쭉쭉 상승세를 탔다.
평소의 라이트한 안무가 아닌 힘을 빡 준 칼군무 퍼포먼스 MV 영상 역시 ‘레브가 드디어 칼군무를 시도했다’라고 주목을 받으며 조회수 상승에 보탬이 되었다.
[20위-new ‘Reve – Escape’ ♥48,121]는 음원 발매 하루 만에 20위 안으로 진입했다. 이 상승세라면 차트 1위는 어렵지 않아 보였다.
[25위-new ‘Reve – 오프 더 레코드’ ♥40,726]“와, <오프 더 레코드>도 꽤 차트 순위 높은데요? 확실히 타이틀곡으로 고민했던 곡답네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를 타이틀곡으로 밀었던 류재희의 얼굴에는 의 순위가 더 높다는 것에 대한 안도가 담겨 있었다.
차트 순위를 보니 <오프 더 레코드>를 타이틀곡으로 했어도 나쁜 결과는 아니었을 것 같았다.
첫 음방은 W카운트다운이었다.
수록곡인 <오프 더 레코드>의 무대는 사전녹화였다.
목소리를 잔뜩 내리깐 내 짧은 랩 파트가 쓱 지나가고, 원형 무대 위의 스탠드마이크를 잡은 견하준의 가성으로 노래가 시작되었다.
견하준의 파트가 끝나자마자 다시 랩 파트를 이어받았다.
차례로 김도빈과 서예현의 짧은 파트가 지나가고, 견하준의 가성을 잘 살린 브라스 섹션 후렴구에 따라 소품 의자에 앉아 있던 몸을 까딱거리며 리듬을 탔다.
후렴구를 류재희한테 주고 킬링파트를 견하준에게 주던 평소와 달리 이 곡은 후렴구를 견하준에게, 킬링파트를 류재희에게 줬다.
음정이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 가성 고음은 견하준이, 킬링파트인 확실히 지르는 고음은 류재희가 더 유리했으므로.
그리고 이 곡의 보컬은 류재희의 킬링 파트와 김도빈의 파트를 제외하고는 가성이라, 서예현의 파트도 꽤 무난하게 지나갈 수 있었다.
이걸 타이틀곡으로 삼았으면 안무가 들어갔겠지만, 수록 곡인 터라 소품 놓고 앉거나 서서 노래를 부르는 게 전부였다.
그나마 안무라고 할 수 있는 건 견하준이 서 있는 원형 무대 주변을 느릿하게 돌기 정도?
<오프 더 레코드>의 사전 녹화가 끝나고.
“실수 안 하겠지……?”
대기실에서 퍼포먼스 영상을 돌려보며 서예현이 초조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서예현은 밤을 새워서라도 안무를 익히겠다는 제 말을 지켰다. 치킨 앞에 두고도 풀떼기만 씹을 때부터 알았지만 진짜 독한 인간이었다.
오죽하면 다들 쓰러질까 걱정해서 연습실에서 강제로 끌고 숙소로 연행해 갈 정도였다.
더 있을 거라 버티는 서예현의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저 인간은 체력이 A라 그 정도로 안 쓰러진다고 말해 줬지만 나만 매정한 인간 취급이었다.
불안해하는 서예현에게 기꺼이 꿈에서도 연습할 수 있도록 예전에 나왔던 ‘자각몽’ 아이템을 양도해 주기도 했다.
그날 잠자리에서 끙끙거린 걸 봐서는 꿈에서도 열심히 연습한 모양이었다.
덕분에 일주일 만에 바뀐 안무를 다섯 명 모두 익힐 수 있었다.
슬슬 생방 시간이 다가오자 무대의상으로 갈아입었다.
뮤직비디오 의상은 아니고, 괴도와 탐정 콘셉트에 충실한 의상이었지만 딱히 괴도가 제일 튄다거나 탐정이 묻힌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대신 둘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의 디테일 차이는 있었다.
드디어 생방송 순서가 다가왔다.
무대 위에 서서 대형을 맞추었다. 무대에는 이미 우리가 퍼포먼스에 활용할 소품들이 놓여 있었다.
[Let’s Escape]내 짧은 속삭임으로 곡이 시작되었다.
는 후렴구 역시 딱히 고음은 아닌, 레브 보컬라인의 음색과 내 랩으로만 승부를 내는 곡이었다. 이런 격한 안무와 라이브를 병행해도 까딱없다는 소리였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듯한 안무에 김도빈의 독무 파트에 와서야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김도빈은 숨 돌릴 틈도 없다는 걸 고려했을 때, 참 대단하긴 했다.
의자와 책상을 이용한, 제일 난이도가 높았던 부분을 모두 실수 없이 무사히 마치고 곧바로 다시 군무에 돌입했다.
각도까지 딱딱 맞춘 칼군무에 무대 아래에서 함성이 더욱 커졌다.
이제 노래는 마지막 클라이맥스에 도달했다.
[아무도 믿지 못하겠지경계해 봤자 내 손아귀 안] [catch me if you can
뻔한 추격전은 지겹잖아]
주고받는 듯한 보컬로 성량 대결을 하다시피 하는 견하준과 류재희의 파트를 들으며, 서예현과 합을 맞추었다.
김도빈이 나머지 넷에게 완전히 포위된 듯한 포즈로 무대가 끝을 맺었다.
꽤 격렬한 안무 때문에 모두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실수 하나 없이 완벽하게 선보인 무대의 만족감으로 얼굴에 걸린 미소는 덤이었다.
서예현 쪽에서 먼저 내민 손에 가볍게 하이파이프를 하며 씩 웃었다.
“이야, 이젠 실수 머신이라고 부르지도 못하겠네.”
내 농담 같은 진담에 서예현이 피식 웃으며 맞받아쳤다.
“뭘, 너도 이제 나한테 막말로 돈 안 뜯기잖아.”
그렇다. 이번 연습에서 내가 서예현한테 뜯긴 돈은 0원이었다. 가히 기적에 가까웠다.
서예현이 제법 잘 따라오는 터라 내가 세게 말할 필요도 없었을뿐더러, 비꼬는 것보다는 그냥 침착한 말투로 짚어 주는 게 효과가 더 좋다는 걸 알게 된 터였다.
“크흡, 킁…….”
갑자가 옆에서 들려오는 훌쩍거림에 오랜만에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던 나랑 서예현은 동시에 옆을 휙 돌아보았다.
김도빈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코를 훌쩍거리고 있었다.
“우리 그룹이 이런 날도 오다니…… 분위기 좋게 연습하고 무대에서 이런 칼군무를 하는 날이…….”
“아이씨, 형이 울면…… 나도 울고 싶어지잖아……! 이 분위기로 오기까지가 진짜…….”
옆에 있던 류재희까지 눈가가 점점 발갛게 달아오르더니 눈물을 뚝뚝 떨구기 시작했다.
1위를 한 것도 아니고, 겨우 첫 방 무대가 끝났을 뿐인데 펑펑 우는 막내 라인 녀석들의 모습에 우리 둘은 떨떠름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쟤네 왜 저래……?”
“몰라, 형이 칼군무 성공한 게 그렇게 감동적이었나 봐. 막내들아, 예현이 형이 앞으로도 칼군무 잘 성공시킨단다.”
“그래, 앞으로는 나 신경 쓰지 말고 도빈이 네가 하고 싶은 안무 마음껏 짜도 돼.”
“그게 아니라고요, 흐엉……!”
“형들은 바보예요, 진짜!”
달래려고 시도했지만 더 서럽게 우는 막내 라인의 모습에 나랑 서예현은 뻘쭘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결국 둘을 달래는 건 견하준의 몫이었다.
* * *
레브 컴백 5일 차, 알테어의 선공개 곡이 공개되었다.
내가 9월 차트에서 봤던 그 곡이었다. 현재 날짜가 10월로 넘어가기까지 6일이 남았다는 걸 고려하자면 꽤 오싹했다.
‘겨우 발매 6일로 월간 차트 성적이 그 정도였다니.’
확실히 화력이 강하긴 했다.
그리고 그 선공개 곡을 시작으로 컴백 카운트다운을 세듯 티저가 하나씩 공개되기 시작했다.
각 티저당 멤버 한 명씩의 모습을 담아 짧은 스틸컷으로 만든 티저의 조회수는 꽤 빠른 속도로 급등했다.
회귀 전에도 그랬나 떠올려 보려 했지만, 그때는 1군 선배 남돌이 어떻게 컴백하는지 관심도 없었고, 망돌길에서 한창 헤매고 있을 때라 내가 기억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레브 측에 제일 베스트 상황은 10월까지 이 기세를 쭉 가져가는 것.
하지만 티저부터 이렇게 화력이 나온다면 쉬이 판단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 7일째. 알테어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다.
“이야, 돈 엄청 썼네. 아주 뮤직비디오에 부티가 좔좔 흘러.”
“헐, 진짜 홍콩이랑 마카오 가서 촬영했대요. 부럽다. 우린 국내 촬영인데.”
“뭐야, 그러면 도둑들 짭 아니야?”
인터스텔라 표절돌로 불릴 뻔했던 과거가 생각나 괜히 이죽거렸다.
“짭이라기보단 오마주겠죠. 그렇게 치면 저희도 명탐정 코난 괴도키드 짭이에요.”
류재희가 내 삐딱한 말을 정정해 주었다.
음원 성적도 역시 대상을 탄 곡답게 진입부터 꽤 높은 순위를 자랑했다.
[18위-new ‘Altair – steal cut’ ♥57,032]“우리가 20위였던가?”
그냥 안 보는 편이 더 속 편하겠다는 판단하에 음원 차트 앱을 껐다. 류재희의 머리를 가볍게 헝클이며 덤으로 충고했다.
“너도 적당히 봐라. 어차피 그거 보고 있다고 알테어 음원 순위 안 떨어진다.”
내 충고에도 여전히 차트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던 류재희가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형, 있잖아요. 형이 졌잘싸 따위는 없다고 했죠.”
“어어, 그랬지.”
“그러면 치열하게 경쟁하다가 순위에서 밀린 곡은 의미가 없는 곡이에요?”
갑작스럽게 와닿는 말에 눈을 깜빡이자 쓱 시선을 들어 나와 눈을 맞춘 류재희가 진지하게 물었다.
“오직 음악성 하나만으로 평가받는 것도 아닌데 그저 순위에서 밀렸다는 이유로 형이 힘들게 노력해서 만든 곡이 패배한 곡, 의미 없는 곡이 되어 버리는 게 형은 좀 슬프지 않아요?”
듣고 보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물론 평가에 음악성도 크게 기여를 하겠지만 이 순위는 오직 음악성만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었다.
음악의 가치를 앞에 붙은 순위의 숫자로만 따질 수 있는가.
“야, 나보다 네가 낫다.”
헛웃음을 내뱉으며 순순히 인정했다.
“그래, 정정한다. 졌지만 잘 싸웠을 수도 있지. 그런데 벌써부터 네가 그런 말을 하면 이 형은 패배가 확정된 거 같아서 좀 슬프다.”
류재희의 머리를 거친 손길로 마구 헤집었다.
“그러니까 그런 말은 10월에 최종 결과가 나오고, 이 형이 패배로 울적해 있을 때 커피 한 잔 딱 사다 바치면서 하는 거다. 알았냐?”
고개를 끄덕이는 류재희를 향해 씩 웃으며 장난스럽게 한마디 덧붙였다.
“물론 꼭 이길 거니까 할 필요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