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1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15화(115/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15화
“10월 첫째 주 인기뮤직 1위는…… 축하드립니다! 레브!”
이번 주 마지막 음방 역시 1위였다. 꾸벅 인사하며 MC에게서 트로피와 꽃다발을 건네받았다.
우리 옆에서는 이번 주에 컴백한 알테어가 미소 띤 얼굴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1위 감상을 줄줄줄 내뱉는 막내 옆에서 팬분들을 향해 트로피를 흔들었다.
레브는 활동 2주 차에 공중파와 케이블 음방 1위를 싹쓸이하는 쾌거를 이뤘다.
레브 정규 1집인 [CHASE]의 초동은 89,2**장으로, [HI-Light]를 뛰어넘었다.
그리고 알테어의 초동은…….
101,0**장.
확실히 음반 쪽은 팬층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제 총판이 얼마나 나오는지가 관건. 이제까지 레브는 활동이 끝날 때까지 음반 판매 수치가 꾸준히 증가하는 편이었다.
아무래도 대중성을 잡았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리라.
[1위- ‘Reve – Escape’] [2위- ‘Altair – steal cut’]차트 TOP100 순위를 바로 밑까지 추격해 온 알테어의 곡을 착잡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일간 차트는 아직 와 <오프 더 레코드>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TOP100 차트는 알테어의 타이틀곡이 바짝 추격 중이었다.
더 높이 쌓였다가 무너지는 꼴을 보고 싶어서 저 곡이 존나게 뜨면 좋겠다는 마음이 반, 저딴 곡이 내 곡 바로 밑에 있다는 불쾌감이 반이었다.
곡을 짓누르듯 엄지로 꾹 눌러 작곡란에 있는 이름을 확인한 나는 익숙한 이름 옆에 적힌 낯선 이름에 눈을 깜빡였다.
‘뭐야, 시발?’
이러면 이제 이게 약점이 안 되는데?
회귀 전 10년 차에도 탑재하지 않았던 양심을 갑자기 3년 차에 되찾았다고?
내가 네임택 바꿔 끼우기 장인이라고 빈정거려도 다들 그렇게 하는데 왜 저만 잡고 늘어지느냐고 눈을 부릅뜨고 소리 지르던 그 짜깁기 조각보메이킹 장인 놈이?
설마…….
‘내 회귀로 인해 이루어진 나비효과인가.’
골치 아파진 상황에 지끈거리는 미간을 문질렀다.
‘아니면 케이제이 놈의 몸에 정상인의 영혼이 빙의…….’
아니, 내가 무슨 김도빈 같은 생각을……! 급하게 머리를 저어 오타쿠 같은 생각을 떨쳐 냈다.
혹시 몰라 이제까지 발매된 알테어의 다른 곡들도 일일이 확인해 봤다.
“와, 재미있네.”
패 하나를 잃은 내 입에서 전혀 유쾌하지 않은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대체 어디에서부터 비틀린 건지 천천히 과거를 되짚어 보던 나는 유독 어긋난 퍼즐 조각을 드디어 찾아냈다.
레브의 노래를 계속 처음 듣는 노래라고 강조하던 차연호.
유독 나를 경계하고 견제하던 차연호.
같잖고 빤히 보이는 수작질로 나를 묻으려 하던 차연호.
헛웃음이 나오는 입을 손으로 가렸다.
“아, 그래서였어?”
회귀가 말이 되느냐고 하기에는 내가 그 산증인이었다. 그래, 회귀자가 나 하나뿐이란 법은 없지.
일단 우리 빌어먹을 선배님이랑 같이 시간을 거슬러 돌아왔다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하긴 아직 뭐 하니, 아주 유력한 가설로 취급하자.
나는 차연호의 선수로 인해 가장 큰 패를 빼앗겼으며, 회귀 전의 내게 악감정이 있을 차연호는 나를 무너뜨리려 할 거다. 이미 수작질을 한 경력도 있지 않은가.
일이 참 재미있게도 돌아가는구먼.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등을 편히 기댔다.
여기서 무너져도 초심도가 깎이지만 않으면 회귀할 일은 없다. 만약 이기고 싶다면 회귀라는 수단도 존재했다.
그런데 나는 수많은 회귀를 겪으며 차연호의 공략법을 찾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일단 레브 체급부터 키우자.’
차연호가 수작질을 부려도 충분히 버틸 수는 있을 만큼.
* * *
레브 [CHASE] 활동 3주 차.
본격적으로 알테어와 대결 구도가 붙는 주차이기도 했다.
앞으로 남은 활동은 2주. 이 2주 동안 알테어를 상대로 유의미한 성적을 내야 한다.
우리가 알테어를 상대로 모든 음방에서 1위를 따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물론 안 하고, 어느 정도 나누어 먹었다는 이미지로 보이도록 만들어야 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저번에는 우리가 생방 때만 잠깐 얼굴 비춰서 제대로 인사도 못 했네요. 이번 주에도 1위 후보에 든 거 축하해요, 후배님들.”
“맞아요, 노래 정말 좋더라고요.”
방송국 복도에서 만난 알테어는 여유롭기 그지없는 얼굴로 우리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하긴, 음반 판매량이 그 정도인데 음원 순위 조금 떨어지는 게 신경이나 쓰일까 싶었다.
차연호와 내 눈이 마주쳤다.
여상한 얼굴로 웃어 보이자 차연호의 인상이 슬쩍 찌푸려지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가면 같은 미소를 걸쳤다.
“눈치 게임은 내 취향 아닌데-.”
알테어가 멀어지자 뒤통수에 깍지 낀 손을 대고선 부러 말꼬리를 늘이며 중얼거렸다.
“갑자기 네 게임 취향은 왜 나와?”
영문 모르겠다는 얼굴로 묻는 서예현을 향해 픽 웃어 주며 대꾸했다.
“있어, 그런 거. 형은 몰라도 돼.”
레브의 뒷수작은 아이돌 7년 차 찍고 회귀한 내가 맡을 테니까, 우리 사랑하는 멤버들은 사고만 치지 말고 잘 따라오기만 해 주면 된다.
레브의 순서는 마지막을 장식하는 알테어보다 세 순서 앞이었다.
“어, 뮤비 의상이네요?”
무대의상은 뮤직비디오에서 제일 반응이 좋았던 의상. 밀리지 않도록 칼을 갈고 왔구먼.
“레브의 1위 공약은 괴도 이든입니다! 이든이 형이 이 망토를 입고 독무를 추는 거로 가겠습니다!”
1위 후보 인터뷰에서 나온 1위 공약은 정말로 금시초문이었다. 아니, 다들 웃고 있는 걸 보아하니 나만 금시초문이었던 듯싶다.
김도빈의 저 망토를 입고 김도빈 파트를 추면서 랩을 하라고?
‘이러면 내가 순수한 마음으로 레브 1위 기원을 못 하잖아, 이 자식들아.’
(나한테만) 더럽게 골치 아픈 1위 공약에 이마를 짚고 싶었지만, 카메라 앞인 터라 일단은 미소 지으며 손가락으로 2를 만들어 카메라 앞에 흔들어 보였다.
“대체 그 공약은 뭔데?”
“어제 미리 정해 놨죠! 예현이 형이랑 하준이 형도 괜찮다고 바로 오케이하셨어여.”
“그런데 왜 제일 중요한 내 오케이는 안 받았냐?”
“노, 노코멘트…….”
내게 망토를 둘러 주고 잘 어울린다고 옆에서 박수를 치는 막내 라인들의 머리를 꾹꾹 누르고 싶은 마음을 곧 우리 무대 순서임을 상기하며 참아 냈다.
그래도 3주가 지났다고 이제는 빡세다기보단 익숙해진 무대를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가는 길에 류재희가 눈가를 문지르며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2분쯤에 안무 실수한 거 같아요. 손 방향이, 아오…… 당황해서 음정도 좀 흔들린 것 같은데…… 아, 왜 하필 오늘…….”
세팅된 머리를 붙잡으며 음울하게 중얼거리는 류재희의 손을 슬그머니 녀석의 머리에서 떼어 냈다.
이따가 1위 발표할 때 또 무대 올라가야 하는데, 코디 누나한테 잔소리 들을라.
평소 실수를 안 하던 녀석이라 그런지 제 실수에 더욱 자괴감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머리를 긁적인 서예현이 류재희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괜찮아. 실수를 나처럼 맨날 한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 번 한 건데.”
“이야, 맵다. 매워.”
내가 하면 초심도가 깎이고 인성 나가리가 되는, 오직 서예현만이 할 수 있는 자학 조크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래도 여전히 울적한 표정인 류재희의 어깨에 팔을 턱 걸치고 대기실로 질질 끌고 들어갔다.
“야, 괜찮아, 괜찮아. 나도 실수 한 번 했어.”
“진짜요? 오늘요?”
“아니, 전에. 활동 때.”
“전혀 위로 안 돼요, 형…….”
“왜, 팀에서 둘씩이나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게 더 다행이지 않냐? 그리고 완벽해 보이는 이 리더도 실수를 한다는 점이 위로 포인트지, 인마.”
“형이 잡은 포인트는 이상해요.”
내 말에 대꾸하면서 점점 평소대로 돌아오는 류재희의 목소리 톤에 한결 안도하며 습관대로 류재희의 머리를 헝클였다.
“야, 막내. 1위 못 해도 네 실수 때문 아니니까 땅굴 파고 들어가면 안 된다.”
그리고 나는 왜 애 머리를 흐트러뜨려 놓느냐고 코디 누나의 잔소리 폭격을 맞았다.
류재희가 머리를 다시 세팅할 동안 대기실에 앉아 화면으로 알테어의 무대를 감상했다.
“와, 무대에 돈 좀 부었네.”
“대형이잖아. 우리 LnL이랑은 비교도 안 되는.”
“저기도 메보 성량 장난 아니네요.”
김도빈의 담백한 감상을 들으며 턱을 괬다. 차연호는 말하자면 견하준의 음색에 류재희의 보컬 실력을 가진 놈이었다. 물론 음색은 견하준을 넘지는 못하지만 내 취향이긴 했다.
회귀 전에 내가 곡을 주던 첫 번째 기준이 ‘내 취향의 음색’임을 고려 했을 때 차연호를 내 보컬 수집함 안에 넣지 못한 건 퍽 안타까운 일이긴 했다.
이번에도 넣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군.
사감 다 빼고 평가해 보자면 확실히 알테어는 잘 하긴 했다. KICKS랑 비교하는 게 미안한 수준으로 말이다.
화려한 퍼포먼스도, 보컬도 모두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런데 랩은 그따위로 할 거면 좀 빼 줬으면 했다. 랩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고, 아오.
다시 기력을 찾은 류재희가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나를 보고는 빵- 웃음을 터드렸다.
“왜?”
“아니, 랩 파트 나올 때마다 형 미간 꿈틀거리는 게 너무 웃겨서요. 그런데 이든이 형 때문에 확실히 제 귀에도 랩 파트가 상향 평준화되어 버리긴 함요.”
습관처럼 손을 류재희의 정수리로 가져다 대다가 등에 꽂히는 따가운 시선에 멈칫하고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어느덧 기다리고 기다리던 1위 발표 시간이 다가왔다.
“이번 주 W카운트다운 1위는-.”
“축하드립니다, 알테어!”
알테어의 옆에서 짝짝 박수를 치며 선배의 1위를 진심으로 축하하는 후배로 보이도록 표정 관리에 신경 썼다.
여기에서 이제 인상 쓰거나 못마땅한 티를 내면 다시 <내 우주로 와> 부르기 하루 전으로 회귀하는 거다.
어차피 이번 주는 알테어의 성적이 집계되는 첫 주라 1위를 내줘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음원은 그래도 가 계속 1위를 내주지 않고 버티고 있었으므로 그나마 위안…….
“아, 뒤집혔다…….”
류재희의 탄식에 차트를 확인했다.
[1위- ‘Altair – steal cut’ ▲1] [2위- ‘Reve – Escape’ ▼1]음방 버프라도 받은 건지 음방 이후, 뒤집힌 음원 순위에 이를 악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