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1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16화(116/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16화
-역시ㅋㅋㅋ 아직은 알테어가 넘사지
-솔직히 선발주자 선점빨ㅋㅋ 알테어가 먼저 컴백했으면 대결 구도도 안 만들어지고 묻혔을듯ㅜ
-다른 건 모르겠고 왜 그 녹음본 조작 사건 때 아퀼라가 악에 받쳐서 2E 두들겨팼는지는 알겠다ㅋ
└킥스 패더니 이번엔 레브임? ㅋㅋ
-왜 자꾸 우리 KJ랑 그쪽 리더랑 비비지? 솔직히 같급도 아닌데 기분나쁨
└ㄴㅁㅇ 느그KJ는 공동작업이고 우리 2E이는 자기 혼자 작업인데 이게 어케 같급임
└이든도 혼자 작업한 거 아니던데?
└편곡이랑 공동작업 구별도 못하는 모지리는 안 팬다 가라
-레브가 먼저 컴백한 게 천운같음 만약 레브가 후발이었다면 컨셉 겹친다고 얼마나 쳐팼을지 상상감
-니가 파는 아이돌이 내돌 선배라고 니랑 니 돌이 내 선배는 아니세요 아퀼라들 정신 차려~
* * *
라디오 패널 스케줄을 뛰고 돌아오는 차 안, 위클리 퀘스트인 서치 퀘스트를 완수하고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직 레브가 대상감은 아니라는 건가.’
휙휙 지나가는 도로 위의 차들과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레브는 데뷔한 지 1년이 막 지난, 이제 슬슬 신인 티를 벗어나는 아이돌이었다. 그것도 대형 소속사도 아닌 중소에서 데뷔한.
그리고 이맘때쯤 회귀 전의 레브는 음방 스케줄도 잡지 못할 정도의 망돌 신세라는 걸 고려했을 때 지금 위치까지 성장한 것도 엄청난 성과였다.
아마 회귀 전의 내가 봤으면 배가 아파서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니지 않을까.
3주 차는 그대로 알테어에게 1위 자리를 내주었다.
우리랑 정면으로 붙었던 KICKS가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싶었다.
갑자기 기분이 좀 나아졌다. 그놈들도 이런 더러운 기분을 겪었다는 거 아닌가.
4주 차 역시 우리가 아예 밀려난 수준까진 아니어도 알테어에게 밀렸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성적인 터라 심란해하고 있던 도중.
일은 활동 마지막 주에 터졌다.
“도빈이 형!”
“도빈아! 왜 그래? 괜찮아?”
연습실에서 제 파트를 하던 김도빈이 외마디 비명과 함께 갑자기 주저앉으며 발목을 붙잡았다.
“아으…… 아무래도 제대로 삔 거 같은데…….”
“괜찮아? 일어설 수 있겠어?”
김도빈은 곧바로 달려온 매니저 형의 부축을 받아 병원으로 향했다.
모두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가, 보호대를 차고 숙소로 돌아온 김도빈에게 모두 득달같이 달려들어 질문했다.
“병원에서는 뭐래? 뼈 부러진 건 아니지?”
“인대 파열까진 아니고 인대가 놀랐대요. 그래서 깁스까진 아니어도 며칠간은 보호대 차고 있어야 한대요…….”
김도빈은 이번 활동의 센터다. 그리고 이번 주에 잡힌 음방은 네 개.
“어쩔 수 없지. 한 명씩 돌아가면서 김도빈 파트 하자.”
그 미친 난이도의 안무를 떠올렸는지 서예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진지한 표정으로 서예현의 어깨를 턱, 붙들었다.
“형 안무는 수정 버전으로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 내가 설마 형이 무대에서 몸부림을 치게 두겠어?”
이제 막 댄스 수준이 C+과 B-의 사이로 접어들었을 서예현에게 김도빈의 고난도 안무는 정말로 무리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실력이 늘었다 한들 김도빈 파트의 독무는 며칠간의 연습으로 되는 게 아니다. 해 봤자 몸부림밖에 안 된다.
그 말에 굉장히 미묘한 표정이 된 서예현이 고개를 기웃했다.
“나, 이걸 고마워해야 하는지. 아니면 기분이 더러워야 하는지를 모르겠어.”
“형 마음 가는 대로 해.”
내 대꾸에도 여전히 그 미묘한 표정을 유지한 서예현이 안무 영상을 틀었다. 김도빈의 독무 파트를 좀 보던 서예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할게.”
안무 동영상이 있었으므로 굳이 김도빈이 아픈 다리를 이끌고 우리를 가르칠 필요는 없었다.
대신 거울에 기대어 앉아 우리의 안무 연습을 지켜보며 틀린 부분을 짚어 주었다.
“와, 난이도 진짜 대박이다.”
언제나처럼 제일 먼저 안무를 익힌 류재희가 연습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흐르는 땀을 닦았다.
“이든이 형,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부분에서 발이 한 박자 더 빠르게 나가야 해요.”
김도빈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음악을 틀었다. 나랑 견하준도 안무를 그나마 익히고, 마지막으로 남은 건 언제나처럼 서예현이었다.
난이도를 조금 낮춘 본인 맞춤 안무를 제법 안무답게 해내는 서예현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게 하루 만에 이룬 성과라니. 나 진짜 옛날 생각나면 눈물 나려고 그래.”
“그렇다기에는 눈이 지나치게 건조한데여.”
“이제 이든이 형 눈물 2탄 보려면 대상 타야 해.”
“형 그때 안 울었다고 열 번째 말한다.”
투덜거리면서 다시 반복 재생되는 노래를 껐다. 음방에서 센터를 맡을 순서를 정할 시간이었다.
“인기뮤직은 예현이 형이 센터를 서. 형 얼굴로라도 투표점수를 더 얻어야 하니까.”
“그리고 일요일까지 연습할 시간도 생기니까요!”
김도빈은 다행히 부상에도 꺾이지 않고 해맑았다.
그렇게 무사히 안무를 익히고 마지막 주 막방 기념이라는 탈을 쓴 김도빈 빈자리 메우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행히 팬분들의 반응은 꽤 좋았다.
그리고 우리는 서예현이 센터를 맡은 인기뮤직에서 1위를 받으며 첫 정규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건 정말로 서예현 얼굴 버프인가, 아니면 우연인가.
꿈♥백일몽 @revedream
이번 주 막방 기념 괴도 체인지
(망토+정장_이든.jpg) (코트_하준.jpg)
(가면+정장_유제.jpg) (망토+제복_예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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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백일몽 @revedream
이든이가 제일 괴도짓(?) 성공률 높아 보인다
* * *
레브 정규 1집 [CHASE] 활동이 끝났다.
10월 월간 차트 1위는 레브의 가 아닌 알테어의 이 차지했다.
언더 인맥 형들이 아이돌한테 발린 나를 위로해 준답시고 나를 불러냈다.
나도 아이돌이라고 항변해 봤지만 ‘오, 그럼 아이돌에게 발린 아이돌’이라는 개떡 같은 소리만 돌아올 뿐이었다.
그럼 아이돌이 아이돌에게 발리지 판소리 명창한테 발리리?
연예인 한 분 계신다는 이유로 모임 장소는 자주 가던 술집이 아니라 고깃집이었다.
“성아, 빨리 윤이드이 위로나 해 줘라.”
“맞아, 인마! 이럴 때는 여자 친구가 옆에서 딱 달래 줘야지!”
낄낄거리며 놀리듯이 하는 말에 한껏 인상을 구긴 주성이 형이 버럭 소리 질렀다.
“대가리에 총 맞았냐? 내가 왜 윤이든 여친인데!”
“아, 저도 형이 제 여친인 거 싫거든요!”
지나친 질색에 나도 발끈했다. 아니, 지금 기분 나빠야 할 사람이 누군데……!
나와 주성이 형의 스캔들 루머는 있었던 줄도 모를 정도로 빠르게 진압되었지만, 언더 형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안줏거리로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왜, 둘이 커플링도 끼었, 푸흡, 푸하하하학!”
“야, 얘네 또 똑같은 반지 끼고 왔어!”
갑자기 터진 박장대소에 서로의 손을 흘깃 내려다본 나랑 주성이 형은 서로를 향해 왁왁거렸다.
“야, 너 당장 반지 빼!”
“아, 형이 빼요! 왜 나한테 그러는데!”
“니 이제 디자인 나랑 겹치는 거로 사지 마라.”
“형도 사기 전에 사진 보내시던가요. 나나 형이나 취향이 비슷한데 어떡해요.”
투덜거리며 반지를 빼서 주머니 안에 넣었다.
아무래도 이 형들은 나를 위로하려고 모인 게 아니라 나를 열받게 만들어서 패배의 충격을 잊게 만들어 주기 위해 모인 게 틀림없다.
DTB 이번 시즌도 장렬히 망한 이야기를 하면서 내 어깨를 두드리는, 그 망한 시즌에서도 본선 1차 탈락한 형의 위로를 들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내가 실험해 본 결과 시스템이 용납하는 음주량은 소주 한 병이었다.
내 주량이 소주 네 병임을 고려했을 때 이것도 아무래도 세 병까지로는 늘려 달라고 건의해야 할 듯싶었다.
지속적으로 문의사항 넣으면 알아서 또 업데이트해 주겠지.
“그래서 지금 내년 시즌3을 나갈지 말지 고민이다.”
“시즌3을 하긴 해? 1, 2가 폭망했는데?”
“에이, 폭망까진 아니다. 폭망이라고 하기엔 그전 서바보단 잘됐잖아.”
“그건 씨발, 쓰레기 of 쓰레기고.”
어느새 DTB로 화제가 넘어갔다.
“야, 이든아, 어떻게 생각하냐? 시즌 쓰리 전망이 있어 보이냐?”
나를 향한 물음에, 손에 든 소주잔을 살살 흔들다가 용철 형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고 단호하게 말했다.
“시즌3 나가, 형.”
아끼던 동생이 열등감과 자괴감, 좌절감에 빠져 허덕이다가 멍청하게 이간질과 진실도 구별하지 못하고 형을 손절 치는 미래는 사라지겠지만.
형의 창창한 앞길을 만들어 줄 이 미래 하나만큼은 확실히 지켜 주고 싶으니까.
망하면 내 탓으로 넘길 거라며 장난 어린 협박을 해 대는 형들에게 마음껏 내 탓 하라고 큭큭 웃으며 대꾸해 주면서 시스템 제한 주량을 슬쩍 넘겨 술잔을 꺾었다.
평소였으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초심도를 깎아 냈을 시스템이 웬일로 조용했다. 피식 웃으며 소주를 목구멍 너머로 마저 넘겼다.
이제 하다 하다 시스템 위로까지 다 받네, 나 참.
“야, 다음에는 꼭 이겨라! 쪽 팔리게시리.”
“그게 본심이었구먼! 형들은 내가 쪽팔려? 어?”
술자리가 파하고, 술기운이 훅 오른 상태로 숙소에 도착해 술 좀 깨려고 베란다로 향했다.
베란다 바닥에 앉아 문에 등을 기대고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물방울이 테이크아웃 컵 표면에 방울방울 맺힌 토피넛라떼를 내민 류재희가 내 옆에 털썩 앉았다.
“형 언제 올 줄 몰라서 냉장고에 넣어 놨거든요. 그래서 얼음 좀 녹아서 밍밍할지도.”
“뭐 하러 비싼 거 사 와. 싼 아메리카노나 사 오지.”
“이게 제일 맛있대요. 카페 사장님한테 추천받은 거예요.”
내 가벼운 타박에 류재희가 입을 비죽이며 대꾸했다.
빨대로 한 입 들이켜고 솔직한 감상을 내뱉었다.
“너무 달다.”
“엥? 아까 한 입 먹어 봤을 때 별로 안 달던데.”
“인마, 줘도 한 입 먹은 걸 주냐.”
“기미해 본 거죠.”
말이나 못하면. 피식 웃으며 다시 빨대를 물었다.
“달다면서요.”
“그렇다고 사 온 성의가 있는데 버리겠냐.”
의미 없는 대화가 끊기자 내가 류재희를 위로하던 그때처럼 고요한 침묵이 이어졌다. 이번에 그 침묵을 먼저 깬 건 류재희였다.
“우리가 졌네요.”
“……그러게.”
“그래도 제 귀에는 우리 노래가 최고예요.”
“나도 그래.”
남은 음료를 마저 들이켜며 대꾸했다.
“뜨고 싶은 욕심은 있었지만 음악으로 인정받으려는 욕심은 딱히 없었거든요. 여기 들어온 것도 될 대로 되라는 식이었으니까…….”
류재희가 쓰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하긴, 음악 욕심이 없었으니까 회귀 전의 그 망할 곡들에도 만족하고 팬사랑만 열심히 하면서 살았겠지.
“그런데 형 덕분에 욕심이 생겼어요.”
반짝거리는 눈동자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일렁이는 감정의 이름을 읽어 냈다. 그것은 분명 열정이었다.
“형이 만든 우리 노래로 정상까지 가고 싶어요. 저는 형이 쓴 곡이 제일 좋거든요.”
진심이 담긴 그 말에 픽 웃으며 류재희의 머리를 거칠게 헤집었다.
“이뤄 줄게.”
마침 내 목표도 그거였거든. 그러니-
“그거 하나 못 이뤄 주겠냐.”
자신만만한 말에 역시 이든이 형이라며 류재희가 내 등을 아프지 않게 두드려 댔다.
시답잖은 백 마디 말보다 훨씬 괜찮은 위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