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1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19화(119/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19화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류재희는 부른 배를 두드리며 소파에 드러누웠고, 서예현은 소화제를 찾아 댔다.
류재희를 밀어내고 소파를 차지했다. 류재희는 징징거리면서도 얌전히 소파 제일 끄트머리에 앉았다.
그런 나한테 살찌니까 밥 먹고 바로 눕지 말라고 곧바로 잔소리가 날아왔다. 아랑곳하지 않고 누워서 휴대폰 화면을 켰다.
“와, 얘 진짜 갈아탔나 본데? 카톡 프사 예현이 형 얼굴로 바꿔 놨네.”
오랜만에 용돈이나 보내 줄 겸 메신저를 찾다가 발견한 윤정아의 프로필 사진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알테어에게서 팬을 뺏어 오다니, 오늘 서예현은 밥값을 충분히 했구나! 레브의 입덕요정은 오늘도 열일했다.
소화제를 먹고 터덜터덜 걸어온 서예현이 바닥에 털썩 앉아 소파에 등을 기댔다. 지친 얼굴로 눈을 감는 서예현에게 말했다.
“방에 가서 자지그래?”
“조금 있다가 체기 좀 가라앉으면 운동 가려고.”
“그래? 같이 가자.”
위클리 퀘스트-몸 관리 항목을 완수해야 했기에 어쨌건 오늘치 운동은 해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얼굴 한 번 비춘 거로 그렇게 전향을 시키냐? 우리가 맨날 보는 얼굴이라 실감이 안 나는 건가?”
서예현의 옆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서예현이 부담스럽게 뭘 보냐고 툴툴거리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거울 보고 예현이 형 얼굴 봐 보세요. 그러면 실감 좀 날 걸요.”
“이 자식이 지금 형 외모를 폄하해?”
심드렁하게 대꾸하는 류재희의 목에 헤드록을 걸었다.
“악! 이게 사실 적시지 어째서 폄하인데요!”
이건 괴롭힘의 의미가 아니라 오늘 하루 종일 꼿꼿하게 고개 들고 있어야 했을 동생을 위한 목마사지였다.
시스템도 나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초심도는 깎이지 않았다.
다음 날, 서예현이 본가로 떠나고 김도빈이 숙소로 돌아왔다.
“흐허엉, 왜 지금은 방학이 아닌 건데! 아니, 소속사도 휴가를 잡아 줄 거면 방학 때 잡아 주지는!”
“방학이 상관 있어? 형 어차피 올해 졸업이잖아.”
“어, 그러네?”
오자마자 멍청한 소리를 내뱉으며 김도빈이 멍청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헉, 그러고 보니까 저 다음 주에 수능 치러 가는데! 그래서 도시락통도 챙겨 왔는데!”
“어어, 그래. 잘 보고 와라.”
“그런데 수능은 왜? 형 대학 갈 생각이었어?”
“가면 좋지. 그리고 수험표 받아 오면 수험생 할인받을 수 있잖아.”
“아니, 누가 수험표 받으려고 수능을 쳐.”
수험표 받으려고 수능 치러 가서 한 줄로 찍고 잔 인간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쓰러지실까 봐 내 수능 성적표를 잃어버렸다는 거짓말까지 치며, 절대 할아버지한테 가져다드리지 않았다.
덕분에 할아버지를 쓰러지게 만들고 싶으면 내 수능 성적을 앞에서 읊어드리면 된다는 팁을 얻었지.
물론 패륜아의 수준까지는 닿고 싶지 않았기에 회귀 전에도 그 패는 꺼내 들지 않았다.
김도빈과 류재희, 두 녀석이 모두 학교로 가자 숙소가 텅 비었다. 약속은 여전히 저녁에 몰려 있었다.
나도 비어 있는 숙소에 홀로 있기는 영 그랬기에 내 작업실로 향했다.
할 일 없을 때는 곡 작업이 최고지.
* * *
[ㅅㅂ 이거 너냐? ㅋㅋㅋㅋㅋㅋ] 오전 3:21 [https://yxxtu.be/GKPSOEx87] 오전 3:22 [이야 효륜아 등극 축하드립니다!] 오전 8:36 [이든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다시 힙합 씬으로 돌아와라] 오전 8:45덜 떠진 눈으로 식탁에 앉아 오늘 새벽부터 계속 울리던 폰을 확인했다. 지인들의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
하나같이 이거 너냐는 물음과 함께 너튜브 링크나 커뮤니티 글 링크를 첨부하고 있었다. 미친놈이라는 감탄사도 간간이 보였다.
[HIT!] 조부 팔순잔치에서 디스랩 선사한 ㄹㅈㄷ 불꽃효손 아이돌.gif -시발 이게 k-힙합이다-와 국힙에서 울엄마 불쌍하다고 질질 짜는 건 봤어도 할아버지 디스하는 건 처음 봄 ㄷㄷ
-일단 욕 한마디 없는 거에 패륜 점수 0점 드립니다
└일단 팔순잔치 디스랩부터 패륜점수 100점 아니냐
-그런데 듣고 보니까 다 맞는 말인데? 쟤 말대로 성적 안 좋다고 인생의 패배자는 아니지
-일단 아이돌 손자한테 딴따라라고 했다는 것만 봐도 집안 분위기 어떤지 잘 알 것 같음,,, -펀치라인이랑 딕션 미쳤네ㅋㅋㅋ 래퍼 아니고 아이돌이라고?
└아쉽 래퍼였으면 할배 더 뒷목 잡고 넘어갔을듯ㅋㅋㅋㅋ
└진심 랩 실력도 그렇고 저 돌아버린 힙합 스피릿도 그렇고 힙합계가 돌판에 뺏긴 인재네
└마 느이 할아버지 뒷골 더 당기게 하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아이돌 때려치우고 래퍼로 전향해라
-올린 새끼도 골때리네ㅋㅋㅋ 만약 친인척이면 즈그집안 콩가루인 거 만천하에 공개하는 빡대가리고 초대받아서 간 놈이면 남의 집 디스랩 장면 찍어서 올린 미친놈ㅋㅋㅋ
-눈물 나는 명곡이네요ㅜㅜㅜㅜ 치열한 경쟁 사회에 위안을 주는 곡입니다
-이번 설날에 친척들 잔소리하면 이거 ㅈㄴ 크게 틀어 놔야지
-명절 전용 BGM 생겼네ㅋㅋㅋㅋㅋㅋㅋ
-할머니 칠순 일주일 남았는데 오늘부터 이거 맹연습한다
└미친놈아 저긴 와꾸랑 실력이 되니까 공연으로 보이지 니가 하면 그냥 패륜이야
누가 촬영한 건지 인터넷에 기어이 올라온 내 효륜 디스랩 영상에 배를 잡고 웃었다.
내 디스랩이 할아버지께서 당신의 행동과 삶의 족적을 되돌아보시는 계기가 되면 나름 효도 아니겠는가. 원래 충언은 쓴 법이다.
게다가 영상은 벌써 조회수 100만을 돌파하고 있었다.
“야, 디스랩 반응 괜찮은데? 공식 음원 하나 낼까?”
식탁에 아침밥을 차리는 류재희한테 낄낄거리며 말하자, 내 앞에 수저를 탁 놓은 류재희가 고게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발 거기까진 가지 말고요, 형. 그 조부님 디스곡에 욕이 안 들어간 게 정말 천만다행이었죠. 만약 욕 들어갔으면 형은 죽을 때까지 패륜아 꼬리표 달렸을 거에요.”
제 자리에 앉아 내가 수저를 들기도 전에 밥 한술을 뜨려 하는 김도빈의 손등을 철썩 내리치며 류재희가 한탄하듯 말했다.
손등을 문지르며 숟가락을 슬그머니 내려놓은 김도빈이 물었다.
“헐, 이든이 형, 형 할아버지 디스랩했어요?”
고개를 까딱하자 김도빈의 눈이 더욱 초롱초롱해졌다.
“나는 그걸 라이브로 봤어, 형…….”
“와, 완전 부럽다. 안 그래도 재희가 형 조부님 팔순잔치 따라가서 1인당 10만 원짜리 뷔페도 먹었다고 자랑했는데. 저도 부르시지 그랬어요, 형. 옆에서 브레이킹도 출 수 있었는데.”
“또, 또, 막상 판 깔아 주면 하지도 못할 거면서 허세 부린다. 형이 그 분위기에 있어 봐야 했다니까.”
류재희가 김도빈을 타박했다. 그런 것치고는 뷔페에서 깨짝거리던 서예현과는 달리 잘 먹던데 말이지. 윤정아랑 동갑이라고 둘이 금세 친해지기도 하고.
기왕 이 글을 본 김에 서치 퀘스트나 완수하기로 했다. 밥상머리에서 휴대폰 한다고 잔소리할 견하준도 마침 없었다.
니브 @dskfal25
머임 남의 집안 내부고발 디스곡이 이렇게 이지리스닝일 필요가 있냐
(효륜디스랩.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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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브 @dskfal25
심지어 내용도 ㅈㄴ 흥미진진함
+시험 망친 거 위로도 해줌
낙원 @Edenyoon
자고 일어났더니 울오빠가 효륜아로 불리고 있는 건에 대하여
공유 2012 인용 115 마음에 들어요 3812
갈발미남만취급함 @Rititici
‘불만 있으면 랩으로 말해’ 실사판
https://yxxtu.be/GKPSOEx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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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된 싶 @sipnotship
그래도 저건 경우 없는 짓이라고 욕박는 인간들은 다들 좋은 조부모 뒀나 봐 부럽네ㅎㅎ
나는 죽어도 장례식에도 가기 싫은 친조모 둬서 디스랩 뱉는 저 상황이 너무 잘 이해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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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된 싶 @sipnotship
그리고 솔직히 생일상 엎고 쌍욕한 것도 아니고 저 정도 수위의 디스랩이면…… 굉장히 점잖은 거 아닌가? 난 면전에서 밥상 엎고 쌍욕하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팔순잔치 디스랩은 패륜이라고 나를 진지하게 욕하는 부류는 소수였다.
“푸하하, 이지리스닝이란다! 프리스타일이라 걱정했는데 가사 전달은 제대로 됐겠네!”
몰려 오는 뿌듯함에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자 류재희가 중얼거렸다.
“저 형은 기뻐하는 포인트가 이상하다니까…….”
그럼 내가 효륜아로 불리는 것에 기뻐하리, 인마?
[☺팬 150,000명 달성!] [보상: 초심도 +10, 아이템 선택권]하필 또 시스템이 띄운 팬 15만 명 달성 상태창은 너무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이제 5만 단위로 띄워 주는 모양인 데다가 이번 정규 앨범 활동 성적이 꽤 좋았으므로 팬이 늘어날 타이밍이긴 했는데…….
지금 띄우면 꼭 이 팔순잔치 디스랩 때문에 팬 수가 늘어난 것 같이 보이잖아.
* * *
“또 곰국인가요…….”
“왜, 도빈아. 곰국 좋아한다면서. 많이 먹어야지.”
죽은 눈으로 한 대접 담긴 곰탕을 내려다보던 김도빈이 내 말에 소심하게 반박했다.
“그렇다고 수능 날 아침까지 곰국을 줄 필요는 없잖아요…….”
처음에는 자기는 곰탕을 좋아한다고 행복한 기색으로 두 끼를 곰국으로 군말 없이 먹던 김도빈은 닷새가 되자 항복을 선언했다.
그럴 만도 했다. 나랑 류재희가 먹을 몫까지 김도빈에게 넘겨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우리는 얼마간 곰국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몰래 버리기엔 양심이 찔렸는데 잘된 일이었다.
“미역국 주기 전에 입 다물고 먹자. 지금 누구는 도시락 싸느라 바빠 돌아가시겠는데 어디서 밥투정이냐.”
제육볶음을 주걱으로 거칠게 휘저으며 경고하자 김도빈은 순순히 곰국에 밥을 말아 다시 퍼먹었다.
지금 나는 류재희와 함께 김도빈의 수능 도시락을 싸는 중이었다.
하필 견하준이 없을 때, 우리 셋만 숙소에 남아 있다는 게 오늘 도시락이 필요한 김도빈에게는 비극이었다.
다행히 김도빈이 제 본가에서 챙겨 온 스테인리스 보온 도시락이 있었기에 김도빈은 락앤락에 담긴 다 식은 밥을 먹어야 하는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형, 계란말이 좀 탔는데 어떡해요? 계란 없어서 새 거 못해요.”
“탄 부분만 자르고 넣어.”
“그런데 형, 불 좀 줄여야 하는 거 아니에요? 탄 내 나는데.”
“야이씨, 시간이 없는데 강불로 빡 볶아야 할 거 아니야. 야, 도빈아, 회오리오믈렛도 해 줘?”
“아니요, 괜찮아요…….”
완성되는 도시락을 보며 김도빈이 시름에 잠긴 얼굴로 겨우 대답했다.
“형, 만약 수능장에서 도시락 뚜껑이 안 열리면 어떡해요?”
“그럼 굶는 거지.”
한결 밝아진 얼굴이 된 김도빈이 도시락을 받아 들었다.
수능이 끝나고 도시락을 그대로 들고 온 김도빈이 해맑게 말했다.
“도시락 뚜껑이 안 열려서 도시락을 못 먹었어요.”
말없이 건네받아 도시락 뚜껑을 가볍게 오픈했다.
“와, 너무 잘 열리는데, 도빈아?”
“너무하다, 형. 지금 아침부터 형 도시락 싼다고 그렇게 개고생한 우리의 성의를 무시한 거야?”
“아니, 그러면 형이랑 재희 네가 먹어 봐!”
“먹어 봐는 반말이고.”
“……요!”
먹어보라 하면 못 먹을 줄 아냐.
제육볶음 하나를 입에 넣고 씹다가 자연스럽게 화장실로 가 휴지에 뱉어 냈다.
내가 만들었지만 이건 좀. 만들 때 맛 안 보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