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2)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2화(12/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2화
[우리에게 남은 기회는 바로 지금, one chance]“오케이, 휴식!”
마지막 가사가 끝나고, 내 외침에 멤버들이 연습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다들 땀범벅이 되어 물병을 급하게 들이켜고 있었다.
“이야…… 이게, 이게 되네…….”
대자로 늘어진 서예현이 넋 나간 것처럼 되뇌었다. 서예현은 나와 김도빈의 집중 안무 과외로 일주일 만에 겨우 동작을 어색함 없이 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잘 춘다는 말을 붙이기는 힘들긴 하지만, 처음 대형을 맞췄을 때 뚝딱거리며 혼자 튀던 때를 생각해 보면 지금은 양반이었다.
얼굴도 튀는 인간이 춤까지 튀면 어떡하자는 거야.
빡센 안무를 좀 많이 넣었기에 서예현이 잘 따라올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역시 노오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안무만큼 빡세게 굴리니까 되긴 되더라.
말을 순화하고 순화하느라 내 대가리가 터질 뻔해서 그렇지.
하지만 저 유리 멘탈과 유리 심장 더블을 달성한 서예현 씨는 그런 나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여린 마음에 상처를 입으셨기에 난 일주일간 50만 원이나 뜯겼다.
내 옆에서 수건으로 머리의 땀을 털던 김도빈이 감탄인지 한탄인지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일주일 만에 활동 준비가 가능하긴 하네요…… 수명은 한 10년 줄어든 것 같지만…….”
“안무밖에 안 짠 놈이 말이 많아. 그것도 멤버들 한 명 빼고 다 달라붙어서 도와줬잖아, 인마.”
내 타박에 누워 있던 서예현이 고개를 들었다.
“지금 누가 나 저격하는 거 같은데.”
“이런 건 좀 스무스하게 넘어가면 안 될까? 솔직히 팩트잖아.”
견하준이 또 한 판 붙게 생긴 나와 서예현을 신속하게 자신과 막내의 몸으로 격리시켜 놓는 사이, 조금 묘한 눈으로 나를 보던 김도빈이 슬쩍 물었다.
“저는 덕분에 숙소 들어오면 움직일 힘도 없이 뻗는데 형은 숙소 나갈 힘은 있잖아요. 아니, 근데 어딜 그렇게 가요?”
누구는 힘이 넘쳐 나서 외출하는 줄 아냐? 다 정신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지.
하지만 구구절절 대답하기 귀찮아서 짧게 일축했다.
“우리 팀 미래를 위해 제일 중요한 거 하고 다닌다, 왜.”
나는 지금 제일 중요한 차기 곡을 손보는 중이었다.
음원이 쨘! 하고 생겼지만, 작곡가 커리어 쌓을 때 초기에 만든 곡이라 지금 들어 보니 군데군데 어색한 곳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때에 비해 경험치랑 눈이 높아진 터라 성에 차지 않는 달까?
수록곡으로 쓸 다른 곡들도 마찬가지로 손보기는 해야 했지만, 신한테는 아직 2주일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시스템이 준 랜덤 티켓 덕분에 후속곡 연습하면서 무리할 정도는 아니게 되었다. 만약 곡이 없었으면 나는 진짜 밤새워다가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누구누구 때문에 피도 토했는데. 아니, 생각해 보니까 시스템 이 새끼 그냥 병 주고 약 준 거잖아?
[각혈은 신체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는 페널티입니다!]이게 이제 문장 끝에 느낌표까지 붙이네?
시스템이랑 기 싸움을 하고 있는데 김도빈이 머뭇머뭇 물어 왔다.
“중요한 거요?”
“어엉, 사람 비위 맞추는 게 제일 힘들다니까, 에휴.”
나중에 히트곡 제조기가 되는 상열이 형 의견 한 번 들으려고 몇 번이나 싸바싸바를 하면서 밥을 샀는지 모른다.
가짜 음악인 아이돌 노래는 들으면 짜증 나서 자기 관심 밖이라고 하고 다니던 인간이, 4년 후에 아이돌 노래 프로듀서가 된다는 게 참. 이래서 세상 일은 알다가도 모른다고.
하여튼 이쪽에서 털리고, 저쪽에서 털리고. 불쌍한 내 지갑.
순간 울상이 되더니 입을 꾹 다문 김도빈이 몸을 휙 돌렸다.
너도 졸지에 청년가장이 되어 버린 내 고생을 알아주는구나. 많은 건 안 바라고 말만 잘 들어주라.
시계를 힐끗 보니 10분이 훅 지나 있었다. 몸을 일으키고는 짜악! 손뼉을 치며 외쳤다.
“휴식 끝! 두 번만 더 맞춰 보고 숙소 들어가자!”
* * *
REVE_official @LnL_reve
[이든 Dream]오늘부터 드디어 One Chance 활동^^
이따 6시에 봐요 데이드림
#Reve #레브 #이든 #데이드림 #OneChance #원찬스 #W카운트다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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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백일몽 @revedream
@LnL_reve 님에게 보내는 답글
헐 후속곡 원찬스
ㅈnl 드디어 정신차렸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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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백일몽 @revedream
아니 스케줄표도 미리 안띄워준 거 보니까 아직 정신 못차렸네 시벌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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뵤uj @hamzziUJ
@LnL_reve 님에게 보내는 답글
드디어래 ㅅㅂㅋㅋㅋㅋㅋㅋ
이든아 너도 내우주로와 부르기 싫었구나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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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개산책 @whosdog
솔직히 무대의상부터 입기 싫었을듯 진짜 스펀지 실험복 점프슈트 에바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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뵤uj @hamzziUJ
@whosdog 님에게 보내는 답글
아 ㅅㅂ 내우주때 생각하니까 갑자기 헤메코 ㅈㄴ 걱정되는데
흰 셔츠랑 검은 슬랙스 조합이라도 감사하다고 해 줄 테니까 제발 무난하게라도 가자
SNS 공식 계정으로 후속곡 활동을 슬쩍 예고하자 곧바로 맨션이 다다닥 달렸다.
‘스케줄표도 안 올렸어……?’
망할 소속사, 눈탱이 맞는 거 말고는 하는 게 뭐지.
회귀 전에도 팬들에게 이메일 총공과 팩스 총공을 세 번인가 받고 나서야 일 처리가 조금 빠릿빠릿해졌던 걸 생각하면 아무래도 가까운 시일에 팩스 총공 한 번 주도해 봐야겠다.
오늘도 레브는 사전녹화 없이 생방이었다.
합동 대기실에 모여 있는 그룹들은 모두 연차가 차지 않거나, 인지도가 낮은 그룹들이었다.
일주일 정도 휴식기를 가졌다고, 저번 주에 못 보았던 얼굴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그래도 오늘 스케줄은 파티션 간이 대기실은 아니라 좀 나았달까.
자기들끼리 친목하는 무리도 있었고, 굳이 섞이기 싫다는 듯 그룹끼리만 딱 붙어 있는 무리도 있었다.
우리는 굳이 따지자면 후자였다.
“망할 점프슈트 탈출해서 너무 좋다…….”
류재희가 무대 의상을 감격 어린 눈으로 내려다보며 울먹거렸다. 코디가 화장 지워지니까 울지 말라고 한소리 했다.
우리 무대 의상은 깔끔한 블랙 톤의 정장이었다. 흔히 우스갯소리로 상갓집 패션이라 불리는.
무대 의상에 돈 투자하기 싫어 제일 무난한 걸 고른 티가 났지만, 그 끔찍한 하얀색 점프슈트를 한 번 겪고 난 후라 그런지 이 정도면 감지덕지했다.
그런 우리를 아까부터 따끔따끔하게 찔러 오는 시선이 있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뒷담 같은 앞담이 들으란 듯 들려왔다.
“존나 부럽네. 노래 하나 운 좋게 떠서 순서도 뒤로 빠지고. 시발, 인생은 운빨이다, 진짜.”
“혹시 그거 아니야? 스폰?”
스폰이라는 말에 서예현도 아니고 김도빈이 유난히 흠칫했다.
왜 저렇게 놀라? 설마 회사에서 쟤한테 스폰 권유했나? 아무리 노답 대표님이라도 그런 짓은 안 할 사람인데?
나중에 김도빈과 심도 깊은 대화를 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이름표에 있는 그룹 이름과 음방 순서를 교차 확인했다.
순서를 보니 맨 앞이었다.
2주 전까지는 우리가 맨 앞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우리의 순서가 뒤로 빠지며 저 그룹이 첫 번째 순서를 차지하게 된 모양이었다.
‘쟤네 누구였더라.’
내 기억에 없는 걸 보니 회귀 전에도 그저 그런 망돌로 활동하다 결국 해체한 그룹이겠지.
뭐, 이 바닥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직캠으로 역주행했던 우리 운이 뒤지게 좋은 거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하여간, 언더에서 기 싸움이랑 뒷말 질려서 떠났는데, 별반 다를 게 없다니까.
회귀 전에는 뜨고 난 3년 차에서나 받았던 견제와 시비를 데뷔 한 달도 채 안 지난 지금 받으니 기분이 묘했다.
그때의 우리는 그냥 빼박 망돌이라 시비는커녕 아무도 거들떠도 안 봤으니까. 그러니 이 시비는 망돌 탈출의 아주 좋은 징조라고 봐도 되는 거다.
하지만 징조는 징조고, 기분 더러운 건 더러운 거고.
말없이 몸을 일으켜 놈들이 앉아 있는 소파로 다가갔다.
와, 저 새끼 진짜 왔어- 하며 자기들끼리 키득거리는 꼴을 보며 입꼬리를 삐뚜름하게 올렸다.
“부럽냐?”
놈들이 대답도 하기 전에 부럽다고 입을 나불대던 놈의 얼굴 바로 옆에 내 발이 쾅- 꽂혔다.
순식간에 말소리가 뚝 끊겼다. 시선이 이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입을 나불대던 놈은 제 얼굴 바로 옆에 있는 내 다리를 슬쩍 곁눈질하더니 딱딱하게 굳은 채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야! 윤이든!”
멤버들이 나를 향해 다급히 달려왔다. 아랑곳하지 않고 상체를 기울여 놈의 면전에 바짝 대고 빈정거렸다.
“부러우면 너네도 직접 자작곡 만들고 팬들이랑 소통 열심히 하면서 홍보 때려. 이렇게 열폭하고 있으면 오히려 시간이 아깝지 않냐?”
뒤로 잡아끄는 손길에 순순히 다리를 내리고 떨어져 주었다. 나도 저놈과 면상 맞대고 있던 게 나름 고역이었기 때문이다.
“별로 좋지도 않은 노래로 운 좋게 떴으면서 자작곡 타령은, 시발.”
애써 자존심을 챙기려는 듯 고개를 뻣뻣이 들고 이죽거리는 놈을 향해 비웃음을 되돌려주었다.
“아, 그러세요? 그러는 댁들 노래는 얼마나 좋은지 좀 들어나 보자.”
보란 듯 휴대폰으로 저놈 그룹의 노래를 검색해 재생시켰다.
목소리가 기계음으로 떡칠된 조잡한 음악이 휴대폰에서 흘러나왔다. <내 우주로 와>급으로 구렸다.
아니, 우리는 적어도 오토튠 떡칠은 안 했으니까 우리가 더 낫네.
1분 미리 듣기가 끝나자마자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희들은 먼저 오토튠부터 좀 걷어라. 못 들어 주겠으니까. 이딴 실력으론 탑티어 작곡가에게 곡 받아와도 못 뜨니까 꿈 좀 깨고.”
내 빈정거림에 그룹 전체의 얼굴이 굳었지만 알 바 아니었다.
이런 말 듣기 싫으면 입으로 똥을 싸던 너희 멤버 주둥아리를 진작 틀어막지 그랬어.
고개를 휙 돌려 그 옆에서 스폰? 이 지랄을 했던 놈에게로 타깃을 옮겼다.
“그리고 니는, 시발, 스폰 받고 싶은데 스폰 들어올 면상이 아니라서 그렇게 스폰스폰 그 지랄하냐?”
“뭐?”
“스폰 받고 싶으면 그 애매한 면상부터 뜯어고치시지? 스폰서들도 눈이 있는데, 너 끼고는 술 마실 맛도 안 나겠다, 야.”
[비속어가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2]초심도가 깎임과 함께 쿡 찔러 오는 고통에 열이 올랐던 머리가 점차 차갑게 식어 갔다.
쏟아 냈던 말을 되돌아보던 나는 안심했다.
휴유, 그래도 다행히 심한 말은 안 했네.
멱살 잡을 용기도 없는지, 무릎 위에 올려놓은 주먹만 꽉 쥔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꼴을 보며 코웃음 쳤다.
“케니시, 준비하세요!”
스태프의 부름에 그 그룹은 일제히 일어나더니,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다시 레브에게 배정된 소파로 돌아와 털썩 앉자 인상을 찌푸린 견하준이 한소리 했다.
“좀 참지 그랬어.”
검색해 보니 케니시의 데뷔는 우리보다 딱 일주일 앞섰다. 소속사도 우리처럼 듣보.
아무리 연예계에 도는 말이 빠르다지만 갓 데뷔한 신인 그룹 둘 사이에 싸움이 일어난 건 딱히 이슈거리도 안 돈다.
대형기획사 대박신인급도 아닌 그저 중소 망돌들 수준이면 더더욱.
게다가 저쪽의 선시비라 이쪽은 꿀릴 게 없었다.
우리가 좀 뜰 때 인터넷에 글 올려다봤자 해명글 내면 저쪽이 역공당할 수준이다. 난 적어도 선은 지켰으니까.
소파에 머리를 기대며 피식 웃었다.
“이 정도 수준의 싸움으로 매장당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 말 듣고도 참으라고? 성격도 좋네. 우리 준이는.”
“너는 진짜…….”
견하준이 뭐라고 할 말이 있는지 입을 움찔거렸으나, 결국 포기했는지 한숨만 내쉬었다.
뭐? 또 내가 잘못한 거야? 리더로서 우리 그룹을 지키기 위해 솔선수범을 보였더니, 반응 뭔데?
에휴, 내가 이러고 산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