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24)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24화(124/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24화
[거리마다 울리는 지겨운 캐롤커플들 틈 사이에서 오직 나만이 솔로
TV 채널이나 틀어 나 홀로 집에]
이든의 랩으로 첫 소절이 시작되었다.
-역시 국힙원탑 윤이든
-도입부부터 찢었다
이든을 센터로 모인 멤버들이 대형을 맞추어 섰다.
나란히 선 멤버들 중 강한이 앞으로 걸어 나오며 제 파트를 불렀다.
[전화번호부를 뒤져아무나 연락을 걸어
다들 약속 있대 비틀거리며
다시 침대 위로 다이빙]
몸을 돌리기 전 그가 카메라를 보고 가볍게 윙크했다.
-우리 잔망리더ㅎㅎㅎㅎ
-한아 윙크 한 번만 더 해 봐
자연스럽게 파트를 넘겨받은 시온이 마이크를 들지 않은 쪽 손을 들어 올리며 위아래로 휘저었다.
[위로는 필요 없어괜한 동정은 사양이거든]
훅 올라가는 고음은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우리 시온이 고음 미쳤다ㅜㅜㅜㅜ
-울 메보 거기에서도 역시 원탑이구나
[Solo Solo BellSolo Solo Bell
나 홀로 맞는
메리 솔로 크리스마스]
1절의 후렴구가 끝나자 다시 이든의 파트가 돌아왔다.
랩을 하며 무대를 가로질러 윤성에게 향한 이든이 팔을 턱, 윤성의 어깨에 걸쳤다.
두 사람은 씩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윤성이 이든의 팔을 어깨에 걸친 상태로 제 파트를 소화해 냈다.
그의 고음은 시온의 보컬 못지않게 깔끔했다.
-헐 뭐야 윤성이랑 이든이 캐미 좋다
-둘이 친하다더니 찐이었네
-이 조합 응원합니다
시온과 윤성의 고음 대결 하이라이트 부분이 지나고 2절 후렴구 부분이 돌아왔다.
On Top 멤버들이 딱딱 각도를 맞춘 군무를 선보였다. 점점 곡은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너와 나의 Solo Christmas]마지막 소절에 맞추어 콘셉트에 충실한 엔딩 포즈를 마친 On Top 멤버들은 카메라에 대고 씩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완벽한 무대였다.
* * *
권윤성의 어깨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팔을 올리며 마주 보고 씩 웃었다.
물론 진심 어린 웃음이라기보다는 카메라 앞에서 하는 연기에 가까웠다.
한때는 같은 무대에서 서서 같은 풍경을 바라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내가 뉴본을 나오지 않았다면 우리가 같은 무대에 설 수도 있었겠지.
이제는 미련조차 없는 가정이지만.
마주한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망설임 없이 팔을 떼고는 다시 동선을 맞췄다.
무대는 연습한 대로 실수 없이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무대가 끝나자 대기실로 돌아와 마지막 기념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태프들이 모두 대기실에서 철수하자 우리끼리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한 달간 고생 많으셨어요.”
카메라가 돌아가면 세상 친한 사이였지만, 실상은 한 달간 가끔 만나서 연습만 한 사이라 다들 여전히 어색함이 남아 있었다.
다들 카메라 앞에서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친한 척하는 스킬들이 장난 아니었던 터라 나 역시 아이돌 생활 8년의 짬밥으로 적당히 맞춰 주었다.
인지도 올리려고 하는 프로젝트에서 굳이 호감도를 깎을 필요는 없지 않나.
얘들이 KICKS나 알테어 같은 놈들도 아니고.
이 빌어먹을 무한 회귀를 끝내려면 1군이 되어야 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류재희- 와 메이킹 영상 형 아닌 줄 알았음요 ㄷㄷ] [류재희- 예현이 형이 영상 보면서 눈 계속 비비다가 코디 누나한테 한 소리 들었잖아요ㅋㅋㅋ 자기 눈이 잘못된 줄 알았대요ㅋㅋ]류재희한테서 온 문자를 보고 피식 웃었다. 카메라 앞에서 너희한테 하는 것처럼 했으면 당연히 회귀하겠지.
계속 내게 닿는 권윤성의 눈빛이 느껴졌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인사를 마치고 대기실을 나서려던 그 순간, 등 뒤에서 악에 받친 외침이 들려왔다.
“야, 윤이든 이 개새끼야!”
내 이름 뒤에 붙은 욕설에 내가 걸음을 멈칫한 순간, 강제로 내 몸을 돌려세우는 손길과 함께 멱살이 잡혔다.
일방적으로 욕설을 듣고 멱살까지 잡힌 나는 침착하게 초심도부터 확인했다.
[초심도: 91]내가 요즘 참 착실하게 살아서 그런지 91점이면 충분히 안정권이었다.
그나저나 부럽네. 얘는 이렇게 속 편하게 욕도 내뱉고.
한숨을 내쉬고는 곧바로 멱살을 마주 잡았다. 옷깃을 거칠게 당기는 손길에 목이 졸렸는지 권윤성이 켁켁거리는 기침을 내뱉었다.
[금지 동작이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1]깎아, 씨발.
어차피 대기실이라 프로젝트 팀 멤버들 말고는 누가 볼 걱정도 없었다.
그리고 내가 알테어 차연호나 10년 차 선배님 멱살 잡고 드잡이해야지 논란이지, KICKS 정도는 멱살 잡고 싸워 봤자 논란도 안 된다.
그저 쟤네 사이 별로 안 좋다는 말만 떠돌아다니고 각자의 팬들만 서로의 안티가 될 뿐.
4년 차 그룹 리더는 혀를 차며 우리를 보고 있었고, 시온(본명 이채민)과 강한이 다급하게 달려와 나랑 권윤성을 떼어 놓았다.
숨을 씨근덕거리며 나를 노려보던 권윤성이 뚝뚝 끊기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나는 네 친구 아니었냐? 씨발, 견하준만 네 친구야? 남은 놈들 천하의 개쓰레기 만들어 놓고 너 혼자 의리 지킨다고 뛰쳐나가니까 좋았냐고!”
눈물이 놈의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 모습이 회귀 전의 모습과 겹쳐졌다. 왜 그랬냐고 멱살 잡고 물었던 내게, 그러게 너는 왜 나갔냐고 짧은 비웃음으로 답하던 그 모습과.
그때와 지금에서 차이는 딱 하나였다. 레브가 묻혔는가, 떴는가.
짧은 헛웃음을 내뱉으며 앞머리를 거칠게 쓸어 올렸다.
“야, 내가 나갈 때 너희한테 개쓰레기 새끼들이라고 말하고 가기라도 했냐? 너네 죄책감을 왜 나한테 투영하고 지랄이세요, 예?”
빈정거림을 쏟아 내자 나를 붙들고 있던 이가 손에 더욱 단단하게 힘을 줬다.
“뉴본에 남은 본인들이 그렇게 쓰레기같이 느껴졌으면 이후에 만났을 때 견하준한테 사과라도 하던가. 뭐가 잘났다고 뒷담을 쳐 깠으면서 적반하장이야?”
[비속어가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2]시스템은 놀랍게도 내가 두 번에 나누어 내뱉었던 욕설을 하나로 정산해 주었다. 업데이트도 해 주더니 융통성이란 게 조금이나마 생긴 모양이었다.
아니면 얘도 KICKS 놈들을 내심 싫어했다거나.
4년 차 그룹 리더가 여전히 대치 상태로 있는 우리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이구, 어리다, 어려.”
스물여섯 먹은 인간에게 어리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기분이 영 그랬다. 내가 이래 봐도 스물일곱 찍고 돌아왔는데.
“뒷 문장에는 충분히 답해 줬으니까 기왕이면 앞 문장도 답해 줘요. 당사자가 제일 하고 싶었던 말은 아무래도 앞 문장 같은데.”
내게 여상히 말한 4년 차 그룹 리더는 권윤성 쪽으로 시선을 돌려 덧붙였다.
“그리고 충고 하나 하자면, 사과할 때는 자존심 세우는 거 아니에요.”
한숨을 내쉰 그가 몸을 쓱 일으켰다.
“에휴, 그럼 나는 이만 무대 준비하러 가 봐야겠네.”
“앗, 저도. 다들 수고하세요.”
시온 역시 내게서 슬그머니 손을 떼고 슬금슬금 4년 차 그룹 리더의 뒤를 따라 대기실을 벗어났다.
남아 있던 강한이 우리의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혹시 중재자 필요하면 남아 있을까요? 저희 팀은 이미 무대 끝내서…….”
“괜찮습니다.”
단호한 대답에 강한도 대기실을 나섰다. 우리 둘만 남겨 놓는 게 어지간히 걱정되는지 그는 두 걸음 걸을 때마다 뒤를 한 번씩 흘깃거렸다.
대기실 문이 굳게 닫히고, 정말로 단둘이 남게 되자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너는 내 친구가 아니었냐고…….”
권윤성이 속에 있는 말을 쏟아 내듯이 뱉었던 첫 문장을 중얼거렸다. 문득 끊었던 담배가 당겨 왔다.
“맞아. 친구였지, 우리.”
이제는 과거형이 되어 버린 문장을 내뱉었다.
“네가 뉴본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그걸로 인연 끊을 생각은 한 적도 없었어. 그저 그 시절의 나는 의리가 더 중요했을 뿐이고, 그 시절의 너는 안정적인 미래가 더 중요했을 뿐이니까.”
실력 있는 놈 빼고 멋대로 낙하산 꽂아 넣은 뉴본 꼴도 한몫했지만, 어쨌든.
“우리가 왜 이렇게 됐냐고 물었지, 네가.”
뉴본 건물 뒤편에서 권윤성이 했던 질문.
그때나 지금이나 내 대답은 같았다.
“간단해. 네가 먼저 내 신뢰를 저버렸잖냐. 이유는 단지 그거 하나뿐이다, 성아.”
얼마 만에 입에 담아보는 호칭인지. 이제는 결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려 주기 위해 부러 우리가 친했던 시절처럼 부르자 권윤성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너희는 죄책감 없어도 남 뒷담 하는 놈들이잖아. 그딴 걸로 합리화하지 마라.”
내가 회귀 전에 모두까기 인형이었던 최현민을 잘 아는데 어디서 밑장빼기야? 낙하산에게 들은 것도 있는데.
그리고 나나 견하준은 몰라도 우리 멤버들한테는 너희가 죄책감 가질 일이 있었냐?
고개를 푹 숙인 권윤성이 중얼거렸다.
“……견하준에게, 미안했다고 전해 줘.”
“너희가 사람이면 당연히 미안해해야지. 억울하게 쫓겨난 애 뒷담까지 까는 건 선 넘었지.”
내 빈정거림에 권윤성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번쩍 들었다. 꼿꼿하게 고개를 세운 권윤성이 여전히 눈물로 얼룩진 눈을 하고선 나를 똑바로 마주 보았다.
“너한테는 안 미안해, 망할 새끼야. 네 미래 걸고 뛰쳐나간 그 빌어먹을 우정 평생 간직해라. 그 꼴깝 떨어 놓고 견하준이랑 절교하지 말고.”
권윤성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찌푸린 눈으로 웃었다.
“어어, 축복 고맙다.”
피식 웃으며 맞받아쳤다. 이제는 사라진 시간대에서 이미 한 번은 절교하긴 했지만 말이야.
여전히 권윤성은 할 말이 남은 모양이었는지 마저 말을 쏟아 냈다.
“그 좆소에서 망하지도 말고, 너네 그 좆 같은 데뷔곡 같은 곡으로 다시 나오지도 말고. 지금 와서야 네 앞에서 하는 말이지만 존나게 사람 우스워 보였어. 너는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그딴 곡 부르려고 뛰쳐나갔냐는 소리 좀 안 나오게 하라고, 씨발.”
“아오, 누군 그딴 곡 부르고 싶어서 부른 줄 아냐.”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헤집으며 으르렁거렸다.
몸을 일으켜 테이블에 놓여 있던 티슈를 권윤성의 옆으로 툭 던졌다.
“눈물 그치면 번진 메이크업이나 닦고 가라.”
그 말을 끝으로, 잔여물처럼 남아 있던 감정과 미련을 마저 깔끔하게 털어 내며 후련하게 뒤돌았다. 이 대답을 듣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잘 살아라, 씹새꺄.”
등 뒤에서 들려오는 마지막 인사에 뒤돌지 않고 중지만 쓱 올려 주며 헛웃음 서린 목소리로 대꾸했다.
“시발놈이 마지막까지 욕질이야.”
[비속어가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2] [금지된 동작이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1]그래, 깎아라, 깎아. 어차피 그래 봤자 초심도 80점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