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2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25화(125/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25화
대기실로 돌아오자 먼저 스페셜 무대를 마쳤던 류재희가 제일 먼저 나를 반겼다.
무대가 너무 자기들이랑 비교되게 멋있는 거 아니냐는 징징거림인지 칭찬인지 모를 말을 들으며 견하준의 옆에 털썩 앉았다.
“준아, 권윤성이 미안하다고 전해 달란다.”
“아, 그거 때문에 늦은 거야?”
아무런 감흥 없는 얼굴로 내게 묻는 견하준의 모습에 눈을 깜빡였다.
“그게 끝……?”
“지금 와서 사과받아 봤자 뭐…… 딱히 걔가 내게 그만큼 의미 있지도 않고.”
기뻐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어도, 그래도 적어도 후련해하기라도 할 줄 알았더니.
나는 생각보다 견하준을 잘 모르고 있었나.
어느 순간 말없이 내 손을 놓았던 회귀 전의 견하준이 문득 떠올랐다.
“야, 준아. 너는 인연 끊을 거면 일주일 전에는 말 좀 해 주라. 마음의 준비 좀 하게.”
내 말에 견하준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권윤성이 그렇게 소중했어? 의미 없다는 말에 그렇게 비꼬기까지 하고?”
“빈정거리는 게 아닌걸 네가 더 잘 알면서 그러냐. 진심이야.”
“내가 먼저 네 손을 놓을 일이 어디 있어.”
확신이 담긴 그 말에 견하준에게 들리지 않게 냉소를 내뱉으며 허공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함께 데뷔하여 한 무대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리라 확신했던 친구와는 오늘 완전히 연을 끊었다.
평생의 친구가 될 것이라 확신했던 친구는 회귀 전에 먼저 내 손을 놓았다.
음악으로 성공하리라 확신했던 나는 절반의 성공만을 거머쥔 채 회귀했다.
너한테는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더는 무언가를 확신하지 못한다. 내가 확신한 것들은 음악 말고는 모조리 무너졌기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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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 뮤직대전_On Top Ma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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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ls26 • 1일 전
우리 이든이 여기에서 막내 티 뿜뿜하는 거 낯선데 귀엽다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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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 • 17일 전
윤이든 G1이랑 친목 의외네
권윤성이랑 윤이든은 왜 이렇게 사이가 미묘해보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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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썽윤 • 2일 전
데뷔 때부터 라이벌로 자주 엮여서 그래요
└952 • 2일 전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
Yxx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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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op – Solo Bell @SOO 뮤직대전 20xx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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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net • 2일 전
윤이든 랩부터 도입부 찢었고 시온 보컬이랑 권윤성 보컬이 미친 듯
다들 무대에서 잘 노는 것도 한몫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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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liiill • 2일 전
1:38 얘네 캐미가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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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김) 백키ki @backkkii
뭐지 나락이랑 굥성이랑 친목 하나도 없지 않았나?
왜 갑자기 절친조합으로 엮이는 거임??
│
(잠김) ㅅㅇㅅ @tjddbstjd
@backkkii 님에게 보내는 답글
둘이 연생 때 친했다고는 들었는데 데뷔하고 나서는 친목질 하나 없었던거 맞음
내가 봤을 때 얘네 백퍼 그때 싸우고 사이 틀어졌다니까
내새끼 고생많다 카메라 앞에서 보기 싫은 사람 얼굴 보면서 웃어야 하고ㅜㅜ
* * *
형들이 스케줄과 곡 작업으로 자리를 비우고, 오랜만에 막내 라인 둘만 남은 숙소.
“류재! 예현이 형도 없으니까 오랜만에 과자나 사 먹을까?”
“아, 완전 찬성이지.”
방 안에서 들려오는 김도빈의 잔뜩 상기된 외침에 류재희가 단번에 승낙했다. 막내들의 소심한 일탈이었다.
만약 들켰을 때 서예현의 분노와 잔소리를 막아 줄 윤이든이 없었기에 피자나 치킨,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는 감히 꿈도 못 꿨다.
방에서 겉옷을 걸치고 걸어 나온 김도빈이 소파에 드러누워 있던 류재희한테 물었다.
“내 지갑 혹시 거기에 있어? 내 방에 없는데 내가 소파에 던져 놓았던 것 같기도 해서.”
“이거 형 지갑 아니야? 남색.”
류재희가 소파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던 반지갑 하나를 휙 던졌다.
아무 생각 없이 지갑을 받아 오픈했다가 곧바로 보이는 낯선 카드에 김도빈이 눈을 깜빡였다.
“엥? 나한테 이런 카드가 있었나? 내 지갑 아닌 것 같은데?”
그는 곧 지갑에 고이 꽂혀 있는 주민등록증을 발견했다.
“이거 이든이 형 지갑인데? 헉, 재희 네가 이든이 형 패딩 걷어차서 형 패딩 주머니에서 빠졌나 보다.”
소파 팔걸이에 대충 걸쳐진, 제 발길질에 흐트러진 패딩을 슬쩍 본 류재희는 제가 언제 그걸 걷어찼냐는 듯 슬그머니 패딩을 다시 바르게 걸어 놓았다.
“xx년 발행이면…… 이든이 형 열아홉 때네. 그럼 이게 나랑 동갑이었을 때 사진?”
“우와, 어디 봐봐.”
류재희가 슬그머니 김도빈의 옆으로 다가와 주민등록증에 박힌 윤이든의 증명사진을 구경했다.
살짝 입꼬리를 올린 표정은 세상 무서울 것 하나 없다는 듯 자신만만했다.
열아홉이라 해 봤자 겨우 2년 전이었지만, 증명사진의 얼굴은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고등학생 특유의 앳된 티가 묻어 나왔다. 덕분에 날카로움은 현 인상보다는 조금 누그러져 보였다.
신기함에 사진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류재희의 시선이 슬쩍 김도빈을 향했다.
“어떻게 같은 열아홉일 수가 있지? 게다가 1월이라 이쪽 이든이 형은 열아홉 초고, 형은 열아홉 말인데.”
“헐, 너 지금 이든이 형 노안이라고 돌려 까는 거야?”
“아니, 형이 묘하게 더 철없어 보이고 어려 보인다는 뜻. 그리고 노안이 아니라 성숙.”
단호한 류재희의 말에 김도빈이 혀를 차며 지갑을 막 닫으려던 순간.
특이점을 발견한 김도빈의 손이 멈칫했다.
“뭐지…… 원래 이름 옆에 괄호 치고 한자 적혀 있는데 왜 이든이 형은 성만 한자고 이름은 또 한글이지?”
“원래 그런 거 아니야?”
아직 주민등록증을 만들지 않은 류재희가 물었다.
“아니야, 봐봐. 나는 이름 옆에 한자 있잖아.”
김도빈은 소파 위에 있던 지갑을 찾아와 제 민증을 류재희한테 보여 줬다.
[김도빈(金道彬)]확실히 ‘윤이든(尹이든)’으로 적힌 윤이든의 민증과 달랐다.
인터넷에 ‘민증 이름 한자 없음’을 검색해 봤지만 정확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라방 켜자.”
김도빈의 제안에 류재희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선 김도빈을 돌아보았다.
“오랜만에 팬분들도 만날 겸, 슬쩍 물어보기.”
“주객전도 아니야?”
하지만 류재희는 김도빈의 미친 추진력을 막을 수는 없었다. 어느새 OA앱의 라이브방송을 켠 김도빈의 옆에 얌전히 앉은 류재희가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일몽이들, 보고 싶었어요!”
[우리 어제도 봤잖아 유제야ㅋㅋㅋㅋ] [도빈아 안녕 해 줘!]“안녕하세요, 데이드림!”
류재희의 옆에서 김도빈이 힘차게 인사하며 손을 흔들었다.
“왜 왔냐면……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거든요. 어쩌다가 우연히 이든이 형 민증을 보게 됐는데, 보통 민증에는 이름 옆에 한자가 적혀 있잖아요. 그런데 이든이 형은 성만 한자고 이름은 한글로 적혀 있더라고요?”
[헉 그럴 수가 있어?] [영어 이름인가?] [와 진짜 든이라는 한자가 없네?] [든든할 든인 줄……] [이름에 한자 없는 사람 등판좀]혹여 답이 있을까 휙휙 올라가는 채팅을 매의 눈으로 훑고 있던 그들은 삑삑- 울리는 도어락 소리를 듣지 못했다.
“막내들, 뭐 하냐.”
거실 테이블에 패드를 세워 놓고 붙어 앉아 있는 막내 라인을 발견한 윤이든이 성큼성큼 다가와 둘의 머리에 손을 턱 얹었다.
한 박자 늦게 패드 화면을 발견한 그가 짧게 막내 라인의 머리를 헝클이고는 손을 뗐다.
“형, 기왕 오신 김에 팬분들께 인사 한 번?”
“안녕, 데이드림. 또 보네요.”
윤이든이 손을 흔들며 화면을 보고 씩 웃었다.
[그러고 보니까 어제 이든이 재희랑 같이 라방했었지ㅋㅋ] [정확히 14시간 만이네!] [왜 기체후 어쩌고 안하고 멀쩡히 인사해요?]“왜 라방에서는 기체후 어쩌고 안 하고 멀쩡히 인사하냐고요? 그건 서신에 쓰는 인사말이라 From 전용입니다.”
한 번만 해 달라는 팬들의 성화에 그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기체후일향만강하셨어요, 데이드림?”
그 거창한 인사말을 윤이든의 입으로 듣는 건 처음이라고 데이드림이 마구 폭주하는 동안, 김도빈이 슬쩍 물었다.
“형, 형 민증 있잖아요, 왜 한자 안 적혀 있어요?”
“내 민증은 또 언제 봤어?”
윤이든이 눈썹을 치키며 묻자 척수반사적으로 눈을 내리깐 김도빈이 눈초리를 축 늘어뜨리고 다급히 변명을 내뱉었다.
“아니, 제 지갑인 줄 알고 열었다가…… 저는 억울해여.”
옆에서 류재희가 재빠르게 김도빈을 서포트해 주었다.
“진짜 영어 이름이라서 한자 안 적힌 거예요? eden?”
“영어가 아니라 한글. 순우리말. 그래서 한자가 없어서 한글로 표기한 거야.”
드디어 막내라인의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이름처럼 살라는 의미로 붙여 주신 이름인데…… 가끔 부모님께 죄송하죠, 하하.”
윤이든이 휴대폰 화면 앞에서 뒷머리를 멋쩍게 쓸어 올리며 웃는 동안 막내라인은 류재희의 폰으로 인터넷에 ‘순우리말 이든 뜻’을 검색해 보았다.
「순우리말인 이든은 ‘착한, 어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답니다~.」
착하고 어진 이든이 형…….
이 무슨 부지런하고 잽싼 나무늘보 같은 소리인가.
막내 라인은 입술을 깨물고 허벅지를 꼬집어 가며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여기에서 웃으면 진짜로 이든이 형한테 라방 끝나고 뒈지는 거다.
저 말에 웃었다가 팬들 사이에서 나올 팀 리더 인성 논란은 덤이었다.
“형은 충분히 이름처럼 살고 계시는걸요?”
“맞아요, 형은 정말로 착하고 어진 리더예요.”
짝짝 박수를 치며 최대한 텐션 높여 말해 봤지만…….
[얘들아, 국어책 읽니……] [저 미묘한 연극톤과 저 미세하게 부들부들 떨리는 입꼬리] [일단 효륜디스랩에서부터 이름 뜻과 먼 삶을 살고 있자너] [왜그랭 이든이 착한뎅ㅎㅎㅎ]안타깝게도 그들은 연기돌 견하준이 아니었다.
다 티가 나는 연기에 팬들은 웃기 바빴다. 평소 윤이든의 이미지가 동생들에게 어쩔 수 없이 한 번씩 져 주는 이미지였지, 마냥 착한 리더는 아니었던 것도 한몫했다.
“네, 어쩌다가 이 라방이 시작되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순 한글 이름은 주민등록증에 성씨만 한자로 등록이 된다는 점. 알면 좋고 몰라도 삶에 지장 없는 토막상식이네요.”
궁금증도 해결했겠다, 무계획이었던 만큼 라방은 곧바로 작별 인사 후에 마무리되었다.
“형…….”
“왜.”
“웃어도 돼요……?”
라이브방송이 끝나자마자 조심스럽게 물어 오는 류재희의 물음에 그가 해탈한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웃어라, 웃어. 왜 꼭 내 이름 뜻만 들으면 다들 웃기 바쁠까.”
자신의 행적을 조금만 되돌아본다면 나올 답이었다.
* * *
뮤직대전 이후, 여전히 견하준과 나의 미묘한 냉전 상태는 유지 중이었다. 사실 싸웠다고 하기에도 뭐했다.
[▶멤버들과의 사이 개선도-서예현(73%)
-견하준(92%)
-김도빈(64%)
-류재희(81%)]
웃긴 건, 사이 개선도는 마지막에 확인했던 그대로였다는 점.
그렇다면 딱히 마음이 상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대체 어느 부분에서 이 미묘한 냉전 상태가 지속되는 건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망할 시스템은 이 복잡한 속도 모르고 내게 또 퀘스트나 던져 주고 있었다.
[깜짝 QUEST★] [▶기억에 남을 수상 소감을 발표해 보자!-내용: 팬들에게 감동을 안겨 주며 오래오래 기억될 만한 수상 소감을 발표해 봅시다!
-보상 : 초심도 10, 랜덤 티켓
※수상 소감이 과반수 팬의 기억에 인상적으로 남지 못할 시 페널티가 존재합니다!]
‘대체 수상 소감을 어떻게 해야 기억에 남는 건데.’
구구절절 말하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감사합니다’와 ‘사랑합니다’ 이 두 개만 돌려 말하는 편이었다.
나온 차트에서 신인상을 받았을 때야 벅차올라서 말이 평소보다 조금 길어졌을 뿐이지.
정규 1집 [CHASE]는 음반 부분 본상을 차지했다. 상을 받지 않으면 퀘스트 실패가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일단 본상 수상은 했다.
트로피를 건네받고 마이크 앞에 서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