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2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26화(126/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26화
“정말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준비했던 앨범인 만큼 이 상의 의미가 정말로 크게 와 닿네요. [CHASE]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보태 주신 수많은 분들께 감사드리고…….”
내가 선택한 건 바로 양으로 승부 보기였다.
길게 말하다 보면 어느 한 마디는 팬분들의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지 않을까 싶어 전날부터 열심히 적고 외워 뒀다.
다행히 음반 본상을 탄 덕분에 이 준비는 김칫국 드링킹이 되지 않았다.
대충 5분 분량으로 준비해 봤다.
“언제나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더 좋은 음악으로 나아가는 레브가 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
수상 소감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어색하게 미소 지은 서예현이 내 옆으로 다가와 내 손에서 마이크를 자연스럽게 스틸했다.
시상식에서 마이크 싸움하는 모습을 송출하게 두는 것도 좀 그랬기에 그냥 순순히 넘겨줬다.
“일몽이들, 사랑해요!”
활짝 미소 지으며 언제나 하는 뻔한 말로 서예현이 수상 소감 마무리를 지었다.
박수갈채를 받으며 무대를 내려 오자 류재희가 옆에 붙어서 속닥였다.
“형, 아무리 의식의 흐름이라고 해도 수상 소감을 4분 넘게 말하고 있는 건 좀…….”
“뭔 의식의 흐름이야. 내가 어제 얼마나 열심히 쓰고 외웠는데.”
“와, 그걸 설마 다 외운 거예요? 암기력 낭비 레전드…….”
카메라만 없으면 바로 헤드록을 걸어 줬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었다.
“대상은…… 알테어의 [Stolen]! 축하드립니다!”
음반 대상은 알테어의 차지였다. 음원 성적으로도, 음반 총판으로도 밀렸기에 예상했던 결과이긴 했다.
회귀 전에도 알테어가 대상을 탔으므로 별로 신경 쓰일 일은 아니었지만, 라이벌이 우리였다는 건 꽤 아쉬운 일이긴 했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테이블에서 일어나 무대까지 걸어가는 알테어의 모습을 보며 의례적인 박수를 보냈다.
다만 눈물을 질질 짜고 있는 케이제이의 면상은 영 꼴 보기 싫었다.
“저희한테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흡, 항상 잘 따라와 준 우리 멤버들, 그리고 정말로 감사하고 사랑하는 우리 아퀼라-”
눈물을 뚝뚝 흘리다가 말을 잇지 못하고 차연호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케이제이의 모습을 보며 냉소를 터트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염- 병을 한다, 진짜. 저 새끼, 회귀 전에는 안 울었던 거 같은데, 나눠 먹을 저작권료 생각에 눈물이 줄줄 나냐?
차연호가 수상 소감을 이어 말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을 보니 영 배알이 꼴렸다.
“형.”
류재희가 작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뭐, 카메라 돌고 있으니까 얼굴 표정 관리하라는 말이나 하겠지.
그리 생각하며 대답 없이 슬쩍 돌아보자 류재희가 내 옷소매를 꾹 움켜쥐어 왔다.
“다음에는…….”
문장으로 완성되지 못한 중얼거림이었지만 뒷말을 알 것만 같아서 류재희의 머리를 습관처럼 가볍게 헝클이며 대꾸했다.
“그래, 다음에는 꼭.”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는 게 아니라고 했지만 이 약속만큼은 지킬 자신이 있었기에.
견하준이 손을 뻗어 내 손길 때문에 살짝 뜬 류재희의 머리를 쓱쓱 정리해 주었다.
잠시 시선이 마주쳤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아니, 싸운 건 정말로 아닌데 네가 이러면 정말로 싸운 것 같잖냐. 손절 전에 미리 말해 달라는 게 그렇게 마음 상할 만한 일이야?
* * *
데이드림줄이면데드 @DaD000
나 무슨 교장쌤 훈화 듣는 줄……
공유 33 마음에 들어요 68
꿈♥백일몽 @revedream
이든이가 역대급으로 긴 수상 소감을 발표했지만 오늘 기억에 남은 것
:어색하게 웃으면서 이든이 마이크 뺏는 예현이+예현이의 활짝미소와 “일몽이들 사랑해요.”
공유 122 마음에 들어요 395
│
꿈♥백일몽 @revedream
일몽이라는 애칭 뻔히 있는데도 유제만 불러줘서 약간 서운했는데 오늘 자로 서운함 풀림
김베개 @pillowkim
배사 만드려고 윤리다 말 받아적다가 포기하고 걍 일몽이들 사랑해요로 바꿈
너무 길었어
공유 12 마음에 들어요 13
이든(착한_어진) @eden0801
효륜돌에 이어서 훈화돌 ㅅㅂ
울오빠 별명 점점 왜 이래
공유 397 인용 8 마음에 들어요 511
위클리 퀘스트인 서치 퀘스트를 수행하며 보이는 게시글 덕분에 퀘스트 실패를 예감했다.
5분 동안 열심히 말한 내 수상 소감보다 서예현의 미소와 수상 소감 한마디가 더 인상 깊었다니. 전날 했던 내 개고생은 뭔가 싶어 속이 영 쓰렸다.
아니, 어떻게 그 길고 긴 수상 소감에서 한마디도 인상 깊게 남지 않을 수가 있지.
투덜거리다가 학창 시절 운동장에 애들 세워 놓고 하던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도 딱히 기억에 남지 않았다는 걸 떠올리고 순순히 실패를 받아들였다.
자정이 되자 붉은색 상태창이 눈앞에 떴다.
[조건 불충족으로 인한 QUEST 실패!] [페널티가 랜덤으로 부과됩니다.]두 번은 각혈, 저번에는 시각 차단. 이번에는 무엇이 나올지 몰라 침대에 얌전히 누운 채로 수건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혹여 각혈이 걸릴 걸 대비해서 가까운 병원의 응급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을까도 고민했지만, 내가 생각해도 그건 너무 오버하는 것 같아서 단념했다.
[24시간 동안 어미에 ‘냐’가 붙게 됩니다.]의외로 오늘의 페널티는 건강을 걱정하게 만들었던 지금까지의 페널티와 동떨어져 있었다. 수건을 입에서 떼고는 긴장을 풀며 투덜거렸다.
“별 쓸데없는 페널티를 다 붙이고 있어냐.”
어미 하나 더 붙었다고 끔찍해진 문장에 혀를 콱 깨물었다.
팔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이건 대체 무슨 말투야.
서예현이 물 마신다고 잠시 부엌에 나가 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서예현에게 들켰으면 나는 진지하게 회귀를 고려하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괜히 문장 하나 입 밖으로 꺼내 봤다가 오늘 하루는 절대 입을 열지 않겠다는 다짐만 더욱 두터워졌다.
하루 종일 작업실에라도 틀어박혀 있으려고 했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폭설 수준으로 펑펑 쏟아지는 바람에 외출 계획은 무산되었다.
걸어서 10분이면 가겠는데 차 타고 10분이면 좀…….
다 차려진 밥상과 식탁에 앉아 있는 두 명을 보다가 휙 고개 돌려 쩌렁쩌렁 소리쳤다.
“류재희, 김도빈, 밥 안 먹냐!”
내 외침에 류재희의 방에서 김도빈과 류재희가 튀어나왔다.
“이 자식들이 밥상에 밥을 차려 놨으면 재깍재깍 튀어나와서 수저도 놓고 해야지, 뭐 하는 짓이냐?”
“게임 중이라 밥 먹으라는 소리를 못 들었어여…….”
김도빈이 소심하게 변명했다. 밥상 앞에서 삐딱하게 턱을 괴고 있던 서예현이 입을 열었다.
“밥 먹으라는 소리는 윤이든이 처음 했어.”
“아, 그럼 못 들은 게 아니구나.”
“그런데 아침 먹을 시간이고, 형들이 밥상을 차리고 있으면 알아서 나와야겠지?”
안도의 한숨을 내뱉던 김도빈이 서예현의 뼈 있는 말에 다시 뻣뻣하게 굳었다.
“죄송합니다. 점심은 사죄의 의미로 저희가 차릴게요.”
류재희가 넉살 좋게 눈을 찡긋하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내가 수저를 들고 나서야 식사가 시작되었다. 대체 언제부터 이랬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부터 이러고 있더라.
다른 멤버들은 몰라도 나보다 나이도 많은 서예현은 왜 따르고 있는 건지 정말로 미스터리였다.
내가 이 그룹의 소년가장임을 이제 다들 인정하는 건가. 하지만 회귀 전, 서예현이 소년가장이었을 때는 딱히 이런 밥상머리 규칙은 없었다.
그럼 뭐지?
밥을 다 먹고 소파에 바로 드러누우니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살 찐다는 서예현의 18번 대사가 곧장 날아들었다.
익숙하게 말을 한 귀로 흘리며 리모컨 채널을 미국 수사 드라마에 맞추어 놓고는 조금 시청하다가 눈을 감았다.
“도빈아, 리모컨 안 내려놓냐?”
슬금슬금 내 손에서 리모컨을 가져가려 시도하던 김도빈이 멈칫했다.
오늘 하루는 묵언수행으로 보낸다는 내 다짐이 무색하게도 할 말이 참 많았다.
“재희야, 형 물도 한 컵 따라오는 게 어떠냐.”
막내에게 물심부름도 시키기 가능했다. 내가 평소에도 이런 말투라서 정말로 다행이었다.
만약 견하준이 이랬으면 이상함을 느꼈을 텐데 내가 이러니까 아무도 의심을 안 하지 않은가.
“너 오늘은 작업실 안 가?”
내가 소파를 차지하고 뒹굴거리고 있자 바닥에 앉아 소파에 등을 기대고 있던 서예현이 툭 물었다.
“형, 눈이 저렇게 나오는데 밖에 나가고 싶겠냐?”
최대한 다정한 말투로 대답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서예현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냥 물어본 건데 왜 시비야, 또.”
“예현이 형, 이게 시비 같냐?”
이름까지 친히 붙여 봤지만 어미 때문인지 말투가 중화되지 않았다. 그냥 목감기 걸렸다고 구라나 치고 휴대폰 메모장 앱으로 대화할 걸 그랬다.
“어미에 그놈의 ‘냐’자나 떼고 말하지?”
서예현은 내가 끝까지 저한테 시비를 건다고 생각한 건지 짧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를 떴다.
유감이지만 못 떼. 나도 떼고 싶다고. 그렇다고 내가 형 앞에서 ‘시비 같아냐?’ 이 지랄은 할 수 없잖냐. 상상만 해도 토할 것 같은데.
이게 다 사이 개선도를 떨어뜨려 나를 무한회귀의 길로 이끌려는 시스템의 극악무도한 수작이 분명했다.
“형, 혹시 어미에 ‘냐’를 붙여야 하는 저주라도 걸리셨나요.”
누가 오타쿠 아니랄까 봐 정답에 가까운 추론을 하며 입꼬리를 꿈틀거리는 김도빈을 향해 심드렁하게 한마디 했다.
“도빈아, 재밌냐?”
정답이다, 인마. 그런데 네가 이 형에게 닥친 비극을 재미있어하는 꼴은 심히 거슬리는구나.
“아뇨!”
우렁차게 대답한 김도빈은 더는 묻지 않았다. 대신 류재희가 다른 화제를 물어 왔다.
“그런데, 형. 하준이 형이랑 대체 언제 화해하실 거예요?”
“싸운 건 아닌데, 싸운 거 같냐?”
“네, 엄청. 싸운 거 아니어도 좀 대화라도 해 봐요. 두 분 사이 분위기가 너무 냉랭하잖아요.”
싸운 거 아니라니까 그러네. 단호한 대답에 머리를 긁적이며 태평하게 대꾸했다.
“지내다 보면 어떻게든 풀리지 않겠냐.”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 막지 말고요, 형.”
류재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충고했다. 오, 우리 막내가 속담도 잘 아네.
나중에 예능 속담 퀴즈도 문제없겠구먼?
* * *
뮤직대전 스페셜 스테이지에서 제일 화제를 모았던 건 리더들을 모아 놓은 팀인 On Top이었고, 메이킹 영상에서 선보인 가짜 캐미 덕분에 간간이 묶여서 언급되고는 했다.
그리고 지금 와서 소개하는 예능 하나.
<내 아이돌을 소개합니다>, 줄여서 내아소.
아이돌 그룹 하나를 불러 자기소개시키고, 토크하고, 게임 시키고, 그런 뻔한 예능이었다. 다만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어야 부르기에 그룹 인지도의 척도이기도 했다.
아직 레브도 섭외 받지 못한 그 내아소에 내가 나가게 된 것이다.
바로 On Top의 막내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