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3화(13/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3화
“에이, 속 시원하기만 한데요, 뭐.”
김도빈이 히죽거리며 내 편을 들어 말을 보탰다. 싸움이 일어나거나 말거나 휴대폰으로 셀카나 찍고 있던 서예현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나는 굳이 말 안 얹으련다.”
“어, 그래. 중립을 지키는 모습 참 보기 좋다, 형.”
“네 편 내 편 안 가리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시비 터는 네 모습도 참 보기 좋고.”
“내가 좀 한 공평 하지?”
결국 질린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무는 서예현을 보고 킬킬거렸다.
그러게 왜 까불어.
“솔직히 전 이든이 형 대처가 맞았다고 생각해요. 저거 정정 안 하고 무시하면 저희 그냥 만만한 스폰 그룹으로 소문나는 거 한순간이라고요.”
류재희의 말에 여전히 찌푸리고 있던 견하준의 미간이 이제야 느슨하게 풀어졌다.
대형기획사 연습생 출신이라 그런지 말에 신뢰도가 아주.
스폰이라는 단어에 다시 한번 김도빈이 움찔했다.
저저저, 아무리 봐도 스폰 제안받은 거 맞는 것 같다니까.
진지한 상담을 나눠 보고 진짜면 망할 소속사 뒤집어엎어 버린다.
“에휴, 진짜 이 꼴 안 보려면 얼른 사녹 라인 끼어야지.”
소파에 아예 몸을 맡기다시피 기댄 채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물론 이 단체 대기실은 연차가 조금 쌓여야지 벗어날 수 있겠지만, 대형기획사에서 푸쉬받으며 데뷔해서 빵 뜬 괴물신인 그룹들도 1년 차까지는 얄짤없이 단체 대기실을 써야 했다.
대형기획사 괴물신인이라고 하니 떠오르는 그룹에 자동반사적으로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러고 보니 그 새끼들이랑 또 활동 기간 겹치려나.’
김도빈이랑 셀카를 찍으며 시시덕대는 류재희를 보며 생각했다.
만약 겹쳐서 마주해도 이번에는 구도가 달라져야 할 텐데, 며칠간 방에 틀어박혀서 공시 인강이나 듣고 있던 막내 녀석의 우울한 꼴 같은 건 보고 싶지 않다고.
무대를 마치고 다시 대기실로 돌아온 케니시인지 캐나다인지는 방금의 기 싸움으로 기가 팍 죽었는지 우리 쪽을 실수로라도 쳐다보지 않았다.
거봐, 한 번 밟아 줘야 한다니까. 내가 연예계에서 구른 짬밥이 몇인데. 망돌부터 2군까지 두루두루 겪고 돌아왔다고.
물론 돌아온 게 내 의지는 아니지만.
“레브, 준비하세요!”
스태프의 말에 소파에 앉아 있던 몸을 일으켰다.
무대 뒤에서 대기하다가 신호에 맞춰 무대 위로 올라갔다. 역시 차트 순위 100따리 노래에 MC들 소개 따위 해 줄 리가 없지.
익숙하게 대형을 맞추어 서자 내 앞에 선 서예현의 슬림핏 슈트가 눈에 들어왔다. 거지 같은 흰색 점프슈트 입고 삐걱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아니, 회귀 전에는 이 무대 자체가 없었지.
이건 온전히 내가 이루어 낸 기회였다. 회귀 전의 내가 만든 노래로 회귀 후의 내가 잡아챈 기회.
[One, two, three,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려 봐반드시 기회는 찾아오는 법이니까]
속삭이는 듯한 견하준의 도입부로 노래가 시작되었다.
‘역시 음색은 최고라니까.’
그래서 내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파트를 줬지.
속으로 흥얼흥얼 견하준의 파트를 따라 부르면서 손목을 돌리며 손가락을 튕기는 안무를 했다.
의 언더 시절 가사는 위법적 소재에 선망을 가진 미성년자가 쓴 가사답게 도박에 인생 꼬라박았다가 손 털려고 다짐한 그 순간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쉬 패를 손에 넣게 된 도박중독자 콘셉트이었다.
하지만 수록곡으로 넣으려고 하니 심의에 걸려 19금 앨범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뜯어고치면서 아이돌에 도전하는 우리 다섯의 각오를 담아낸 내용으로 바뀌었다.
[네게 온 찬스를 붙잡아 놓치지 마 어떻게든 우리는 빛날 테니]‘별은 반짝반짝 네 눈동자도 반짝반짝’ 따위의 가사를 부르다가 자기가 쓴- 이라 하지만 실상은 내가 다 다듬은 가사를 부르는 김도빈의 눈동자가 활기로 반짝였다.
아주 무대에서 날아다니다시피 하는 모습에 피식 웃었다.
[까딱하면 추락하는 낭떠러지 끝에서 줄 없이 번지점프머리 굴려 고민해 봤자 확률은 달라지지 않는걸, boy]
랩이라기보다는 가사 빨리 말하기에 더 가까운 서예현의 짧은 파트를 가볍게 이어받아 내 파트를 소화해 냈다.
[네게 주어진 One Chance 일생일대의 기회언제나 One Chance만 남은 것처럼 임해]
후렴구를 맡은 류재희가 고음을 시원하게 내질렀다. 그 뒤를 따르는 견하준의 기교 없이 담백한 음정.
후렴구 멜로디에 따라 포인트 안무를 하며 카메라를 쳐다보다가 갑작스럽게 훅 다가오는 것들에 눈을 깜빡였다.
쏟아지는 무대 조명, 데뷔곡 무대 때보다 확연히 늘어난 팬 석의 팬들과 응원 소리, 크게 흘러나오는 내 노래.
‘무대가…… 이렇게 즐거운 거였나?’
심장이 기분 좋게 두근거렸다.
회상해 보자면 회귀 전의 무대는 지긋지긋했다.
그저 유행 따라 찍어 낸 것 같은 지겹고 엉망인 노래와, 그저 퍼포먼스에만 중점을 둔 무대.
단순히 일의 연장이나 팬서비스용 무대가 아니라 지금처럼 내가 사랑하는 진짜 음악을 해 보고 싶었다.
‘회귀한 게 나쁜 일만은 아닐지도.’
비록 내가 쌓아 놓은 모든 것들이 다 사라지긴 했지만, 회귀하지 않았으면 이런 무대는 영영 만들어 보지 못한 채로 은퇴했을 거다.
별별 이유로 초심도를 깎아 대며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 주는, 엿 같고 빌어먹을 시스템이었지만 그거 하나는 고맙게 여겨 주마.
마이크에 대고 랩을 뱉는 내 입꼬리가 나도 모르는 사이 슬쩍 올라가 있었다.
지금 텐션은 최고조였다.
황급히 발 방향을 바꾸는 서예현을 발견하고도 눈살 한 번 안 찌푸리고 기분 좋게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남은 기회는 바로 지금, one chance]마지막 파트가 끝나고 단체 샷을 비추는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며 씩 웃었다.
그놈의 망할 엔딩요정 없던 때로 돌아온 건 좋네. 엔딩 때마다 주구장창 서예현만 잡아서 은근 짜증 났는데.
* * *
케팝사냥꾼 @kpophunter
원찬스 분명 나만 아는 노래였는데 언제 이렇게 떡상했냐……
약간 나만의 단골집 뺏긴 느낌임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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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백일몽 @revedream
윤이든 슈트핏 장난아니다 미쳤는데 그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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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백일몽 @revedream
서예현 허리 왤케 얇아
얼굴보기도 바쁜데 내가 님 허리까지 봐야하냐고 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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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백일몽 @revedream
내우주 무대 보다가 원찬스 보니까 그냥 애들이 멀쩡한 옷 입고 나온 것만으로도 눈물이 줄줄나고 ㅅㅂ우리애들스폰지실험맨아니라고
HIT! [아이돌 헤메코의 중요성.jpg] [212]
-세상에…… 동일인물이야……??? 대체 한 활동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누가 패완얼이랬냐;; 저 실험맨 패션은 저 와꾸조차도 소화 불가능하잖아
-존나 잘생겼네 신인 같은데 누구임?
↳레브 서예현입니당~ one chance도 많이 들어 주세요!
Yxxtube
(영상)
Reve(레브) – One Chance [Audio]
조회수 89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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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987 • 7시간 전
솔직히 노래 ㅈㄴ 별로네게 주어진 One Chance 일생일대의 기회
좋아요 3127 답글 11
세이엠 • 7시간 전
뭔 랩이 극과 극이냐 불경 읊조리다가 갑자기 리얼 힙합을 하네
좋아요 874 답글 23
* * *
오늘도 깎인 초심도를 되찾기 위해 습관적으로 팬반응을 서치하던 나는 내려도내려도 끝이 없는 스크롤에 당황했다.
“와, 우리 버즈량 엄청 늘었는데?”
예전에는 3분이면 팬반응 다 봤는데 이게 뭔 일이래.
내 말에 나와 마찬가지로 휴대폰을 부여잡고 스크롤을 내리고 있던 류재희가 현실감 없는 멍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러니까요. 예전에는 레브 검색하면 다섯 개 중에 세 개는 제 글이었는데.”
“……뭐라고?”
“헙! 제가 뭐라고 했나요? 아하하…….”
제 손으로 입을 급히 틀어막고 어색하게 웃고 있는 류재희를 보고 있자니 초심도를 얻기 위해 열심히 팬반응을 검색하던 나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막내 놈의 자아 분열쇼를 열심히 검색해서 보고 있었던 것인가.
회귀 전부터 모니터링에 진심인 건 알았지만 참.
얼굴에 마스크팩을 붙인 채로 방에서 튀어나온 서예현이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 차트 순위 봤어?”
“이야, 그걸 이제 봤어?”
“찬물 끼얹지 말고 호응 좀 해 줘, 망할 놈아.”
내 장난스러운 물음에 서예현은 표정을 구기면서도 독기 빠진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이든이 형, 이 정도면 형 저작권료 엄청 받죠? 부럽다…… 그러니까 기념으로 한 턱 각?”
소파에 앉은 내 다리를 베고 드러누운 류재희가 눈을 찡긋했다. 대답 대신 이마에 가볍게 딱밤을 먹이며 녀석의 머리가 얹힌 다리를 휙 뺐다.
그 돈으로 내 작업실 만들어야 하거든? 한턱은 정산받고 네 돈으로 내라.
[49위- ‘Reve – One Chance’ ♥55,113]는 음원사이트 3사 모두 차트 50위 안에 진입했다.
있는지도 까먹고 있었던 수록곡이 이렇게 뜨는 걸 보고 있자니, 피자 2판이 1만 개였던 시절에 사 놓은 비트코인이 떡상한 느낌이었다.
REVE_official @LnL_reve
[이든 Dream]드디어 점프슈트 탈출✌
원찬스 첫방 잘 보셨나요? 응원 항상 고마워요 우리 데이드림
#Reve #레브 #이든 #데이드림 #OneChance #원찬스 #뮤직캠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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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음방 첫방 스케줄이 끝나고 나서 무대 의상 입고 찍은 셀카와 함께 업로드한 게시글은 공유 수가 1천을 넘어 있었다.
아니, 겨우 1천따리에 기뻐하면 안 되지. 예전 2군 시절에는 그냥 7, 8천은 기본으로 찍더만.
띠링-.
알림음이 울리며 이제는 반가운 상태창이 눈앞에 떴다.
[☺팬 10,000명 달성!] [보상: 초심도 +20, 아이템 선택권]초심도가 드디어 70점대로 회복됐어……! 곧 회귀할까 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보상을 받자마자 밀려오는 감격에 입을 틀어막았다. 사랑해요, 시스템.
‘아이템 선택권은 뭐지?’
[초심도 80 이상이 되어야지 아이템 목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진짜 도움 안 되는 시스템이다, 너는. 기준 왜 이렇게 빡세냐고.
* * *
“사녹 오니까 쾌적하고 좋네, 아주.”
또 잡힌 공중파 음방 스케줄.
비록 신인이라 칸막이 대기실을 배정받았지만, 사전녹화 시간대라 그런지 한산했다.
신인보다 중견 그룹들이 많이 컴백한 시기인 것도 텅텅 빈 칸막이 대기실에 한몫했고. 데뷔 시기를 거지같이 잡아 놨어.
그 평화는 곧 들려오는 발소리와 말소리로 인해 깨졌다.
“어라? 여기 사람 있는데?”
불쑥 나타난 익숙한 얼굴들을 보고 올리고 있던 입꼬리를 내렸다.
그러고 보니 쟤들도 있었지.
와, 쟤들은 또 어떻게 대해야 하냐.
회귀 전에 서로를 향한 이간질 덕에 오해가 얽혀 사이 나가리됐던 용철이 형이랑은 이래저래 갈라지기 전처럼 됐다지만, 쟤들은 용철이 형과는 다른 경우였다.
유감이지만 우리들 사이에 오해 따윈 없었다고.
내 복잡한 심경도 모르고 그중 하나가 세상 반가운 목소리로 나와 견하준을 불렀다.
“어, 이든이 형! 하준이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