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34)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34화(134/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34화
[도빈’s 졸업식 기록 Vlog]레브의 공식 너튜브 채널에 영상이 올라왔다. 꽃다발을 안은 도빈의 모습이 썸네일로 떠 있었다.
[도빈: 크하항! 데이드림, 저 드디어 졸업해여! 이제 저도 스무 살!]영상을 재생하자마자 교복을 입고 V자를 그리며 해맑게 웃는 도빈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유제: 이제 레브에서 저만 학생이네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같은 처지였던 도빈이 형이 훌쩍 멀어진 기분이에요.]축 처진 유제의 어깨를 도빈이 싱글벙글한 얼굴로 가볍게 두드렸다. 손목시계를 확인한 예현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예현: 저희는 졸업식 시간에 맞춰서 가면 됩니다.] [하준: 벌써 도빈이가 성인이라니…… 참 마음이 싱숭생숭하네요. 시간이 참 빠르다고 해야 하나…….] [이든: 그러게. 아직 정신머리는 성인이 아니라 열일곱 살인데.]숙소의 문이 열리는 모습이 페이드 아웃되며 풍경이 교실로 전환되었다.
[도빈이 친구 1: 뭐야, 이거 방송 나와?] [도빈: 아니, Vlog.] [도빈이 친구 2: 와, 벌써 팬들이랑 기자들 왔대.] [도빈이 친구 1: 앜, 김도빈 말고 다들 이세나 때문에 온 거 아니야?] [도빈: 야, 레브도 인기 많거든?] [도빈이 친구 2: 그럼 레브랑 메이플라워 중에서 누가 더 인기가 많다고 생각하십니까? 솔직한 답변 부탁드립니다.] [도빈: 너희가 지금 나를 매장시키려고 아주 고사를 지내는구나. 메이플라워 선배님들, 존경합니다.]도빈이 카메라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도빈이 친구 3: 그런데 우리 기수에서 데뷔한 애, 얘랑 이세나 말고 한 명 더 있지 않았냐?] [도빈이 친구 2: 야야야야, 그건 언급해서는 안 돼!] [도빈이 친구 1: 학폭읍읍…….] [도빈이 친구 3: 악, 맞다! 편집, 편집!]도빈의 친구가 카메라에 대고 열심히 가위질하는 시늉을 했다.
책상에 앉아서 떠들고 있는 그들을 향해 반 친구 한 명이 손짓했다.
[반 친구: 야, 너희도 얼른 써! 졸업식 하기 전까지 다 써야 해.] [잠시 롤링페이퍼 작성 타임✎]포스트잇에 정성 어린 편지를 적는 도빈의 모습이 비치고, 마지막 포스트잇을 큰 종이에 붙이기가 무섭게 방송이 울렸다.
[도빈: 졸업생들 강당으로 모이라네요. 그럼 저는 졸업식에 참석하러 가 보겠습니다. 멤버들에게 턴을 넘깁니다.]잠시 화면이 깜빡거리더니 유제의 얼굴이 카메라에 가득 찼다.
[유재: 안뇽, 일몽이들!]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든 유제가 이든의 뒷모습을 비추었다.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가 된 세 명의 앞에 선 이든이 어색하게 웃으면서도 자연스레 무어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유제: 지금 이든이 형은 도빈이 형 부모님께 붙잡혀서 도빈이 형이 얼마나 적응을 잘하고 있는가 열심히 말씀드리는 중이에요. 도빈이 형 형님분도 오셨네요.]교장의 축사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졸업장을 받는 도빈의 모습이 떴다.
[유제: 어, 도빈이 형 나온다.] [부모님이랑 사진 촬영 중] [하준: 아, 또 포토존이 있어?]기자들 앞에서 포토존에 선 도빈의 모습을 비추고는 학교를 배경으로 나란히 선 레브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이든: 여기에서 단체 사진 한번 찍자.]졸업장과 꽃다발을 안은 도빈을 중심으로 선 레브 멤버들이 포즈를 취했다.
촬영된 사진을 확인한 도빈이 유제와 키를 슬쩍 비교하며 놀란 얼굴을 했다.
[도빈: 뭐야? 너 언제 이렇게 컸어? 내가 팀 최단신이야?] [유제: 아하하, 역전!]카메라 화면이 마구 흔들렸다. 또 화면이 전환되더니 중국집에 도착한 레브를 비추었다.
[이든: 졸업날에는 역시 짜장면이죠.] [도빈: 전 짬뽕에 탕수육이요!] [유제: 전 크림새우! 짜장면도 먹어도 되죠?] [예현: …….] [하준: 예현이 형, 저랑 나눠 드실래요? 저 해물덮밥 시킬 거라.] [이든: 엥, 준아, 너 반 그릇으로 괜찮냐? 야, 그러면 삼선볶음밥도 하나 더 시키자.]심각해진 예현의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든은 태연하게 주문했다.
[이든: 저희 간짜장 곱빼기 하나랑 그냥 짜장 곱빼기 하나, 삼선짬뽕 곱빼기 하나, 크림새우랑 탕수육 중(中)짜리 하나씩 주시고요, 해물덮밥이랑 삼선볶음밥이요.] [예현: 굳이 곱빼기를 시켜야 하는 이유가 있었어……?] [이든: 배고파서. 아, 차라리 해물쟁반짜장으로 시킬 걸 그랬나?]한바탕 먹방을 찍은 레브 멤버들을 마지막으로 졸업장과 꽃다발, 그리고 옷걸이에 걸려 있는 도빈의 교복이 도빈의 나레이션과 함께 한 번 비추어졌다.
[도빈: 졸업식 브이로그 끝!]* * *
매니저 형의 말에 서예현이 인상을 찡그리며 되물었다.
서예현이 대표로 되물었을 뿐, 모두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예? 요?”
. 공중파에서 방영하는 군대 체험판 예능이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널널해져서 군필자는 물론 시청자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던 예능이지만 지금은 초기. 제일 빡세게 굴리며 극찬을 받고 있을 때였다.
“다섯 명 중에 한 명만 나가면 되니까 나갈 사람 정해서 말해 주면 돼. 회사에서 한 명 집어서 강요하기는 그러니까 너희 재량으로…….”
소속사에서 레브를 휘두르기에는 우리 체급이 많이 커지긴 했다. 기여도도 꽤 높고.
“애초에 섭외를 거절하면…… 네, 힘드시겠죠, 공중파인데…….”
서예현이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런 서예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이제는 총괄 매니저가 된 매니저 형이 말했다.
“정규 출연 제의 아니고 땜빵용 일회성 게스트니까 너무 부담가지진 말고. 이번 촬영만 하고 바로 스케쥴 때문에 하차한다고 기사 나갈 테니까.”
그렇게 우리에게 선택권이 쥐어지고…….
“누가 갈래?”
아무도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결국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을 이어받은 레브 제218회 회의가 개최되었다.
다들 전에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둘러앉아 있었다. 제일 먼저 내가 입을 열었다.
“군대 갈 시기가 제일 멀지 않은 사람이 가자. 가기 전에 경험이라도 하고 가면, 가서 더 적응을 잘 할 수 있지 않겠냐?”
나이는 서예현이 제일 많았고 입영 연기는 나이 제한이 있었다. 그러므로 우리 중 가장 먼저 군대를 가게 될 이는 서예현이었다.
저를 저격한 말이란 걸 눈치챘는지 미간을 꿈틀한 서예현이 질세라 의견을 냈다.
“군대 가서 정신 차려 와야 하는 사람이 가야지.”
옆에 있던 김도빈을 툭툭 치며 말했다.
“도빈아, 예현 형이 너 보고 가란다.”
“윤이든 너 말한 거였어.”
내가 서예현과 또 한바탕 붙기 전에 견하준이 끼어들었다.
“보니까 상탈 좀 하던데, 몸 좋은 사람이 가는 건?”
“하준아, 지금 네가 가겠다고 자원한 거야?”
“아니, 갑자기 왜 제가 자원한 게 된 건데요……?”
“그야 여기에서 제일 몸 좋은 사람이 형이니까요.”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하준의 강경한 태도에 다들 상의 탈의까지 한 번씩 거치고 나서야 이 의견은 사그라졌다.
의견을 낸 당사자이자 해당되는 당사자인 견하준이 의견을 철회한 덕분이었다.
김도빈이 손을 번쩍 들고는 외쳤다.
“제일 삽질 잘하는 사람이 가요!”
누가 봐도 나를 저격한 말에 눈썹을 치키며 말했다.
“지금이 겨울도 아니고 눈도 없는데, 삽질은 무슨.”
“최전방에서 만기 제대한 저희 형이 말하길 굳이 눈이 아니더라도 삽질할 일이 많댔어요.”
그래도 굳이 군대 예능에 나가서 굳이 내 특기인 삽질을 선보일 생각은 없었다.
“막내야, 가라.”
“저는 아직 미성년자인데요?”
류재희가 나이 방패를 시전했다.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검색하더니 손가락을 까딱거린 김도빈이 의기양양하게 웃던 류재희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만 18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 병역의무 발생임. 그러니까 너도 충분히 갈 수 있음.”
“으아아악! 이럴 리 없어!”
류재희가 머리를 움켜쥐며 절규했다. 제가 있는 곳이 안전지대가 아니었음을 깨달은 류재희도 본격적으로 참전하기 시작했다.
“제일 힘 세고 체력 좋은 사람이 가야죠!”
그 말에 다들 약한 척을 하기 시작했다.
“맨날 부엌에 있다 보니 폐가 안 좋네…….”
“나 아침에 이불 정리하다가 이불이 너무 무거워서 손목 삐었잖아.”
“콜록콜록, 아이고 몸 상태가 너무 안 좋다. 그리고 형 손목 엄청 멀쩡해 보이는데.”
“막내야, 그냥 누구를 염두에 두고 말한 건지 시원하게 까자.”
“이든이 형이요.”
“지금 밤샘 작업을 밥 먹듯이 하는 리더한테 군대까지 갔다 오라고? 네가 사람이냐!”
“군대는 어쨌든 언젠간 가야 하잖아요.”
“그러는 너는 안 가냐?”
“그냥 리더가 가요. 레브 대표니까.”
“뭐, 인마? 이제는 조건도 안 붙이냐?”
“막내가 가라고 할 때는 언제고!”
“언제고? ‘언제고’는 반말이고.”
“……요!”
“힙합 하냐?”
내가 나만 저격하는 류재희를 들들 볶자 서예현이 눈을 빛내며 끼어들었다.
“너는 또 왜 애를 잡고 그러냐? 그럴 거면 상명하복에 예민한 사람이 가자. 딱 군대 스타일이다. 가서 잘하겠네.”
“이야기가 왜 거기로 흐르는데!”
“우리 회의 규칙 잊었어? 일정 데시벨 이상으로 높이기 금지.”
회의 규칙을 언급하는 서예현의 말에 불만 어린 표정을 하면서도 입을 꾹 다물었다.
“이건 예능이잖아. 팀에서 제일 인지도 높은 사람이 가자.”
“그런데 제일 인지도 높은 사람이 누구지?”
“당연히 예현이 형 아니야?”
“저는 이든이 형인 줄. 전설의 효륜훈화극악무도한풍선살육머신돌.”
“풍선…… 뭐?”
류재희의 말을 따라가지 못하여 되묻자 류재희가 슬금슬금 내 눈을 피했다.
“다이어트랑 운동에 제일 집착하는 사람이 가자. 5박 6일 동안 다이어트랑 운동 제대로 될 듯.”
“야, 이제부터 특정인 저격하는 건 금지하자.”
한참을 더 회의를 했지만 누구 하나 자원하는 놈은 없었고.
그렇게 제218회 회의는 희생자를 정하지 못한 채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
“내가 간다.”
밥상머리에서 밥 먹다가 말고 선언하자 다들 숟가락질, 혹은 젓가락질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네?”
“뭐를 가?”
되묻는 멤버들을 향해 친절하게 설명했다.
“, 내가 간다고.”
내가 이런 결심을 하기까지에는 슬픈 사연이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