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3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35화(135/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35화
이야기는 나흘 전으로 되돌아간다.
“생일 파티요?”
내 되물음에 이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클럽 대관해서 초대장 발급받은 사람만 들여보낼 거니까, 친구 데리고 올 거면 말해 주고.”
“지금 확답은 못 드리겠고, 스케줄 확인하고 답 드릴게요.”
생일파티 장소가 클럽이라는 건 좀 걸렸지만 작년 생일 때 200만 원어치 생일선물도 받았겠다.
계속 인맥을 유지해야 할 친한 형이기도 하니 웬만하면 생일파티에 가는 쪽으로 마음은 이미 기울어져 있었다.
게다가 딱 스케줄과도 겹쳐서 저 프로를 나가지 않을 아주 좋은 핑계가 되기도 했다.
“참, 생일 선물 50만 원 이상은 안 받는다.”
“아니, 제 생일에는 200 태우신 분이 왜 이러세요.”
“시꺼, 짜식아. 무리하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줘.”
“저 이제 200도 적당한 선인데요?”
비죽 웃으며 말하자 이런 데에 펑펑 쓰지 말고 저금이나 하라고 이지원이 내 정수리를 꾹꾹 눌렀다.
운동까지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자 뜬금없이 시스템이 내 눈앞에 상태창을 띄웠다.
[랜덤 티켓을 사용하시겠습니까? Yes/No]“뭐야?”
지금 안 쓸 거거든? 왜 또 갑자기 강매를 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이 망할 시스템은 당장 yes를 터치하라는 듯 내 눈앞에서 현란하게 컬러를 바꿔 대며 마구 깜빡거렸다.
아직 유효기간도 꽤 남았는데 무슨 난리인가 싶었다. 눈이 아플 정도라 결국 짜증을 내며 터치했다.
[‘언젠가의 연예 news’가 나왔습니다!]이딴 것 주려고 나를 그렇게 괴롭혔냐. 투덜거리며 뉴스 기사를 열자마자 보이는 흉흉한 기사 제목에 자세를 바로 하고 정독했다.
[마약 신고받고 출동…… 클럽에서 대마초 적발]현장에서 적발된 래퍼 리번(32) 및 세 명, 시약 검사 결과 대마 양성 반응 나와……
리번이면 오버그라운드 래퍼로, G1과 꽤 친분 있던 아티스트이기도 했다.
회귀 전의 내 기억으로는 둘이 손절해서 이슈가 좀 되긴 했지만 말이다.
클럽, 기사에 적힌 이지원의 생일 날짜, 이지원의 인맥.
‘야, G1 좆될 뻔했더라. 하필 마약이랑 얽혀서.’
‘남의 생일파티 초대받아서 대마 빤 새끼가 미친 새끼지. 듣기로는 G1이 리번한테 개쌍욕 박고 인연 끊었던데.’
‘나 같아도 인연 끊었다. 클럽까지 대관하면서 돈 처 부은 생일파티가 숨어서 대마 빤 씹새끼들 몇 명 때문에 마약 파티 주최자로 오인받는 거 생각하면…… 오우, 죽빵을 날려도 시원찮지.’
‘지금 거기 초대받아서 간 놈들도 다 마약 의심받고 줄줄이 검사받고 있다더라. 안 가서 다행. 물론 초대도 못 받긴 했지만.’
‘G1에게 초대도 못 받은 변방 쩌리들이 뭔 다행은 다행이여.’
회귀 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오래전의 이야기라 날짜 감각이 없어 정확한 시기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 이야기가 지금 이 기사에 뜬 이 사건이라면…….
‘참석하면 나도 좆된다.’
여기에서 이미지 깎여서 회귀할 수는 없다.
그저 이런 사건에 얽혀 이름만 오르내려도 이미지가 추락하는 건 둘째 치고.
술 마시고 긴장 풀린 채, 헤비 스모커였던 옛 버릇 나와서 담배 피운다고 받아 들었는데 그게 짜잔, 대마초였습니다-! 라는 끔찍한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잖아.
그 전에 시스템이 초심도 펀치를 날려 나를 정신 차리게 만들어 줄 것 같기는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그냥 그곳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미지가 깎일 수도 있고 말이다.
대중들이 그 클럽에서 있었던 일이 마약 파티가 아니고 생일 파티였단 걸 알아보려고 하겠나.
나도 그때 크루 형들이 정확한 진상을 말해 주기 전까지 ‘클럽 대관해서 마약 파티를 해? 거참 돈이 썩어 나서 별 지랄을 다 한다, 쯧쯧.’ 이러지 않았던가.
하지만 별 이유 없이 생일 파티에 빠지는 것도 영 그랬다.
스케줄이 겹쳐서 못 간다는 게 그나마 제일 이해받을 수 있을 만한 수준의 핑계였다.
그것도 당일에 짧게 끝나는 스케줄이 아니라 몇 박 며칠로 진행되는 그런 스케줄이어야 가능했다.
그러므로 5박 6일간 진행되는 가 제일 적절하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회상을 마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자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나를 보는 멤버들이 눈에 들어왔다.
“뭘 봐. 밥이나 먹어.”
투덜거리며 다시 식사를 시작하자 류재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체 뭔 일이 있었길래 형이 자원하는 거예요……?”
관계 개선도 창을 띄워 수치를 확인하고 믿음직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난 리더니까.”
다시 확인해 본 관계 개선도는 그대로였다. 이 망할 멤버들이 내 희생에도 감동 하나 안 받았다는 뜻이다.
여전히 불신 어린 눈으로 나를 보고 있던 서예현이 제일 먼저 음모설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소속사에서 뭘 미끼로 건 게 분명해. 그러지 않고서야 윤이든이 자발적으로 가겠다고 할 리가.”
“설마 솔로 앨범?”
“이거 다녀온 사람, 이후 스케줄도 몰빵해 준대요?”
“아니, 왜 사람을 못 믿어? 인간불신증 걸렸어?”
내가 지금 내 한 몸 희생해서 우리 그룹의 이미지가 깎이는 걸 막아 주겠다는데.
내 이미지가 깎이면 우리 그룹 이미지도 같이 깎이는 거니까 그게 그거지.
“아니, 갑자기 희생정신이 생기는 게 이상해서 그렇죠.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안 간다고 필사적으로 떠미시던 분이.”
류재희가 턱을 괴고 진지하게 말하자 옆에서 김도빈이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나 대신 가고 싶은 사람 있냐? 지금 너희가 가고 싶어서 내게 그 꼬라지로 말을 하는 거지?”
느긋하게 입꼬리 올려 웃으며 묻자 류재희와 김도빈이 다급히 손바닥으로 제 입을 틀어막으며 고개를 미친 듯이 저었다.
“힘들지 않겠어? 안 그래도 미니앨범 준비하느라 바쁠 텐데 차라리 예현이 형이나 도빈이를 보내는 건…….”
견하준이 조심스럽게 묻자 서예현이 배신감 어린 표정으로 견하준을 돌아보았다.
“아니, 하준아. 나는 왜……?”
“형은 짧은 머리랑 군복도 잘 소화해 내실 거 같아서?”
“하준이 형, 저는 왜요……?”
“아무리 병역 나이 제한에 안 걸려도 고3인 재희를 보내기는 좀 그렇잖아. 기왕 가려면 재희보다는 네가 낫지.”
서예현과 김도빈 K.O를 이뤄 낸 견하준을 향해 뒷머리를 괜히 쓸어 올리며 대답했다.
“이번 곡이 기대치에 못 미친 거 머리 좀 식힐 겸 다녀오려고. 됐냐, 이제? 무슨 음모론을 만들고 있어. 정 못 믿겠으면 대표님께 다이렉트로 물어보든가.”
3월에 컴백했던 디지털 싱글곡 는 월간 차트 4위를 기록했다.
공백기가 너무 길어지지 않기 위한 땜빵이기도 했고 음방 활동도 2주뿐이었으므로 성적에 딱히 미련이나 타격은 없었지만.
내가 음악에 자부심이 강한 걸 다들 알고 있었기에 핑계용으로 괜찮았다.
다들 납득하지 못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나 같아도 곡이 4위를 한 충격으로 군대 예능에 다녀온다고 하면 저 새끼 미쳤나, 하지 이해는 못 할 것 같았다.
“형, 죄송한데 올해 생일파티 참석은 못 할 것 같아요.”
최대한 송구스럽다는 얼굴로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나를 돌아본 이지원이 물었다.
“왜, 뭔 일 있냐?”
“그게, 제가 다음 주에 군대를 가야 해서…….”
이지원의 표정이 단번에 심각해졌다.
“너 무슨 사고 쳤냐?”
“아니, 사고 쳐서 입대하는 게 아니라 예능, …….”
내 황급한 해명에 한결 안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던 이지원의 표정이 곧 짠하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뭔 너희 소속사는 예능을 잡아도 꼭 그런 거로 잡냐.”
“제 말이요. 근데 어쩌겠어요. 중소인데 방송사에서 까라면 까야죠.”
“뭐, 진짜 군입대도 아니고 군대 체험하러 다녀오는 거 기왕이면 잘 다녀와라. 그거 내가 보니까 실제 군대에서 구르는 거 50%도 안 되더라. 아, 화생방 할 때는 숨 크게 들이마셔야 하는 건 알지?”
내 등을 두드리며 킬킬거리는 이지원의 말에 심드렁하게 대꾸해 주었다.
“어떻게 제 군필 친구 세 명이랑 똑같은 소리를 하시네요.”
아무리 내가 미필이어도 화생방 훈련 때 숨 들이마시면 좆된다는 건 안다. 그리고 설마 화생방 훈련을 하겠어.
이지원에게 본인의 생일파티에서 대마 사건이 터진다는 걸 미리 말해 줄까 말까 많이 고민해 봤다.
이지원과 별 연이 없는 사람이면 모르겠는데 상대는 리번이었다.
‘형, 형은 만약 친하긴 한데 나보다는 형과 친하지 않은 누가 형한테 내가 대마 필 거라고 멀리하라 하면 어떨 것 같아?’
‘개소리 말라고 쌍욕하겠지.’
‘그런데 내가 진짜 대마를 피웠으면?’
‘너 대마 피우냐……?’
‘아니, 가정이잖아, 가정. 그렇게 충격 먹은 얼굴로 보지 말아 줄래, 형? 누가 보면 내가 진짜 대마 피운 줄 알겠다.’
‘그러면 뭐…… 그래도 그 사람 보기 머쓱하긴 하겠지. 쌍욕한 시점에선.’
‘예전같이 지낼 수는 있어?’
‘사람에게 쌍욕해 놓고 다시 친하게 지내면 그건 미친놈 내지는 사이코 아니냐?’
용철이 형과의 대화를 떠올리면 역시 말하지 않는 게 베스트이긴 했지만, 마약 파티 주도자라는 헛소문으로 고생했던 회귀 전 G1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냥 넘어가기도 찝찝했다.
“형, 조심해요. 요즘 클럽에서 숨어서 대마 피는 놈들 좀 있대요. 단속 잘하셔야 할 듯.”
“야, 괜찮아, 괜찮아. 내 인맥 중에서 그럴 놈은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충고를 건네자 이지원이 건성건성 대꾸하며 다시 내 등짝을 짝, 쳤다.
몰라, 나는 할 만큼 했어.
* * *
신병 훈련소에서 속성 기본 교육을 받고 자대 배치를 받아 드디어 원년멤버들과 합류했다.
미니 앨범 활동 준비를 앞두고 있어 머리를 짧게 자르지는 못하고 가발을 썼다.
가발 티가 팍팍 나는 어색한 헤어스타일을 보고 있으니 남자는 머리빨이라는 말이 아주 잘 이해가 갔다.
“이번 촬영이 무슨 특집인지는 알고 온 거야?”
“모르고 왔습니다.”
왜인지 나를 보는 눈빛들이 짠했다. 나는 그 눈빛의 의미를 정확히 몇 시간 후에 이해할 수 있었다.
유격이라니, 유격 특집이라니!
행군부터 시작하여 유격 훈련장으로 끌려가며 속으로 울부짖었다. 하필 제일 빡센 시기에 제일 빡센 특집에 걸리다니!
PT 체조 6번에 이어 8번을 수행하며 왜인지 드는 기시감에 눈을 깜빡이다가 내가 이걸 언제 체험해 봤는지를 드디어 기억해 냈다.
우리 고등학교 체육 선생님은 우리한테 유격 훈련을 시키셨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