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37)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37화(137/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37화
그렇지 않아도 정신없을 당사자인 이지원에게 다이렉트로 묻기는 좀 그랬으므로, 발이 넓어 나름 소식통을 맡고 있는 김준범을 살짝 찌르자, 역시나 이야기가 줄줄 흘러나왔다.
“야야, 내가 또 그때 거기 있었잖아. G1 행님 초대를 받아서, 어? 그 역사적인 순간에 내가 있었다니까?”
“와, 부럽다.”
진심 가득 담긴 목소리로 대꾸해 주며 빈 김준범의 술잔에 소주를 다시 채웠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놈의 망할 에 그냥 서예현이나 김도빈 집어넣고 생일파티나 갈걸.
겨우 유격왕 타이틀&유격 조교 모자와 이런 개꿀잼 흥미진진 블록버스터 콘텐츠를 등가 교환하다니.
내 추임새에 감격이라도 받았는지 무슨 영웅담 늘어놓는 것처럼 으스대며 김준범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파티 시작 전에 갑자기 G1 형님이 마이크 잡고 자기 다 알고 있다고, 대마 가져온 놈 자수하라고 하데?”
와우, 설마 내가 경고해 준 것 때문인가? 도입부부터 흥미진진한 터라 잘못된 선택을 한 후회는 점점 더 깊어져만 갔다.
“그래서 분위기 1차로 망했는데 파티 한창 진행 중에 갑자기 G1 형님이 리번 어디 있냐고 찾더니 룸에서 대마 피우던 리번에게 죽빵을……!”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는 시늉을 하던 김준범은 옆에 있던 상열이 형한테 쌍욕을 듣고 조용히 주먹을 거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신고 때렸지.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리번이 술병 깨고 테이블 발로 차고, 고함이랑 쌍욕 오가고, 어휴 난리도 아니었다, 진짜.”
“아니, 뭔 반응만 들으면 대마가 아니라 LSD라도 한 줄 알겠네.”
“리번이랑 G1 형님이랑 둘이 좀 친했어? 둘 다 서로에게 배신감 느낄 만도 하지. 물론 한쪽이 선을 씨게 넘긴 했지만.”
상열이 형과 김준범이 주고받는 대화를 들으며 열심히 고기를 구웠다. 오늘은 그래도 소고기가 아닌 돼지고기라 내 지갑을 지킬 수 있었다.
“덕분에 경찰 오고 거기 있던 사람들 조사받고, 에휴.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고 마약 검사 받으라 해서 머리카락 뜯겼잖아.”
김준범이 술잔을 꺾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안 그래도 리번 그 인간 대마 피운다고 알음알음 떠돌긴 했는데. 브로커였다는 카더라도 있고.”
“아, 그게 떠돌고는 있었어요?”
“다들 쉬쉬한 거지. 힙합계에서 리번 영향력이 오죽하냐.”
내 물음에 상열이 형이 어깨를 으쓱하며 김준범 대신 대꾸해 줬다.
나야 회귀 전에 대마로 실형을 받은 걸 알아서 알고 있었던 건데, 이미 다들 쉬쉬하고 있던 사실일 줄이야.
‘자기 인맥에 그럴 놈들 없다더니.’
사실 G1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을 거다. 그러니 파티 시작 전에 마이크 잡고 경고했겠지.
“야, 그래도 어떻게 친구 생일파티에서 대마를 빨 수가 있냐? 이건 주최자 좆돼 보라는 거지. 만약 본인이 신고한 거 아니었으면 G1 형님도 꽤 귀찮아졌을걸.”
회귀 전에는 정말로 이지원이 아닌 다른 이가 신고해서 프로듀서 G1으로의 커리어가 무너질 뻔했다는 걸 알았기에 동감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싶은 이야기는 다 들었건만 김준범은 계속해서 입을 움직이고 있었다. 맨날 하는 그놈의 인맥 자랑이었다.
저러는데 어떻게 인맥 유지를 하나 싶었지만 당장 나도 소식 들으려 저 인간을 불렀다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납득했다.
슬쩍 상열이 형을 돌아보자 나만 믿으라는 듯 믿음직하게 엄지를 쓱 치켜세우며 고개를 끄덕인 상열이 형이 김준범의 말을 끊었다.
“시발, 너는 하루라도 인맥 자랑을 안 하면 입에 가시가 돋냐?”
“어, 돋는다! 어쩔래!”
상열이 형, 나이스!
* * *
곡 작업을 핑계로 이지원의 작업실에 발을 디디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물론 나를 비롯한 몇몇 한정이었다.
내가 생일 선물로 보낸 40인치 모니터가 이지원의 작업실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물론 50만 원은 훌쩍 넘는 가격이었으나 할인받아 샀다고 뻔뻔하게 밀고 나가니, 이지원 역시 내게 무어라 하지 못했다. 내가 50만 원 썼다는데 뭐라 하겠는가.
“군대는 잘 다녀왔냐?”
“에이, 5박 6일이 무슨 군댑니까.”
“가서 뭐 했냐?”
“유격 훈련이요.”
내 대답을 듣자마자 이지원이 웃음을 터트렸다. 운 드럽게 없는 놈이라고 내 등짝을 퍽퍽 처대는 건 덤이었다.
유격왕을 딴 이야기까지 해 주자 다시 한번 더 이지원의 손길이 내 등에 닿았다.
얼얼한 등짝에 몸을 비틀고 있자 이지원이 은근슬쩍 내 등에서 손을 뗐다.
“넌 내 생일파티 안 오길 잘했다. 나 마약 검사한다고 머리카락 존나게 뽑혔잖아, 그 씹새끼 때문에.”
제 정수리를 내게 보여 주며 이지원이 투덜거렸다.
“몇 가닥 뽑혔는데요?”
“몰라, 한 100가닥 뽑혔나?”
그 말에 반사적으로 내 정수리에 손을 턱 얹었다. 와씨, 100가닥이면 머리에 땜빵 생기는 거 아니야? 그러고 보니 이지원 정수리가 좀 휑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이지원 생일파티에 안 간 건 역시 잘한 선택이었나 보다. 머리숱이 휑하면 답도 없다.
“아, 새끼. 지 머리 아니라고 안도하는 거 봐라.”
이지원이 킬킬거리며 내 머리를 가볍게 헤집었다. 옆에 나를 앉혀 두고는 이지원이 편곡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 미니 3집 타이틀 후보곡들 작업이 거의 마무리되어 가는 중이었다. 공동작업까지는 아니고 편곡 정도만 이지원에게 맡겼지만, 지난번 와 달리 이번 편곡 과정에는 나 역시 참여했다.
어느 정도 작업이 진행되던 중, 슬쩍 말을 꺼냈다.
“형은 리번 선배님 이야기 몰랐어요? 제가 듣기로는 다들 알음알음 알고 있었다던데.”
빤히 모니터만 쳐다보던 이지원이 마우스에서 손을 뗐다.
“듣긴 들었는데…… 이제까지는 그냥 넘겼지. 에휴, 이 등신 같은 새끼.”
천장을 한 번 올려다보며 자조적인 헛웃음을 내뱉은 이지원이 색안경을 벗고 거칠게 마른세수했다.
“같은 크루였거든. 그 크루는 망했지만. 그래도 거기 있는 놈들 대부분 다 잘됐어.”
이지원의 입에서 줄줄이 나오는 이름들은 이 판에 몸담고 있으면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는 이름들이었다.
유명 레이블 수장도, 오버그라운드 탑급으로 평가받는 래퍼도 있었다.
“아니, 이 라인업으로 망하는 게 가능해요?”
내가 잠깐 몸담았던 우리 크루도 변방 쩌리들의 모임이었는데도 지금까지 안 망하고 어찌어찌 잘 굴러가고 있는데?
내가 입을 떡 벌리고 묻자 피식 웃은 이지원이 대꾸했다.
“오죽하면 우리도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놈들이라고 했겠냐.”
머리카락 100가닥이 뽑혔다는 말을 들은 뒤로는 유난히 휑해 보이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이지원이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아무튼, 내가 보아 왔던 박종석, 리번 그 새끼는 진짜 열정 넘치는 놈이었고, 무대 위에서 존나게 빛나고, 무대 그 자체를 즐기던 놈이어서. 그래서 변하지 않을 거라고 무의식중으로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사람에게는 제각기 다 열정 넘치던 시절이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타오르는 사람도 있는 반면, 그 열정이 소강하는 사람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나 역시 그 열정이 재가 되었던 기억이 있던지라 무어라 쉬이 말을 얹지 못했다. 물론 그런다고 내가 리번처럼 마약을 한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이 얼마나 건전한 방향의 소강이야. 그저 눈빛 안광만 잃고 팬사인회 대응 멘트만 잃었잖아.
안 그러냐, 시스템?
[ㄴ]이제는 문장형 답도 안 주네, 망할 시스템이.
“내가 너무 추억에만 머물러 있었던 모양이다.”
쓰게 웃은 그가 내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고맙다, 미리 말해 줘서.”
내가 미리 말해 준 건 그저 요즘 클럽에서 마약 많이 한다는 경고밖에 없었지만, 이렇게 자체 필터로 큰일을 예언하여 말해 주었다고 생각하신다면야.
편곡 작업을 마친 곡들이 들어 있는 USB를 가볍게 허공에 던졌다가 받으며 용철이 형한테 전화를 걸었다.
나랑 용철이 형의 사이는 이래 봐도 리번과 G1의 사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형, 정말로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내가 머리가 훼까닥 돌아서 마약에 손을 댄다는 소리가 들리면 얘가 그럴 리가 없다고 넘어가지 말고 죽빵을 때려서라도 꼭 막아 줘야 해! 알겠지?”
-이든아, 대낮부터 술 마셨냐?
영문 모르겠다는 용철이 형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전해져 왔다.
“무대 위에서 빛나고 열정 넘치던 예전의 나만 기억하면 안 된다고. 알았지?”
-네 싸가지가 빛나던 시절은 있어도 언더 시절 네가 무대 위에서 빛나던 시절이 있었냐? 그냥 우리 뒤에 끼어서 벌스 세 소절 찌끄리던 놈이.
쏟아지는 팩폭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아이돌 시절이 참으로 힘겨워 절로 머릿속에서 미화되고 있던 언더 시절이 다시금 내 머릿속에서 필터 없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래, 그땐 그랬지…… 간접 흡연은 일상이었지…….
내가 추억을 회상하느라 대답이 없자 용철이 형이 툭, 말을 뱉었다.
-너는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빛나니까 낮술 그만하고 빨리 들어가서 발 씻고 자라.
저도 말을 뱉어 놓고 민망한지 수화기를 멀찍이 떼어 놓고 무어라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용철이 형한테 감격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형, 나 낮술 안 했어.”
-이든아, 많이 힘드냐……?
에이씨, 이 형도 마지막까지 감동이 가는 법이 없어!
* * *
미니 3집 관련 회의가 소속사에서 진행되었다.
지금까지는 대표님이 또 얼마나 거지 같은 곡을 들고 올까 두근두근했지만 이번 곡은 어떤 곡을 들고 올지 알고 있었기에 별로 기대는 되지 않았다.
그야 대표님이 계속 꾸준하게 곡을 받아왔던 작곡가가 의 작곡가였기 때문이다.
한 우물만 파다가 우연히 유전이 얻어걸린 케이스였다.
타이틀곡 후보곡 세 곡을 차례로 1절씩만 재생하고 대표님께 턴을 넘겼다.
오랜만에 듣는 을 감상해 볼까 하고 턱을 괸 채로 눈을 감았다.
그런 내 귀에 들어온 건 낯선 멜로디였다. 낯선 멜로디, 낯선 스타일. 전혀 지금까지의 그 작곡가의 것이 아니었다.
웬일로 멀쩡한 곡을 받아왔느냐는 의문보다 이 곡을 작곡한 작곡가를 향한 의문이 더 컸다.
아무리 작업 스타일을 확 바꾼다고 한들 이렇게까지 다른 사람처럼 변할 리가 없었다.
“대표님, 지금까지 받아 오던 분 말고 다른 작곡가한테 외주 받아 오셨어요?”
눈을 뜨고 묻자 대표님이 놀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선 우리에게 한탄을 늘어놓았다.
“글쎄, 그 녀석이 이번에 다른 곳이랑 작업하게 됐다고 곡을 못 준단다. 내가 지금까지 해 준 게 얼만데. 세상에. 이렇게 홀라당 태세 전환을 해. 상도덕이 없어. 상도덕이.”
가정은 두 가지였다.
이 이번 회차에는 없거나.
누군가 을 가로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