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3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38화(138/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38화
내가 이 우리에게 오지 않은 이유에 초점을 맞춘 반면, 과거를 모르는 멤버들은 다른 곳에 초점을 두었다.
“그 녀석이요? 대표님, 왜 이렇게 작곡가님을 부르는 호칭이 친근해요?”
“맞아요, 꼭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 같잖아요. 서얼마 아니죠? 아무리 지인이라고 해도 그런 곡을 받아 온 건 좀.”
“그게, 친한 형 조카인데, 글쎄 그놈이 작곡을 좀 한다고 해서…… 그때 작곡가 구하기가 여간 어려웠잖아. 이 바닥에 사기꾼이 얼마나 많니. 내 지인 중에도 작곡가가 돈 들고 날랐다는 놈도 있다고 들어서 차라리 지인이 좀 믿음직스럽지 않나 싶어서…….”
득달같이 물고 늘어지는 류재희와 김도빈의 물음에 대표님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끝을 흐렸다.
“하하, 대표님이 바가지 쓰신 줄 알고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네요.”
“300만 원으로 곡을 사 온 게 아니라, 그냥 친한 형 조카한테 일거리랑 용돈 주셨구먼!”
“그것도 우리의 미래를 걸고! 대표님, 진짜 실망이에요!”
“맞아요, 작곡 가능한 건 윤이든도 마찬가지였는데! 심지어 퀄리티는 이쪽이 더 좋았는데! 야, 윤이든! 뭐라고 말 좀 해 봐!”
“오우, 350만 원짜리 기상 알람의 출처가 여기였다니. 용돈 준 거니까 기상에는 딱히 도움이 안 되셨겠다.”
그 구린 곡들의 출처가 인맥 사회의 폐해라는 걸 알게 된 레브는 난리가 났다.
오죽했으면 이런 자리에서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서예현도 언성을 높일 정도였다.
레브가 좆소일 때부터 우리와 함께해 온 직원들 역시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모양인지 대표님을 보는 시선이 떨떠름했다.
오직 기획실장만 알고 있었던 듯 표정이 평온했다. 저 인간도 문제야, 저 인간도.
이번에 대표님이 가져온 곡은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제법 괜찮았지만, 괘씸죄가 적용된 모양인지.
만장일치에 가까운 결과로 내가 작곡한 곡인 가 타이틀곡으로 선정되었다.
그 작곡가의 정체가 대표님 친한 형의 조카라는 건 미뤄 두고,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에 책상을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누가 가져간 거지?’
그 작곡가가 유명한가? No.
그러면 또 다른 대표님 같은 호구가 하나 더 있나? 그것도 글쎄. 대표님 정도의 운발이 없으면 진작 망하고도 남지 않았을까?
회귀 전, 으로 확 떴을 때야 몰라도 현재의 그는 그냥 무명이었다.
레브의 타이틀곡은 모두 내 곡이었고, 그가 작곡한 유일한 타이틀곡인 <내 우주로 와>는 언금곡이나 다름없었으니.
그러면 혹시 데뷔 초 레브 같은 중소 기획사 신인에게 곡을 팔았나?
이건 확신하기 힘들다. 레브의 앨범 수록곡과 중소 기획사 신인의 타이틀곡을 고르라 하면 대부분이 전자를 고를 테니.
그럼 다른 가정은 레브와 비슷한 급, 혹은 그 윗급의 그룹이 곡을 샀다는 건데…… 그런 그룹이 굳이 무명 작곡가의 곡을 살 필요가 있나?
“이든아, 회의 끝났는데 안 가?”
끝없이 뻗어 나가는 내 상념을 끊어 낸 건 견하준의 부름이었다.
“어어, 가야지.”
미련 없이 생각을 끊어내고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진실이 무엇이든 작업물이 세상에 공개되면 자연스레 알게 되겠지.
* * *
“안녕, 일몽이들!”
“안녕, 데이드림! 오늘은 저희 막내 라인이 프로젝트 하나를 기획해 봤어여. 일명 ‘모두 행복해져라’ 프로젝트!”
소속사 사옥 녹음실에서 카메라를 테이블에 올려놓은 채로 그 앞에서 손을 흔들고 깜찍한 표정을 지으며 인사하는 막내 라인을 보며 혀를 차다가 빙글, 의자를 돌려 앉았다.
거, 프로젝트 이름 한번 더럽게 촌스럽네.
도빈이 네 실력이랑 서예현 저 인간 실력이 견하준급만 되어도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데 말이다.
견하준은 미지근한 물로 목을 축이고 있었고, 그 옆에 앉아 있는 서예현은 거의 뚫고 들어갈 기세로 악보를 보고 있었다.
“자, 이든이 형, 여기 보세용.”
툭툭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에 따라 고개를 돌리자 내 볼을 쿡 찌르는 손가락이 느껴졌다.
“엌, 이런 고전에 걸리시다니!”
김도빈이 내 볼을 찌르고 있는 류재희 옆에서 입을 가리고 신나게 웃었다.
류재희는 내 볼에서 손가락을 떼지 않고 덜 익은 고기 찔러보듯 계속해서 쿡쿡 찌르고 있었다.
“말랑말랑…….”
“재희야, 재밌냐?”
“저도 형 볼에서 손을 떼고 싶은데, 감촉이 너무 중독적이에요…….”
손가락을 꾹 잡자 류재희가 슬그머니 제 손을 내 볼에서 떼어 냈다.
“그런데 카메라는 왜 가져왔어? 가사랑 음정은 다 익히고 그러고 있는 거지?”
“당연히 진작 다 익혔죠. 카메라는 작업 과정 Vlog 올리려고요. 팬들을 위한 깜짝 선물!”
“고발, 아니, 카메라 앞에서는 그나마 조금이라도 유해지는 형을 위한 특별 프로젝트!”
아, 그 말인즉슨, 크리스마스 기념송 녹음 때처럼 나를 카메라 앞에 세워서 내 입에서 유한 소리를 끄집어내겠다는 작전이시겠다?
싱글벙글 웃는 녀석들을 향해 인자하게 웃어 주며 물었다.
“도빈아, 재희야, 형이 뭘 챙겨 왔게?”
“혹시 형도 초콜릿 챙겨 오셨어요? 헉, 그러면 겹치는데……!”
“초콜릿? 그런 게 왜 필요해?”
특별히 챙겨 온, 강렬한 붉은색 컬러가 인상적인 유격 조교모를 머리에 턱 얹었다.
김도빈과 류재희가 서로에게 슬금슬금 붙으며 덜덜 떨었다.
“프로젝트 할 거야, 형?”
“일단, 일단 해 봐야 하지 않을까……? 이러다가는 Vlog 콘텐츠가 유격왕 이든이 형과 함께하는 즐거운 유격 녹음 활동이 될 것 같은데……?”
내 앞에서 속닥거리는 녀석들을 향해 삐딱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녹음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본 교관은 악마가 될 수도, 천사가 될 수도 있다. 알겠냐?”
서예현이 나 들으란 듯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쟤 괜히 보냈어.”
“불만이면 내가 나서기 전에 자원해서 갔다 오지 그랬어.”
투덜거리며 유격 조교모를 고쳐 쓰고는 김도빈을 향해 턱을 까딱했다.
“녹음실로 입장한다. 실시.”
내 지시에도 녹음실에 들어가지 않고 가만히 서 있던 김도빈은 무언가를 떠올리고 있는 건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내 미간이 슬며시 찌푸려지고, 보다 못한 류재희가 김도빈을 녹음실 안으로 떠밀려던 순간, 김도빈이 입을 열었다.
“ 보니까 조교들도 존댓말 하던데요?”
“존댓말 해 줘? 알았어. 똑같이 재현해 주지, 뭐.”
나는 그냥 조교모만 쓰고 분위기만 잡으려고 했는데 굳이 똑같이 재현해 주라면야.
“들어갑니다, 실시.”
그렇게 내 존댓말을 들으며 웃는 얼굴로 들어갔던 김도빈은…….
“다시 합니다.”
“똑바로 합니다. 음정 그게 다 익힌 겁니까?”
“박자 맞춥니다.”
“박자 똑바로 맞추라고 했습니다. 카메라 앞이면 더 잘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해야지, 형 작업 스타일이 유해지길 바라는 건 대체 무슨 심보입니까?”
“지금 5초 부르는데 음정이 그렇게 떨리면 어떡합니까. 보컬 레슨에서 뭘 배웠습니까. 레슨 받은 건 맞습니까?”
울기 일보 직전의 상태가 되어서 녹음실을 나왔다.
“형, 그냥 평소대로 해 주세요! 평소의 형이 너무 그리워요, 어허헝!”
우는 소리를 내던 김도빈이 내 옆에서 얼어 있던 류재희에게로 타깃을 돌렸다.
“막내 너 뭐 해! 우리 그 프로젝트 다 짜 놨잖아!”
“형 같으면 지금 이 상태의 이든이 형 입에 초콜릿을 물려 줄 수 있을 것 같아?”
어지간히 억울했던 듯 류재희가 씩씩거리며 따져 물었다.
“나한테 초콜릿을 왜 물려?”
“소노(小怒) 상태의 이든이 형한테 단것을 물려 주면 얼마나 분노 게이지가 가라앉을까 실험하기 용이요.”
“가라앉겠냐?”
헛웃음을 지으며 묻자 막내라인 녀석들은 그다음 실험이라며 견하준을 잽싸게 녹음실 안으로 들여보냈다.
“과연 이든이 형 취향 저격 음색의 소유자인 하준이 형이 이든이 형의 분노 게이지를 얼마나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인가!”
녹음실 부스 너머로 나를 보던 견하준이 마이크에 대고 웃음기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든아, 네가 그 모자 쓰고 지켜보고 있으니까 좀 부담스러운데. 도빈이가 왜 그렇게 떨었는지 좀 알 것 같네.”
“아, 그래? 그럼 벗지, 뭐.”
미련 없이 조교모를 벗자 막내 라인 녀석들이 뒤에서 쑥덕거렸다.
“역시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건 바람이 아니라 햇빛이라더니.”
“옷을 왜 벗겨?”
“형, 설마 이솝우화도 모르는 거야……?
김도빈의 멍충한 질문에 류재희가 경악했다.
서예현과 똑같은 표정으로 김도빈을 돌아보다가 시선이 마주하자 동시에 한숨을 내뱉었다.
쟤를 어쩌면 좋냐, 진짜.
견하준의 녹음은 언제나 그랬듯이 순탄하게 끝났다. 보컬 레슨을 받으며 더욱 다듬어진 실력 덕분에 내가 딱히 요구할 부분도 없었다.
흐뭇하게 웃고 있다가 견하준이 녹음실에서 나오자마자 다시 조교모를 턱, 썼다.
“그거 이제 안 쓰는 거 아니었어?”
다음 타자인 서예현이 다급히 물었다.
“아니? 그냥 하준이가 부담스럽다고 해서 벗은 건데?”
“나도 부담스러운데 벗어주라.”
“녹음 부스 들어가지도 않았으면서. 들어가고 말해.”
녹음 부스에 들어가 헤드셋을 쓰고 마이크 앞에 서자마자 서예현이 말했다.
“이든아, 부담스러우니까 그 모자 좀 벗어 봐.”
평소였으면 “야, 윤이든. 부담스러우니까 빨리 그 모자 벗어.”였을 텐데 카메라 앞이라고 나름 문장이 유해졌다. 덕분에 내심 카메라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물론 후자로 말했어도 딱히 들어주진 않았을 테지만?
“누가 교관 이름을 함부로 막 부릅니까.”
“그렇지 않아도 지옥 같은 녹음 시간을 더 지옥으로 만들지 말라고!”
“녹음자의 태도에 따라 본 교관은 천사가 될 수도, 악마가 될 수도 있다고 사전에 고지했습니다.”
“으아아악!”
“쓸데없는 곳에 낭비하지 말고 목청 아낍니다.”
턱을 괴고 지시하고 있자 내 어깨에 보송보송한 분홍색 담요가 걸쳐졌다.
“이건 또 뭐야?”
“핑크 테라피라고, 사람이 분홍색을 보면 공격성이 낮아진대요.”
내게 딸기우유가 가득 따라진 분홍색 머그컵까지 쥐여 주는 류재희를 툭툭 치고는 귀에 속삭였다.
“재희야, 네가 그다음 순서야. 그리고 더워서 공격성이 더 올라가고 있거든? 판단은 알아서 하자.”
류재희가 파드득 떨며 곧바로 내 어깨에서 담요를 치우고 딸기우유를 제가 원샷했다.
차라리 분홍색 색안경을 사 와서 씌워 주지 그러냐,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