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3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39화(139/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39화
녹음을 마친 서예현은 해쓱해져서 녹음 부스를 벗어났고, 악마 교관으로 현신했던 나는 류재희가 내 입에 물리려는 열한 번째 초콜릿을 밀어냈다.
“입이 달아서 짜증 지수가 더 오르고 있다, 재희야.”
“초콜릿을 열 개나 먹어도 돼? 그게 맞아?”
나오자마자 내가 먹은 초콜릿 수를 지적하는 서예현을 향해 류재희가 진지하게 말했다.
“이 초콜릿이 없었으면 형은 더한 지옥을 겪었을 수도 있어요.”
“그럼 잘 먹인 거네.”
서예현이 순순히 긍정하며 녹음실 뒤편의 의자에 털썩 앉았다.
류재희까지 순탄하게 녹음을 마치고 1차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편집 및 나머지 작업은 내 작업실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핑크 테라피는 실패했고요, 견하준 테라피는 성공, 그리고 초콜릿 테라피와 류재희 테라피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습니다.”
“류재희 테라피가 어딜 봐서 성공했다는 거죠?”
“제가 들어서 아는데 지시하는 어투가 조금 더 부드러워졌거든요.”
“그건 예현이 형 차례 다음이라서 힘이 빠진 게 아닐까요?”
“힘 빠진 거랑 마음에 들어서 어투가 부드러워진 것쯤은 구별 가능하거든요?”
카메라를 앞에 놓아두고 성공이네, 실패네 투덕거리는 막내 라인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한마디 쓱 던졌다.
“성공했다고 해, 그냥.”
“봤지? 내가 류재희 테라피 성공시켰잖아!”
의기양양하게 웃는 류재희의 얼굴을 보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대체 저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저러는 건지.
“네, 이렇게 ‘모두 행복해져라’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럼 저희는 다음 프로젝트를 들고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Dream of me!”
“필승.”
나를 비추는 카메라를 향해 유격 조교모를 쓴 채로 경례하자, 사방에서 야유와 원성이 쏟아졌다.
“아, 형!”
“이거 군대 콘텐츠 아니라고요!”
“쟤 진짜 괜히 보냈다고!”
* * *
녹음을 마친 날 저녁.
“하준이 형, 어디 가세요?”
현관에서 신발을 신는 견하준을 향해 류재희가 물었다.
저녁 10시에 가까워지는 이 늦은 시간에 외출을 하려 하는 견하준에게 멤버들의 시선이 쏠렸다.
아무래도 이런 적이 없었던 만큼 모두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제게 집중된 시선에 견하준이 부담스러웠는지 멋쩍게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누나가 숙소 근처에 잠시 볼일이 있는 바람에 숙소 앞에 들렸다고 해서, 잠깐 누나 얼굴 좀 볼 겸.”
“준아, 올 때 편의점에서, 읍!”
“이 밤중에 무슨 편의점은 편의점이야.”
견하준에게 심부름을 시키던 내 입을 옆에서 텁, 틀어막은 서예현이 타박했다. 손을 털어 내고 버럭버럭 소리 질렀다.
“아, 뭔 소린데! 리모컨 건전지 떨어져서 AA 건전지 하나 사 오라는 소리였는데! 한국말은 끝까지 들으라고, 좀!”
“세상에, 야식이 아니었어? 너 진짜 철들었다.”
감격 어린 얼굴로 나를 보는 서예현의 모습에 할 말을 잃으니 옆에서 김도빈이 깝죽거렸다.
“이게 다 형 업보죠, 뭐…… 새벽에 감자고로케와 더블초코크림빵을 드신 형의 업보…….”
“시꺼, 인마.”
김도빈의 머리를 거칠게 헤집자 녀석이 후다닥 소파 구석 자리로 몸을 피했다.
“야야, 하준아, 잠깐만!”
서예현이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는 견하준을 갑자기 제지했다.
“혹시 사생 만날 수도 있으니까 윤이든 데려가.”
소파에 늘어져서 티비를 보다가 갑자기 내게 튄 불똥에 인상을 찡그렸다.
“나는 왜?”
“아, 확실히…… 이 밤중에 둘만 만나면 하준이 형의 가족관계를 모르는 사람들은 오해할 수도 있고…… 역시 예현이 형 통찰력.”
고개를 끄덕거린 류재희가 척 엄지를 올리자 머쓱하게 볼을 긁적이며 서예현이 중얼거렸다.
“그냥 윤이든 인상이 사생 쫓아내기에 직빵이라서 그런 건데…….”
“누구를 사생 퇴치 부적 취급해?”
“나는 널 종이 취급한 적 없어. 경호원 취급은 했어도.”
“그게 그거지.”
“넌 종이랑 사람이랑 같아?”
“아니, 왜 또 이야기가 이상한 쪽으로 흐르는 건데.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그래서, 갈 거야, 말 거야? 너 안 가면 내가 가게.”
“가야지. 형이 퍽이나 사생 잘 쫓아내겠다. 준이 귀찮은 일만 생기지.”
투덜거리면서 소파 팔걸이에 대충 널브러져 있던 검은색 후드집업을 티셔츠 위에 걸쳤다.
현관으로 슬렁슬렁 걸어가 대충 슬리퍼를 꿰어 신자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류재희가 벌떡 일어나며 제안했다.
“잠깐만요, 아예 다 같이 가죠. 말이 확실히 안 나오게.”
“윤이든이 따라가는데도?”
“세상에는 상상력이 무궁무진한 사람들이 존재해요, 형.”
그렇게 해서 다섯 명 다 숙소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견하준이 누나를 부르자 아파트 입구 쪽에 서 있던, 견하준을 꽤 닮은 여자가 휙 돌아보았다.
“오, 누님. 오랜만에 뵙네요.”
내가 견하준의 옆에서 꾸벅 인사하자 나를 알아챈 견하준의 누나가 반갑게 내게 인사를 건넸다.
“이든이도 오랜만이네! 너도 이제 완전 연예인 되어 버렸다, 세상에.”
견하준의 누나하고는 뉴본 연습생 시절이랑 LnL 연습생 시절, 이렇게 두 번을 마주한 적이 있었다. 형은 한 번도 못 봤다.
“하준이랑은 잘 지내고 있지?”
“하하, 그럼요.”
냉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긴 했지만 지금은 잘 지내고 있으므로 고개를 끄덕였다.
“애가 워낙 막둥이로 오냐오냐 자라서 챙김만 받고 살았다 보니까 영 걱정되네. 제 앞가림은 하고 살게 가르치긴 했는데…… 혹시 숙소에서도 집처럼 그러지는 않지? 굳이 챙겨 주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둬도 돼.”
그게…… 우리가 하준이를 챙겨 주는 게 아니라 하준이가 우리를 챙겨 주는데요…….
걱정 어린 누님의 눈빛을 받으며 머쓱하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하준이 형 누님!”
나머지 멤버들과도 차례로 인사하고, 남매끼리 다정한 대화 시간을 가지는 동안 우리는 멀리 떨어지지 않은 옆에서 대기했다.
이제 봄에 접어든 날씨는 제법 선선했다.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을 지켜보다가 툭 내뱉었다.
“남매나 형제 있으면 좋나? 난 외동이라 모르겠다.”
“일단 누나는 몰라도 형은 최악이에요. 전 진짜 두드려 맞고 살았어여.”
“아뇨, 남동생이 더 최악이에요. 말 진짜 더럽게 안 들음요. 난 도빈이 형 형이 이해가 가. 남동생은 두들겨 패야지 말을 들어.”
“여동생은…… 어쩔 때는 좋은데 어쩔 때는…… 에휴.”
대화가 마무리되었는지 견하준이 우리를 향해 손짓했다. 견하준의 누나가 견하준에게 큰 상자가 담긴 투명한 봉투를 건네며 말했다.
“자, 가지고 가서 나눠 먹어. 남자애들이라 디저트를 좋아할지를 모르겠네. 내가 너무 하준이한테만 맞춰 버렸어.”
“어휴, 저희 디저트 환장해요.”
“맞아요, 저희 다섯 명 다 디저트 좋아합니다.”
김도빈의 넉살에 디저트는 살찐다는 이유로 카메라 앞이 아니면 입에 대는 일이 거의 없는 서예현도 말을 얹었다.
김도빈이랑 류재희야 아무거나 잘 먹으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도 단 걸 싫어하는 편은 아니긴 했고.
“잘 들어가, 누나. 혹시 본가 갈 일 있으면 부모님께 나 잘 지내고 있다고 전해 드리고.”
“조심히 들어가세요, 누님!”
견하준의 누나가 부른 콜택시가 도착하고, 콜택시가 떠나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신발을 벗자마자 거실에 놓인 테이블 위에 손에 들고 있던 디저트 상자를 놓아둔 김도빈이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견하준을 돌아보았다.
슬쩍 서예현을 돌아본 견하준은 찔러도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을 듯한 단호한 표정으로 팔짱끼고 서 있는 서예현의 모습을 보고 부드럽게 김도빈을 달랬다.
“나도 뭐 뭐 있는지 궁금하니까 열어 보기만 하자, 일단.”
상자를 오픈하자 치즈케이크와 초코가 가득 묻은 생크림 케이크, 딸기 생크림 케이크, 자몽 타르트, 컵에 담긴 티라미수 등이 상자 가득 들어 있었다.
김도빈이 입맛을 다시자마자 서예현이 쓱, 상자를 다시 닫았다.
“내일 먹어, 내일. 이 밤중에 먹으면 그거 다 살로 가는 거야.”
이걸 어서 우리의 눈앞에서 치워 버려야 한다는 사명이라도 받은 것처럼 서예현은 재빠른 속도로 디저트 상자를 냉장고에 넣었다.
내심 먹고 싶었던 듯 미련 남은 눈으로 냉장고를 바라보던 견하준이 시선을 떼며 말했다.
“내일 본방 시청하면서 먹으면 되겠네.”
“굳이 본방 시청을 해야겠어……?”
내 떨떠름한 물음에 김도빈이 짝짝 박수를 치며 대답했다.
“아, 당연하죠! 유격왕 이든이 형의 활약을 볼 수 있는 아주 절호의 기회!”
“재방으로 혼자 봐. 우리가 언제부터 서로의 개인 스케줄 본방 챙겼다고.”
투덜거리자 나머지 멤버들이 한마디씩 말을 얹었다.
“전 궁금한데요?”
“나도.”
“어, 얼마나 빡센 유격 훈련을 받고 오셨기에 나를 녹음실에서 그리 들들 볶으셨는지 한번 보자.”
“본 교관은 분명 녹음자의 태도에 따라 본 교관의 태도도 바뀔 수 있다 사전에 고지했습니다.”
“여기 지금 녹음실 아니거든?”
악몽이 되살아나는지 서예현이 진저리쳤다.
다음 날. 본방 시간.
거실 소파에 모인 우리는 디저트 상자를 앞에 놓고 티비를 틀었다.
“저 케이크 위에 체리 먹어도 돼요?”
초코 생크림 케이크에 올려진 체리를 가리키며 김도빈이 물었다.
일단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멤버들을 살폈다. 견하준과 서예현 역시 딱히 반대하지는 않는 눈치라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재희한테 물어봐.”
내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김도빈이 류재희를 휙 돌아보았다.
“류재! 나 이거 먹어도 돼?”
“어, 형 먹어. 나 체리 별로 안 좋아해서.”
“왜? 이 체리 맛있지 않아? 나 후르츠 칵테일에서 이거랑 투명하고 네모난 거, 그것만 먹었는데.”
“옛날에 입에 넣었다가 바로 뱉었어. 그 뒤로는 안 먹어.”
프로그램 방영 시작 전에 광고가 뜨는 틈을 타 다들 각자 먹고 싶은 케이크 혹은 타르트를 포크로 떠먹었다.
“케이크 안에 뭐 있는데? 포도인가?”
초코 생크림 케이크를 퍼 우물거린 류재희가 고개를 기웃하며 중얼거렸다.
“과일이 있다고? 체리네. 그냥 초코 생크림 케이크가 아니라 포레누아인가 보다.”
한 입 떠먹은 견하준이 웃으며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라고 덧붙였다.
디저트 상자는 방송 시작 전에 동이 났다. 누나에게 감사 인사랑 함께 보내 준다며 견하준이 휴대폰 카메라로 부스러기와 크림의 잔해만이 남은 디저트 상자를 찍었다.
결국 방송은 시작됐고, 훈련소에 끌려가며 얼타는 내 모습을 보며 멤버들이 웃는 동안 몸부림치고 있는데, 가쁜 숨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목을 벅벅 긁고 있는 류재희를 발견했다.
목 주변이 시뻘게진 걸 보고 다급히 녀석의 손목을 잡아 제지하니 식은땀을 뚝뚝 흘리며 류재희가 색색거리듯 겨우 말을 내뱉었다.
“형, 저 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