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4)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4화(14/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4화
연예계에서 이름 있는 중대형 기획사인 뉴본이 낸 신인 보이그룹 KICKS.
우리보다 6개월 먼저 데뷔한 그룹이었다.
데뷔 전부터 온갖 언플을 돌려 대는 건 물론이요. 음원과 뮤비에도 돈을 처바른 티가 팍팍 났다.
뉴본은 언더를 떠난 내가 두 번째로 오디션을 본 곳이었다.
참고로 첫 번째는 대형기획사였다.
춤이 어색하다고 떨어졌지. 여윽시 대형답게 성장형보다는 완성형을 선호하시더라고.
그리고 그런 뉴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데뷔한 게 바로 지금 내 앞에 있는 녀석들, KICKS였다.
“오랜만이다.”
손을 들어 인사하자 내게 아는 척한 녀석의 표정이 밝아졌다. 슬쩍 시선을 돌려 견하준의 표정을 살폈다.
연기돌이라는 명칭이 부끄럽지 않게 연기는 웬만한 배우 뺨치게 잘했던 견하준은 가장 오랜 시간을 붙어 있던 나조차도 가끔은 감정을 읽기 힘들 정도로 표정관리가 뛰어났지만 지금은…….
‘그냥 꺼지라고 할까……?’
불편하다는 티가 여실히 묻어나오는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게 저 녀석들은 나와 견하준이 몸담고 있었던 전 소속사에서 데뷔조로 함께했던 놈들이었으니까.
KICKS는 나와 견하준이 데뷔할 뻔한 그룹이기도 했다.
아, 정확히 말하자면 최종적으로는 ‘나만’ 데뷔할 뻔했군.
그리고 내게 친한 척 치대 오는 이 자식은 견하준을 제일 먼저 손절한 놈이기도 했다.
그래 놓고 견하준에게까지 아는 척하면서 인사하는 꼴을 보아하니 회귀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정신 못 차린 것 같군.
노골적으로 불편해하며 내 시선을 피하는 두 놈과 아무 생각 없는 거 같은 세 놈을 쭉 훑으며 물었다.
“너희 이번에 컴백했냐?”
“티저랑 음원 뜬 지가 언젠데! 우리한테 관심이 없구먼? 실망이야, 형!”
관심? 그 단어에 픽 웃었다.
지금은 7년의 세월을 거슬러 돌아와서 망돌길 헤쳐 나가느라 정신이 없어서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고, 예전에는 내가 뛰쳐나와 놓고도 배가 아파서 굳이 안 찾아봤지만, 그래도 눈앞에 보이고 들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회귀 전, 이놈들의 뒷면을 알고 있는 터라 친한 척 적당히 하고 꺼지라고 꼽이나 줄까- 생각했다. 하지만 견하준의 표정을 보니 이대로 보내기에는 아쉬웠다.
“너희 데뷔 앨범, 생각보단 잘됐더라?”
“원래 7인조였던 대형을 6인조로 뜯어고치느라 고생 좀 했지. 아, 절대 형 탓하는 건 아니야. 난 형 이해해. 형이랑 하준이 형, 둘이 엄청 친했잖아. 뛰쳐나갈 만했지.”
거봐, 제 버릇 개 못 준다니까.
웃으면서 하는 말 기저에 박혀 있는 가시에, 그 말을 들으며 아닌 척 웃고 있는 나머지 놈들에 올리고 있던 입꼬리를 비틀었다.
나름 힘든 연습생 생활을 거치며 동고동락해 온 녀석들과 함께 데뷔 조에 들고, 내 앞길에는 꽃길만이 펼쳐질 거라 자부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꿈꾸던 그 안락한 미래는 얼마 후, 새로운 연습생이 데뷔 조에 끼면서 금이 갔다.
새로운 연습생은 소속사 이사의 조카였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낙하산.
낙하산이라도 어느 한 방면에라도 천재였으면 0.1%정도 이해가 갔겠지만, 그놈은 춤도 노래도 예능감도 딱히 뛰어나지 않은, 굳이 따지자면 서예현 같은 놈이었다.
그런데 이제 외모도 서예현급이 아니라, 그저 방송국에서 수없이 치일 급이었다는 게 문제였지.
그룹은 애초부터 7인조로 기획되어 있었고, 낙하산을 넣으려면 데뷔 조에서 한 명이 빠져야만 했다.
그리고 그 한 명으로 견하준이 지목되었다.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연습생 기간이 제일 짧다는 게 이유였지만, 그렇게 치자면 제일 짧은 건 나였다. 내가 견하준보다 한 달 늦게 들어왔으니까.
[와, 니들은 이게 진짜 아무렇지도 않냐?] [어쩔 수 없잖아, 형. 난 데뷔하고 싶어. 눈 딱 한 번만 감으면 되는데 그게 어려워?]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은 건 저놈 하나였지만, 다른 놈들 역시 말만 하지 않을 뿐이지 눈빛은 비슷했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그 안도 어린 눈빛들이 아직도 눈앞에 훤하다.
견하준은 그렇게 낙하산에게 밀려 데뷔 조에서 방출되었고, 그 길로 뉴본을 나갔다.
[에휴, 시발. 너희들은 잘해 봐라. 난 도저히 쟤랑 한솥밥 먹으면서 하하호호하는 꼬라지 연출 못하겠다.]원래부터 있었다는 양 견하준의 자리를 차지한 낙하산의 모습에 회의감을 느낀 나 역시 데뷔 조 자리를 걷어차고 뉴본을 뛰쳐나왔다.
멀쩡한 실력 있는 놈 밀어내고 낙하산 꽂는 소속사라면 앞으로의 앞날도 어지간히 노답일 게 뻔했기에.
데뷔 조에서 방출되고 나선 내 연락도 꾸준히 무시하던 견하준은 내가 소속사 나왔다니까 바로 연락을 받더라.
[거기서 데뷔하지 너는 왜 나왔어.] [내 노래 가이드보컬 너만큼 마음에 들게 부르는 사람 없거든. 네 음색도 그렇고.]물론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지만. 노답 피하다가 진정한 노답을 만나 버렸지만…….
물론 뉴본에서의 데뷔를 포기하고 LnL로 들어간 건 온전한 내 선택이었으니, 많고 많은 소속사 중에 하필 LnL을 들어간 견하준을 원망하진 않는다.
그냥 이런 과거가 있음에도 내 천재 프로듀서 앞길을 응원해 주진 못할망정 삐져서 말도 안 건 회귀 전의 견하준이 좀 많이 얄미울 뿐이지.
아무튼 이게 나와 견하준, 그리고 KICKS가 엮인 연습생 시절의 과거였다.
낙하산에게 짧게 시선을 주고는 삐딱하게 웃으며 빈정거렸다.
“아, 이해한다는 새끼가 의리 넘치는 척하며 뛰쳐나가더니 저딴 노래로 데뷔하고 망해서 꼴좋다고 쪼갰냐?”
[비속어가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2]내 입에서 나온 말에 앞의 놈이 흠칫했다.
나 역시 빌어먹을 시스템이 주는 고통으로 움찔했지만, 타이밍 좋게 놈이 제 멤버들을 향해 고개를 휙 돌린 터라 가오를 지킬 수 있었다.
“너희들끼리 뒤에서 낄낄거렸던 말이 고스란히 들려와서 놀랐지? 나도 너희들이 내 뒤에서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해서 참 놀랐다.”
서로에게 의심 어린 시선을 보내는 놈들을 향해 히죽거렸다. 아무래도 내부 고발자를 찾고 있는 모양인데 유감이지만 평생 못 찾을걸.
시간이 돌아갔는데 어떻게 찾아. 아, 굳이 시간이 안 돌아갔어도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너무 의외라서.
회귀 전에는 친한 척 반가운 척 붙어 오는 KICKS를 굳이 멀리하지 않았다.
놈들은 적당히 성공한 2군 아이돌이고 우리는 금방이라도 해체해도 이상하지 않은 망돌로 처지가 하늘과 땅 수준이었지만 어쨌거나 한때 같은 연습실에서 동고동락했던 녀석들이었으니까.
서예현의 직캠 역주행 덕에 우리가 2군으로 올라오고 나서 묘하게 거리감이 생긴 걸 눈치챘다.
그런 나한테 KICKS가 뒤에서 해 왔던 뒷말들을 전해 준 건, 접점이라곤 데뷔 조 들어올 때 딱 한 번 대면했던 낙하산이었다.
[뭔 꿍꿍이냐? 아이돌 생활 질리기라도 했냐? 느그 그룹 뒷담 그룹으로 터트려 달라고?] [그냥, 그 인간들 또 그러고 있는 게 역겨워서 말해 주는 겁니다. 저도 당해 봐서 얼마나 기분 더러운지 아니까요. 앞에서 친한 척하다가 뒤에서 그 지랄하는 거.]쫓겨난 놈이랑 기회를 걷어차고 나간 놈이 망해 가고 있는 게 얼마나 재미있었겠어. 뒤에서 비웃고 욕하는 것도 모르고 하하 웃으며 받아 주는 게 얼마나 우스웠겠나.
자기들 발밑에 있어야 하는 놈들이 자기들과 동등한 위치까지 올라온 건 또 얼마나 속이 쓰렸겠고.
애써 입꼬리를 올려 웃는 상을 만든 놈이 내게 물었다.
“이든이 형, 그거 누구에게 들었어?”
“알아서 뭐 하게?”
회귀 전의 나는 그걸 전해 듣고 주먹으로 후려갈기기밖에 못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훨씬 더 큰 타격을 입히는 게 가능하다는 말씀.
내가 놈들에게 뿌린 건 의심의 씨앗이었다.
모두 내 연락처가 있는 걸 아는 이상, 서로가 내부 고발자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겠지.
우리 뒷담 깔 때는 똘똘 뭉쳐서 사이좋았지? 부디 이번에는 더 빠르게 불화설 터져서 빨리 해체해라. 너희들 면상 더는 보기 싫으니까.
“후속곡은 너희 기대처럼 안 망해서 어쩌냐? 뛰쳐나간 놈이 생각보다 잘돼서 미안하다?”
완전히 나락으로 처박힌 분위기에 친한 척 치대 오던 놈의 뒤에 있던 녀석이 분위기 수습을 시도했다.
“야아, 너무 날 새우지 마. 우리도 오랜만에 만난 게 반가워서 그런 건데.”
“반가워하는 놈들이 골라잡아도 꼭 거지 같은 소속사 잡아서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는 찰떡 컨셉 소화한다고 사람 뒷담화를 까냐?”
낙하산 놈한테 들은 가장 인상적이었던 뒷담을 고스란히 재현해 주었다.
마지막 어퍼컷에 KO당한 녀석들은 끝까지 서로를 의심 어린 눈초리로 보며 퇴장했다.
KICKS를 둘러싼 팽팽한 분위기는 대기실에서 쌈판이나 안 일어나면 다행일 정도였다. 태평한 건 오직 그 뒷담에 동조하지 않은 낙하산뿐이었다.
사람이 이렇게 재평가도 되네. 견하준 밀치고 들어온 낙하산이었을 때는 양심 없고 재수 없는 개노답이었는데.
“데뷔할 뻔했단 그룹이 저기였어?”
KICKS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마자 물어 오는 서예현에 고개를 까딱했다.
“너까지 끼어 있었으면 저긴 진짜 전설의 인성갑 그룹 됐겠다.”
“나 더는 아가리 털기 싫거든. 그러니까 제발 협조 좀 해 줘, 형.”
서예현이 또 시비를 걸어오는 통에 이마를 짚으며 손을 내저었다.
물론 서예현 본인은 솔직하게 말했을 뿐인데 제가 무슨 시비를 걸었냐고 아득바득 우겼다.
평소라면 나와 서예현을 말렸을 견하준은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런 그를 툭 치며 킬킬거렸다.
“오늘은 참지 그랬냐고 안 하네?”
“오늘은 잘했다고 해 줄게.”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린 견하준이 감사 인사를 전해 왔다.
“고마워. 그 자식들한테 한 방 먹여 줘서.”
“원래 이런 감사는 말이 아니라, 어어? 성의를 보이는 거야.”
“그래, 뭐 해줄까?”
“고마우면 평생 내 노래 가이드보컬 해 줘.”
평생 성대 착취 선언을 내뱉으며 씩 웃었다.
“난 역시 네 음색이 제일 좋거든.”
과거의 대화가 생각나는지 견하준 역시 피식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요? 제 음색은요, 형?”
“낄끼 하자, 막내야.”
나름 우리에게 의미 있고 감동적인 대화를 망치는 류재희의 머리에 손을 턱 얹자 뒤에서 헤어 망가뜨리지 말라는 코디의 경고가 들려왔다.
즉시 머리에서 손을 떼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중얼거렸다.
“저 자식들 꼴 보기 싫어서라도 우리 레브 1군까지 끌고 가련다, 내가.”
“오, 자신감 넘치는데.”
“몸 좀 빡세게 굴리면 안 될 거 없지.”
스케줄 열심히 뛰고, 밤샘작업 좀 하고, 나중에 프로듀서로 전향하는 형들 술자리 좀 따라다니고. 잠은 죽어서 자는 거다- 하고 빡세게 살아야지.
내 말에 김도빈이 움찔했다. 류재희와 시선을 딱딱 마주하는 꼴을 보자 내가 주어를 말하지 않았다는 게 떠올랐다.
그래도 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내 몸 굴린다고 했지 지네들 굴린다고 했나.
리더가 분골쇄신을 다짐하는데 막내란 놈들이 옆에서 수발들겠다고 나서지는 못할망정, 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