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42)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42화(142/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42화
#142
“KICKS는 또 우리랑 활동 기간이 안 겹치네요. 아깝당, 이번 노래 진짜 좋아서 제대로 짓밟아 주기 가능인데.”
KICKS의 컴백 소식을 본 류재희가 아쉬움에 혀를 찼다.
“안 겹치니까 얼굴 안 보고 좋네, 뭐.”
심드렁하게 대꾸하자 류재희가 눈을 깜빡였다.
“헐, 형, 왜 갑자기 KICKS에게 그렇게 관대해졌어요?”
“내가 봤을 땐 아무래도 그때부터였어. 이든이 형이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한우를 타왔을 때.”
“혹시 그때 껴안으면서 정이 드셨나요.”
“너희 바보냐? 정을 뗐으니까 그렇게 끌어안았지.”
혀를 차고 생수병의 물을 원샷했다.
“보통은 반대 아닌가요.”
“어어, 나는 아니야.”
퉁명스럽게 받아치면서 견하준을 연신 힐긋거렸다.
안 그래도 그걸로 냉전 일어났다가 겨우 화해했는데 다시 기름 붓냐, 이 망할 놈들아?
“그런데 이든이 형, 아직도 곡 작업할 거 남았어요? 안무 연습하고 피곤하실 텐데 요즘 맨날 작업실 가시네. 나머지 곡들은 외주 맡겼잖아요.”
“우리 작업물은 아니고. 다른 거 있어.”
네이비. 회귀 전, 를 받아간 그룹.
자본이 빵빵하지 않은 중소그룹 출신 보이그룹이라는 조건은 레브와 비슷했지만, 별 이상한 곡으로 데뷔한 우리와 다르게 내 곡으로 데뷔하자마자 루키 반열에 오른 녀석들.
비록 는 이제 온전한 레브의 곡이 되어 버렸지만, 녀석들은 아무 잘못도 없었으니 내가 좀 책임을 져 줘야 하지 않겠는가.
덕분에 와 분위기가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곡임이 느껴지는 곡을 작곡하느라 요새 대가리가 터질 지경이긴 했다.
“요즘 불면증도 다시 도지신 거 같던데…….”
류재희가 걱정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래도 지난번에 슬럼프 왔을 때보다는 나아. 지금은 간간이 눈이라도 붙이지, 그때는 진짜 잠도 안 왔으니까.”
뻑뻑한 눈가를 문지르며 투덜거리자 류재희가 슬그머니 말을 얹었다.
“수면제라도 처방받는 건-”
“됐어.”
냉정하게 말을 잘랐다.
수면제는 딱 질색이었다. 그냥 거부감이 느껴진달까.
“그런데 내 유격 조교모 어디 갔냐? 내일도 연습실 가지고 가려고 했는데 왜 안 보여?”
“세탁기 안에 있는 게 아닐까요.”
“야, 그거 세탁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빨아? 어쭈, 눈 슬슬 피한다? 김도빈, 너냐?”
“아니요! 저는 진짜 아닌데요! 저는 그냥 의견을 내신 분 옆에서 굿 아이디어라고 박수 친 죄밖에 없는데요!”
“그럼 의견 낸 놈 누구야?”
김도빈이 입술을 꾹 다문 채로 고개를 맹렬하게 저었다.
“오우, 도빈아. 형이 의견 낸 놈보다 만만한가 보다? 의견 낸 놈이 하준이 아닐 시 각오해라?”
“저는 절대로 예현이 형이라고 말 못 해요!”
눈을 부라리며 협박성 경고를 던지자 김도빈이 눈을 질끈 감으며 이실직고했다.
내가 그럴 줄 알았지. 미간을 구기며 방문을 벌컥 열고는 소리쳤다.
“아, 형! 뭐하자는 건데!”
백금발 머리로 염색한 서예현이 부스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흑발이 제일 착붙이라며 서예현의 염색을 피했던 스타일리스트가 지금까지의 자기 선택을 후회했을 정도의 비주얼이었다.
참고로 나는 드디어 내 머리카락을 염색으로부터 지켰다. 덕분에 이번에는 흑발로 활동할 수 있었다. 머리색이 스포될까 봐 모자를 뒤집어쓰며 주의하고 다니던 나날들은 이제 안녕이었다.
“하암, 소리 지르려면 먼저 노크 좀 하고 들어와.”
“내 방이기도 한데 무슨 노크는 노크. 아니, 그리고 남의 모자를 왜 허락도 없이 세탁기에 던져 넣고 난리야?”
“나 그 빨간 모자 볼 때마다 PTSD 와.”
“오, 내가 모르는 사이에 군대 다녀왔어?”
“아니, 녹음실 PTSD. 태워 버리고 싶은 거 그냥 곱게 빨았으니까 합의 보자, 우리.”
피곤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누웠던 서예현이 다시 몸을 벌떡 일으켰다.
“말 나온 김에 방이나 바꾸자. 우리 슬슬 방 바꿀 때 안 됐어?”
게임 하기도 귀찮았으므로 제일 심플하고 공정한 사다리타기로 방을 정했다.
결과는…….
윤이든-김도빈
서예현-류재희
견하준
“준아, 방 바꿀래?”
내 물음과 김도빈의 간절한 눈빛에 견하준이 미소 지으며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도빈이랑 좀 친해져 봐.”
다급하게 김도빈의 어깨에 팔을 턱, 얹고선 최대한 친근한 사이를 연출했다.
“우리 진짜 친한데? 굳이 친해질 노력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친한데? 그렇지 도빈아?”
빨리 동조하라는 뜻으로 눈썹을 치켜 올리자 김도빈이 삐거덕거리더니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필사적으로 외쳤다.
“네네, 그럼요! 저희 진짜 친해요! 그러니까 제발 방 좀……!”
“도빈아, 연기는 좀 배워야겠다.”
싱긋 웃은 견하준이 짐을 가지러 제 방으로 매정하게 들어갔다.
엎드려 좌절하는 김도빈의 옆에서 나 역시 넋 나간 얼굴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내 독방의 꿈이 또…….
* * *
컨셉 포토 및 뮤직비디오 촬영일.
우리가 뮤직비디오를 찍으러 도착한 곳은 무려 해외의 세트장이었다. 스피또 1등 당첨의 위력은 이렇게 컸다. 물론 똑같이 스피또가 당첨되었음에도 회귀 전 은 국내 촬영이었지만.
머그샷 촬영을 위하여 눈금이 그어진 배경 앞에 선 우리는 촬영이 준비되는 동안 키 재기에 바빴다.
“야야, 똑바로 서 봐. 도빈아, 까치발 들지 마라. 다 보인다.”
“아니, 말도 안 되는데요? 제가 재희랑 이만큼이나 차이가 날 리가 없는데요?”
“아니야, 얘 이제 나랑 비슷해. 몇 개월 사이에 또 훅 컸어.”
이제는 나를 넘을락 말락 하는 류재희의 정수리에 손을 턱 얹으며 말하자, 류재희가 한껏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단체사진을 찍기 전에 개인샷부터 먼저 촬영을 시작했다.
이름과 수인번호가 적힌 판을 들고 배경 앞에 섰다. 한쪽 손에는 수갑을 매단 채로 삐딱하게 판을 들고 턱을 치켜 올렸다.
의상은 한껏 패셔너블하게 꾸민 죄수복 점프수트와 라이더 자켓, 이 두 가지 버전이었다.
귀에 주렁주렁 매단 피어싱이 묵직하게 흔들렸다. 이래서 늘어지는 피어싱은 취향이 아니라니까, 쯧.
한껏 불량한 자세와 표정으로 촬영을 마치고 멤버들의 촬영을 구경했다.
여유롭게 웃으며 카메라를 바라보는 서예현은 혼자서 컨셉 포토가 아니라 화보 촬영 중이었다. 익숙한 흑발 대신 드러난 백금발 머리가 이질감을 더했다.
은발로 염색한 류재희도 젖살이 확 빠져서 그런지 이전의 순둥한 막내 모습과 영 거리가 있어 보였다. 카메라를 보며 삐딱하게 웃는 모습에서 무언가 기시감이 느껴져 눈을 깜빡였다.
“막내가 이든이 형처럼 웃고 있어……”
김도빈의 중얼거림 덕분에 그 기시감이 뭔지 깨달았다. 빡치면 앞머리 쓸어 올리는 버릇도 그렇고, 은근히 나를 많이 따라 한단 말이지, 저 녀석.
김도빈은 호승심 강한- 다른 말로 하면 좟밥 – 양아치 콘셉트로 촬영을 마쳤고.
견하준은 ‘웃고는 있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흑막’ 콘셉트를 잘 소화해 냈다.
단체샷까지 촬영을 마친 후, 우리는 한자리에 모여서 모니터링했다.
“이게 더 괜찮게 나오지 않았어요?”
“제 생각에는 이게 더 괜찮게 나온 것 같은데!”
“아, 너만 잘 나온 거 고르지 말라고!”
“야야, 이 싸가지 없는 짜식들아. 감독님 계시는데 목소리 또 높여라?”
“죄송함다…….”
서로 제가 더 잘 나온 컷을 뽑느라 치열한 막내라인과 달리 우리 셋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 어느 컷이든 대충 다 잘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뮤직비디오 촬영이 시작되었다.
개인 컷을 찍기 위해 불려간 나는 내 앞에 놓인 바이크를 보고 당황으로 눈을 깜빡였다.
“이든 씨, 혹시 바이크 탈 줄 알아?”
“바이크요? 운전면허는 있긴 한데 원동기나 2종 소형 면허증은 따로 없는데요.”
사고 나면 바로 골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해서 2종 소형 면허증은 딸 생각도 하지 않았다. 덕분에 바이크는 스포츠카로 체인지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내가 포기한 바이크는 서예현이 받아서 촬영했다고 한다. 스무 살 때 2종 소형 면허증을 땄다나. 오토바이 같은 거에는 시선도 안 주는 모범생인 줄 알았는데 존나 의외였다.
오늘치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자 매니저 형이 서예현을 불러 말했다.
“예현이 너한테 드라마 촬영 스케쥴 제안이 들어왔는데, 검토해 보고 여부 알려주라 하시대?”
드라마, 드라마라면…… 서예현이 무어라 대답하기 전에 다급히 끼어들었다.
“좀 생각해 보고 말해 줄게, 형!”
“아니, 이든이 너 말고 예현이라니까…….”
“그래, 알아!”
떨떠름한 얼굴로 내게 끌려온 서예현이 나를 휙 돌아보며 물었다.
“뭐야, 왜 그래?”
“형, 연기 진짜 하고 싶어?”
“하면 좋지.”
“안 돼. 하지 마.”
“저도 솔직히 예현이 형이 연기하는 건 좀…”
류재희까지 슬쩍 끼어들어 거들자 서예현의 표정이 점점 더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또 불화설이 일어나게 생겼다는 판단에 다급히 조치를 취했다.
결국 우리는 나와 견하준이 함께 쓰는 호텔 방에 모여 회의를 시작했다.
“레브 제230회 회의를 개최하겠습니다.”
“대체 뭘 했기에 벌써 230회야?”
“닭가슴살에 허니머스타드 뿌려 먹는 건 괜찮다vs안 괜찮다가 마지막 회의였잖아요.”
활동 준비 내내 다이어트 명목으로 샐러드와 닭가슴살만 먹어야 했는데, 그 퍽퍽한 식감에 질리는 바람에, 특단의 조치로 막내라인과 함께 닭가슴살에 허니머스타드를 뿌려 먹었다가 너희 지금 뭐 하는 거냐는 서예현의 경악과 함께 회의가 시작되었지.
그 회의는 허니머스타드 칼로리 한 번 찾아서 읽어 보라는 서예현의 지랄로 10분도 안 되어서 끝났다. 아니, 허니머스타드 칼로리가 그렇게 높은 줄은 몰랐지.
이 상황이 여간 마음에 안 드는지 서예현은 불퉁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스케쥴 받는 건 예현이 형 마음 아니야? 굳이 이렇게 회의까지 하면서 막으려고 하는 이유가 있어?”
“내 말이.”
서예현이 못마땅하다는 태도로 말을 얹었다.
견하준의 그 물음에 서예현을 딱히 달갑게 여기지 않았던 나조차도 그에게 동정심을 가지게 만든 회귀 전의 ‘그 일’을 회상했다.
회귀 전, 그 드라마에 출연했다가 발연기돌 및 로봇돌이라는 별명만 붙어서 돌아온 서예현을.
저 드라마를 촬영한 이후로, 서예현에게 광고 요청은 들어와도 연기 스케쥴은 들어오지 않았다.
연기학원을 다녀도 도저히 나아지지 않는 연기 실력에, 만약 드라마나 영화 관련 스케쥴이 들어와도 서예현 측에서 먼저 자르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지만 이걸 어떻게 말한단 말인가! 네가 연기를 더럽게 못 해서 조롱거리까지 된다는 걸 어떻게 당사자 앞에서 말하냐고! 물론 말할 수는 있는데 그러면 내 초심도가 깎일 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