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4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45화(145/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45화
“저희 얼른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상황 파악을 마친 류재희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미 김도빈은 패닉이라도 온 건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로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셋 다 한 번에 뛰면 누가 타깃이 될지 모르니까 뛰지 말고 둘이 붙어 있어, 일단.”
나도 솔직히 총 든 괴한을 뒤에 든 입장으로서 매애애우 쫄리긴 했지만, 옆에 동생들이 있었기에 불안감을 표출할 수 없었다.
나까지 불안해하는 티를 내면 이 녀석들의 멘탈이 완전히 나갈 게 분명했으므로.
그래도 이럴 때를 대비해서 내가 또 챙겨 온 게 있지. 애써 태연한 척하며 져지 주머니에 손을 넣다가 멈칫했다.
‘시발, 어디 갔지……?’
텅 빈 주머니를 마주하자 손이 덜덜 떨렸다.
덜덜 떨리는 손을 들키지 않도록 계속 주머니 안에 쑤셔 넣은 채로 머리를 굴렸다.
대체 언제 떨어뜨린 거지? 주머니 안 잠긴다고 대충 걸쳐 놨던 게 문제였나?
그러는 와중에도 우리 뒤를 따라오고 있는 남자는 점점 우리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좁혀지는 거리에 류재희와 김도빈이 손을 꼭 잡고 오들오들 떨었다.
잠깐, 그러고 보니 여기는 총기 허가국이 아닐 텐데 저 새끼는 어떻게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거지?
기어이 우리를 따라잡은 남자가 우리에게 총을 겨누며 무어라 소리쳤다.
가까운 거리에서 겨눠진 총구에 딱딱하게 굳은 막내 라인을 내 등 뒤로 보내며 괴한을 훑었다.
체구는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들고 있는 총이 문제였지.
바로 그때, 총신에 붙여진 채로 반짝이는 스티커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 스티커를 본 순간 긴장이 풀리며 일이 어떻게 된 건지 대강 예측할 수 있었다.
“어어, 쏴 봐.”
삐딱하게 웃으며 괴한에게 말하자 옆에서 류재희가 식겁했다.
“형, 미쳤어요? 아니, 총 들고 있는 사람에게 도발을 하면 어떡해요!”
“설마 한국말 알아듣지는 못하겠지……? 지금이라도 돈이랑 들고 있는 거 다 주고 튀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얘들아, 여기 총기 허가국 아니다.”
“그럼 저건 뭔데요?”
“짭.”
내가 주머니에 손을 넣자 무어라 협박하는 듯한 목소리가 한층 더 커졌다.
아랑곳하지 않고 주머니에 대충 쑤셔 박았던 콜라 캔을 꺼내며 못 박듯 한 번 더 말해 주었다.
“저거 내가 챙겨 온 소품용 권총이라고.”
여전히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린 채, 뭐라고 발광하는 괴한을 보다가 콜라 캔을 따 괴한의 얼굴, 정확히는 눈을 향해 시원하게 뿌려 주었다.
비명을 지르며 눈으로 손을 가져다 대는 괴한의 팔을 꺾어 제압하고는 소품용 권총을 낚아챘다. 손에서 빙그르르, 권총을 한 바퀴 돌리며 말했다.
“미안한데 소품은 반납해야 해서 말이야.”
어디, 소품인 걸 아는지 모르는지나 한 번 봐 볼까?
괴한에게 총을 겨누자 제게로 향한 총구에 괴한이 혼비백산하며 뒷걸음질 치더니 미친 듯이 달려 도망갔다. 아무래도 몰랐던 모양이었다.
괴한이 사라지자 김도빈이 바닥에 스르륵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린 모양이었다.
“형, 여기에서 주저앉으면 안 돼! 빨리 일어나! 적어도 호텔까지 들어가서 주저앉으라고!”
류재희가 그런 김도빈을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괜찮아. 이거 있잖아.”
총 걸쇠에 손가락을 걸고 가볍게 한 바퀴 돌리자 류재희가 총신에 붙여진 스티커를 발견하고 물었다.
“그러고 보니까 이거 뮤비 소품 아니에요?”
“어어, 호텔 근처가 치안 안 좋다고 해서 한국에서 반납한다고 하고 호신용으로 챙겨 왔지.”
“와, 진짜 총인 줄 알고 완전 쫄았네.”
가슴을 쓸어내리던 류재희가 눈을 깜빡였다.
“그런데 왜 우리 뮤비 소품이 저 인간 손에 있었던 거예요?”
“이런 일 있을까 봐 혹시 몰라서 챙겨 왔는데 내 주머니에서 빠졌나 보다, 하하. 누가 주워서 역으로 협박할 거라고 내가 알았겠냐.”
내가 하하 웃자 김도빈이 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외쳤다.
“혼란스러워! 이든이 형에게 감사해야 할지, 아니면 굳이 소품용 총을 챙겨 와서 이 사달을 만든 형을 원망해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짜식아, 어쨌든 강도를 쫓아 줬는데 당연히 감사해야지.”
“맞아, 고마워하자, 형. 어쨌건 총이 가짜인 거 먼저 알아채고 우리한테 말해 준 것도 이든이 형이고, 총 뺏고 제압한 것도 이든이 형이잖아.”
“그런가?”
나랑 류재희의 말에 설득당했는지 김도빈이 고개를 기웃했다. 류재희가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무튼, 형. 멋있었음요.”
“어어, 그래.”
져지를 입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등을 적신 식은땀을 막내라인 녀석들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어서 말이다.
와씨, 타국에서 총 맞고 사회면에 나오는 줄 알고 식겁했네.
다시 호텔방으로 돌아오자마자 김도빈이 서예현에게로 와락 달려들었다. 확실히 둘이서 댄스 연습하면서 많이 친해지긴 친해진 모양이었다.
“예현이 혀엉! 우리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요? 아니, 진짜 저 오늘 총 맞는 줄 알았어요! 야식과 목숨을 등가교환 할 뻔!”
“여기 총기 허가국 아니잖아.”
서예현은 자연스럽게 그런 김도빈의 손에서 봉지만 쓱 스틸하고선 몸을 피했다.
봉지를 살핀 서예현은 우리가 사 온 과자랑 빵, 육포, 맥주 등의 간식거리들을 미묘한 얼굴로 보다가 음료수를 보고 웬일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오, 그래도 탄산음료는 안 사 왔네? 장하다, 진짜. 아니, 생각해 보면 고작 이런 걸 보고 장하다고 생각하는 게 어이없긴 한데…….”
우리 셋은 슬쩍 시선을 교환했다. 사 오긴 사 왔지. 괴한 놈의 눈에 양보해서 문제지.
“무슨 일 있었어? 그러게, 치안 안 좋으니까 조심하라고 했잖아.”
견하준이 김도빈의 등을 두드려 주며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웬 미친놈이 총을 들고 우리를 따라왔는데 그게 사실 이든이 형 총이어서……! 그런데 그게 짭총이었고, 그래서 이든이 형이 제압을……!”
“뭔 소리야……?”
횡설수설하는 김도빈의 말에 호텔 어메니티로 제공되는 생수 뚜껑을 까며 서예현이 눈썹을 치켰다.
“총 든 강도 만났는데, 그게 내가 흘린 이 소품용 짭 권총이라 무사히 제압하고 소품도 되찾고 호텔까지 무사 귀환함.”
내 간략하고 요점만 딱딱 집어 낸 설명에 서예현이 입을 떡 벌렸다.
“와, 진짜 야식이랑 목숨 등가 교환할 뻔했네. 그러게 야식을 안 먹는다 했으면 이럴 일도 없었잖아.”
“이든아.”
견하준이 내 이름을 부른 순간 직감했다. 아, 이건 견하준의 잔소리 모드 on이다.
고개를 푹 숙인 척하며 다급하게 류재희에게 문자를 보냈다.
[막내야 한국 시간 지금 몇 시냐?]휴대폰에 도착한 문자를 보며 바로 옆에 있는데 왜 문자로 말하냐는 듯한 표정을 짓는 류재희를 향해 빨리 답장이나 하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류재희- 오후 8시요] [ㅇㅋ 빨리 OA앱 틀어] [류재희- 네? 갑자기요?] [빨리 틀어 빨리]견하준의 잔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이거 하나뿐이다.
“일단 동생들을 지킨 건 좋은데 대체 소품용 총을 왜-”
“안녕, 일몽이들! 오랜만이에요!”
후드에 김도빈의 캡모자까지 단단히 뒤집어쓴 류재희가 휴대폰 화면을 보며 인사하자, 견하준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그쪽을 향하여 돌아갔다.
“재희야, OA 라이브 틀었어?”
“넹…….”
고개를 끄덕이며 내 쪽을 향해 필사적으로 눈짓을 하는 류재희의 모습에 견하준이 가늘게 눈을 좁혔다.
내 손에서 휴대폰을 휙 가져간 견하준이 류재희와 나누었던 따끈따끈한 채팅을 훑었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얼굴로 이불을 들어 서예현의 머리가 보이지 않도록 덮어 준 견하준이 류재희의 휴대폰 화면에 대고 싱긋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데이드림. 오랜만이네요.”
“안녕, 데이드림.”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던 서예현이 손만 쏙 내밀어 인사했다. 류재희가 찾아가는 카메라 서비스를 친히 행해 주자 이불로 얼굴을 가리며 서예현이 중얼거렸다.
“아, 지금 노메이크업인데…….”
“데이드림, 보고 싶었어요!”
불쑥 휴대폰 화면에 얼굴을 들이밀어 서예현을 가려 주며 격렬하게 손을 흔들었다.
덕분에 견하준의 잔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매우 감사합니다! 내 진심 어린 외침에 후드집업 모자를 뒤집어쓴 채로 슬쩍 내 옆에 낀 김도빈 역시 매우 격렬하게 데이드림을 반겼다.
“저도여! 저도 진짜 보고 싶었어여! 저 진짜 데이드림 다시는 못 만나는 줄 알았잖아요!”
[왜 무슨 일 있었어???] [지금 애들 뮤비촬영한다고 출국하지 않았나?] [울 강강쥐 무슨 일이야ㅠㅠㅠ]쭉쭉 올라가는 채팅창에 우리가 야식을 사러 갔다가 총기 든 괴한 만난 썰을 신나게 풀어 놓는 김도빈의 옆에서 한 마디씩 보탰다.
[와 그래도 스티커 붙여져 있던 게 천만다행…… 그거 아니었으면 소품 권총인지 몰랐을 거 아니야] [그래도 그 상황에서 동생들 자기 등 뒤로 보냈다는 게 진짜 대단하다] [진짜 참리더] [와우…… 콜라를 눈에 뿌렸…… ] [윤리다 간 얼마나 큰 건데,,,]“아무튼, 그래서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큰일 날 뻔했죠.”
“매니저요? 야식 사러 매니저 형 몰래 간 거라서, 하하…….”
내 간단 요약본만 들었을 때도 영 좋지 않았던 견하준의 표정은 김도빈이 약간의 과장을 섞어 풀어 놓은 썰을 들으며 점점 심각해졌다.
그리고 나는 OA 라이브가 끝나고 견하준과 내가 묵는 호텔방에서 끝없는 잔소리를 듣게 되었다.
역시 OA 라이브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꼴이었나. 어쨌건 잔소리 엔딩은 똑같은데 말이야.
* * *
다시 한국으로 컴백하고 처음 맞는 주말.
“어, 시작한다!”
류재희의 외침에 멤버들이 하나둘 거실로 나오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 나와 류재희의 손에 들린 리모컨을 뺏으려 시도했으나.
“아, 보지 말라고!”
리모컨에 닿기도 전, 견하준과 서예현에게 양팔을 붙들려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며 외쳤다.
“형이 이렇게 나오시면 궁금하니까 더 보고 싶잖아여.”
“맞아. 대체 무슨 장면이 나오길래 그렇게 필사적인지 궁금하잖아.”
“별 장면 안 나와! 노잼이라고! 그냥 보지 마!”
“별 장면이 안 나온다면 왜 저희가 못 보게 막으시는 거죠?”
눈치 보며 군가를 따라 부르던 모습과 화생방이 끝나자마자 눈물 콧물 다 쏟으며 뛰쳐나왔던 모습, 참호 격투를 하며 흙탕물을 뒤집어썼던 모습, 리펠 훈련 때의 모습이 머릿속을 촤르륵 스쳐 지나갔다.
시발, 역시 시청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