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4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46화(146/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46화
[지난주!] [차세대 에이스 이든의 활약으로 돌격형 참호격투에서 우승을 거둔 팀]붉은색 머리띠를 이마에 질끈 동여맨 윤이든이 상대팀을 밀치고 돌파에 성공하여 상대의 참호 깃발을 뽑아 든 지난주의 하이라이트가 빠르게 지나갔다.
“차라리 머리를 자르고 가시지.”
윤이든의 어색한 스포츠머리 가발에 류재희가 혀를 차자 견하준이 가볍게 대꾸했다.
“그럼 지금 길이가 애매하지 않았을까? 그나마 저 때 저 가발을 썼으니까 딱 스타일링하기 좋은 머리 길이로 잡혔지.”
“아, 그런가?”
납득한 류재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윤이든이 으르렁거렸다.
“머리를 자르고 뭐고, 이거 안 푸냐?”
윤이든의 상체에는 녹음실의 ‘모두 행복해져라 프로젝트’의 핑크 테라피를 위해 류재희가 구매했던 분홍색 담요가 움직임을 제약할 목적으로 칭칭 감겨 있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급 난이도의 리더 몸에 담요 감기 프로젝트는 목표물인 윤이든을 제외한 레브 멤버 모두의 참여, 특히 견하준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렇지만 형이 계속 리모컨을 뺏으려 하잖아요.”
윤이든과 멀리 떨어진 소파 끄트머리에서 리모컨을 소중히 껴안은 류재희가 대꾸했다.
손까지 몸통과 함께 꽁꽁 묶여 있어 습관적으로 앞머리도 쓸어 올리지 못하고, 한숨만 내뱉은 윤이든이 제 허벅지를 묵직하게 짓누르고 있는 서예현의 상체를 내려다보았다.
“야, 형, 몸뚱이 안 비켜? 평소에는 맨날 소파에 등 기대고 바닥에 앉는 인간이 왜 남의 허벅지 위에 눕고 난리야?”
윤이든이 이를 악물며 말하자 서예현이 코웃음을 쳤다.
“네가 계속 티비 쪽으로 가서 전원을 끄려고 하잖아. 그리고 야라고 부르든지 형이라고 부르든지 하나만 하지?”
“야, 비켜.”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 하다가 저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윤이든이 일부러 도발했음을 깨닫고 다시 누운 서예현이 눈을 부릅떴다.
“야? 야아?”
“아이고, 무서워라.”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얼굴로 삐딱하게 웃은 윤이든이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나 참, 이거 하나 보겠다고 리더한테 쿠데타라니. 봐라, 봐. 방해 안 할 테니까.”
“담요 풀지 마. 얘 말은 이렇게 해 놓고 담요 푸는 순간 리모컨 바로 빼고 티비 전원 뽑아 놓는다.”
서예현의 경고에 속내를 들킨 윤이든이 혀를 찼다.
[2라운드, 원형 참호 격투!] [양팀 대표 다섯 명씩 선발]제일 먼저 윤이든이 나가자 패널 중 네 명이 그다음으로 합류했다.
[조교: 최대한 많은 수의 상대편을 참호 밖으로 밀어내면 우승입니다. 알겠습니까?]흙탕물로 찬 참호에 망설임 없이 뛰어 들어가는 화면 속 윤이든의 모습을 보며 김도빈이 진저리를 쳤다.
“으으, 물 완전 황갈색인 것 좀 봐. 안 찝찝했어요?”
“찝찝하긴 하더라.”
시작하자마자 제게 달려들어 참호 가장자리로 밀어내는 상대편의 허리를 감고 들어 올려 참호 밖으로 밀어낸 화면 속의 제 모습을 보며 윤이든이 대꾸했다.
[역시 명실상부한 차세대 에이스!]덩치 있는 군인에게 잡혀 고전 중인 원조 에이스 출연진에게로 달려간 윤이든이 합류하자, 양쪽에서 쏟아지는 공격을 힘겹게 버티던 상대편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탈락했다.
현재 에는 이든과 원조 에이스 둘, 상대편에는 셋이 남은 2대3의 불리한 상태.
원조 에이스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다음 타깃을 찾아 달려간 윤이든에게 또 한 명의 상대편이 붙었다.
원조 에이스는 제게 붙은 상대편 때문에 그를 도우러 갈 수가 없었다.
2대 1로 얽혀서 참호 가장자리에서 금방이라도 참호 밖으로 밀려나나 하며 고전하고 있던 중, 회심의 일격으로 제 허리를 잡은 이의 다리를 붙잡아 그대로 들어 올린 이든이 참호 밖으로 한 명을 내팽개쳤다.
숨을 고를 새도 없이 나머지 한 명과 몸싸움을 다시 시작한 이든이 힘겹게 참호 밖으로 상대편을 밀어낸 순간, 삐익-!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며 시간 종료를 알렸다.
스코어는 2:1으로 팀의 우승이었다.
“이쯤 되면 이든이 형은 충분히 예현이 형을 털고 일어날 수 있는데 그냥 봐주는 게 아닐까…….”
원형 참호 안에서 시원하게 흙탕물을 튀기고 상대편과 끌어안으며 인사를 나누는 화면 속 윤이든의 모습을 보며 류재희가 중얼거렸다.
그 말에 이든의 허벅지를 등으로 짓누르며 모로 누워 있던 서예현이 슬쩍 윤이든을 돌아보았다. 윤이든이 씩 웃으며 물었다.
“오, 한번 해 볼까?”
“하지 마. 예현이 형 소파에서 굴러떨어지면 다치잖아.”
“알았어, 안 할게.”
견하준의 만류에 윤이든은 혀를 차면서도 순순히 수긍했다.
[Q. 참호 격투에서 빠질 수 있었는데 왜 참가하신 건지?] [윤이든 이병: 다들 참가하는데 저만 빠지기도 좀 그렇잖슴까.]개인 인터뷰를 하며 멋쩍게 웃는 화면 속 윤이든의 모습에 다들 현실 세계의 윤이든을 돌아보았다.
“진짜예요? 내가 아는 이든이 형은 저럴 리가 없는데? 우리 형이 겨우 그런 걸로 불편함을 느낄 사람이 아닌데?”
“저거 빠지면 유격왕 타이틀을 못 달잖아, 인마. 방송 분량도 안 나오고.”
“역시. 그런데 왜 그렇게 유격왕 타이틀에 집착을……?”
“유격 훈련 한 번 하고 힘들어서 하차로 튄 놈 되기 싫어서.”
맛있게 식사를 하는 윤이든의 모습에 제가 베고 누운 윤이든을 힐끔 쳐다본 서예현이 말했다.
“군대 밥 더럽게 맛없다며.”
“저 난리를 치고 먹으면 뭐라도 맛있어.”
당시의 생고생이 생생하게 기억나는지 윤이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꾸했다.
보기만 해도 어깨와 팔이 뻐근해지는 목봉 체조가 끝나고 다음 코스인 레펠 훈련이 진행되었다.
오랜만에 등장한 김우찬 조교의 모습에 레브 멤버들이 한마디씩 던졌다.
“오, 이든이 형 친구!”
“형, 친구한테 편지 썼어요?”
“어어, 휴가 나오면 각오하라고 썼다. 이 자식이 유격왕 만들어 준다는 핑계로 나를 얼마나 잡아 대던지. 휴가만 나와 봐라.”
윤이든이 이를 갈았다. 그는 아직도 FM을 지킨다는 명목하에 이루어진 김우찬의 만행(?)들을 잊지 못한 상태였다.
사다리를 가볍게 타고 올라가 인간이 최상의 공포를 느낀다는 11M 모형탑 위에 선 저 자신의 모습을 심드렁하게 바라보던 윤이든이 갑자기 몸부림을 쳤다.
“아, 망할! 야, 꺼! 티비 꺼!”
“오, 여기인가 보다! 꿀잼 구간이!”
“대체 뭘 했기에 저래?”
“이든이 형, 누누이 말하지만 형 반응이 그럴수록 궁금증과 흥미는 더욱 커질 뿐이거든요.”
“나도 좀 궁금하네.”
[김우찬 조교: 애인 있습니까!] [윤이든 이병: 없습니다!] [즉-답]“여기에서 있다고 했으면 난리 났겠네.”
“진짜로 없는데 없다고 하지 왜 있다고 해.”
“아니죠, 형. 여기에서는 있다고 해야죠. 있다고 하고 애인한테 하고 싶은 말 하면서 하강! 이러면 데이드림 사랑합니다! 외치고 하강하는 거죠.”
류재희가 똑 부러지는 목소리로 아이돌의 정석과도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어두워지는 윤이든의 표정에 서예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하강했길래 저래?”
티비에서는 서예현의 궁금증을 풀어 줄 장면이 드디어 나오고 있었다.
[김우찬 조교: 하고 싶은 말 외치고 하강 실시합니다!] [윤이든 이병: 내가 여길 왜 오겠다고 해서!] [차세대 에이스 윤이든 이병의 진심……★]제가 무슨 말을 뱉었는지 뒤늦게 깨달은 얼굴로 화면 속 윤이든이 급히 수습을 시도했다.
[윤이든 이병: 아 맞다, 이게 아니고. 데이드림, 사랑합니다아악! 하강!] [뒤늦게 부착한 아이돌 자아]밧줄을 붙잡고 몸을 날린 윤이든이 완벽한 착지를 선보이든 말든 멤버들은 웃음이 터져서 다들 소파나 바닥을 치며 웃는 중이었다.
“아, 표정! 망했다는 표정 진짜 압권이다!”
“내가 여길 왜, 크흡, 오겠다고 해서, 푸하하! 너무 솔직하잖아요, 형!”
“아니, 나는 윤이든 얘가 그 말 뒤에 데이드림 사랑합니다라고 한 게 더 웃겨!”
“그래도 나름 노력했네. 나름 팬서비스 보여 주려고 노력했잖아.”
“준아,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아 주라…… 그렇게 포장해 주는 게 더 비참하다…….”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박으며 윤이든이 중얼거렸다.
[Q. 너무 솔직하셨던 거 아니에요?] [윤이든 이병: …….] [윤이든 이병: 저는 진심을 뒤에 말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아무튼 그렇습니다.]개인 인터뷰를 진행하는 화면 속 윤이든의 해탈한 표정이 현실의 해탈한 표정과 똑 닮아 있는 터라 다시금 멤버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오직 웃지 못하는 건 윤이든뿐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유격훈련의 마지막 순서인 화생방이 다가왔다.
[조교: 어머니의 마음 재창한다, 실시!] [전원: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 게 또 하나 있지. 아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음?] [어머니의 마음에서 스승의 은혜로 바뀌어 버린 노래?]윤이든이 ‘스승의 사랑’ 가사를 입에 담자마자 눈이 커진 채로 입을 다문 모습이 확대되었다.
[윤이든 이병: 그러고 보니까 스승의 은혜만 자주 불렀지 어머니의 마음은 불러본 기억이…… 갑자기 어머니가 보고 싶네요.] [군대에 와서 유독 그리워지는 그 이름, 어머니]개인 인터뷰 화면이 지나가고 목에 핏대를 세운 조교가 화생방 훈련장에서 버럭 소리치는 장면으로 돌아왔다.
[조교: 어머니의 마음 부르라고 했지, 누가 스승의 은혜 부르라고 했나! 다시, 진짜 사나이 재창 실시!]또르르, 눈동자를 굴리는 윤이든의 표정이 화면에 원샷으로 크게 잡혔다.
누가 봐도 군가를 모르는 듯한 표정이었다. 눈치를 보다가 한 소절 듣고 얼굴에 느낌표를 띄우고는 힘차게 따라 부르는 모습에 레브 멤버들은 몇 번째인지도 모르겠는 웃음이 터졌다.
“아, 너무 웃어서 배 아파! 아, 진짜 배 아파!”
“야, 이걸 몰라?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이걸 몰라? 야, 이건 나도 안다!”
“와, 노래 진짜 못 부른다.”
서예현의 군가에 윤이든이 깨알 감탄사를 터트렸다. 물론 화면 속에서 가스를 들이켜면서 군가 부르고 있는 윤이든의 노래 실력 역시 서예현과 비등했다.
다만 윤이든은 가스를 마시고 있고, 서예현은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있는데도 그 모양이라는 점에서 윤이든에게 가산점이 더해질 뿐이었다.
화생방 훈련이 끝나자마자 밖으로 뛰쳐나와 방독면을 벗으며 바닥에 주저앉는 윤이든의 모습이 비쳤다.
“왜 저렇게 필사적으로 카메라를 등지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 모습을 봐라. 왜 그런지 이유가 보이지 않냐?”
“헐, 형도 설마 눈물 콧물 다 쏟았어요?”
“그럼 내가 사람이지 눈물 콧물도 없는 로봇이냐?”
당연한 소리에 대꾸해 주면서 윤이든은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
대체 얘들은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