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4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48화(148/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48화
“끄아아아악!”
컴백 D-5.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건만, 나는 김도빈의 끔찍한 비명을 듣고선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 버리고야 말았다.
고막까지 닿는 듯한 비명에 얼얼한 귀를 문지르며 눈을 떴다.
시발, 저 정도로만 녹음실에서 질렀으면 내가 녹음실에서 성질낼 일도 없겠다.
왜 새벽에 득음을 하고 지랄이야.
“도빈아…… 지금 시간이 몇 시냐…….”
잠에서 깨자마자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해 지금이 새벽 3시 24분인 건 알고 있었지만, 꼽 줄 의도로 묻자 김도빈이 동문서답했다.
“형, 천장에…… 천장에…….”
김도빈은 계속 ‘천장에’ 소리만 반복하며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제 위의 천장을 가리켰다.
“천장에 뭐. 벌레라도 붙어 있냐? 벌레가 지네나 바퀴벌레급 아니면 새벽 세 시에 소리 질러서 내 잠을 깨운 대가는 톡톡히 치르게-”
김도빈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올린 나는 천장에 난 시커먼 검은색 구멍을 발견하고 말을 멈췄다.
저런 구멍이 우리 방에 있었던가? 벽지가 물들기라도 했나?
현실도피용 질문들은 스스슥 움직이는 구멍, 아니 바퀴벌레에 의해 처참하게 박살 나고야 말았다.
김도빈, 저 운 좋은 자식. 저게 바퀴만 아니었으면 나한테 개털렸을 텐데. 바퀴벌레라 봐준다.
이쯤 되어서 고백하는 거 하나.
나는 바퀴벌레가 싫다. 아니, 그냥 싫은 게 아니라 존나게 싫다.
바퀴벌레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마는 날아오른 바퀴가 얼굴에 붙은 적이 있는 나보다 더 싫어할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 자부한다.
덕분에 나는 날개를 편 바선생에 깊은 트라우마까지 생겼다.
“119! 119! 아니, 이건 119가 아니라 세스콘가?”
습관처럼 119를 찾으며 패닉 상태로 중얼거리자 어느새 제 침대 위 천장에 붙은 바퀴를 피해 내 침대로 달려온 김도빈이 멘탈이 나간 상태로 나를 잡고 흔들었다.
“형, 귀신은 안 무서워하시면서 이러시면 어떡해요! 저는 형만 믿고 소리 질렀단 말이에요!”
“얌마! 바퀴, 아니 바선생이 있으면! 네가 알아서 잡고! 시체 처리까지 딱 하고! 그러고 형한테 보고를 해야 할 거 아니야!”
부르면 자기를 부르는 줄 알고 날아올까 싶어 벌레 새끼에게 극존칭까지 붙여 주며 감히 내가 저걸 보게 만든 김도빈을 탈탈 털고 있자 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로 내 침대가 있는 쪽으로 말이다.
“흐어어, 산치체크, 산치체크…… 크툴루의 강림이시다…….”
“뭐라는 거야! 산지체크고 나발이고 저것 좀 잡아 보라고!”
“형, 산지체크가 아니라 산치체크.”
“지금 그게 중요하냐!”
“그리고 제가 저걸 어떻게 잡아요! 저는 잠자리도 못 잡아요!”
“나는 지네도 못 잡는다, 이 자식아!”
바퀴벌레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패닉에 빠져 저쪽으로 제발 꺼지라고 바퀴를 향해 손을 휘저었다.
“형, 나방은 잘 잡았잖아요! 팅커벨이랑 거미는 잘 잡았잖아요! 그런데 왜 바선생은……!”
“걔네는 내 얼굴에 붙은 적이 없어!”
“끄아아아악! 끔찍해애애!”
상상했는지 김도빈이 절규했다. 우리가 그러는 동안 바선생은 우리를 향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벌컥! 문이 열렸다.
“새벽에 뭐 하자는-”
잠기운이 덕지덕지 묻은 채로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한 서예현이 서 있었다.
문이 열리자 바선생이 날개를 쫙 폈다. 과거의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안 돼! 예현이 형!”
내가 이불을 휙 뒤집어씀과 동시에 아직 상황 파악을 덜 한 덕에 멀뚱히 서 있던 서예현을 김도빈이 몸을 날려 잡아끌었다. 그리고 바퀴는 문 바로 옆의 벽에 착, 안착했다.
우리의 시선이 향한 곳을 쓱 본 서예현은 드디어 무슨 일인지 깨닫고선 나와 김도빈의 중간에 꾸역꾸역 비집고 앉아 내가 덮고 있던 이불을 끌어당겨 같이 뒤집어썼다.
“너 인마, 사람 차별하냐?”
“그치만……! 예현이 형은 제 첫 제자란 말이에여!”
내가 김도빈을 털고 있는 동안, 숨을 고르고 있던 서예현이 떨리는 손으로 바선생을 가리키며 속삭였다.
“저거, 방 밖으로 나가기 전에 문 닫아야 하는 거 아니야?”
“도빈아, 닫고 와라.”
“형이 닫고 오시면 안 돼요? 형이 더 가까이 있잖아요.”
“우리 도빈이, 형이 많-이 편해졌지?”
“편하고 뭐고 꼰대질할 시간에 빨리 아무나 가서 닫고 와 봐.”
“말 꺼낸 사람이 닫고 오는 거로 하자.”
굳건히 앉아서 움직일 생각을 안 하는 둘을 보다가 눈을 질끈 감고 일어났다.
그나마 방은 좁아서 언젠가는 나오겠지만 저게 거실로 나가서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면 찾지도 못한다.
“겁쟁이 자식들…….”
이를 악물고 중얼거리자 평소였으면 사돈 남 말 하느냐고 빈정거렸을 서예현이 소리 없는 박수를 치며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내왔다.
“와, 용감하다. 우리 리더, 파이팅.”
저 인간이 더럽게 연기를 못하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저 응원이 진심임이 느껴져 무어라 하지도 못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망하고 조롱받을 줄 알면서 데뷔 무대에 올라가는, 딱 그 기분이었다.
하지만 바선생과 이렇게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것보단 차라리 악플이 나았다, 시발.
최대한 멀찍이 떨어져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뻗어 열려 있는 문을 쓱 밀었다.
까치발까지 들어가며 문을 밀었지만 아직 거리가 남아 있었고, 상체를 기울이는 순간,
“악! 악!”
바선생이 다시 날아올랐다. 기겁하며 침대로 뛰어들어 정신없이 이불을 잡아당겼지만 이불은 요지부동이었다.
서예현과 김도빈이 하도 단단히 뒤집어쓰고 있던 탓이었다.
“아, 좀! 야, 이 배은망덕한 자식들아! 문을 닫고 왔는데 이불이라도 내주는 게 정상 아니냐!”
방을 날아다니던 바선생은 다시 천장에 안착했다.
바퀴와 함께 한 방에 갇히게 된 우리 셋은 나란히 이불 하나를 뒤집어쓴 채로 언제 바선생이 덮쳐 올지 모른다는 공포에 덜덜 떨고 있었다.
저걸 잡거나, 매니저 형이 세스코를 불러 줄 때까지 여기에서 이 상태로 바퀴랑 대치를 이어 가거나, 둘 중 하나였다.
아니, 어떻게 다섯 명 중에 한 명도 바퀴를 못 잡…….
“막내……!”
회귀 전에 바퀴벌레를 손쉽게 잡던 류재희의 모습이 기적처럼 떠올랐다. 휙, 서예현을 돌아보며 물었다.
“형, 재희 안 깼어?”
“내가 깰 정도였는데 당연히 깼지.”
하긴, 룸메이트 경험에 따르면 서예현은 한 번 잠들면 정말로 깊숙이 잠들었다. 그런 서예현이 잠에서 깰 정도면 우리가 낸 소동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는 소리다.
그럼 소음에 민감한 견하준도 깼을 텐데.
[준아 혹시 지금 일어났냐?] 오전 3:36견하준이 잡을 수 있는 벌레는 초파리와 모기 정도라는 걸 알면서도 괜한 희망을 가지고 문자를 넣었다.
“그런데 왜 류재희는 안 오고 형 혼자 왔어?”
“내가 말하고 온다고 다시 자라고 했어. 아마 다시 자고 있지 않을까?”
“같이 왔어야지! 같이!”
“내가 너희 방에 바퀴가 나올 줄 알았냐!”
“예현이 형, 크툴루의 진명을 부르면 안 돼요! 그들은 이름을 알아들어요!”
김도빈의 다급한 만류에 열이 뻗쳐 김도빈의 침대를 가리키며 으름장을 놓았다.
“너 한 번만 더 그런 못 알아들을 오타쿠 같은 소리 하면 니 베개로 바퀴벌레 잡는다!”
“죄송합니다!”
김도빈이 곧바로 사과했다.
견하준에게서 답장이 도착했다. 깜빡거리며 메시지 도착 알림을 띄우는 폰을 켜자마자…….
“형, 이든이 형. 빨리 휴대폰 불빛-”
바선생이 휴대폰에 턱, 안착했다. 그리고 나는 어릴 적에 이은 두 번째 트라우마를 얻게 되었다.
“으아아아악!”
소리 지르며 미친 듯이 휴대폰을 털어 댔다. 그래도 내 휴대폰에 끈질기게 붙어 있던 바선생은 내가 침대에 휴대폰을 콱콱 내리찍으니 그제야 휴대폰에서 떨어져 바닥으로 착, 내려갔다.
[견하준- 소리로 대충 무슨 일인지는 짐작이 가더라고] 오전 3:38 [견하준- 난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굳이 나까지 가진 않을게] 오전 3:39또 바선생이 붙을까 봐 문자를 속독하고는 다급히 휴대폰 화면을 껐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희망은 류재희뿐이었다.
바선생은 마치 대치하듯 바닥에 딱 앉아 이불을 뒤집어쓴 우리를 정면으로 빤히 보고 있었다.
“쟤, 우리랑 기싸움하고 있는 거 같은데?”
“위대하신 크툴루랑 우리 같은 한낱 미물이 어떻게 기 싸움을…….”
“아이씨, 김도빈. 니 베개 가져와.”
“쟤 베개로 눌러 죽이는 순간 알 깐다고요!”
또 휴대폰 불빛을 보고 달려들까 봐 최대한 화면 밝기를 낮추고 손으로 화면을 가린 채로 류재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재희야!”
연결되자마자 간절히 류재희의 이름을 외치자 수화기 너머의 류재희가 대꾸했다.
-안 그래도 지금 가고 있어요.
벌컥, 문이 열리고 휴지를 든 류재희가 위풍당당하게 등장했다.
저 망할 바퀴 새끼는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도 쓰윽, 더듬이만 움직일 뿐,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좟밥 셋을 보다 보니 사람이 만만해진 모양이었다.
“형들, 집에 벌레가 나타난 경우, 제일 끔찍할 때가 언제인지 알아요?”
씩 웃은 류재희가 번개와도 같은 속도로 휴지 뭉텅이를 바퀴벌레에게 콱 덮어 감싸 쥐며 물었다.
모두의 신경은 류재희가 들고 있는 휴지 뭉텅이에 쏠려 있었다.
“몸에 붙었을 때?”
“아니요. 바로 내 눈앞에서 사라졌을 때예요. 그 전에 잡았으니까 얼마나 다행이에요.”
휴지 뭉텅이 사이로 빼꼼 보이는 더듬이 덕에 우리는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차마 바퀴를 들고 있는 막내에게 다가가진 못하고 박수만 치던 우리는 류재희가 변기에 휴지를 넣고 내리자 그제야 막내에게 달려가 껴안아 주었다.
“야, 진짜 너 없었으면……! 우리 그 방에서 갇혀서 굶어 죽을 뻔했어!”
“반지하 숙소에서도 없던 바퀴가!”
“그때도 있긴 있었는데요?”
“뭐? 있었다고? 한 번도 못 봤는데!”
경악하는 우리를 향해 류재희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제가 다 잡았죠. 형들 기겁할 게 뻔해서.”
역시 류재희였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바퀴를 휴지만 가지고 턱턱 잡아?”
“어렸을 때부터 많이 잡아 봤거든요. 그래서 바퀴벌레 잡기에는 이골이 났달까.”
그 말을 하는 류재희의 얼굴이 약간 어두워졌기에 우리는 더는 캐묻지 않았다.
밤도 늦었겠다, 바퀴도 잡았겠다, 우리의 구원자 류재희를 찬양하며 방까지 에스코트로 정중히 모셔다 주었다.
역시나 일어나 있었는지 소란에 방 밖으로 나온 견하준 역시 방 문에 기대어 박수를 보냈다.
“잡아서 다행이네.”
셋의 원망 어린 눈길을 한 몸에 받게 된 견하준이 싱긋 웃었다.
“넷이 소리 지르면 더 시끄러울 거 아니야. 윗집이랑 아랫집, 옆집에서 민원 들어오면 어떡해. 우리 그룹 이미지만 깎이지.”
듣고 보니 맞는 말이긴 했다.
바퀴 한 마리가 눈에 보이면 집에 있는 바퀴는 한 마리가 아니라는 갓재희님의 말에 따라 아침이 되자마자 매니저 형한테 전화해 세스코를 불렀다. 물론 우리는 연습실로 피신을 가 있었다.
“와, 진짜 크툴루를 마주한 한낱 인간 체험을 아주 제대로 했다. 1초에 한 번씩 바퀴벌레 위치 확인하면서 산치체크 했네.”
김도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그놈의 크툴루가 뭔데 어제부터 계속 크툴루 타령이야? 바퀴벌레 괴물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