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5화(15/47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5화
“요즘 핫한 아이돌이죠. One Chance로 찬스를 잡아챈 신인그룹 레브! 2부 게스트로 모셨습니다.”
“하나, 둘, Dream of me! 안녕하세요, 레브입니다!”
라디오 DJ의 오프닝 멘트가 끝나자 내 신호에 맞춰 우렁차게 인사말을 내뱉었다.
오늘 스케줄로 잡힌 라디오는 제법 시간대가 괜찮아서 청취율이 좀 나오는 라디오였다.
오늘처럼 이렇게 게스트로 아이돌이 나올 때마다 보이는 라디오로 진행도 해 주기도 한다.
“먼저 자기소개 한 분씩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리더 겸 메인 래퍼를 맡은 레브 이든입니다.”
카메라를 향해 씩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청취자 문자와 게시판을 살폈다.
<내 우주로 와> 당시에는 거의 움직임이 없었는데, 지금은 제법 빠르게 게시글과 문자 채팅이 올라가고 있었다.
역시 그래도 느려. 회귀 전에는 진짜로 휙휙 넘어갔었는데. 아, 그립다, 인기도 제법 높고 밑에 후배들 쫙 깔려 있던 7년차 시절.
“레브의 비주얼 맏형, 예현입니다.”
서브보컬이랑 서브래퍼 맡은 건 쪽팔려서 언급하기 싫은 모양이다.
하긴, 저 인간 직캠으로 떴어도 서예현의 노래 파트 분량은 늘어나지 못했다.
안 그래도 뭐 같은 노래가 더 뭐 같아져서 소속사에서 분량 늘리라는 거 필사적으로 반대했거든, 내가.
덕분에 난 서예현 개인 팬들에게 허구한 날 조리돌림 당하며 처맞았다고 서치왕 막내가 회귀 전에 전해 줬다. 물론 그때는 모니터링에 관심 없어서 타격도 없었다.
지금은 서치하다가 내 욕 밟으면 좀 아플지도……?
“안녕하세요, 레브 하준입니다.”
“막내라인 메인댄서 도빈입니다.”
“레브의 귀엽고 깜찍한 막내 유제입니다!”
브이자를 그리는 류재희의 상큼한 인사로 자기소개가 마무리되었다.
회귀 전 급성장했던 막내 녀석의 모습을 기억하는 나한테 있어서 저 수식어는 그저 닭살만 돋게 만들었다.
팬들에게 햄찌라이팅이 먹힌 게 호러다, 정말.
자기소개가 끝나자 커뮤에서 돌던 템강화 곡과 동기부여 곡으로 이슈가 된 가사를 언급하며 곡 소개를 유도하는 DJ의 멘트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는 원래 제 솔로 믹스테이프였습니다. 그런데 이걸 데뷔 앨범 트랙에 올리게 되면서 레브라는 그룹으로 데뷔하게 된 저희들의 포부와 다짐을 담은 곡으로 리메이크했죠. 마침 곡 제목도 one chance, 저희가 마주한 일생일대의 기회였으니까요.”
“가사도 저희들이 쓴 거예요! 각자 자기 파트는 자기가 썼어요.”
“네, 제가 멜로디에 맞게 좀 많이 다듬고 수정하긴 했지만.”
“헉, 가사 수정한 거였어요?”
“부르면서 안 느껴지든? 네 파트는 원본이 거의 안 남아 있었을 텐데.”
류재희와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가볍게 웃었다.
<내 우주로 와> 때처럼 외운 소개글 멘트를 기계적으로 내뱉는 게 아닌 ‘진짜 곡 소개’를 하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회귀 전에도 겪어 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이어지는 질문에 로 후속곡 활동을 하게 된 계기까지 적당히 각색하여 말했다.
공석에서 감이라곤 더럽게 없는 소속사랑 기 싸움하면서 겨우 얻어 낸 기회라고 할 수는 없잖아.
회귀 전에 이 라디오를 나온 적은 몇 번 있었긴 했어도 당시의 DJ는 이 DJ가 아닌 터라 약간 긴장했지만, 다행히 이번 DJ는 전에 <내 우주로 와> 활동 당시 잡힌 라디오 DJ보단 훨씬 나았다.
긴장하지 말라며 가볍게 던지는 농담이며, 매끄러운 진행 솜씨며, 굳이 신인 상대로 짓궂은 질문은 하지 않는 배려까지 느껴졌다.
덕분에 어느새 긴장을 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라디오 방송을 이어 나가는 멤버들이었다.
DJ가 라디오 게시판에 올라온 질문 글 하나를 읽었다.
“혹시 데뷔 전에 서로에게 인상 깊었던 점이나 일화가 있을까요?라고 질문해 주셨네요.”
나와 견하준, 류재희는 만장일치로 서예현의 첫인상을 꼽았다. 각각 중대형과 대형 소속사 연습생으로 있었음에도 그 외모는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내 기준으로 7년이 지났지만 서예현이 LnL에 들어와 우리랑 인사한 날, 견하준과 했던 대화는 여전히 생생했다.
대체 저 외모를 가진 놈이 이런 좆소에는 왜 온 거냐고 서로를 마주 보며 물음표만 한가득 띄워 댔지. 춤과 노래를 직관하자마자 그 의문은 쓰레기통에 곧바로 처박혔지만 말이다.
6개월 안에 무조건 데뷔시켜 준다는 대표님 꼬임에 넘어왔다고 했었던가.
대표님 미쳤냐고, 저게 6개월 만에 데뷔할 실력이냐고 견하준을 붙잡고 대표님 욕을 한 바가지를 했던 것도 기억나는군.
“아, 확실히 예현 씨 외모가 인상 깊죠. 처음 라디오 부스 들어왔을 때 너무 잘생겨서 놀랐잖아.”
너털웃음을 터트린 DJ가 다음으로 서예현을 지목했다.
“그러면 지금까지 만장일치로 인상 깊은 멤버로 꼽힌 예현 씨에게 제일 기억에 남았던 멤버 일화는?”
“저는 이든이가-”
서예현의 입에서 나온 내 이름에 반사적으로 긴장했다.
내가 제아무리 소통 멤이라 한들 레브의 입덕 요정은 서예현이었기 때문에 데뷔 초부터 서예현과 대립하는 비호감으로 찍히면 곤란했다.
그리고 까딱하면 데뷔하자마자 팀 내 불화설에 휩싸일 수도 있었다.
나를 힐긋 본 서예현이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자기도 춤 때문에 오디션 떨어진 적 있다고 해서 동류인 줄 알았는데 저보다 훨씬 잘 춰서 홀로 배신감을 느꼈던 기억이 있네요.”
-배신감 느낄 정도였냐곸ㅋㅋㅋ
-응…… 얼굴은 사랑하지만 예현이 춤은…… 실드 불가능……
-헐 울 윤리다 춤선 예쁘던데 떨어뜨린 소속사 보는 눈 없네ㅉㅉㅉㅉ
무난한 대답에 안도한 것도 잠시.
“저도 이든이 형이요.”
나를 지목하는 김도빈에 다시 긴장 모드로 돌아갔다.
대답 잘하라는 뜻으로 카메라에 보이지 않는 테이블 밑에서 발끝으로 툭툭 치자, 김도빈이 시선을 피했다.
“소속사 들어오고 이든이 형이 연습실에서 제 얼굴 처음 보자마자 진짜 대뜸 “너 춤 좀 추냐?” 이렇게 물어봤었거든요. 그때 텃세인 줄 알고 사실 좀 쫄았어요. 이든이 형 인상도 좀 날카로운 편이고.”
김도빈이 풀어 놓는 일화에 한숨 놓았다. 저건 김도빈이 계속 우려먹는 단골 멘트라서 내가 해야 할 대답까지 잘 기억하고 있었다.
빙글빙글 웃으며 이든 씨 그렇게 안 봤는데…… 라는 대사를 치면서 양념을 뿌리는 DJ의 멘트에 과장스럽게 손사래를 치며 해명했다.
“텃세가 아니라 그저 순수한 질문이었습니다. 혹시 또 예현이 형 같은 실력의 연습생이 들어오면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니까…… 당시에 저희가 데뷔를 앞두고 있었거든요.”
“그렇다는데요, 도빈 씨? 이거 알았나요?”
“네, 앞에서 춤추자마자 이든이 형이 따스하게 반겨 줘서 오해는 바로 풀렸어요.”
-예현이 예전에는 정말 춤 못 췄나 봐ㅋㅋㅋㅋ
-이든이 인상은 무섭지만 텃세 따윈 안 부리는 착한 형이였나고ㅋㅋ
-괜찮아 예현아 누나는 춤보단 네 얼굴만 봐도 즐거워
역시 실시간 문자 채팅과 게시글은 서예현을 언급하는 비중이 제일 높았다.
계속 이어지는 질의응답과 멘트에서 대충 멤버들이 무슨 콘셉트를 지향하는지 알 수 있었다. 초기에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콘셉트 잡으려는 게 보였다.
서예현은 묵묵하게 노력하는 믿음직한 맏형 콘셉트, 견하준은 자상한 팀 내 엄마 콘셉트, 김도빈은 팀 내의 감초이자 예능캐, 류재희는 팀 내에서 사랑받는 애교 많고 싹싹한 막둥이 콘셉트.
그래 봤자 나중에 견하준 빼고 그 콘셉트들 다 뒤집히는데 고생한다, 고생해.
물론 나는 콘셉트 따위 잡지 않고 언제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줬기에 상관없었다.
[깜짝 QUEST★] [▶콘셉트를 잡아 보자!-내용: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팬들에게 보여 줄 모습을 만들어 보세요! 서치를 통해 팬들이 당신에게 어떤 모습을 원하는지 알아보고, 그에 맞춰 콘셉트를 생성하여 팬들께 즐거움을 드려 보는 게 어떤가요?
-보상: 초심도 10, 랜덤 티켓
-기한: 다음 활동까지
※알맞은 콘셉트를 만들지 못할 시 페널티가 존재합니다!]
……이건 또 뭐야?
갑자기 눈앞에 뜬 퀘스트에 놀라 눈을 깜빡였다. 나보고 지금 컨셉질을 하라는 거야? 이건 뭐 퀘스트 거부 버튼도 없어.
이젠 시발, 생각도 내 마음대로 못하게 생겼네, 에휴.
[동태눈깔이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1]나를 찔러 오는 따끔함에 멍 때리던 눈빛이 절로 살아났다.
애교 요구를 받고 열심히 마이크에 대고 애교를 부리고 있던 류재희에게로 무심코 시선을 돌리자, 왠지 다시 동태눈깔로 변하고 싶었지만.
어느새 방송이 끝날 시간이 다가왔다. 불러 주셔서 감사하네, 다음에 또 나와 주네 마네 하며 훈훈하게 DJ와 감사 인사를 나누었다.
“자, 그럼 레브의 라이브 무대 들으며 2부 마치겠습니다.”
DJ의 마무리 멘트를 들으며 스탠딩 마이크 앞에 서서 목을 가볍게 가다듬었다.
부스를 가득 채우는 MR을 들으며 생각했다. 역시 돌아온 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물론 청담동 새집과 페라리와 저작권료는 아주 많이 아깝지만.
* * *
REVE_official @LnL_reve
[유제 Dream]우리 일몽이들 막방까지 응원해 줘서 고마워요♥
우리 일몽이들 덕분에 이번 활동 정말 행복했어요ㅎ 항상 제가 사랑하는 거 알죠?
다음 활동에서 더더 멋있는 모습으로 만나요!
(햄스터 이모지)
#Reve #레브 #유제 #데이드림 #일몽 #OneChance #원찬스 #막방
(사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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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스케줄이 끝나자마자 음방 방송국 계단에서 찍은 단체 사진, 그리고 제 셀카와 함께 업로드한 류재희의 SNS 게시글을 쓱 훑고 대충 참고해서 내 게시글도 작성했다.
류재희의 게시글은 언제나 가오 있게 한 줄 이상은 올리지 않았던 내게 있어 아주 좋은 참고자료였다.
“형, 요즘 왜 이렇게 열심히 올려요? 설마 제 소통 멤 자리 넘보시는 거예요?”
류재희의 투덜거림과 견제에 어깨만 으쓱했다.
그야 위클리 퀘스트를 완수해야지 초심도가 80 이상이 되어서 아이템 선택권을 쓸 수 있거든.
“이미 너랑 나랑 나란히 소통 멤이거든? 희귀 포지션 가지고 싶으면 다른 길 찾아 봐라.”
“앗, 그러면 형이 제게 프로듀싱을 가르쳐서 형이 소통멤 하시고 제게 프듀 멤 자리를 넘기는 건…….”
“또 까불지.”
헛소리를 하는 막내 녀석의 머리를 가볍게 헝클이고는 차트를 확인했다.
[38위- ‘Reve – One Chance’ ♥77,137]의 최종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중소 소속사 신인의 스타트 치곤 꽤 좋은 편이었다.
지금 시점이 남돌 노래가 차트 진입이 쉬운 과거라 참으로 다행이었다.
하지만 회귀를 끝내기 위한 조건은 1군. 여기서 안주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다음 앨범으로 차트 및 음방 1위를 먹고 확실히 뜬 다음, 다다음 앨범에 사활을 기울여 차트 줄 세우기를…….
“……뭐? 대표님이 또 그 작곡가랑 컨택했다고? 돌겠네, 진짜!”
왜 이놈의 소속사는 매번 일이 벌어지는 거냐고!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