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54)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54화(154/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54화
“하, 차이가 좁혀질 생각을 안 하네.”
앨범 초동은 어찌어찌 안정권에 들었다지만, 의 차트 순위는 여전히 10위 밖이었다.
지난번에 활동이 겹쳤던 는 알테어와 엎치락뒤치락하기라도 했지, 이번에는 완벽한 패배였다.
만약 음원이 유출되지 않았다면 내 노래는 을 이길 수 있었을까.
굳건히 차트 1위를 지키고 있는 과 저 밑에 있는 를 보니 끊었던 담배가 당겼다.
그나마 음반 점수 덕분에 알테어와 나란히 1위 후보에 오른 게 한 줌 위안이었다.
‘그나저나, 올 게 왔군.’
오늘도 어김없이 행하는 서치 퀘스트. 그중 연예 뉴스 헤드라인을 훑으며 혀를 찼다.
[TK 신인 男그룹 서바이벌 프로그램 ‘Select My IDOL’ 첫 방송]TK는 류재희가 연습생으로 몸을 담고 있던 3대 대형 기획사. 그곳에서 연습생을 상대로 신인 그룹을 뽑는 소속사 자체 서바이벌을 열었다.
그리고 회귀 전, 그 서바이벌에서는 류재희를 TK에서 내쫓은 것이나 다름없는 가해자 두 명이 데뷔한다.
TK와 서바이벌이라는 조합으로 데뷔 전부터 주목을 끌어모으고, 데뷔하자마자 1위를 휩쓸며 류재희의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인사를 건네며 대놓고 비웃었지.
지금의 레브는 새파란 신인 놈들에게 비웃음 들을 군번은 아니지만, 차트 순위가 계속 이 꼴을 유지하면 또 모른다. 또 그 주제 파악 못 하는 자식들이 기어이 나를 빡치게 만들지.
다만 그때와 다른 점은 초심도 때문에 시원하게 쌍욕을 퍼부어 주지 못한다는 점 정도?
초심도 복구 가능 범위를 고려하여 14점 정도로 감점 점수를 잡으면 대략 일곱 개의 쌍욕을 할 수 있으리란 계산이 나온다.
적당히 꼽주는 말과 조합하면 일곱 개의 쌍욕으로도 충분히 기를 찍어누를 수 있다.
뭐, 류재희가 원한다면 데뷔 전에 손 좀 써 주고.
‘그러고 보니 네이비 그 녀석들도 참 운도 좋아.’
내 곡을 받아 가고, 심지어 데뷔 일도 TK 신인 그룹과 아주 미묘한 차이로 겹치지 않아 화제성도 잡아먹히지 않으며 무사히 데뷔를 치렀지 않는가.
서글서글 인사성 밝던 녀석들을 떠올리며 피식 웃다가 방에서 거실로 하나둘 나오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랜만에 레브 단체 예능 스케줄이 있는 날이었다.
바로 <내 아이돌을 소개합니다>. 드디어 레브에게도 출연 제안이 도착한 것이다.
스튜디오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MC 청, 백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방송 측에서 미리 인쇄해 놓은 우리들의 프로필 판을 들고 간단히 자기소개를 마치고, 토크로 넘어갔다.
“전에 On top 특집 때, 이든이가 자기는 정석적인 엄한 리더라고 했거든? 드디어 오늘 그 말의 진위를 가릴 수 있게 되었네. 레브 멤버들, 그 말 사실이야?”
“엄한 리더라는 건 동의하는데…… 정석적인 리더의 뜻을 알아야지 정석적이라는 말뜻에 동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김도빈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자 MC 청이 한 건 잡았다는 듯 곧바로 물어뜯었다.
“이든아, 정석적인 리더가 아닌 거 같은데? 바로 동의가 나와야지 애들이 정석적인 리더가 뭔지를 모르고 있잖아.”
“정석적인 리더라기보다는 뭐랄까…… 좀 특이한 리더 유형? 믿음직스럽다는 게 좀 다른 의미…….”
서예현이 어떻게 설명해야 논란이 나지 않을까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게 보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넘기다가, MC 백이 최근에 이슈가 된 동영상을 꺼내 들었다.
“래퍼 라인들의 코인노래방 영상이 또 이슈를 한 번 탔었죠.”
류재희가 여론을 가라앉히기 위해 나랑 서예현을 데리고 급히 찍었던 [래퍼 라인들은 노래방에서 무슨 노래를 부를까?] 동영상은 대체 무슨 알고리즘에 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조회 수 300만을 기록했다.
서예현과 나는 댓글에서 각각 두 종류의 감탄을 받았다.
서예현은 사람 얼굴이 어떻게 저렇게 생겼느냐는 감탄과 저 얼굴에 저런 음역대라니, 역시 신은 공평하다는 감탄.
나는 랩 진짜 잘한다는 감탄과 고음 쥐어 짜내는 거 들으니까 왜 랩으로 갔는지 알겠다는 감탄.
음색으로 비비던 게 고음으로 뽀록 나 버린 덕에 사실상 우리의 노래 대결에 승자는 없었다. 물론 랩으로만 치면 내가 압승이긴 했다.
“사실 래퍼 라인이라기에는 좀 그런 게, 예현이 형 파트가 랩보다는 보컬이 많아요.”
“그럼 왜 래퍼 라인이야?”
“일단 랩은 하니까요. 서브래퍼 겸 서브보컬.”
서예현이 멋쩍게 대답했다.
“그럼 레브 두 래퍼 중에서 누가 더 노래를 잘해?”
“직관한 제가 평가하자면 두 분 다 비슷비슷하던데.”
류재희의 답변에 나랑 서예현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들고 일어났다.
“막내야, 솔직히 내가 더 낫지!”
“아니, 솔직히 내가 더 낫잖아! 나는 익룡 소리는 안 냈어!”
“그래, 대신 가성을 아주 귀신 소리급으로 냈지!”
짝! 우리를 진정시키려 박수를 한 번 친 MC 청이 우리에게 요구했다.
“그러면 여기에서 래퍼 라인들의 고음 대결 한번 가 보자고!”
서예현과 내 얼굴이 창백해졌다. 우리끼리 찍은 자컨이면 몰라도 공중파 예능에서 우리의 노래 실력을 만천하에 공개해야 하다니.
래퍼가 시발 랩만 잘하면 됐지……!
“1단계, 들어갑니다!”
하지만 우리는 까라면 까야 하는 을의 입장인 터라 순순히 목을 풀었다.
1단계는 그래도 무난히 불렀다. 이 정도쯤이야. 하지만 문제는 2단계에서부터 발생했다.
“목소리 지금 떨리고 있어! 예현이 음정 떨려!”
“이든 씨도 조금 흔들렸는데?”
2단계부터 훅 올라간 음역대에 당황했지만 사람 자존심이 있지, 서예현에게 공개적으로 질 수는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어떻게든 무사히 넘겼다.
그리고 대망의 3단계.
“나를 원망하지 마악!”
“나를 원망하지 마, 켁!”
거의 고음을 쥐어 짜내듯 최대한으로 지른 나와 서예현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개 숙이고 기침을 내뱉었다.
거수로 승자와 패자를 가려 보자는 MC의 말에 숙인 고개 그대로 눈을 부릅뜨고 막내라인을 훑었다. 선택 잘 해라, 얘들아.
그리고 결과는……!
“오, 압도적이네. 3대 0으로 이든이 승!”
“말도 안 돼! 이거 비밀 투표로 다시 해야 해요!”
서예현이 반박하며 비밀 투표를 요구했지만, 이미 나온 결과를 바꿀 수는 없었다. 사랑스러운 막내 라인들을 향해 엄지를 척 치켜들어 주었다.
“자, 그럼 귀도 정화할 겸 보컬 라인들이 고음 대결도 안 들어 볼 수 없죠.”
“아니, 정화라뇨. 저희가 무슨 오염시킨 것도 아니고…….”
내 소심한 반박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견하준과 류재희의 고음 대결은 막상막하도 아닌 막하막하였던 우리와는 달리 가히 ‘대결’이라는 단어를 붙일 만했다.
거의 쥐어 짜내던 우리와 다르게 4단계까지 쭉쭉 올라가는 고음을 들으며 감탄하다가 누가 이겼는지 승패를 갈라보자는 MC의 말에 슬그머니 견하준 측에 한 표를 던졌다.
나는 음색우선주의였기 때문이다.
“ 파트 바꿔 부르기!”
“규칙은 간단합니다! 서로 자신의 파트가 아닌! 이게 제일 중요해요! 다른 멤버의 파트를 부르는 겁니다! 그런데 한 사람 이상이 부르면 안 돼요. 무조건 먼저 파트를 선점한 사람이!”
“그리고 파트를 하나도 부르지 못한 사람에게는 벌칙이 있어. 그러니 눈치 게임을 잘해야겠지?”
내가 노릴 파트 1순위는 서예현의 파트, 2순위는 김도빈의 파트였다. 어차피 견하준과 류재희는 서로의 파트를 바꾸어 부를 게 분명했으니 나는 이 두 멤버의 파트만 노리면 되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서예현은 분명히 김도빈의 파트를 노릴 것이고, 김도빈은 분명 서예현의 파트를 노릴 것이란 거.
결론은 치열한 눈치싸움이 되리란 것이었다.
“야, 내 파트! 내 랩파트 왜 아무도 안 해!”
예상대로 내 랩파트는 기피 파트가 되어 번번이 순서를 놓치다가 벌칙 위험에 놓인 김도빈이 눈물을 머금고 수행했으며.
“Show just begin! reverse in reverse!”
나는 거의 목숨 걸고 달려드는 서예현에게 김도빈의 파트를 계속해서 빼앗기고는 결국 눈물을 머금고 류재희의 파트를 불렀다.
내게 류재희의 파트를 뺏긴 견하준이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하다, 준아. 그렇지만 나도 목을 거의 째다시피 하면서 업보를 맞았으니 이해해 주라.
그래도 어찌어찌 다들 한 파트 이상씩은 부른 덕분에 벌칙은 면제였다.
“이야,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이제 레브와 작별할 시간이 가까워졌네.”
“이걸 놓치면 섭섭하죠! <내아소>의 꽃! 랜덤플레이댄스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만약 성공하면 한우 세트가 주어집니다!”
다들 눈에 불을 켜며 서예현을 돌아보았다. 서예현이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부렸다.
처음에는 무난하게 가 흘러나왔다. 의 안무는 쉬운 편에 속했으므로 다들 무난하게 1절 안무를 완수했다. 그다음 노래는 였다.
이건 눈 감고도 출 수 있을 정도로 죽어라 연습했으므로 활동 기간이 좀 지났지만 다들, 심지어 서예현조차도 완벽하게 안무를 해냈다.
“자, 속도 올린다! 2배속!”
2배속이 된 가 흘러나왔다. 현재 활동 중인 노래라 안무 기억은 문제없었고, 속도만 2배속에 맞추어 스피드를 올리면 되었다.
그래, 그러면 됐는데…… 우리 팀에는 안무 구멍이 한 분 계셨다는 걸 깜빡했다.
그 안무 구멍께서 춤 실력을 아무리 올렸다고 하지만 서예현이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었던 건 오직 원본뿐이었고.
2배로 빨라진 동작과 동선을 마주하게 된 서예현은 어떻게든 따라가기 위해 다급히 동선을 옮기다가 나랑 충돌 사고를 일으켰다.
그냥 서 있을 때 부딪혔으면 체격 차이로 내가 절대 엎어질 일이 없었겠지만, 하필 내가 동선을 옮기느라 걸음을 떼고 있을 때 충돌 사고가 발생했고, 발이 걸린 나는 균형을 잃고 그대로 스튜디오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그나마 겨우겨우 잘 따라오다가 노래 막바지에 이런 사고를 일으킨 걸 칭찬해 줘야 하나. 그래도 동선만 한 박자 삐끗했지, 동작은 안 틀렸으니까.
차피 엎어지고 실패한 거 그냥 몸만 휙 굴려 아예 대자로 바닥에 드러눕자 눈치를 살피던 서예현이 조심스럽게 내 옆으로 드러누웠다.
나 혼자 바닥에 엎어져 있으면 쪽팔리니 배려 차원인 건가. 차암 눈물 나게 고마웠다.
그러자 다른 멤버들도 바닥에 털썩털썩 드러눕기 시작했다. 류재희를 깔고 누운 김도빈이 당당하게 주장했다.
“저희 엔딩 포즈 이걸로 바꿨습니다!”
“맞아요, 이든이 형이 실수한 거 아닙니다!”
존나 억울하네. 내가 실수한 게 아니라 서예현이 실수해서 내가 엎어진 건데.
하지만 내가 입만 다물고 있으면 엔딩 포즈로 넘길 수 있었으므로 굳이 사실 정정은 하지 않았다.
“이야, 레브 훈훈하다! 그래, 성공한 거로 쳐줄게! 레브 랜덤플레이댄스 성공!”
떨어진 성공 선언에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서로 끌어안고 난리 부르스를 치는 막내 라인을 보다가 옆에 있던 서예현을 돌아보았다.
우리는 서로를 보고 씩 웃으며 시원하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비록 실수의 원인이긴 하지만 이번만은 판단력 인정한다!
한우 세트를 건네받고 다시 멤버들과 얼싸안으며 세리모니를 한 번 더 선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랜덤플레이 댄스를 성공시킨 기념으로 한우 세트를 받아 귀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