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5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56화(156/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56화
[⚠WARNING!⚠] [⚠WARNING!⚠] [※트리거 요소와 직접적인 접촉이 감지되었습니다※]평소에 보이던 새파란 상태창 대신 새빨간 상태창이 뜨더니, 눈앞에서 마구 깜빡거렸다.
누가 봐도 문제가 생긴 상황이었다.
속이 뒤집히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더니 수면제와 함께 목구멍 너머로 넘겼던 물도 마저 토해 냈다.
바닥에 떨어진, 물에 서서히 녹고 있는 하얀 알약을 보고 있자 그렇지 않아도 지끈거렸던 머리의 두통이 더욱 심해졌다.
트리거 요소라고?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수면제와 관련된 트라우마는 없었다.
어릴 적에 박하사탕으로 착각했던 나프탈렌이면 몰라.
알약도 어릴 적부터 곧잘 먹었던 터라 알약에 안 좋은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Error! !Error!] [과거의 파⑇⑆▚⑉]잔뜩 박살 난 채 알아볼 수 없는 글자가 나열된 붉은 상태창을 멍하니 보고 있던 중, 갑자기 누군가가 숨통을 콱 틀어쥐듯 막히는 호흡에 목을 감싸 쥐며 헐떡거렸다.
동시에 명치도 아려 왔다.
시야가 흔들리고 깜빡거리더니 담배꽁초가 가득 쌓인 재떨이가 보였다. 재떨이가 놓인 곳은 침대 옆의 선반이었다.
그리고 그 침대는…….
‘저거, 청담동 새집 침대잖아……?’
분명히 내 기억 속의 침대는 한 번도 쓰지 않은 티가 나는 새 침대였는데,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침대는 누가 봐도 사용감이 있었다.
어떤 미친놈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친놈이 침대 위에서 담배를 피웠는지 이불에는 담배빵 흔적과 담뱃재가 떨어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시발, 돌았냐. 어떤 미친 새끼야. 누가 남의 소중한 집 침대에서……! 분노로 더욱 숨통이 조여 오며 기침이 터져 나왔다.
시선이 바닥으로 바뀌며 누군가가 바닥에 던지기라도 한 듯, 바닥에 널브러진 채 액정에 금이 간 휴대폰이 눈에 들어왔다.
재생 바를 띄운 채 멈춰 버린 너튜브 드라마 클립 동영상. 화면을 차지하고 있는 이는 분명 견하준이었다.
나는 회귀 전 견하준이 나온 드라마 제목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지금 이 동영상 귀퉁이에 보이는 드라마 이름은 정말로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뭐야, 대체……?’
신경질적인 한숨을 터트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손 하나가 휴대폰을 향해 뻗어졌다.
‘시발, 저거 내 손 아니잖아!’
크기나 모양새가 내 손과 퍽 닮아 있었지만 나는 저 손이 내 손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손등과 손가락 하나하나에 덕지덕지 새겨진 타투 때문이었다.
회귀 전의 나는 팔뚝이랑 아래팔 안쪽에 타투를 하나씩 하고는 바늘 때문에 C형 간염의 위험성이 있다는 말을 뒤늦게 듣고 타투를 더 이상 늘리지 않았다.
무슨 날개가 그려진 손등은 둘째치고 손가락 마디에는 알파벳이 하나씩 쓰여 있었는데 내가 보고 있는 곳과 거리가 좀 있는 터라 무슨 단어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바닥을 뒹구는, 한두 개가 아닌 맥주캔까지 발견하고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면 어떤 미친놈이 내 집에 무단으로 침입하고 점거까지 해서 저런 쓰레기 막장 인생을 살고 있다는 소리인데…….
면상이나 한번 보자고 점점 올라가는 시야를 따라 시선을 올리다가.
“형! 이든이 형!”
다급히 불리는 내 이름에 나는 수면 위로 끌어 올려 진 것처럼 정신을 차렸다.
류재희가 황급한 손길로 나를 부축했다. 제가 건넨 수면제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것에 놀랐는지, 아니면 죄책감이라도 드는 건지 류재희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재희야, 지금 몇 시냐……?”
갈라진 목소리로 묻자 류재희가 빅x비 뺨치는 속도로 곧바로 대답했다.
“새벽 한 시요. 119 불러요?”
결연한 얼굴로 휴대폰에 이미 119를 띄워 놓은 류재희를 보니 학습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사람이 아프면 119, 이걸 딱 머릿속에 박히게 해 놓으니까 다잉 메시지 이 지랄하던 놈도 알아서 119 찾잖아.
데뷔 초에야 119 구급차 타고 실려 가도 이슈가 크게 안 됐지, 지금은 레브가 제법 뜬 상태에다가 활동 도중이라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이송되면 연예뉴스 토픽감이다.
“하씨, 새벽 1시면 매니저 형 부르기도 애매하네.”
여전히 지끈거리는 머리에 미간을 문질렀다.
호흡 곤란과 환각은 둘째치고 일단은 수면제를 토한 거라 각혈보다는 임펙트가 부족했다.
앞머리를 신경질적으로 쓸어 올리며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다행히 호흡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저릿했던 손끝 역시 멀쩡해졌다.
굳이 지금 응급실에 갈 상태는 아닌 것 같았다. 물론 미지의 몸 상태 때문에 더럽게 불안하긴 했지만 말이다.
“내일, 아니 자정 지났으니까 오늘이지. 오늘 스케줄 뭐 뭐 있었지?”
“새벽에 음방 사녹 있고, 정오에 라디오요.”
대충 라디오 스케줄이 끝나는 시간을 계산해 보다가 결론을 내렸다.
“오후에 병원 검진 잡으면 되겠다.”
당일 검진은 정밀검진이 되나? 이거 아무래도 정밀검진 받아 봐야 할 거 같은데?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은 꽤 큰 문제 아닌가? 그리고 환영은…… 이건 정신과로 가야 하는 거 아니야?
말하면서도 더럽게 찝찝하다는 표정을 지으니 류재희가 나를 붙들고 꺽꺽 대성통곡했다.
“그냥 119 부르라고 난리 쳐 주세요, 형……! 형이 침착하니까 더 무서워요! 형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요!”
“환장하겠네. 나도 돌아가는 머리란 게 있거든? 내가 그 정도 상황 판단도 못 하는지 알아?”
지금 내가 그룹을 위해서 살신성인의 자세로 새벽 응급실까지 포기하는데, 어?
“무슨 일 있…….”
독방의 문을 열고 나온 견하준이 식은땀에 푹 젖은 나와 그런 나를 부축하고 있는 류재희, 이제는 아주 작은 알갱이만 남은 채 바닥의 물과 녹아든 알약을 향해 차례로 시선을 주었다.
상황 파악을 대충 마쳤는지 견하준이 침착하게 물었다.
“병원 가? 콜택시 부를까?”
“아, 맞다! 콜택시가 있었구나!”
류재희가 무슨 진리를 깨달은 것처럼 양손을 꼭 모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니, 스케줄 마치고 오후에 병원 가려고. 지금은 멀쩡해.”
눈꺼풀을 타고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쓱 훔치며 대꾸했다. 슬그머니 문을 열고 얼굴을 비친 김도빈도 마저 자라는 내 손짓에 얌전히 다시 문을 닫았다.
그 와중에도 서예현은 꿈속을 헤매느라 멤버 중 유일하게 나와 보지도 않았다. 참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깊게도 잠든다 싶었다.
저것도 축복이긴 해.
수건을 가져와 바닥에 흥건한 물을 닦는 류재희에게 대충 닦고 들어가서 자라고 말해 주고는 내 방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눕자 다시 호흡이 턱 틀어막히던 그 순간의 고통이 머릿속에 되살아났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고통이었다.
그리고 대체 언제인지 시점도 제대로 알 수 없고, 내 기억 속을 아무리 뒤져 봐도 떠오르지 않는 그 풍경도.
일단 침착하고 시스템창을 열었다.
이제까지 쌓아 왔던 랜덤 티켓을 모두 까 보기로 했다. 전에 견하준에게 양보했던 만수무강물약인지 만병통치물약인지가 다시 한번 나올지 누가 알아.
그때는 인간적으로 양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 내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지금, 다시 한번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템 ‘스포츠의 신’을 획득하셨습니다!] [아이템 ‘음악 검색’을 획득하셨습니다!] [아이템 ‘인간 번역기’를 획득하셨습니다!]……
쓸데가 있는 건가 없는 건가 긴가 민가 하면서도 내 건강이 위협받는 지금 당장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아이템들의 향연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것들 말고 만병통치물약 달라고.
내가 한숨을 쉬자 룸메이트인 김도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형, 지금이라도 병원 가실래요……?”
“너희는 왜 내가 난리 칠 때는 반응하지 않다가 이렇게 침착할 때 병원 타령을 하고 그러냐?”
그 당시에 지금의 절반 정도라도 리액션을 보여 줬으면 얼마나 좋냐, 어?
* * *
“5월 셋째 주 인기뮤직 1위는…… 알테어의 ! 축하드립니다!”
펑! 무대 위로 컨페티가 흩날렸다.
알테어의 이라니. 몇 번을 들어도 적응이 되지 않는 단어의 조합에 속으로 표정을 구기며 겉으로는 활짝 웃는 얼굴로 짝짝 박수를 쳤다.
내게 익숙한 건 레브의 이었으니까.
케이제이가 환하게 웃으며 트로피를 건네받았다. 만족스럽다는 얼굴로 웃으며 트로피를 전달받아 흔드는 차연호를 보며 최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노력하느라 계속 씹고 있던 볼 안쪽이 아렸다.
곡 스틸해서 1위 하니까 아주 좋으시겠습니다?
음원 점수 차가 좀 나는 바람에 이번 주에도 우리는 꼼짝 없이 알테어에게 음방 1위를 양보해 주어야 했다.
그놈의 유출범 새끼 잡히기만 해 봐라. 모가지를 효수해서 LnL 사옥에 매달아 놓을 줄 알아.
티 나지 않게 이를 갈며 앵콜 무대가 시작하기 전에 무대에서 내려왔다.
앞으로 남은 활동 기간은 한 주. 그 한 주 안에라도 1위를 한 번 차지해야 했다.
그래야지 유출이라는 악조건에서도 저 빌어먹을 에 한 번이라도 이겼다는 위안이라도 가지지.
그렇지만 그건 가 회귀 전 처럼 역주행이라도 해야지 가능했다.
“참, 너희 내일 스케줄 추가됐다.”
매니저 형이 우리에게 통보식으로 전달했다. 그렇지 않아도 병원 방문을 한 번 더 해야 하는데 갑자기 추가된 스케쥴이 달가울 리가 없었다.
“갑자기? 나 내일 병원 가야 한다니까?”
“행사 무대 펑크가 났다고 그쪽에서 사정 사정을 해서…… 병원 검진일 좀 미룰 수는 없어?”
“레브 아직도 멀었구먼. 아직도 펑크 대타나 뛰어야 하고.”
못마땅하게 혀를 차며 팔짱을 꼈다.
“형, 그 행사, 야외무대예요?”
가만히 듣고 있던 서예현이 휴대폰 화면을 계속 확인하며 물었다.
“어, 야외무대. 왜? 문제 있어?”
“내일 비 오잖아요. 소나기 온다던데.”
“괜찮아, 괜찮아. 폭우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소나기인데 무슨 문제 있겠어?”
우리를 안심시키려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매니저 형이 유들유들하게 말하자 김도빈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거 플래그 발언인데. 이런 말 하면 꼭 문제 터지던데.”
“또 또 쓸데없는 소리 한다.”
김도빈의 머리를 꾹꾹 누르며 타박했다. 플래그고 뭐고, 말이 씨가 되는 거 모르냐, 인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