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57)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57화(157/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57화
“어째 2년 전이랑 상황이 똑-같냐.”
“도빈이 형 리허설 대타 직캠 떡상 때요? 하긴, 그때도 펑크 대타였죠.”
“혹시 알아여? 이번에도 직캠 하나 터질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쭉쭉 빨고 있던 내 옆에서 김도빈이 깝죽거렸다.
직캠은 이 행사가 아니라 3주 후인가 한 달 후인가에 있을 다른 축제 무대에서 터진단다.
그런데 레브 체급이 꽤 올라서 그 축제에서 우리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네.
그나마 대타 신세에서 위안이 되는 건 제법 규모가 있는 행사라 우리 말고도 제법 2군 아이돌들이 보인다는 것 정도?
오랜만에 KICKS 놈들도 볼 수 있었다. 활동이 거의 겹치지를 않아 방송국에서는 거의 볼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만나니 딱히 반갑지는 않았다.
권윤성은 나와 마주하자마자 쓰윽 시선을 피했다. 그 옆에 있던 낙하산이 내게 반갑게 손을 흔드는 것과 퍽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고는 있지만 영 정은 안 가는 낙하산에게 턱을 까딱여 인사를 건넸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고서는 어김없이 끼어드는 놈이 있었다.
“우와, 이든이 형. 윤성이 형한테는 인사 안 하면서 이서 형하고는 인사하네? 이서 형 싫어서 나갔던 거 아니었어? 낙하산 새끼랑 한솥밥 먹기 역겹다며.”
최현민이 손으로 입을 가리는 시늉을 하며 나랑 낙하산을 번갈아 힐긋거렸다.
한솥밥 먹으면서 하하 호호하는 꼬라지 연출 못하겠다고 한 것까지는 기억하는데 내가 역겹다는 워딩까지 썼던가?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똑바로 하자? 이게 사람을 인간쓰레기로 만드네?”
“왜에, 형, 이서 형 존나 싫어했던 건 맞잖아. 내가 다 기억하는데.”
부러 말끝을 늘리며 최현민이 히죽거렸다.
“그런데 이렇게 참, 인간관계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걸 형이 몸소 보여 주네. 덕분에 교훈 하나 얻었어. 입 조심해야겠다고.”
인상을 찡그린 권윤성이 최현민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이 최현민의 목덜미를 잡아채기 전, 성큼성큼 걸어가 최현민의 앞에 섰다.
“현민아.”
예전처럼 부러 성 떼고 이름만 부르며 최현민을 내려다보았다.
“너 이제 내가 만만하냐?”
표정을 싹 지우며 묻자 최현민이 움찔했다.
“내가 전에 오냐오냐해 줬던 건 네가 같이 데뷔할 놈이어서였고, 지금은 너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데 왜 자꾸 선을 넘고 그러냐? 내가 이런 것까지 이야기해 줘야 하냐? 다 큰 성인한테?”
들으란 듯 한숨을 쉬자 최현민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나를 올려다보는 눈동자에 원망이 맺혀 있었다.
꼽 먹는 게 싫으면 나대지를 말던지, 시발.
툭툭, 이마를 손가락으로 두어 번 치며 경고의 말을 건넸다.
“선 넘지 말자, 어?”
“이든이 형, 그만하면 저쪽도 알아들었을 거 같은데요. 괜히 시선 몰리기 전에 우리도 가요.”
류재희가 나를 말렸다. 최현민이 내 앞에 잡혀 있는 사이에 먼저 우리를 지나치던 권윤성이 손짓했다.
“그만 나대고 빨리 와, 최현민.”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씨근덕거리며 류재희를 노려보던 최현민이 세차게 류재희의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치고 지나가려고 했다.
최현민은 제 어깨 빵을 맞고 류재희가 휘청거리는 그림을 원했겠지만, 현실은 류재희는 끄떡도 하지 않았고, 최현민만이 비틀거렸다.
제가 먼저 쳐 놓고 제가 밀려나는 꼴을 가감 없이 보여 준 최현민이 후다닥 KICKS 멤버들에게로 합류했다.
“왜 저래?”
그런 최현민의 등 뒤로 들으란 듯 빈정거린 섞인 물음을 내뱉은 류재희는 최현민 및 KICKS가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방방 뛰었다.
“예현이 형이랑 이든이 형 따라서 헬스하길 잘했네요. 근육 붙었을 때보다 더 뿌듯하당.”
“거봐. 운동하면 언젠가는 쓸 데 있을 거라고 했잖아.”
서예현이 기특해 죽겠다는 얼굴로 류재희의 등을 두드리며 씩 웃었다.
“그런데 저거 웃기는 놈일세? 왜 나도 아니고 너한테 어깨 빵을 날려? 너 그때 뮤직대전 막내들 특집에서 쟤랑 무슨 일 있었냐?”
굳이 제게 꼽 준 내가 아닌 류재희를 타깃으로 잡고 그 지랄을 한 게 이해되지 않아 묻자, 류재희가 비죽 웃었다.
“질투죠, 질투.”
그 대답을 듣고도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굳이 최현민의 속을 이해하고 싶지는 않아 신경 끄기로 했다.
서예현은 구름 하나 없이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기상청 홈페이지를 보다가를 반복했다.
“기우제 지내?”
“기우제는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는 거라는 건 알지?”
“누구를 빡대가리로 아나. 나도 그 정도는 알거든? 형이 하도 하늘 올려다보고 있어서 비 빨리 오라고 고사 지내는가 했지.”
레브의 순서는 제법 뒤였다. 덕분에 리허설은 빨리 끝났지만 대기하는 건 퍽 지루했다.
마침내 레브의 무대 순서가 다가왔다. 이전 무대까지는 비가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안도하고 있었다. 하늘도 먹구름 없이 깨끗했고 말이다.
하지만, 견하준이 도입부를 부르자마자 갑자기 하늘이 먹구름으로 어두워지더니 마치 마법처럼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감전되는 거 아니야……?’
마이크를 꽉 쥔 손에 슬쩍 힘을 뺐다. 힐끔 돌아보니 다들 진지한 얼굴로 무대에 임하고 있어서 나 혼자 감전으로 호들갑 떨기는 좀 그랬다.
이 망할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인 건 무대의상이 방수 재질이라는 것과 후드집업이라 머리는 아직 젖지 않았다는 점?
하지만 안무 중 후드를 벗는 동작이 있었기에 곧 머리와 얼굴은 젖게 될 터였다.
그 안무 차례가 오자 잠시 머뭇거리다가 후드를 벗었다. 다들 안 벗고 그대로 추면 모르는 척 묻어가려고 했는데 멤버들이 다 벗더라고.
빗물에 젖어 축 눌어붙은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랩을 내뱉었다. 인이어는 이미 귀에서 잡아 뺀 지 오래였다.
‘바닥 더럽게 미끄럽네.’
이러다가 누구 하나 미끄러지겠다 싶겠다고 생각하자마자 류재희가 젖은 바닥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뒤로 미끄러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마침 나는 류재희의 왼편에 있었기에 류재희가 넘어지지 않도록 가볍게 허리를 받쳐 주었다.
춤에 한정해서만 눈치 빠른 김도빈 역시 오른편에서 손을 뻗어 류재희의 허리를 받쳤다.
그렇게 우리한테 지탱된 채로 제 파트를 무사히 마친 류재희가 몸을 일으켰다. 덕분에 마치 원래 있던 안무처럼 자연스럽게 지나갈 수 있었다.
벌스1 부분은 안무가 그리 격하진 않지만 후렴구부터는 빡세진다. 이대로 계속 무대를 하면 미끄러지기만 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1절 훅과 2절 벌스 사이에 멤버들이 모이는 구간이 있었다. 수신호를 보내고 다 같이 신발을 벗어 던졌다. 진정한 맨발 투혼이었다.
격렬한 안무에 빗방울이 사방으로 튀었다.
맨발에 닿는 무대 바닥과 흥건한 물, 언제 감전될지 모르는 마이크.
그래도 빗속의 무대는 한 번쯤 해 볼 만한 경험이었다. 물론 다시 하라면 못 할 것 같고 딱 한 번만.
날씨도 대타 뛰러 나온 우리를 약 올리기라도 하는 건지 레브의 무대가 끝나자마자 하늘은 거짓말처럼 깨끗하게 개었다.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수건을 받아 들었다. 비를 고스란히 맞은 덕분에 흠뻑 젖은 상태였다.
젖은 머리를 탈탈 털고 있자 옆에서 김도빈이 머리를 힘껏 저어 물을 털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무슨 물에 젖은 개냐? 수건으로 안 털어? 물 다 튀잖아, 인마.”
김도빈의 머리에 큰 수건을 우악스러운 손길로 덮어씌우며 타박했다.
“와, 저 감전되는 줄 알고 심장 엄청 쫄렸어요. 아니, 형들은 어떻게 그렇게 담담하게 있었어요? 나만 쫀 건가 싶어서 형들 얼굴 보니까 너무 덤덤해서 제가 이상한 줄 알았잖아여.”
“사실 나도 쫄렸는데 다들 아무렇지 않게 하길래…….”
“나만 감전 걱정했던 게 아니었구나.”
“오, 저도요. 솔직히 감전되기 전에 무대 뛰쳐나가고 싶었음요.”
김도빈이 운을 떼자 한 마디씩 보태는 멤버들의 모습에 안도했다. 다들 안전불감증인 줄 알았네.
그리고 오늘 찍힌 직캠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500만이라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를 역주행시킨다.
* * *
[2위- ‘Reve – Reverse’ ♥63,127]“미친?”
5일 만에 쭉 치고 올라가다 못해 바로 밑까지 바싹 추격한 음원 순위를 보며 입을 떡 벌렸다.
회귀 전 서예현의 역주행 직캠이 찍혔던 행사는 아직 멀었는데 어떻게 벌써 역주행의 기적이?
“비 맞으면서 무대하는 직캠이 왜 인기가 있는 거지……?”
서예현 얼굴도 아니고.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리자 류재희가 옆에서 대꾸했다.
“예현이 형 나오는 구간이 제일 인기 많긴 해요. 동영상에서 예현이 형 나오는 시간대 써 놓은 게 좋아요, 댓글도 제일 많던데.”
“그럼 예현 형 때문에 뜬 거냐?”
“형이 젖은 머리 쓸어 올리는 구간도 인기 많아요. 그러니까 자신감을 가져요, 형.”
“누구를 직캠 기여도 때문에 자신감 깎여서 질투하는 놈으로 만들어, 인마.”
투덜거리며 류재희의 머리를 마구 헤집었다.
알테어는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음방 활동을 종료했다.
“아깝다! 이번에야말로 알테어 확실하게 넘을 수 있었는데!”
류재희가 거실 탁자를 주먹으로 쾅! 치며 분함을 표했다.
지난번 때의 토피넛라떼의 맛이 생각났다. 더럽게 달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던 그 맛이.
“5월 넷째 주 인기뮤직 1위는…… 레브의 ! 축하드립니다!”
그래도 원하던 대로 한 번은 뛰어넘고 1위를 쟁취했다.
아쉬움이 가득한 1위이긴 했지만 악조건 속에서도 쟁취해 낸 1위라 그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트로피를 받아 들고 1위 공약을 수행한 앵콜 무대까지 무사히 마치고는 다시 대기실로 돌아왔다.
“준이는?”
“몰라요? 나가는 것도 못 봤는데. 화장실 가신 거 아니에요?”
“곧 CP 인산데 어디 간 거야?”
견하준 좀 찾아오라는 매니저 형의 부름에 몸을 일으켜 어슬렁어슬렁 복도를 돌아다니다가 서로 마주한 두 인영을 발견했다.
쟤는 왜 저기 있어? 그리고 그 앞에 있는 이는…….
‘차연호?’
본능적으로 복도 벽 뒤로 몸을 숨겼다.
“자기 기억을 너무 믿진 마요. 기억만큼 조작되기 쉬운 게 없거든.”
차연호의 목소리가 흐릿하게 들려왔다.
“덕분에 피 좀 많이 봤지.”
슬쩍 고개를 내밀어 다시 둘의 동태를 살폈다. 견하준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린 차연호가 이쪽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숨어 있다가 들키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 하에 벽에 숨겼던 몸을 드러냈다.
“안녕하심까, 선배님.”
“또 보네요, 이든 씨. 여기는 웬일로?”
“사라진 멤버 찾으러 왔죠.”
나를 발견한 견하준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나를 훑은 차연호가 1위 축하한다는 말을 남기고는 먼저 멀어졌다.
“준아, 차연호…… 선배…… 님…… 이 너한테 무슨 말 했어?”
습관처럼 차연호 이름 석 자만을 부르려다가 이곳이 방송국인 걸 자각하고 선배님 호칭을 황급히 붙였다. 붙이면서도 이가 갈렸다.
“무슨 알아들을 수 없는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시더라고. 좀 이상하던데…….”
견하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설마 차연호 저 인간…… 견하준을 회귀자라고 의심하고 있는 건가?
개꿀이네. 앞으로도 열심히 헛발질해 줘라. 나 귀찮게 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