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60)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60화(160/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60화
갑자기 진지해지는 친구의 목소리에 휴대폰을 붙들고 다급하게 외쳤다.
“야, 무섭게 왜 그래? 내가 꼭 삥 뜯은 걸 기억 못하는 거 같잖아!”
그렇지 않아도 같은 회귀자 신세인 차연호에게 기억을 믿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얘까지 이렇게 나오니까 정말로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만 같아서 섬찟했다.
한숨을 내쉰 친구가 나를 진정시키고는 내게 말했다.
-문자로 번호 하나 보냈으니까 확인해 봐.
슬쩍 휴대폰 화면을 내려 보니 정말로 휴대폰 번호 하나가 문자로 도착해 있었다.
“이게 뭔데?”
-글 올린 새끼 번호.
“확실해?”
-2학년 때 너한테 그 소리 들은 거, 그 새끼 한 명밖에 없어.
말을 뱉었다는 당사자인 나도 기억을 못 하는 걸 잘도 기억한다 싶었다.
아니, 잠깐. 그런데 저 말인즉슨, 내가 정말로 그런 말을 했다는 뜻 아니야?
내가 정말로 남의 돈과 빵을 뜯었다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깨끗하게 살아온 이 내가?
싸움이라고는 초등학교 때 휘말렸던 패싸움과 중학교 때 걸려 온 시비에 맞받아친 것과 고등학교 때 랩 한번 해 보라고 비아냥거리는 새끼와 한 판 뜬 것밖에 없는 이 내가?
내 침묵을 고마움의 침묵이라 해석하기라도 한 건지 친구는 계속 투덜거리고 있었다.
-너는 진짜 우리한테 술이랑 밥 거하게 쏴야 해. 야, 우리 같은 친구들이 어디 있냐? 그 새끼 번호 바뀌어서 이 번호 알아내려고 유선이가 얼마나 개고생했는 줄 알아?
“이야, 마당발 김유선 아직 안 죽었네.”
키득거리며 감탄사를 내뱉다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그런데 내가 사과해야 하냐? 사과하고 합의 보라고 번호 준 거냐?”
묵직한 한숨이 다시 울리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한 타박이 수화기 너머로 전해져 왔다.
-네가 사과를 왜 해? 네 쪽에서 그딴 글 올려서 이미지 타격받은 거 관해서 사과를 받아야지.
“내가 뭐, 빵 심부름시키고 돈 뜯고 그랬다면서.”
-친구야, 아무리 내가 네 친구라도 네가 그딴 짓을 했는데 피해자를 그 새끼라고 칭하겠니, 내가?
“오, 생각해 보니까 그러네. 그럼 뭔데?”
-너 진짜 정희광 기억 안 나?
답답해 죽겠다는 물음에 머리를 굴려 보았다. 하지만 이 친구에게는 불과 4년 전의 일이겠지만 나한테는 11년 전의 일이었으니 기억이 날 리가 없었다.
-교실 뒤편에서 전담 폈던 새끼!
그 외침에 이제는 잔뜩 흐릿해진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아니, 씨발. 아무리 그래도 교실 안에서 전담은 좀 아니지 않냐? 가지가지 하네, 진짜.’
‘친구야, 좋은 말로 할 때 끄자.’
‘야, 끄라고.’
이름 들었을 때는 누군가 했는데 전담 폈던 새끼라고 하니까 기억났다. 아직도 얼굴은 기억이 안 났지만 말이다.
“아, 그 미친놈? 그런데 내가 진짜 걔한테 그랬다고?”
분명 내 기억으론 우리 학교 일진 패거리 중 하나였는데. 우리 반에는 자기 일진 패거리 친구들이 없어서 얌전했던가?
하지만 차연호 왈, 자기 기억을 너무 믿지 말라고 했지.
걔가 일진이 아니었든가, 아니면 걔가 얌전하지 않았든가, 둘 중 하나다.
내가 여전히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를 보이자 친구가 어지간히 답답했는지 재차 물어 왔다.
-니 별명 한동안 다크나이트였던 이유 진짜 기억 안 나냐?
“야, 큰일 났다. 나 기억에 문제 있는가 봐.”
심각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친구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건 아닌 듯. 그건 그냥 네가 네 기준 중요한 일 아니면 기억을 날리는 빡대가리라서 그래.
“이 망할 자식이…….”
목 끝까지 튀어나오는 쌍욕을 겨우 삼키고선 이를 악물고 중얼거리자 수화기 너머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오우, 우리 이든이. 데뷔했다고 바른말 쓰기 캠페인 하는 거야? 쌍욕 대신 이렇게 순한 말이 날아오다니! 이 친구의 폰 기종은 아이폰이라 녹음 걱정은 하지 말고 마음껏 욕해도 된다.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웃겨 죽겠다는 웃음소리에 뚝, 통화를 끊고는 술이랑 밥 쏠 테니까 날짜랑 시간이나 맞추어 놓으라는 문자를 넣었다.
그리고 쇠뿔도 단김에 베라고, 바로 정희광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어, 여보세요. 희광이 오랜만이다? 잘 지냈냐? 나 윤이든인데.”
교실 뒤편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던 놈 앞으로 다가가 당장 끄네 마네 하며 신경전을 벌였던 것만 기억하는 입장으로썬 영 반갑지 않았지만, 글을 지워 달라 부탁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일단은 좋게좋게 인사를 건넸다.
기억하냐는 물음은 굳이 덧붙이지 않았다. 나를 기억 못하면 그 글을 올렸겠냐.
-와, 이걸 전화하네.
기분 나쁜 키득거림이 고스란히 들려왔다.
“왜 전화했는지는 알지? 글 좀 내려 주라. 그 글 때문에 내 입장이 지금 상당히 곤란해졌거든?”
최대한 나답지 않은 유한 말투로 부탁하자 빈정거림이 돌아왔다.
-사과하면 삭제해 줄게. 사과해 봐.
분명 내 친구는 내가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다크나이트. 배트맨이 악당 조커 때려잡는 영화 아닌가.
이 자식이 무고한 피해자가 아니라 악당 역이라면…….
“와, 기억났다.”
드디어 기억해 냈다.
“야, 다른 애들에게 뜯은 돈으로 산 빵이 네 빵이냐? 다른 애들에게 뜯은 돈이 네 돈이고? 그게 그렇게 억울해 미칠 것 같든? 그래서 4년이나 지난 지금, 그딴 글 싸지른 거고?”
사과했으면 좆될 뻔했네. 내가 내 입으로 거짓 가해 사실을 인정할 뻔했다는 거 아니야.
으르렁거리자 놈이 웃음을 터트렸다.
-어차피 나는 글 안 내려도 아쉬울 거, 손해 보는 거 하나 없어. 너도 알잖아? 나는 그냥 마음에 안 들었던 너 좆되는 꼴 보고 싶었거든.
“우와, 인생 그렇게 살고 싶냐?”
네놈 때문에 내가 회귀만 해 봐라. 제일 먼저 찾아가서 조져 줄 테니까.
-야, 윤이든. 내기 하나 하자. 만약 반박글 올라오면 글 내려 줄게. 네가 그때 돈 뜯긴 놈 도와줬으면 그놈도 지금 너를 도와줘야지 수지가 맞는 게 아니겠어?
“그거랑 뭔 상관인데. 수지타산 이야기가 왜 나와?”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 아무나 도왔던 네 죄지.
어린애 투정 수준의 억지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반박 글 올라오면 네 글이 구라인 거 들킨 게 쫄려서 삭튀하는 거겠지. 왜 선심 쓰는 척하고 난리야. 내가 그렇게 빡대가리로 보이냐?”
씩씩거리자 반박글 올라오길 물 뜨고 빌어 보기라도 하라고 한껏 비웃으며 놈이 전화를 끊었다.
이런 일이 회귀 전에는 있었던가. 진지하게 고민해 봤지만 역시 없었다. 이것도 설마 기억의 오류…….
[아닙니다.]시스템이 끼어들어 단호하게 부정해 준 덕에 이 기억은 온전하다는 걸 확신했다.
‘설마, 회귀 전에는 내 존재를 몰라서……?’
의도치 않게 회귀 전의 우리는 서예현의 가호를 받고 있었던 거였다.
오직 레브에서 서예현만이 유명해진 덕분에 그 후광에 가려져 쩌리 신세였던 우리들은 존재도 몰라서 공격을 받지 못했던 것.
게다가 나는 작곡 및 프로듀싱을 ED라는 예명으로 하고 있었으니 그것 역시 연막에 한몫했으리라.
회귀 전에는 역주행으로 뜨고 나서도 아무 일도 터지지 않고 평화로웠던 레브가 회귀해서 서예현만이 아닌 다 같이 뜨고 난 후로 이런 일들이 터지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김도빈의 학폭 방관자 이슈건, 지금 내 이슈건.
“그래서 내가 도와준 놈 반박 글이 올라와야 그 망할 글을 지워 준단다.”
내가 멤버들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상황 보고를 마치자 류재희가 결연한 얼굴로 휴대폰을 들어 올리며 이것저것 물었다.
“형, 그때 상황 자세히 기억해요? 글 올린 사람 이름은 알고 있죠? 그 정도 글이야 조작해서 쓰면 돼요. 저 진짜 그런 글 잘 쓸 수 있어요. 주작 글인지 진짜 당사자의 반박 글인지 알 게 뭐예요.”
옆에서 서예현이 볼을 긁적이며 떨떠름하게 물었다.
“그렇게 조작해도 돼?”
“뭐 어때요, 이든이 형도 당사자 중 하나인데. 일진, 학폭 이미지가 계속 가면 이든이 형한테도, 우리 그룹한테도 좋을 거 없어요.”
“일단 이든이 형한테 들은 걸 토대로 간단하게 반박문 쓰고 올리면-”
말하면서 화면을 내리던 류재희가 멈칫했다. 화면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동자가 커졌다.
“어……?”
* * *
레브의 팬인 권 모 양은 SNS의 타임라인을 내리며 울상을 짓는 중이었다.
이든을 향한 욕과 옹호가 반반 섞인 탐라를 원망스럽게 노려보며 그녀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아닌데…… 울 오빠가 분명 이든이 착하다고 했는데…….”
1년 전 음악방송을 틀어 놓았을 때, 윤이든의 얼굴을 본 그녀의 오빠가 지나가듯한 말을 그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아이돌로 데뷔한다더니, 진짜 데뷔했구나. 동창 얼굴 저렇게 보니까 신기하네.’
‘뭐야? 오빠 이든이 알아? 아는 사이야?’
‘나랑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어.’
‘친했어? 지금 연락해? 만나? 동창회 가서 만나면 싸인 좀 받아 줘!’
‘친했던 건 아니고…… 말 몇 마디 섞어 본 정도?’
‘이든이 학창시절 때 어땠어?’
‘윤이든 쟤 착해. 진짜 고마웠던 친구야.’
오빠의 그 말에 인성 이슈는 없겠다고 굳게 믿으며 덕질을 이어 나갔던 권 모 양에게 있어서 지금의 일은 마른하늘에 내리친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윤이든이 남고인 터라 데이드림은 다들 윤이든과 동창인 혈육의 학창시절 썰을 풀며 일진설에 열심히 해명 중이었지만 수가 턱없이 부족했다.
당연하다. 혈육이 자기가 파는 아이돌과 동창일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짹에 반드시 윤이든의 학창시절 해명 하나를 추가하여 누명을 벗겨 내야 한다는 사명감에 권 모 양은 오빠를 붙잡고 늘어졌다.
“우리 이든이, 오빠랑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안 했어? 같은 반이었다면서. 풀 만한 미담 같은 거 없어? 아, 맞다, 글 올릴 때 오빠 졸업 앨범으로 인증해도 돼? 오빠 졸사 절대 안 나오고 그냥 졸업 앨범 표지에 포스트잇만 붙이는 거야.”
“갑자기 미담은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무슨 일진설에 학폭설에 별별 루머가 다 뜨고 있다니까? 하필 또 이든이 인상도 그래서…….”
“뭐라고? 학폭? 일진?”
그녀의 오빠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치, 말도 안 되지!”
“무슨 폭로글이라도 올라왔어?”
“어! 막 이든이가 돈 뜯었다 하고, 빵 심부름시켰다고 하고!”
“그거 링크 좀 줘 봐.”
폭로글을 모두 읽은 권 모 양 오빠의 얼굴이 심각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