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61)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61화(161/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61화
짧은 글을 순식간에 다 읽은 권 모 양의 오빠가 턱을 쓸며 중얼거렸다.
“글 쓴 놈, 누군지 알 것 같은데…….”
모를 리가 없었다. 저 폭로 글 속 윤이든의 대사를 바로 옆에서 들었던 장본인이자, 윤이든이 그 대사를 내뱉게 한 원인이 바로 그였으니까.
여동생한테 말했던 것처럼 같은 반이었던 윤이든과 대화해 본 적은 비록 손에 꼽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대화는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 있었다.
‘자, 여기.’
‘어, 어? 이걸 왜 나한테…….’
‘네 돈으로 산 빵이니까 네 빵이지. 희광이가 매점 심부름해 줬다고 생각해. 우와, 희광이 존나 착하다. 반 친구 빵 심부름도 다 해 주고.’
‘저기, 이든아…… 정희광이 지금 너 엄청 노려보는데…….’
‘지가 야리면 어쩔 건데. 아, 저 새끼가 또 돈 뜯으면 말해. 별 씨발 좆도 아닌 게 성진혁 빽 믿고 교실 물 흐리면서 나대고 지랄이야.’
‘어…… 아, 이든아, 이 빵 너 먹어.’
‘어엉? 진짜? 왜? 설마 위탄 네 취향 아니야? 정희광한테 너 먹고 싶은 빵으로 바꿔 오라고 시켜 줄까?’
‘아니, 괜찮아. 그것까진…… 그냥 나서 준 게 고마워서.’
‘고맙다, 잘 먹을게. 안 그래도 오늘 급식 개쓰레기라 배고팠는데 땡큐.’
‘오오, 다크나이트 윤이든! 삥셉션 지렸다. 남의 돈 뜯은 놈한테 그 돈으로 산 빵 뜯기.’
‘뭐래. 우진이가 준 거거든. 야, 그리고 희광이가 조커는 아니지. 조커 쫄따구 10이면 몰라도.’
‘그러는 님도 배트맨은 아님. 배트맨은 님보다 훨씬 근육 빵빵하고 얼굴 잘생김.’
‘김유선 존나 싫다.’
그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욕먹을 놈은 따로 있는데 애먼 이가 피해를 보는 작금의 사태가 그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반박 글 올리려면 어디에 올려야지 사람들이 많이 봐?”
“오빠, 있어 봐. 내가 아이디 빌려줄게. 여기에다가 올려.”
그는 동생이 건넨 휴대폰으로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받았던 선의를 기꺼이 되돌려 주기 위해서.
* * *
“반박 글 올라왔어요!”
류재희의 반가운 외침에 곧바로 반박 글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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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든 학폭설 해명합니다]동창이자 그 일의 당사자 중 한 명으로서 폭로자가 그 말이 나오기까지의 앞뒤 정황을 모두 자르고 글을 올린 것 같아 저 역시 해명 글을 올립니다.
폭로자가 그 본인인지는 모르겠으나, 당시 선문고등학교 2학년 3반에는 반 학우들의 돈을 뜯고 다니던 친구가 한 명 있었고, 저 역시 그 친구에게 돈을 뜯긴 피해자 중 하나였습니다. 피해가 계속되던 중 유일하게 나서주었던 게 바로 이든이었습니다. 이든이가 그 친구에게 뜯은 돈은 다른 친구들이 뜯긴 돈으로 결코 그 친구의 돈이라 할 수 없으며……
(……)
마지막으로 O희O, 우리 최소한의 양심은 지키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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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앨범 및 2학년 3반 단체 사진 인증과 함께 올라온 반박 글을 보자 기분이 묘해졌다.
결국 선의는 어떤 식으로든 돌아온다는 걸 확인받은 것만 같아서.
마지막에 언급된 실명(비록 한 글자밖에 나오지는 않았지만)이 글의 화룡점정이었다.
봤냐? 정의는 승리한다, 시발놈아.
반박글이 올라왔음에도 여전히 삭제되지 않은 폭로 글을 노려보았다.
이 새끼가 한 입으로 두말하네? 한 번 더 전화해서 쪼아 줄까 말까 고민하며 휴대폰을 빤히 내려다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까 폰에 통화 녹음도 됐네?”
내 폰은 무려 통화 자동 녹음이 되는 갤럭시니까. 아, 갤럭시 간접광고는 딱히 아니다.
휴대폰을 척, 들며 말하자 류재희가 어서 녹음본을 틀어 보라고 손짓했다.
옹기종기 모여 녹음본을 들은 멤버들이 감상평을 한 마디씩 남겼다.
“이 글 작성자 친구? 친구라고 칭하면 이든이 네 기분이 나쁘려나? 아무튼, 마인드 진짜 꼴불견이네. 사람 좆되는 거 보고 싶다고 인터넷에 익명으로 이런 조작 글이나 올리고.”
“그…… 준아…… 내가 진짜 한 말이긴 해서 조작 글은 아니긴 한데…….”
“자기가 한 일은 쏙 빼고 네가 한 말만 기재해서 멀쩡한 사람 학폭범으로 몰아가는 것 자체가 조작이지.”
“그런데 이게 세상에 나가면 이든이 형 일진설만 더 심화되는 게 아니에여……?”
“내 말이. 윤이든 너는 무슨 통화 시작할 때 인사를 그렇게 하냐? 여보세요, 누구누구 맞아요? 이게 통화 시작의 정석 아니냐?”
“나도 모르는 사람이랑 통화할 때는 그렇게 해.”
“씁, 녹음본 자체를 풀기에는 애매한데요. 녹음본 속 형 말투랑 내용이 좀…… 트집 잡히기 쉬운 말투라.”
위대하신 우리 막내, 류재희의 말에 반문하는 대신 셀프 변호했다.
“그래도 욕도 안 하고 최대한 유한 말투로 통화했는데.”
“이게?”
서예현의 떨떠름한 물음에 어깨를 으쓱했다.
“마지막에 조금 울컥한 경향이 없지 않아 있긴 했지.”
“아니, 방금도 말했지만 통화 시작 멘트부터 글러 먹었다니까.”
서예현이 말도 안 되는 태클을 걸어왔지만 보답받은 선의에 기분이 좋았으므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이든이 말만 잘라서 올리면?”
견하준의 진지한 물음에도 류재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쪽도 녹음 파일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굳이 우리 측 말을 자르고 상대편 말만 나오게 올리면 역풍이 어떻게 불지 몰라서요. 올리려면 녹음본 전체를 올리는 게 뒤탈 없이 깨끗하니까요.”
역시 안 올리는 쪽이 더 낫다는 걸로 의견이 기울고 있을 때쯤, 매니저 형한테 문자가 도착했다.
[매니저 형- 여론 뒤집혔으니까 얼른 입장문 쓰랜다] 오후 1:32 [매니저 형- 네가 바로 올리지 말고 운영팀 측에 보내서 검수받아, 알겠지?] 오후 1:33나이스! 드디어 위클리 퀘스트를 재개할 수 있겠군!
오늘 입장문을 올리고 내일부터 날마다 글을 올리면 위클리 퀘스트 미완수 페널티를 피해갈 수 있었다.
“녹음본을 풀지 말고 입장문에 통화 내용만 조금 순화해서 기재해. 그쪽이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면 그때 녹음 파일 푼다고 하는 게 더 효과적이겠다.”
내가 콧노래를 부르며 메모장을 켜자 서예현이 훈수를 뒀다. 무어라 말을 얹는 대신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부로 두 발 쭉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으니까.
* * *
반박 글과 윤이든의 입장문까지 올라오자 곧바로 여론은 뒤집어졌다.
반박 글이 올린 정황이 폭로 글보다 훨씬 정확했던 탓이었다. 마지막에 거론된 실명 역시 한몫했다.
폭로 글의 작성자는 계속 제 글을 지우지 않고 버티고 있었지만, 결국 그 이름 한 글자와 고등학교만으로 신상이 털렸고.
-논리점프 지리네ㅋㅋ 지가 돈 뜯어 놓고 그거 다시 본래 주인에게 되돌려준 게 자기 돈 뜯은 거야?ㅋㅋㅋㅋ 무슨 이런 뻔뻔한 새끼가 다 있지ㅋㅋ
-피해자-가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해자 참교육해 준 놈 이거였네
-찐따인줄 알고 동질감 들어서 편들어 줬는데 일진이었다니 배신감 씨게 느낀다
-결국 삭튀엔딩 각ㅋㅋㅋㅋ
일진은 윤이든이 아닌 자신이었다는 것까지 발각되며 폭로 글에 달린 댓글의 예언대로 폭로 글은 삭제되었다.
-거봐 내가 쎄믈리에들 싹 사라진다고 했지
-울 이든이 그런 애 아닐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음~
-아니 그런데 얼마나 일진들을 줘패고 다녔기에 별명이 다크나이트……?
[On Air] 동갑즈와 함께하는 추팔여행그리고 오랜만에 데이드림의 폰에 OA라이브 알람이 떴다. 견하준과 윤이든이 연습생 시절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 콘텐츠였다.
그들의 전 소속사가 뉴본이고 같은 데뷔조 친구들이 현재의 KICKS라 많은 이야기를 풀어 놓지는 못했지만, 둘만의 추억을 소소하게 풀어 주는 터라 제법 재미있었다.
[배고프니까 비상계단에서 같이 컵라면 먹고.] [맞아, 그러다가 직원분들 오면 쓰레기 버리는 척 계단 내려가고 그랬지.] [그 와중에 나는 또 면 불을까 봐 계단 내려가면서 면 흡입했잖아. 목에 걸려서 기침하니까 준이 네가 등 두드려주다가 컵라면 국물 옷에 튀고.] [아, 기억난다. 그랬었지.] [하필 또 흰색 옷이라 라면 먹은 거 바로 트레이너쌤한테 들키고.] [저희가 같은 학교는 아니지만 고등학생 시절을 연습실에서 함께했으니까……. 그때의 이든이는 정말 성실했고, 노력도 많이 했고요. 데뷔해서도 떳떳하고 싶다고 항상 그랬어요. 그래서 정말 이번에 일진설이 떴을 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고요. 제가 아는 이든이는 그럴 애가 아니니까.] [아, 낯간지럽게…….]-나 저렇게 하준이 말 많이 하는 거 처음 봐
-ㄹㅇ 하준이가 저러니까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렇게 추억을 풀어 놓다가 마무리 시간이 되자 이든이 어색하게 웃으며 카메라 정면을 바라보았다.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데이드림 분들 실망시킬 일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꾸벅, 고개를 숙이는 이든의 모습에 다들 채팅으로 오열했다.
-무슨 이런 걸로 고마워해ㅠㅠㅠ 당연한 건데ㅠㅠㅠ 팬이 가수를 믿지 그럼 누굴 믿어ㅠㅠ
-실망 절대 안 할 게 예술병 걸려도 한 번은 봐 줄게
-울 이든이 말이라면 이제 콩으로 메주를 쏜다해도 믿음ㅠ
-윗분 팥 아니에요……? 원래 메주는 콩으로 쏘는데……
[Dream of me. 안녕.]-웬일로 단체인사를
-진짜 고맙긴 했나 보다 혼자 하면 오글거린다고 어쩌다 한 번씩 해주더니
-이든이도 데이드림 꿈 꿔!
아무튼, 성공적인 해명이었다.
* * *
-정희광 그 새끼 신상 털려서 즈그 패거리에서 나가리 당했단다. 성진혁이가 가오 떨어지는 거 존나 싫어하잖아. 페북도 털려서 대학에서도 아싸 각이라는데. 솔직히 그런 주작글 올리는 거 음침 갑이라 가까이 두고 싶진 않긴 함.
마당발 김유선의 보고를 들으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퍽 잘 어울리는 최후였다.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사고들과 시스템의 상관관계를 관찰해 본 바.
내가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할 때만 퀘스트 형식으로 닦달을 했지, 내가 손쓰지 않고 그냥 두어도 해결될 일은 퀘스트를 굳이 띄우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이번 사건은 내가 가만히 있었어도 알아서 해결될 문제였다는 뜻이다.
그리고 시스템의 판단처럼 이 주작 폭로 글 사건이 내게 끼친 영향은 단 하나뿐이었다.
‘망할 소속사에서 입장문을 하루 후에 올릴 거라곤 꿈에도 몰랐지!’
원래 내 계획대로라면 입장문을 반박문이 올라온 그 날 업로드하고, 그 이튿날부터 매일 FROM 게시글을 올리며 위클리 퀘스트 할당량을 무사히 채웠을 거다.
하지만 이 극악무도한 시스템은 하루에 몰아서 업로드하는 꼼수를 차단하기 위해 게시글 개수가 아닌 올린 날짜로 카운트했으며, 입장문은 공식 팬카페에 하루 늦게 올라갔기에 주 4회 이상 팬카페 FROM 게시판에 글 올리기는 실패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덕분에 나는 페널티를 앞두고 있었다.
11:59였던 시각이 12:00으로 바뀌며 매주 월요일 자정마다 보는 상태창이 눈앞에 깜빡였다.
[☀위클리 퀘스트 정산을 시작합니다.] [⚠완수한 위클리 퀘스트가 네 개 미만이므로 페널티가 랜덤으로 부과됩니다.] [페널티로 24시간 동안 성격 반전이 이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