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62)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62화(162/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62화
응, 신한테는 페널티 면제권이…….
[보유 아이템 목록] [논쟁에서 이기는 100가지 방법] [상식 백과사전]……
[요리왕 대장금]없다. 페널티 면제권이 없어.
이런 망할! 곡 작업하고 컴백 준비할 때 위클리 퀘스트 빼먹으면서 다 썼구나!
몰려 오는 짜증과 패배감에 주먹으로 침대를 내리치려고 했지만 내 손은 내 의지를 배반하고 침대 시트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그 망할 손동작 하나만으로도 오늘 하루가 결코 평탄하게 넘어가지 않으리란 걸 확신할 수 있었다.
* * *
“도빈아, 김도빈. 일어나야지.”
중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김도빈의 귓전에 울렸다. 그를 흔드는 손길 역시 어조만큼 부드러웠다.
분명 목소리는 이든이 형의 것이었지만 어조와 행동은 전혀 아니었다.
‘아, 꿈이구나.’
더 자도 되겠당. 그는 안도하고 다시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그도 그럴 게 평소의 윤이든이 그를 깨우는 모습은……
‘오우, 우리 도빈이, 이 시간까지 퍼질러 자고 있어? 팔자 좋다?’
‘침대에서 뒹굴면서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깝지도 않냐? 제에발 일어나서 생산적인 일을 좀 해라! 아침 운동을 따라오든가, 아니면 하다못해 준이 아침밥 차리는 걸 도와주든가!’
‘도빈아, 휴대폰 알람이 네 수면용 배경음이냐? 셋 셀 때까지 안 일어나면 형이랑 오늘 재미있는 작곡 놀이 하루 종일 간다.’
‘지금 잠이 와? 빨리 부엌으로 안 튀어 가?’
거기에 이불 뺏기, 찬물로 적신 물수건 얼굴에 덮기, 거칠게 흔들어 대기, 강제로 침대에서 끌어내기가 아침잠 깨우기 행동의 기본이었다.
그렇게 이른 아침에 강제로 기상하며 류재희와 견하준과 함께했던 세월이 절로 그리워지곤 했다.
그런데 이게 웬 미친 꿈이래. 꿈은 무의식의 반영이라더니, 설마 나는 내심 이든이 형의 다정한 모닝콜을 바라고 있었던 건가.
김도빈이 자신도 몰랐던 스스로의 끔찍한 취향에 경악하고 있던 와중, 갑작스럽게 번쩍 들린 몸에 그는 저도 모르게 눈을 번쩍 뜨며 비명을 내질렀다.
“악! 아니, 형! 갑자기 왜 이러세요? 갑자기 무섭게 왜 저를 안아 드시는 거예요? 평소처럼 끌어내 주세요!”
“우리 도빈이가 많이 피곤하나 싶어서 식탁까지 편하게 데려다주려고.”
그를 번쩍 안아 올린 윤이든이 다정하게 미소 지었다. 그 미소를 본 김도빈은 다시 안심하며 눈을 감았다.
‘아, 백퍼 꿈이네.’
이든이 형이 저렇게 웃을 리가 없지. 심지어 하준이 형한테도 저렇게 웃어 주는 걸 본 적이 없는데.
그래, 애초에 이든이 형이 내가 아침 시간에 안 일어난다고 나를 안아서 식탁까지 데려다준다는 게 말이 되나.
유격 조교 모자 쓰고선 식탁까지 악 소리 내면서 굴러가거나 오리걸음로 가라고 시키는 거면 몰라도.
“형, 정신 차려.”
툭, 옆구리를 치는 손길과 제 코를 스치는 음식 냄새에 김도빈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제 앞에 보이는 풍경에 김도빈이 눈을 깜빡였다.
“뭐야? 나 언제 식탁까지 나왔어? 난 걸어 나온 기억이 없는데? 나 무슨 몽유병, 이런 거 있는 거야?”
그의 호들갑에 류재희가 한숨을 쉬며 대꾸했다.
“걸어 나온 기억이 당연히 없겠지. 이든이 형이 형을 안아 들고 나왔으니까. 이든이 형이 형 머리 쓰다듬은 것도 기억 못 하지? 차라리 다행이다.”
그게 꿈이 아니었다고? 김도빈이 입을 떡 벌리며 윤이든을 돌아보았다. 평소였으면 밥 먹는데 뭘 보느냐는 퉁명스러운 타박이 날아들었을 테지만.
“왜 형을 보고 있어? 빨리 밥 먹지는.”
제법 부드러운 타박이 날아들었다.
아직도 꿈인가. 제 뺨이라도 한 번 쳐 볼까 싶었던 김도빈은 제 앞자리에 앉은 서예현의 표정을 발견하고 이게 꿈이 아니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서예현의 표정은 나무늘보가 시속 108km로 뛰는 걸 본 듯한 표정이었다.
“꿈인가……? 무슨 개꿈을 꿔도 이런 개꿈을…….”
서예현이 제 뺨을 아프게 내리치며 진지하게 중얼거렸다. 얼마나 세게 쳤는지 볼에 붉은 기가 고스란히 남았다.
“이든아, 무슨 일 있어?”
견하준의 걱정스러운 그 물음에 윤이든이 아련한 얼굴로 김도빈을 쳐다보다가 입을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윤이든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멤버들은 시선 끝에 걸린 김도빈을 일제히 응시했다.
“도빈이 형, 빨리 말해. 무슨 짓 했어?”
류재희가 김도빈의 어깨를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윤이든의 시선의 뜻은 사실을 말하면 김도빈 같은 씹덕 취급을 받을 것 같다는 뜻이었지만, 다들 김도빈이 무슨 짓을 했다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는 아무 짓도……!”
격하게 부정을 표하다가 갑자기 생각난 단서 하나에 그는 입을 틀어막으며 중얼거렸다.
“헉, 설마 내가 다정한 리더를 원한다고 빌어서…….”
서예현이 팔짱 끼고 윤이든 쪽을 향해 턱을 까딱했다.
“윤이든이 퍽이나 도빈이 네가 다정한 리더를 원한다 했다고 하루아침에 저렇게 성격을 뜯어고치겠다.”
“그러니까 이든이 형이 들어 줄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시스템 같은 무형의 힘이 강제적으로 이든이 형을 조종하는 거죠.”
진지한 김도빈의 말에 윤이든이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하지만 그 필사적인 눈 깜빡임은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도빈아, 소설이랑 만화부터 줄여 볼까? 현실이랑 가상 세계랑 헷갈릴 정도면 좀 위험한 거 같아서 하는 말이야.”
견하준이 진지하게 충고했다.
“이든이 형, 도빈이 형하고 얼마 걸고 내기했어요? 몇 시간짜리예요? 한 시간? 두 시간?”
류재희는 아예 이 상황을 윤이든과 김도빈, 둘의 내기라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 물음에 윤이든이 자애롭게 웃으며 손짓했다.
“먼저 밥부터 먹을까? 음식 다 식겠다.”
위화감을 조성하는 수준을 넘어 호러가 따로 없었다.
그렇게 공포와 패닉 속에서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식사를 마치고, 류재희가 김도빈을 제 방으로 잡아끌었다.
“도빈이 형, 대체 얼마를 걸었기에 이든이 형이 저래?”
“아니, 난 이든이 형이랑 내기한 적이 없다니까?”
“그럼 진짜 이든이 형이 자발적으로 저러는 거라고……?”
김도빈이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자 류재희가 이 상황을 타파할 의견 하나를 내어놓았다.
“이든이 형이 빡칠 만한 상황을 만들어 보자. 그러면 알게 되겠지. 정말로 이든이 형이 자발적으로 자기 성격을 바꾼 건지, 아니면…….”
굳게 닫힌 방문을 힐긋 돌아본 류재희가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정말로 형 말대로 강제성인지 알게 되겠지.”
이든의 다크나이트 이슈로 혁명이 주제인, 조금 저렴하게 말해 보자면 나쁜 놈들 때려잡는 내용인 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해 물 들어올 때 노 젓자고 음방 스케쥴을 일주일 연장하기로 한 상태라.
원래였으면 활동을 끝내고 휴식기에 들어갔을 그들은 여전히 연습실로 출근해야 했다.
그래서 류재희가 선택한, 윤이든을 빡치게 만들 상황은 바로…….
“뭐? 내가 계속 안무 실수를 해 달라고?”
류재희의 계획을 들은 서예현이 경악하며 되물었다.
“네, 아무리 생각해도 형만큼 이든이 형을 빡치게 만들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서요. 형이 제일 적임자예요.”
“윤이든이 나를 가만둘 것 같아?”
여전히 연습실에서의 윤이든은 연습생 시절 수준의 막말만 안 한다 뿐이지, 그에게 있어서는 공포의 존재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막 안무를 익힐 초기의 실수에는 그나마 유한 편이었지만, 활동기가 끝나갈 지금 시점에서 안무 실수를 한다?
“눈빛으로 찢어 죽이고도 남아…… 나 저번 활동 끝무렵에 연습실에서 안무 실수 한 번 하고 얼마나 눈총이랑 타박받았는지 알아? 윤이든이 이제는 귀족 영애 화법을 익혀 왔다니까?”
“하지만 형밖에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저런 이든이 형을 보면서 살아야 한다고요.”
“나름 괜찮지 않아? 말과 행동을 곱게 하는 윤이든이라니. 내가 계속 원하던 모습이었는데.”
“예현이 형, 현실 도피하지 마시고요. 지금 그 말 하면서 손 떨고 계시잖아요.”
결국 대의를 위해 서예현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연습실에 도착한 레브 멤버들은 연습실을 가득 울리는 AR에 맞추어 안무 연습을 시작했다. 이제는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안무였기에 연습은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류재희와 시선을 교환한 서예현이 무거운 한숨을 내쉬고는 계획을 실행했다.
평소에는 잘못된 방향으로 잘도 뻗어 나가는 손이었는데 왜 이럴 때만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는지 모를 일이었다.
안무 실수가 두어 번 이어지는데도 평소였으면 칼같이 노래를 멈추고 지적했을 윤이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래가 끝나자 서예현을 따로 부른 그가 거울 앞의 삼각대에 설치해 놨던 휴대폰을 들어 방금 찍은 안무 동영상을 돌려 가며 실수한 부분을 짚어 주었다.
아주 다정한 말투로 말이다.
“너 진짜 내 이 실수가 아무렇지도 않아……?”
“괜찮아. 실수할 수도 있지. 오늘 형 컨디션이 많이 안 좋나 보다.”
심지어 스윗하게 웃으며 등을 두드려 주기까지 했다.
“자자, 다시 한번 해 보자! 방금 실수한 부분만 좀 더 신경 쓰고!”
너무나도 정석 리더 같은 모습이었다.
공포에 떨던 서예현은 억지로가 아니라 아주 자연스럽게 안무 실수를 남발했고.
“형, 괜찮아? 힘들면 형은 좀 쉴래? 너무 무리하지 말고 잠시 쉬었다가 하자.”
평소의 지랄 대신 따스한 걱정과 배려가 되돌아왔다. 그 다정함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서예현은 거의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렇게 다시 충격과 공포 속에서 연습이 끝나고.
“나 저녁 운동 다녀온다.”
“아참, 마늘 떨어졌더라. 마트 다녀올게.”
“저 앞에 친구가 와서 잠깐 만나자고 해서요! 다녀오겠습니다!”
“저는 하준이 형 따라갔다 올게요.”
“준아, 나도 같이 갈까?”
“아니야, 이든이 너는 숙소에서 쉬어.”
그렇게 하나둘씩 약속과 일이 있다고 숙소를 빠져나간 레브 멤버들은 소속사 회의실에 모여 침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제는 인정해야 했다.
이전에 윤이든이 조금 유해진 모습을 보였다고 빙의네, 구마네 하며 놀리긴 했지만, 이번 건은 정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저게 윤이든일 리가 없다는 건 윤이든의 오랜 친구인 견하준마저 동의한 의견이었다.
제 눈앞에 들이밀어 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 괴이현상에 다리를 덜덜 떨고 있던 서예현이 마른세수하며 중얼거렸다.
“가톨릭에 엑소시즘 좀 해 달라고 연락을 해야 하는 거야, 아니면 무당집에 데려가야 하는 거야?”
“일단 여기는 한국이니까 무당집으로 데려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렇지? 일단 인터넷으로 부적 주문이라도 할까? 혹시 아는 무당 있어?”
“찾아 봐야죠. 그런데 이거 회사 관계자 분들한테도 말해야 해요?”
“일단은 말하지 말자. 내가 생각해 봐도 미친 소리 같아. 나도 윤이든이 내게 그런 태도만 안 보였으면 절대 안 믿었을걸.”
서예현과 견하준이 진지하게 말을 주고받고 있자, 김도빈이 불쑥 끼어들었다.
“보통 빙의는 평범한 영혼이라 엑소시즘까지 동원할 필요는 없어요.”
전문성이 느껴지는 그 한 마디에 서예현이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도빈이 너 신기 있었어? 아니면 무속 이런 거 잘 알아?”
“아니요, 웹소 클리셰예요.”
서예현의 눈동자에 비치던 빛이 꺼졌다. 견하준은 김도빈을 붙잡고 다시 한번 대중매체를 줄이기를 충고하고 있었다.
“그냥 정면 돌파하죠.”
“정면 돌파……?”
깍지낀 양손으로 턱을 괴고 진지하게 앉아 있던 레브의 해결사, 류재희가 해결책을 내놓았다.
“누구시냐고 물어봐요.”
처음으로 틀린 해결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