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67)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67화(167/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67화
“엥, 예현이 형. 도빈이 형의 쓸데없는 말 때문에 괜히 무리 안 하셔도 돼요.”
류재희의 그 말은 김도빈과 서예현, 두 명을 동시에 후드려 팬 것이나 다름없었다.
“야, 류재!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쓸데없는 말이라니!”
“전혀 무리 아니고 충분히 할 수 있거든, 막내야?”
김도빈과 서예현이 울컥하며 류재희에게 따져 묻더니 곧바로 연습실로 간다며 벌떡 일어났다.
옷을 갈아입는답시고 각자의 방으로 향하는 둘의 뒷모습을 보며 감탄 섞인 중얼거림을 흘렸다.
“와, 나는 저 인간이 안 해도 된다고 판 깔아 줬으니까 바로 안 한다고 냉큼 대답할 줄 알았더니.”
“예현이 형은 자존심이 높아서 이렇게 살살 자존심 건드리는 게 직빵이거든요.”
씩 웃은 류재희가 어깨를 으쓱했다.
“예전의 형처럼 대놓고 긁으면 싸움판 나는 거고요.”
“난 살살이랑 대놓고의 기준을 모르겠다-.”
뒤통수에 깍지 낀 손을 괴고 말끝을 늘이며 중얼거리자 류재희가 충고했다.
“형이 내뱉고 싶은 말에서 90% 정도만 순화시키면 돼요.”
그럼 그냥 맹물 아니냐. 나는 딱히 내가 대놓고 긁는지도 모르겠는데. 류재희가 그런다고 하니까 ‘아,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어쨌건 스페셜한 막방 연습을 위해 연습실에 모이니 확연히 두 부류로 갈라졌다.
의욕 넘치는 부류와 시큰둥한 부류.
전자는 물론 김도빈과 서예현이었고, 후자는 견하준과 나였다.
류재희는 숙소에서까지만 해도 심드렁하더니만 막상 연습실에 도착하자 자기가 더 활발하게 의견을 내고 있었다.
“이든이 형이 말한 대로 정부군 둘에 해방단 셋으로 나눠서-”
“아니, 도빈이 형. 정부군보다 해방단 수가 더 많으면 정부군이 불쌍하게 다구리당하는 거 같잖아. 그러니까 무조건 해방단 수가 더 적어야 한다니까?”
“3대 2나, 2대 3이나…… 다인원 그룹이어야 적당히 매치가 되지, 이건 어떻게 해도 모양새가 안 살아. 도빈이 네가 원하는 스타일로 가고 싶으면 아예 백댄서를 투입해야 한다니까? 그런데 이번 활동에 백댄서 안 썼잖아.”
팔짱을 낀 서예현이 냉정하게 현 상황을 분석했다.
“그러면 4대 1은 어때?”
“저번 활동이랑 너무 겹쳐.”
류재희가 기껏 대안을 내놓았건만 김도빈의 성에는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
“그냥 해방단 2대 정부군 3으로 하라니까.”
귀를 후비며 말을 얹자, 무언가가 또 떠오른 듯 김도빈이 벌떡 일어났다.
“아니면! 뮤비 내용처럼 가는 건 어때요! 재희가 정부군이었다가 넘어왔잖아요! 그러니까 처음에 재희가 제복을 입었다가 2절 후렴구부터는 해방단 옷을 입는 거예요.”
“지금 나보고 무대 위에서 옷을 갈아입으라고……?”
류재희가 매애애우 떨떠름한 얼굴로 김도빈을 돌아보며 물었다.
“어차피 제복 바지나 해방단복 바지나 비슷하잖아. 티 안 날걸? 그러니까 상의만 제복으로 입고 상의만 재빠르게 갈아입는 거지. 어때, 쉽지?”
“그렇게 쉬우면 형이 해.”
류재희가 심드렁하게 떠넘기자, 꼭 뮤비 내용대로 해야 한다며 김도빈은 류재희를 붙들고 늘어졌다.
결국 류재희가 버티다 못해 승낙했다.
안무는 류재희 파트만 확 변경됐지, 나머지 넷은 본래 안무에서 살짝만 변경된 수준인 터라 익히기 매우 쉬웠다.
서예현의 얼굴에 웃음꽃이 필 정도면 말 다 했지. 실수도 한 번밖에 안 하더라. 류재희는 죽상이었지만.
따지자면 결단은 서예현이 내렸지만 류재희만 개손해였다.
그렇게 하루 간 열심히 막방 스페셜 무대를 준비하고, 드디어 인기뮤직 무대에 섰다.
1절은 연습했던 대로 순탄하게 지나가고, 2절에서의 류재희의 탈의 파트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류재희가 제복 모자를 휙 벗어던지고는, 그다음으로 제복 상의를 벗다가 단추가 걸렸는지 계속 헛손질만 반복했다.
이 와중에 점점 류재희의 파트인 후렴구는 다가오고 있었다.
결국 류재희는 과감하게 단추를 뜯어냈다.
애가 왜 저렇게 과격해지냐. 대체 누구를 닮아 가는 건지, 쯧쯧.
아무튼 성공적으로 제복을 벗어던진 류재희는 나와 서예현의 손길에 도움을 받아 해방단 후드를 입고 제 파트를 시작했다.
[we’re in reverse세상을 뒤집어]
마지막 구절과 함께 엔딩 포즈를 취하며 흘러내리는 땀을 손등으로 쓱 훔쳤다. 팬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천장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참으로 여러 일이 있었던 활동의 마무리였다.
* * *
그리고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류재희의 입장문이 LnL 인별 공식 계정에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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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레브 유제입니다. 이 입장문에서만은 류재희라는 이름으로 다시 인사드릴까 합니다.
제가 TK에서 폭행으로 인해 퇴출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신 분들도 아마 계실 겁니다. 제가 그곳에서 퇴출당한 이유가 폭행은 맞지만, 폭행의 가해자는 제가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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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희의 입장문에는 길고 자세하게 TK 연습생 시절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나이와 연습생 기간 덕분에 연습생들의 위에서 군림하며 서열질과 텃세를 해댄 것도 문제였지만, 자신들의 싸움을 아무런 관련이 없던.
오히려 그들의 싸움을 말리던 제삼자 류재희에게 폭행 건으로 덮어씌워 그를 퇴출당하게 만들었던 게 가장 큰 타격이었다.
-울 막냉이 어그로로 저 이야기 보일 때마다 말도 못하고 속으로 삼키느라 얼마나 속 썩었을까ㅠㅠㅠ
-저 어그로끄는 새끼들 보면 죄다 TK연옌들 프사로 박아 놓고 있던데 이제 속이 좀 시원하냐?
└허구한 날 ‘유제가 폭행만 안 저질렀어도 TK에서 데뷔했을 텐데ㅠㅠ’ 이지랄하더니 아무 죄 없는 애 쫓아낸 거 느그TK고요? TK에 유제급 메보 없어서 부러워 뒈지는 거 다 티났고요
툭하면 어그로용으로 튀어나오던 ‘폭행으로 인한 TK 퇴출’의 전말을 알게 된 데이드림이 가장 크게 분노했으며.
연예계에 딱히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도 ‘어린 것들이 벌써부터 못돼 먹은 것만 배웠다’, ‘인성이 덜된 것들은 공인 자격이 없다.’고 한마디씩 얹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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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나노 단위로 뜯어 두 연습생의 싸했던 순간들을 캡쳐하거나 모아 앞다투어 글을 올려 댔다.
아무래도 이걸 주제로 한 글의 조회수와 댓글은 보장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레브의 데뷔일에 류재희의 페북 댓글에 달린 TK 연습생들의 축하 인사 캡쳐 본도 한몫했다.
물론 TK Ent를 비롯하여 김지운과 이제영의 팬들은 일단 부정하고 봤다. 증거도 없으니 배째라 식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괘씸죄로 방송국에서 놈들이 사과한 게 고스란히 담긴 녹음본까지 풀어 주었다.
저들 입으로 인정한 꼴이 되었으니 TK에서 더 이상 오리발을 내밀 수는 없었다.
그리고 우리 소속사 측에서는 빠르게 악플 및 비방 고소 공지를 띄웠다.
덕분에 류재희를 향했던 악의 넘치던 악플과 비방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았던 이제영(갈발)의 탈락은 거의 확정이었고, 김지운(빨간머리)은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단단한 팬층으로 위태롭긴 하지만 어찌어찌 버티고 있었다.
그렇게 힘겹게 버티던 중, 마지막 치명타가 그에게로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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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잡담] SMI 자작곡 배틀곡 아무래도 표절 같은데?ㅇㅇ ❘ 20xx.06.18 18:25
조회 692,471 ❘ 추천 714
(audio_동영상_링크)
이거 나만 B팀 자작곡이랑 후렴구 똑같이 들려? 확인해 보니까 샘플링 표기도 따로 없네?
1:01~1:30
댓글 671
-이건 ㄹㅇ 실드도 못 치게 존똑인데
└???뭔소리임?? 하나도 안 똑같은데???
└귀가 없나 지나가는 사람 백 명 붙잡고 물어봐도 백 명이 다 똑같다고 할 수준인데
└지운빠들 급하게 달려왔네ㅋㅋㅋㅋ
-와 80년대 독일가요,,, 이건 찾기도 힘든 수준인데…… 쓰니 좀 음침하다…… ㅎ
└음침한 건 80년대 독일가요 굳이 굳이 표절한 느그 지운이고
└표절충vs폭로자 여기서 더 음침한 건 ㄴㄱ?
-B팀 작곡 누구였지?
└김지운
└얘는 진짜 하차해야겠다 파도 파도 뭐가 나오네
└탈락하기 전에 자진 사퇴해 지운아~
-와 ㄱㅈㅇ 팬들 ㄹㅈㅎ 입장문 올라오고 나서 ㅇㅈㅇ만 쳐패고 우리 애는 처맞은 쪽이라 오히려 ㄹㅈㅎ랑 똑같은 피해자라고 그렇게 우겨 대더니 드디어 그 꼴 안 봐도 되겠네
-표절곡으로 우승한 거면 이 배틀은 우승 무효 처리해야 하는 거 아니야? A팀이랑 C팀은 표절할 줄 몰라서 표절 안 했나;;;
-표절곡 가지고 작곡 천재라고 빨아주는 지운빠들 수준 알만하죠?
-지운빠들이 제2의 케이제이 ㅇㅈㄹ할때마다 개빡쳤는데 이거 보니까 더빡치네 울 케제는 표절 안 했거든? 어디에다가 가져다 붙여
-와 제발 날티나는데 프듀멤이라고 우리 이든이랑 비비지 좀 마 우리 이든이는 표절도 안 하고 재희도 안 괴롭혔어
(댓글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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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케이제이에 관한 함정 하나가 있는 듯하지만 오늘은 내 기분이 좋으니 관대하게 넘어가도록 하자.
“와, 먹금당할까 봐 걱정했는데 반응 장난 아니네?”
“거봐요, 형.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했잖아요. 분석 글을 너무 자세하게 올리면 동종 업계인 거 티 난다니까요.”
류재희가 V자를 그리며 비죽 웃었다.
두 곡의 겹치는 코드와 비트, 타임까지 세세히 작성했던 내 표절 폭로글을 두 줄로 간단하게 뜯어고친 건 바로 류재희였다.
그럼 회귀 전에 내가 올리지 않고 류재희에게 맡겼으면 케이제이는 얼마나 골로 갔을 거라는 소리야?
그리고 일주일 후, 드디어 류재희가 가장 원하던 기사가 떴다.
[연예NEWS] [‘Select My Idol’ 논란 멤버, 이제영·김지운 탈락]기사 사진은 고개 숙인 채로 펑펑 울고 있는 이제영과 김지운의 모습이었다.
뭘 잘했다고 우냐고 혀를 끌끌거리자 류재희가 울음기 섞인 웃음을 내뱉었다.
“형, 그 말 완전 꼰대 같아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정수리를 꾹꾹 누를 수도 없고, 그냥 머리만 거칠게 헤집어 주며 물었다.
“이제는 속 좀 시원하냐?”
“네, 완전요.”
드디어 과거를 털어 낸 류재희가 눈물 맺힌 눈으로 환하게 웃었다. 이번에는 막내가 숨어서 울 일 하나는 줄인 것 같아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