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16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168화(168/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168화
“오예, 휴가다!”
활동이 마무리되고, 우리는 일주일간의 휴가를 받았다.
김도빈은 언제나 그랬듯 제일 먼저 본가로 튀어 갔으며, 서예현과 견하준 역시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숙소에 남은 건 류재희와 나뿐이었다. 다행히 내 완고한 만류로 제2의 사골국 사태가 일어날 일은 없었다.
대신 견하준은 내게 김치볶음밥 연습을 몇 번을 시키고, 내가 드디어 사람이 먹을 만한 김치볶음밥을 완성하고 나서야 안도하고 본가로 향했다.
“내가 너희들 요리 실력을 알아서 아예 배달 음식 시켜 먹지 말라는 소리는 못 하겠고, 웬만하면 배달 음식 많이 시켜 먹지 마. 알겠지?”
서예현은 현관문을 나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신신당부를 하고 갔다.
“어어, 알았다니까. 거 사람 더럽게 못 믿네.”
설렁설렁 대꾸하다가 문이 닫히자마자 류재희를 휙 돌아보며 말했다.
“막내야, 5일간 먹고 싶은 배달 음식 리스트나 작성해 보자.”
“헐, 진짜 그래도 돼요?”
“그럼 우리가 요리해 먹으리?”
“아, 그건 좀…….”
우리의 수많은 전적들이 기억났는지 류재희가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메뉴가 겹치지 않도록 5일 치 식단을 완벽하게 정한 후, 소파에 길게 드러누우며 중얼거렸다.
“포도 보고 싶다…….”
“그럼 본가 가시지. 전 지금이라도 도빈이 형에게 연락해도 되니까 저 신경 쓰지 말고 가세요.”
김도빈은 제집으로 류재희를 데리고 가려 했지만 내가 숙소에 남는다는 걸 들은 류재희가 거절했다.
“가면 뒈져…….”
힘없이 대꾸했다. 졸업 앨범이 엄마한테 들켰으니, 한동안 본가로 가 봤자 편안한 휴식은 물 건너갔다.
그리고 아빠의 골프채를 촬영 소품으로 몰래 가져갔단 걸 들키는 순간, 나는 죽었다고 복창해야 한다.
그 골프채를 망가뜨린 게 나라는 사실을 자백하는 거나 마찬가지였기에 말이다.
포도 본다고 갔다가 골프채로 두들겨 맞지나 않으면 다행이겠군.
“오늘은 치킨이나 시켜 먹자, 막내야.”
“치킨 좋죠.”
그렇게 휴가 첫날은 치킨과 함께 평화롭게 지나갔다.
그리고 둘째 날.
내 학폭 누명을 벗겨 주기 위해 발로 열심히 뛴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보은을 해야 했다.
류재희에게 저녁 먹기 전까지는 들어온다고 말해 주고 친구가 예약해 놨다는 식당으로 향했다.
“야, 유격왕 오셨다!”
제대한 김우찬이 내 얼굴을 보자마자 외쳤다. 내가 나온다고 를 챙겨 봤던 웬수 같은 친구 놈들은 찰떡같이 알아듣고 반군필이라며 테이블을 치며 웃어 댔다.
김우찬의 옆에 앉으며 어깨에 팔을 턱 얹었다.
“진짜로 네 덕분에 살았다. 하마터면 유격 훈련 하나 겪고 힘들어서 튄 놈 될 뻔.”
“내가 뭐랬냐? 나만 믿으라고 했지?”
“그런데 그건 그거고, 나만 더럽게 잡아 댄 건 계산해야지, 이 자식아? 재미있든?”
구부린 팔에 힘을 꽉 주며 헤드록을 시전하자 켁켁거린 김우찬이 내 팔뚝을 두드리며 탭을 쳤다.
“왜, 재미있던데. 솔직히 님 나온 리사 편, 우찬이가 한 40% 정도 살려 줬음.”
김유선의 그 말에 관대하게 용서해 주기로 하고 헤드록을 풀었다.
“야야, 얘 팬들은 얘가 일진 쥐어 패고 다녀서 별명 다크나이트인 줄 알던데? 우리가 또 진실을 밝혀 줘야 하는 거 아니냐?”
“내 말이. 그 별명의 근원은 삥 뜯은 놈 빵을 뜯은 삥셉션에서부터 온 것이거늘.”
이 미친놈들이 나를 매장시키려고 아주 작정을 했구나. 내 일진설과 학폭설이 가라앉은 지 얼마나 지났다고.
“겨우 불 꺼 놨건만 거기에 기름을 통으로 부으려 하네, 미친놈들이.”
김유선이 혀를 쯧쯧 찼다. 덕분에 다크나이트의 진실은 우리만 아는 비밀로 묻어 놓기로 결정났다.
“이야, 그런데 너희 기억력 좋다.”
그런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감탄하자 곧바로 타박이 날아들었다.
“4~5년 전 일을 기억 못 하는 네가 기억력이 빡대가리 수준인 게 아니고? 뭔 너 혼자 10년 더 살다가 왔냐?”
7년 거슬러 오고 3년 보냈으니까 딱 10년 됐군.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친구에게 꼭 복권 사라는 덕담을 건네주었다.
“그런데 얘 진짜 일진 쥐어 팼어.”
“아, 맞아. 그건 기억한다. 그런데 그건 그 자식이 랩 시키면서 나 계속 건드렸잖아. 그리고 말은 바로 하자. 팬 게 아니라 싸운 거지.”
투덜거리며 참치회 한 점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얘 진짜 데뷔하고 욕을 안 쓴다니까? 봐봐, 지금도 욕 안 쓰잖아. 예전이었으면 지칭할 때 씹새끼 뭔새끼 별별 새끼 다 나왔을 텐데.”
“어어, 그래. 바른말 쓰기 캠페인 운동 중이다. 됐냐?”
맞는 말이긴 했다. 비속어만 쓰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초심도를 깎아 대는 시스템이 있었기에.
일식집에서 1차를 마치고 2차는 고깃집이었다.
“오늘 밤새 달리는 거 다들 알지? 먼저 집 들어가는 거, 그런 거 없다?”
“안 돼. 나 숙소 가야 해.”
어차피 시스템의 제약으로 인해 술도 더 못 마시는 터라 술자리에 마지막까지 맨정신으로 남아 있다가 뒷마무리 담당이 되느니 차라리 숙소를 핑계로 일찍 뜨는 편이 나았다.
“휴가라며? 왜 집에 안 가고 숙소에 남아 있어? 드디어 쫓겨났냐?”
“그건 아닌데, 엄마한테 졸업 앨범 들켜서 가면 뒈져.”
“와, 그걸 지금까지 용케 안 들켰다. 나는 진작 들켰는데. 너 데뷔했다는 소리 듣고 울 엄마가 너 걱정하시더라. 연예인이 이런 과거 사진 돌아다녀도 되느냐고.”
“어머님께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해 드려.”
시시껄렁한 대화와 술잔이 한창 오갔다.
[과도한 음주가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1]소주 두 병과 맥주 한 병째, 드디어 시스템이 술 좀 그만 마시라는 경고를 보냈다. 마침 시간도 딱 저녁 시간이었다.
내가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서려 하자 그걸 매의 눈으로 발견한 친구 놈들이 나를 붙잡았다.
“야, 왜 벌써 가?”
“숙소에 막내 혼자 덜렁 내버려 두기는 그렇잖냐. 저녁도 챙겨 줘야 하고.”
“니네 막내 몇 살인데?”
“열아홉 살.”
“뭔 열다섯 살도 아니고…… 너는 열아홉 살 때 혼자 못 있고 밥 혼자 못해 먹었냐?”
“혼자는 있어도 밥은 못했지. 우리가 열아홉 살 때 집에서 밥해 먹었냐? 석식까지 급식 먹었지?”
“그건 그러네.”
납득한 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여기로 불러서 고기 먹여. 왜, 너희 막내 낯가려?”
“이 술병들 안 보이냐? 괜히 애 미성년자 음주설 휘말리게 할 일 있어?”
줄줄이 늘어진 술병들을 가리키며 삐딱하게 묻자 친구 한 놈이 손가락을 튕겼다.
“아, 그게 문제였어? 그렇다면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지.”
믿음직스러운 미소를 지은 친구가 소주병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마셔서 없애기!”
병째로 원샷하는 놈을 어이가 없어 멍하니 보고 있자 사방에서 박수와 외침이 들려왔다.
“마셔, 마셔!”
“사장님, 여기 빈 술병 좀 치워 주세요!”
저 또라이 새끼들…… 본격적인 술판이 벌어진 테이블 꼴을 보다가 헛웃음을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어차피 시스템이 허락한 음주 기준치는 다 채웠다. 그리고 내 경험상, 술자리가 저 상태에 돌입하면 제대로 된 대화는 이제 없을 예정이다.
내가 몸을 일으키자 옆자리에 있던 김우찬이 물었다.
“벌써 가게?”
“말했잖아. 막내 녀석 기다리고 있다고.”
“나 참, 천하의 윤이든이 동생 챙긴다고 제일 먼저 술자리 뜨는 것도 다 보네. 다 컸다, 윤이든.”
누가 들으면 네가 나 키운 줄 알겠다, 인마. 대꾸 없이 픽 웃으며 카드를 건넸다.
“몇 차까지 갈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싹 이걸로 긁어.”
“오케이, 내일 바로 돌려 드림.”
넙죽 허리 숙이며 내 카드를 받아 든 김우찬이 눈을 찡긋했다.
내가 은총을 내려 줬네 어쩌고 하며 목소리 높여 나를 찬양하는 걸 뒤로한 채, 가게를 나왔다.
그렇게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술자리를 파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혹시 내가 잘못 봤나 싶어 눈을 비볐다.
“와씨, 뭐야?”
분명히 류재희를 제외하고는 다 본가로 갔던 걸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이 풍경은 뭐지.
평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숙소의 풍경을 보고 있자니 내가 혹시 술에 취한 건가 싶은 의심마저 들었다.
“동네에 친구들이 없어여. 다들 대학 진학 때문에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졌어요…… 고등학교 친구들은 대부분 서울에 있고…….”
“너희 둘만 내버려 두면 배달 음식만 먹거나 굶어 죽거나, 둘 중 하나같아서 영 걱정돼서.”
“동생이랑 싸웠어.”
묻지도 않았는데 세 사람이 차례로 이유를 말했다. 서예현은 동생과 어지간한 수준으로 싸운 게 아닌지 여전히 부루퉁한 표정이었다.
“이건 뭐, 휴가의 의미가 없지 않냐?”
김도빈과 견하준의 틈을 비집고 소파에 털썩 앉아 투덜거리자, 소파 밑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던 서예현이 투덜거렸다.
“어차피 윤이든 너는 숙소에 계속 있을 거라 상관없잖아. 그냥 숙소에 사람이 늘어난 것뿐이지. 그런데 내가 분명 배달 음식 많이 시켜 먹지 말라고 했는데 아주 그냥 계획표까지 야무지게 짜 놨네?”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쏟아지는 잔소리에 어질어질했다. 내가 이러려고 친구들과의 오랜만의 술자리도 마다하고 중간에 빠져나온 게 아닌데.
“죄송요, 이든이 형. 어쩌다 보니까 예현이 형한테 들켰어요.”
전혀 죄송해 보이지 않는 얼굴로 류재희가 뻔뻔하게 사과했다.
휴가임에도 어쨌든 한곳에 모이게 된 멤버들을 쭉 둘러보며 고민했다.
그냥 스케줄 없는 일상대로 행동해도 딱히 문제는 없었지만 휴가를 그렇게 흘려 보내기는 조금 아쉽긴 했다.
“다들 혹시 휴가 동안 하고 싶은 거 있어?”
눈을 반짝거린 김도빈이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기왕 휴가받은 김에 우리끼리 여행 가요! 카메라 없이 가는 찐 여행!”